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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가 거미줄에서 탈출했다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39
김용택 엮음 / 사계절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섬진강'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선생님이 시골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연속에서의 배움을 실천하고 있는 풍경을 TV화면을 통해 보면서 무척이나 부러워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방송을 본 후 얼마쯤 지나서 였을까.... 도시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김용택 선생님이 가르치는 그곳 학교로 전학을 시킨다고 하는 말을 듣고 열성엄마들의 극성스러움에 혀를 내둘렀던 적이 있었다.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는 이유야 어떻든 자연과 함께 어린시절을 추억할 아이들이 몹시도 부러웠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서너 명을 가르치던 김용택 선생님이 작년에는 열네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풀잎 끝에 맺힌 이슬방울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진, 가장 진지한 2학년 아이들, 그러나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끝없이 움직이며 복잡한 세상을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2학년 아이들이라고 김용택 선생님이 소개한 아이들의 시와 일기가 그림과 함께 담겨 있는 글을 읽다보면 아직은 삐뚤빼뚤 서툴기만한 아이들의 순수가 그래도 뚝뚝 흐르는 것 같다.
다듬어져 잘 지은 글이 아니어서 아이들의 틀린 맞춤법 그대로 실린 글이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한다.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느릿느릿 달팽이 가족들, 검정 잠자리를 피해 달아나다 배나무에 부딪쳐 기절한 고추잠자리, 아무 집에나 똥을 싸놓은 참새, 성준이의 손을 피해 도망치던 여치가 거미줄에 걸리고 마침내 탈출한 여치, 파리를 꽁꽁 묶고 있는 거미..... 자연과 함께 살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풍경들.... 아이들이 쓴 글에는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있다.
더불어 아이들의 생활도 솔직하게 담겨있다. 물에 잠긴 다리때문에 학교에도 못 가고, 생일도 챙겨주지 못하고, 새와 모기도 살고 있는 밤하늘과, 일만 하고 돌아가는 삼촌의 모습과 한숨쉬는 엄마의 모습까지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보이는 생활이 시로 일기로 표현되어 있다.
김용택 선생님이 절대 무사하지 못했다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아이들의 모습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아이들의 글을 읽다 문득 그 아이들의 또래인 딸아이의 일상이 휘리릭~ 지나간다. 학교와 학원 두어 군데만 다녀와도 하루해가 다 가고 막상 놀시간도 넉넉치않은 딸아이. 아마도 대부분 도시 아이들의 생활일 것이다.
놀 시간이 있어도 자연의 아이들과 달리 집안에서 만들고 그리고 책을 읽으며 지낸는 것이 노는 것이다. 흙내음도 없고 풀냄새도 없고 따스한 햇살도 없는...... 도시는 도시대로 시골은 시골대로 나름의 빈곤에 허덕이는 아이들.... 서로 가지지 못한 풍요로움만을 생각한다면 슬프지 그지 없을 요즘의 아이들.....
그러나, 김용택 선생님의 시골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그 속에 담긴 아이들의 마음의 빛깔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살고 있는 자연을 그려 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