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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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왜'라는 의문사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왜 생각 하는가, 왜 말과 행동을 하는가, 왜 먹고 마시는가, 왜 코끼리를 쏘았는가.
종국엔 한 가지 질문에 다다른다.

나는 왜 사는가.

전쟁 속에서 글쓰기를 잃지 않고 전쟁같은 글쓰기의 삶을 살았던 작가.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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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 보이지 않는 세계의 그림책 b판고전 7
야콥 폰 윅스퀼 지음, 정지은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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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깊었던 책이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식을 확장시켜주는 책을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다.

살아있는 주체 없이는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각적 특징들은 공간과 늘 연결되어 어떤 질서 속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시간과도 연결되어 있다.

주체라는 의식, 이 주체가 주변 환경과 맺는 관계가 세계를 구성한다. 즉 주체에 따라 세상과 맺는 관계는 다르고 다양하다. 그러니 다양한 생명체의 지각을 상상할 수 있는 우리 인간은 이 다채로운 생명과 세상을 포용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존재다, 인간은. 우리가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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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
주디스 버틀러 지음, 김응산 옮김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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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각기 다르게 인식하는 '공동의 세계'에서 우리는 공동의 세상, 공동의 감각, 공동의 소속감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공동'이란 정의를 공유하도록 만드는 상식을 상실하고 개념을 왜곡하는 현재,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대표적인 예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나 미국의 트럼프(1.0 ver.)처럼 권력이 있으면 질병면역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우매한 자들과도 공존해야 하는 위험성도 있다. 이런자들이 권력을 가진 탓에 타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상황은 더욱 위험천만하다.
수년 전 코로나로 대두된 문제는 현재 각국의 우익화, 우민화 등의 정치적인 문제로 가지를 쳤다. 뿌리에 악영향을 끼칠만큼 거세지는 현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간은 서로 영향을 주는 동시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해를 끼치는 동시에 피해를 입을수도 있는 존재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내가 뱉은 숨이 타인을 해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공동의 세계'에서 상식이 되어야함은 당연하지 않을까.

현상학에서 정치학까지 확장시켜 생각해봄직한,
주디스 버틀러의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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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0-31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독재자들이 활개를 치는 시대로 추락한 느낌마저 듭니다.ㅠㅠ

dollC 2025-10-31 12:02   좋아요 0 | URL
동감합니다. 사람들이 극단으로 치닫으면서 어리석음도 다양성으로 포장되는 것 같기도 해요.
 













오호라, 재밌는 책을 발견했다.

작가 존 다가타와 팩트체커 짐 핑걸의 <사실의 수명>이다.




'열여섯 살 레비 프레슬리가 스트래토스피어 호텔앤드카지노의 350미터 높이 타워 전망대에서 뛰어내린 그날,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한 소년의 투신 사건을 계기로 시작한 글은 소년의 주변을 맴돌다 라스베이거스 인상에서 건축물의 역사로, 태권도의 기원을 찾다 자살예방센터를 돌아 다시 소년에게로 향한다. 이렇듯 작가의 상념에 따라 대도시 속에서 소년의 족적을 쫓고 멈추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글의 길목마다 서술되는 다양한 수치와 기록, 역사, 배경 등을 팩트체커가 치밀하게 쫓는다.


책 페이지는 중앙은 작가의 글, 사방은 팩트체크의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엔 정중하게 주고받던 의견 교환이 갈수록 격하게 다정해지고(♡)... 결국 상대의 똥까지 칭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둘의 핑퐁 게임, 창과 방패의 격렬한 전투를 보자니 재미 반, 흥겨움 반ㅋ 역시 싸움 구경이 제일이여ㅋㅋ (만약 내 일이라면... 아이고 두야;;)

어디까지를 팩트의 영역으로 봐야 할까. 팩트체크를 할 수 있는(해야만 하는) 범위와 적용 한계선이란 것이 있을까. 사실로만 글을 구성한다면 그것이 과연 기사로서 유용성 외의 그 무엇도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사실을 체크할 수 있을까? 그것이 사실임을 체크할 또 다른 팩트체커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작가의 글은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논픽션 에세이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논픽션 에세이란 무엇일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사건과 연관된 사실 파악에 투명해야 함은 기본이다. 그러나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은 다르고 그 속에 담긴 개인의 심상까지 사실로서 체크해야만 하는 것일까? 혹은 반대로, 작가는 장르의 모호함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논픽션과 에세이의 불명확한 경계를 작가의 구미에 맞춰 갖다 붙이고 있지는 않는가?




원색적인 다정함이 오고 가기도 했으나 작가와 팩트체커 둘 다 글에 대해서는 진심인 사람들이다.

어쩌면 시작은 자신의 일을 위한 방어적인 설전이었을지는 몰라도, 장르에 대한 정의와 역사를 아우르며 대화는 확장된다. 글쓰기에서 윤색과 꾸밈의 허용에 대해, 사실 반영의 영역과 상상의 영역에 대해, 대화는 깊어지고 그만큼 각자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단단하다. (스트레스는 말로 할 수 없겠지만, 솔직히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내심 부럽다.)


결국 둘 사이에 언급되는 문제들은 본디 '글쓰기란 무엇인가'로 귀결되는 것들이다. 누구를 위한 글쓰기인가, 무엇을 위한 글쓰기인가.

이 책은 펜(키보드)을 든 자의 책임과 글쓰기의 본질을 향한 맹렬한 투쟁의 기록이다.




사실 충돌, 사실 충돌.... 무시무시한 빨간펜 선생님의 체크! 체크! 체크!!!




+ 불만있어요!

188mm x243mm, 160쪽의 얇은 책.


