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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
한재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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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대학 졸업 이후로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직장에 들어가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 이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가 살아 남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가 판가름난다. 결국 공부는 학창시절에만 하는 게 아니라 나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현역에서 물러날 때까지 혹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지상 과제인 것이다. 그래서 나를 비롯해 많은 직장인들이 바쁜 와중에도 자기계발서를 뒤져가며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학창시절에 하는 공부와 사회에서도 해야 하는 공부를 효과적으로 잘할 수 있을까?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은 그 답을 '혼공', 즉 혼자 하는 공부에서 찾는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챕터로 이뤄져 있다. 먼저 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려 한다. 심리학자인 앤더스 에릭슨은 음악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에릭슨은 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에게 '실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활동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악기 연주를 하는 학생 모두가 한 가지 활동을 짚었다. 그것은 바로 '혼자 하는 연습'이었다.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위의 음대생들처럼 혼자 공부해야 학습 효과를 늘릴 수 있다. 그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혼자 공부해야 확실히 공부를 잘할 수 있다. 뇌는 기억을 저장할 때 일정 매뉴얼을 따르는데, 이 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면서 공부하려면 혼자 공부해야 한다. 둘째, 시간이 단축된다. 셋째, 돈이 들지 않는다. 넷째, 원래 공부는 혼자 해도 되는 것이다.

 '재미'라는 말의 어원은 '늘어나는 맛'이다. 공부에서 재미를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 공부는 결국 1. 읽는다, 2. 외운다, 3. 제대로 외웠는지 확인한다는 행위를 무한대로 반복하는 과정이다. 이때 3번을 제대로 해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공부 실력을 가르는 것은 결국 공부하는 양이다. 이 말은 올바른 방법으로 충분히 노력하면 누구나 공부를 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올바른 방법은 바로 '혼공'인데, 이때 우리의 노력량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시간'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어서 뛰어난 성과를 내려면 일정 시간 이상 노력해야만 한다. 실제로 어떤 분야에서 천재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혼자 하는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두 번째 요소는 바로 '올바른 방법'이다. 노엘 티치에 따르면 인간이 하는 일은 '안정 영역, 성장 영역, 공황 영역'에 속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장 영역이다. 인간이 조금만 더 애를 써서 이룰 수 있는 일들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 바로 성장 영역이다. 그리고 올바른 연습도 성장 영역에 들어 있다. 올바른 연습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골라내어 집중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실력 향상을 위해 설계된 활동이어야 한다. 둘째,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 셋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공부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원칙이 생긴다. 1.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탐색한다, 2. 그 부분을 반복한다, 3. 피드백을 받는다.

 공부란 '외부의 자극을 뇌의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것'이다. 장기기억은 하루 이상 지속되는 기억이다. 기억 저장은 물리적 현상이다. 기억 저장은 뇌속에서 일어나는 일로, 기억이 저장될 시 뇌의 뉴런 모양이 변한다. 그리고 뉴런과 뉴런이 연결되어 시냅스가 탄생한다.

 뇌는 네 단계를 거쳐 기억을 저장한다. 1. 구체적 경험, 2. 성찰적 관찰, 3. 추상적 가설, 4. 활동적 실험이 그것이다. 이 네 가지 과정 중 한 가지만 생략해도 기억이 제대로 저장되지 않는다. 일종의 뇌의 기억 저장 매뉴얼인 셈이다. 이는 곧 이 네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야 공부를 잘할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가 공부를 하면 외부 자극이 뇌로 전달된다. 이때 뇌속에 있는 뉴런의 모양이 변하고, 시냅스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같은 자극이 반복적으로 뇌에 들어오면, 이 자극과 관련된 미엘린이 생겨난다. 미엘린이란 '뉴런의 축삭돌기를 감싸고 있는 절연 물질'이다. 정확한 신호가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미엘린의 두께가 두꺼워지는데, 이렇게 되면 뉴런이 전달하는 신호의 속도가 빨라진다. 미엘린의 두께를 늘리려면 학습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편, 우리는 공부 시에 구체적 경험과 동시에 성찰적 관찰을 진행해야 한다. 성찰적 관찰이란, 내가 지금 공부하는 내용이 다른 내용과 어떻게 관계되어 있는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가리켜 책에서는 '집중'이라고 한다. 성찰적 관찰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공부 내용이 제대로 저장되지 않는다. 

 공부에 있어서 '배움'과 '익힘'이라는 말이 종종 쓰이는데, 앞서 밝힌 뇌의 기억 저장 단계 중 1·2단계가 배움에 속하고, 3·4단계는 익힘에 속한다. 공부를 할 때는 배움과 익힘이 함께 이뤄져야 학습 효과가 증가한다. 즉, 더 많은 집중을 하고, 미엘린에 정확한 신호를 반복해서 보내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하려면 혼자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부분이 이 책의 챕터 1·2를 이루고 있는 핵심 내용들이다. 챕터 3·4·5에서는 '공부 원칙, 생활 관리, 멘탈 관리'를 다룬다.

