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에서 만나다
토니 브래드먼 엮음, 김화경 옮김 / 동산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친절하게도 책 뒤에 마련된 정보페이지에는 난민(Refugees)에 대한 정의도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다.'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어 자신의 나라를 떠나 국경을 넘은 사람이나 분쟁 혹은 일반화된 폭력 사태로 인해 나라를 떠나 돌아갈 수 없는 사람'. 

모두 11편의 이야기로 엮어진 본문을 읽으며 문득 '나라를 떠날' 이유가 없음에, 또한 난민으로 낯선 세상에 떠돌아 다니지 않음에, 나를 난민으로 떠돌게 하는 '나의 나라'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한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내전으로 조국 콩고를 떠난 일곱 살 사빈이나 에티오피아와의 기나긴 전쟁으로 에리트레아에 엄마를 남겨두고 떠나온 카림, 정치적 이유로 영국으로 밀입국한 사미얼,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베트남 전쟁을 피해 탈출한 후이, 군사 독재 정권의 강제 징병을 피해 에티오피아를 떠나온 대니...하나같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택했던 탈출은 그러나 아직은 여린 새싹같은 아이들에게 온전한 피난처가 되지 못한다.

일단은 난민신청 자격이 되어야겠기에 영문도 모른 채 부모들과 함께, 또는 부모들에게 등 떠밀려 조국을 버리거나 혹은 탈출하거나 하는 것조차 위험천만한 모험으로 지친 아이들. 그 후에도 절로 난민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결코 '난민'이란 이름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선, 자신의 위급한 처지를 인정받는 난민자격을 얻어야 그나마 '추방'이라는 두려운 것에서 안심할 수 있을 정도이며, 난민이 된다하더라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은 그들에게 좀처럼 안식을 느끼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새삼 조국이란 울타리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고나 할까.......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조국을 떠나야 했던 아이들이 낯선 이국의 땅에서도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망이 그치지 않는 것을 보니 안타까움이 밀려옴과 더불어 한편으로 내와 딸아이에게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나라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하긴 언젠가 가정폭력으로 인해 국내(한국)에서 학업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캐나다에서 난민신청이 허가된 뉴스를 듣고 뜨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도 그 경우의 난민신청 사유가 이 이야기처럼 심각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여기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세계의 어느 곳에서는 피치 못할 이유로 난민이 되려는 사람들과 또 난민을 인정하느냐마느냐로 고민하는 나라들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비록, 우리 역시 연이은 사건으로 온국민이 실의에 빠져있고 전쟁의 위협까지도 염려하고 있는 현실이지만....국가의 안위에 따라 우리의 앞날도 쉼터에서 만난 아이들의 처지와 같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어느 때보다 국가의 안전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더불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을 나라 밖으로 내몰아 여기저기 떠도는 난민으로 살아가게 하는 몹쓸 세상이 꿈인듯 사라지고, 온세상 구석구석에서 아이들의 환한 웃음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앞표지에 철조망너머 아이의 공허한 눈망울 가득 희망이 채워지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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