가장 불만인 건 구성 문제다.

권두에 존 다가타의 문제의(?) 논픽션 에세이를 먼저 싣고, 그다음에 현재와 같이 팩트체크가  함께 나오는 구성이었어야 한다.

중앙의 작가 에세이만 먼저 읽고, 그 후 다시 팩트체크와 함께 읽었다. 그러나 재독을 했어도 팩트체크의 빨갛고 검은 참견들이 즐비한 이상, 글의 인상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다.

일례로 글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건 9라는 숫자다. 작가는 9라는 숫자에 상징성을 부여하느라 사망자의 추락 시간까지 바꿀 정도였다. 이 때문에 팩트체커와 막말까지 오가며 '거 냅두슈'로 반박했던 작가가 글의 말미에 이를 아무렇지 않게 뒤집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애초에 흐름에 따라 주욱 읽어 내릴 수 있었더라면 그 중요한 숫자를 간단히 뒤집어버린 작가의 의도가 더 확실히 와닿지 않았을까. 그 허망함을 말이다.


어쨋든 글이 먼저고, 그 다음이 팩트체크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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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5-16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놓기만 하고 편집이 재밌네!! 하고는 아직 안 읽었는데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dollC 2025-05-16 19:25   좋아요 1 | URL
역시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납니다! 하하핫😀
 
















감히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작가가 있다. 친목은 절대 사절, 사교성 제로인 내 성격에 이런 언니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될 때가 있다.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친밀감이 생기고 존경과 부러움이 생긴다. 이런 언니가 있다면 조언이 필요할 때는 물론이고, 때론 쓴소리나 독설을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내겐 요네하라 마리가 첫 손에 꼽히는 작가가 아닐까 한다.


















처음 마리 언니의 책을 읽었을 때가 중학생 시절(하이고… 까마득하다;)… 

한창 예민할 나이였으니, 마리 언니의 막대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만할 것이다. 학창 시절 마리 언니를 알게 돼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글자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마리 언니의 카리스마와 매력은 지금도 대단하다.


















독자를 자연스레 그 시대, 그 장소로 데려가고 한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었음에도 그 소용돌이를 태풍으로, 혹은 한낱 미풍으로도 만드는 글 솜씨라니…!

특히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읽었을 땐 정말 그 거대한 감정 속에서 한동안 넋을 잃을 정도였다. 리차가 본 그리스의 창공, 거짓말쟁이 아냐의 새빨간 진실, 하얀 도시의 야스나… 이런 거대한 사건을, 인물을, 사회와 역사를 이렇듯 자신만의 호흡으로 소회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마리 언니답다. 어떤 수식도 쉽게 떠올릴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마리 언니의 냉철한 시각과 독설도 그 매력에 큰 몫을 한다.


‘인간의 매력과 추악함은 육체와 인격, 그때그때 상황과의 절묘한 조합에 으이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숫자로 포착할 수 없는 부분이 압도적으로 큰 것이다. 그런데 왜인지 인간은 숫자로 들어야 제대로 알았다는 기분에 안심하고, 숫자에 강박관념을 갖고 농락당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교양 노트 > p134


‘그것은 또한 명령하는 자의 무지까지 전제로 삼는다. 명령자는 검토하고 의심하거나 이성을 작동시킬 필요가 없다. 다만 바라기만 하면 된다.’

<속담인류학> p 29 -몽테스키외 인용


‘악마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성경도 인용한다고 하지 않는가’

<속담인류학> p37


‘애국주의는 악당들의 첫 의지처.’

<속담인류학> p49 -A. 비아스 인용


‘하긴 국익을 아무렇지도 않게 포기하는 정치가들일수록 국익이나 애국주의를 함부로 고취하는게 정석이긴 하다.’

<속담인류학> p134


어디서 이런 지식을 쌓았을까. 어떻게 이런 정보를 다 찾아냈을까.

읽을때마다 놀라운 지적 방대함, 그리고 약간은 삐딱한 날선 유머와 냉철함이 가득하다. 특히 <속담인류학>에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속담에 관한 부분은 꼭 일독해보길 권하고 싶다.



 













마음산책에서 출판된 문고본을 읽다 읽다, 다른 단행본도 손길이 뜸해질 즈음 발견했던 이 책. <대단한 책>.

서평, 논평, 정치적 논설과 역사관 등 좀 더 전문적인 면모를 많이 담고 있다.

(그나저나 마리 언니는 한창때 하루에 여덟 권 정도의 독서량이었다고 하는데, 시상에… 너무 놀란 나는 그냥 눈만 끔뻑거릴 뿐;;;) 

















마리 언니가 너무 그리워 친동생인 이노우에 유리의 책까지 들고 왔다. 진짜 언니인 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친근한 말투로 전한다. 체코로 이주해서 성장한 학창 시절이나 일본으로 귀국해서 생긴 적응, 부적응의 나날들. 가족과 친지들 등등… 언니 마리를 그리워하는 독자를 향한 존중과 애정이 가득담긴 필치가 따스하다.


















그래도 역시나 요네하라 가족의 가장 큰 재미는 먹는 즐거움일 것이다.

마리, 유리 자매를 비롯해 아버지쪽인 요네하라 식구들은 자타공인 먹보 가족들이다. 먹는 일, 먹었던 일, 곧 먹을 일과 앞으로 찾아낼 먹거리 등등. 촌각을 다투는 동시통역 업무 중에도 식탐은 놓을 수 없었던 에피소드를 비롯해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적인 먹기량에 대한 에피소드는 군침이 돌만큼 흥미롭다. 


아… 페이퍼를 쓰다보니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너무나 그리운 마리 언니. 고마워요, 내 사춘기에 함께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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