 공부 원칙에는 '운동, 목표, 반복, 몰입, 틈틈이'가 속해 있다. 생활 관리에는 '습관 관리, 식사 관리,수면 관리, 시간 관리, 루틴 관리'가 포함되어 있다. 멘탈 관리는 '좌절감이 들 때, 공부하기 싫을 때, 절망감이 들 때'에 필요한 솔루션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책 내용 중에서 뇌의 기억 저장 단계가 가장 인상 깊었다. 결국 핵심은 이 매뉴얼을 충실히 따르면서 혼자 공부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것 같다. 책을 읽고 리뷰를 작성하는 나와 내 리뷰를 보는 사람들 모두가 이 책을 통해 뇌의 학습 원리를 파악한 후 자기 스스로 공부함으로써 각자의 분야에서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 반열에 오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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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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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역사의 역사9권의 역사서와 그 책을 집필한 역사가들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책에 담은 역사적 사건을 담고 있다. , 역사서의 대상이 된 역사적 사건과 그것을 바라본 역사가들의 기록을 담은 책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역사의 큰 물줄기(역사적 사건 및 배경)와 작은 물줄기(사건을 바라보는 역사가의 관점)를 한데 엮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9권의 역사서 중 일부 책의 물줄기를 소개한다.

 

 제1장인 '서구 역사의 창시자,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다룬다. 서구 지식인들은 헤로도토스(B.C. 484?~B.C. 430?)'역사의 아버지'라 부른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B.C 106~B.C. 43)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최초의 역사서로 보았다. 이와는 정반대로 레오르트 폰 랑케(1795~1886)는 투키디데스(B.C 460?~B.C. 400?)'역사 서술의 창시자'로 지목했다. 두 인물들 간의 시각차가 생긴 이유는 키케로가 '이야기'를 중시한 반면에, 랑케는 '사실의 기록'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B.C. 6세기 말엽에 거대 제국을 이룬 페르시아와 그리스 세계 간의 전쟁을 다뤘다. B.C. 490년에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는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정벌하러 그리스 세계를 공격한다. 하지만 마라톤 전투에서 아테네군에게 패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 B.C. 480년에는 다리우스 1세의 아들인 크세르크세스 1세가 그리스 세계를 침공한다. 페르시아군은 계속해서 승승장구했지만 살라미스섬 근처 해협에서 그리스 연합 해군에게 대패하고 만다. 이렇게 그리스 세계는 당대 최대의 제국이었던 페르시아의 공격을 막아냈다.

 

 투키디데스는 그리스 세계 내에서 일어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소재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집필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전의 그리스 세계는 아테네를 맹주로 한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 중심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 두 진영은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국지전을 벌였다. 그러던 중 두 진영은 B.C. 445년에 30년간 휴전하기로 합의한다. 하지만 동맹 간의 갈등은 계속됐고, B.C. 431년 봄에 스파르타의 동맹국 중 하나였던 테베가 아테네의 동맹국인 플라타이아이를 공격하면서 전쟁의 불씨를 댕기고 만다. 두 동맹은 6년의 휴전기가 있었던 전쟁 초기를 제외하고 계속해서 싸웠고, 결국 B.C. 404년에 아테네가 항복을 선언했다. 이로써 그리스 세계 내의 전쟁에서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승리하게 되었다. 전쟁의 결과로 그리스 세계 내의 패권은 스파르타와 주변 동맹국들이 쥐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오랜 내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그리스 세계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에게 정복당한다. 이후 2,000년간 그리스 사람들은 그리스 땅에서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지 못했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가 역사를 쓴 목적은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의 역사 서술 대상은 달랐다. 헤로도토스는 '세계사'를 썼다. 그에게 페르시아 전쟁은 그가 알던 세계 전체인 그리스와 페르시아가 벌인 세계대전이었다. 헤로도토스는 그의 저서에서 이 두 세계를 차별 없이 서술했다. 투키디데스는 '그리스 민족사'를 썼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그리스 세계를 이루고 있던 구성원들이 벌인 내전이었다. 아테네 시민이었던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인의 시각에서 벗어나 그리스 세계의 한 일원으로서 이 전쟁을 바라봤다. 그는 이 정체성과 관점을 토대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써내려갔다.

 

 제5장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훑어본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사회를 대립하는 계급의 통일체로 보고 그들의 투쟁과 그 투쟁이 만든 사회 변화 과정을 역사라고 정의했다. 그렇게 그는 그때까지 왕과 왕조·국가·민족을 토대로 서술한 역사를 반쪽으로 만들고, 노예·농노·농민과 같은 피지배 계급을 역사의 주역으로 불러왔다. 이는 지배 계급이 아닌 억압과 착취에 맞서 투쟁하는 피지배 계급이 사회를 변혁하고 역사를 만드는 주역이라는 얘기다. 산업혁명으로 19세기 중반의 유럽 사회 한쪽에서는 엄청난 부가 쌓였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노동자들이 궁핍과 중노동, 정치적 억압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고통받던 사람들은 마르크스의 이론을 신봉할 수밖에 없었다.

