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숲>의 책들은 왠지 나무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잘 마른 나무의 냄새가 아니라 물기를 가득 머금은 듯한 축축한 나무의 냄새가...... 아직 많은 책들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출판사의 이름이 그래서인지 '정성을 다한 아름다운 책만 펴낸다'는 앞부분의 매번 만나는 글귀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무숲> 책들에 담긴 이야기를 읽고나면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번엔 이름도 생경한 한 화가를 만났다. '자연의 색채를 사랑한 화가' 이인성을. 그의 그림조차 이 책을 통해 처음 보았지만, 여느 화가가 그렇듯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신의 그림을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았던 천재 화가 이인성. 어려운 가정형편때문에 중학교에 진학도 못한 그가 훗날 그의 스승이자 후원자가 된 서동진을 만난 것이 얼마나 천만다행인지.....아마도, 하늘은 무책임하게 천재를 내려보내지는 않나보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선미술전람회의 입선과 특선으로 촉망받는 화가로, 혜성처럼 나타난 화가 이인성은 지역 유지들이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고자 할만큼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니 얼마나 좋았을까.... 마침내, 꿈을 안고 떠난 일본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제국미술전람회에서 입선을 하며 '천재 화가'로 떠올랐다고는 하지만 화집 살 돈조차 없어 그림엽서나 작품 사진을 모아 화집처럼 만들어 그림을 연습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가을 어느 날>은 색채며 화풍이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들>이란 작품을 망설임없이 떠올리게 하였다. 그러나, 들판의 해바라기며 옥수수와 순박한 처녀 영자는 여지없이 우리네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마냥 행복할 것 같았던 첫번 째 아내의 죽음과 두번 째 아내의 가출을 겪으며 남겨진 두 딸아이를 키우는 동안 그에게 정신적 피폐함을 남겨주었던 것일까..... 두 딸들에게 자상한 아버지였다고는 하지만 그가 그린 딸들의 모습에서는 왠지모를 슬픔이 묻어난다. 태평양 전쟁으로 미술 재료를 구하기 어렵던 시절 커다란 작품의 크기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는 <해당화>라는 작품이 나의 시선을 잡는다. 공포탄 대신 실수로 쏜 총에 맞아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한 천재 화가 이인성. 서른아홉 이란 나이가 너무나 허망하게 느껴진다. 6.25전쟁으로 어수선하던 시절이어서 그의 죽음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자신의 천직을 그림 그리는 것으로 알고 그림 속에서 살고 그림 속에서 괴롬과 함께 사라진다며 누구에게도 자신의 개성을 짓밟히기 싫어했던 화가는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래서일까... 한 때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천재 화가였음에도 정작 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보다. 천생 화가로 살고파 했던 천재 화가 이인성의 작품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가 사랑했던 자연의 색채를 고스란히 담은 그의 작품들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