 

 마르크스는 단순히 사회주의 혁명의 필요성만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혁명이 노동자 계급과 공산주의자에게 권력을 안겨 주고 더 나아가 계급 대립과 착취의 역사를 완전히 종식시켜 인류에게 완전한 해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간 생활의 기본은 물질을 생산하는 활동이며, 물질적 이해관계가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

 

 마르크스는 부르지아지가 민주주의 혁명으로 봉건제의 사슬을 해체해 생산력의 폭발적 발전에 기여했다고 보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생산 관계'도 결국 생산력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경제 공황으로 자본주의 사회는 지속적으로 동요하고, 항구적으로 착취당하는 노동 계급의 저항 때문에 영원한 불안과 격동에 시달린다. 마르크스는 생산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문제가 없는 새로운 생산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노동자 계급의 혁명이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현실을 비껴가고 말았다. 그 이유는 유물사관이 내포하고 있는 논리적 모순점에 있다. 사회가 대립하는 계급의 통일체이고 사회 변화의 동력이 대립하는 계급 사이의 투쟁이라고 할 경우, 공산주의 혁명으로 계급과 계급 대립이 폐지되면서 사회 변화의 동력이 없어지고 역사가 종말을 맞기 때문이다.

 

 제6장은 민족주의 역사학을 대표하는 박은식, 신채호, 백남운의 사상과 책을 소개한다. 먼저 조선의 역사가들이 역사를 연구하고 서술하게 된 이유는 조선 사람의 각성과 단결을 촉진하고 항일 투쟁을 북돋으려는 것이었다. 이에 끌려 민족을 중심으로 과거를 재구성하고 현실을 기록한 작업이 바로 '민족주의 역사학'이다. 조선의 민족주의 역사학자들은 조선 민중의 용기와 자부심을 위해 역사를 재구성했다.

 

 박은식(1859~1925)1915년 상해에서 조선의 망국 과정을 정리한 한국통사를 출간했고, 1920년에는 또 하나의 당대사인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발표했다. 그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데 초점을 두고 한국통사를 썼으며, 이 철학은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도 담겨 있다. 한국통사1편은 한반도의 지리와 역사, 주요 도시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상고 시대부터 삼국 시대, 통일 신라, 고려와 조선에 이르는 역사를 요약했다. 2편은 고종이 즉위하고 대원군이 섭정을 시작한 1863년부터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까지 쇄국 정책과 천주교 탄압, 국정 부패와 정치적 혼란, 일본의 침탈 과정을 담고 있다. 3편은 1897년 대한제국 선포에서 러일전쟁과 을사늑약을 거쳐 합방 늑약에 이르는 상황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 항목은 안명근 의사의 데라우치 총독 암살 미수 사건과 총독부가 105명의 민족 지사를 체포한 1911년의 '105인 사건'을 조명한다. 박은식은 '한국'이란 국호를 썼는데, 여기서 '한국'은 고종이 내세운 '대한제국'의 약칭일 수도 있고, 군주국 조선과는 다른 국민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박은식의 정치 철학을 나타낸 것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서적인 한국독립운동지혈사1884년에 있었던 갑신정변부터 1920년까지의 독립 투쟁으로 이뤄져 있다. 박은식은 조선 민중에게 조선의 역사를 각인시키고자 이 두 권의 책을 썼다.

 

 또 다른 역사학자인 신채호(1880~1936)는 고대사를 썼다. 망한 지 오래인 조선의 정신을 살려내고자 조선의 고대사를 끄집어낸 것이다. 그는 고대 우리의 생활 터전이 대동강 이남이 아닌 만리장성 바로 너머의 요동 지역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우리가 원래 한반도 작은 땅에 만족하며 살아온 것이 아니라 중국의 왕조에 맞서 힘을 겨루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신채호는 역사를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이라 정의했다. 대립하는 것의 투쟁을 역사 발전의 동력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신채호의 역사 철학은 유물사관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는 역사를 계급 투쟁에 가두지 않고 역사의 ''를 민족으로 확장했다.

 

 조선의 경제사학자 백남운(1895~1979)조선사회경제사조선봉건사회경제사를 집필했다. 그는 조선사회경제사에서 선사 시대부터 원시 부족 국가 시대와 삼국 시대를 거쳐 통일 신라에 이르는 고대사를 서술했다. 백남운의 역사 서술 방식은 유물사관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조선의 역사도 원시 공산 사회-노예제 사회-봉건 사회-자본주의 사회라는 인류의 보편 법칙에 따라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삼국 시대를 노예제 사회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백남운은 역사 발전 단계론을 민족사에 대입했을까? 아마 민족해방투쟁의 수단으로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선택했을 것이다. 게다가 유물사관은 일제가 퍼뜨린 '조선특수사회론'을 깨뜨릴 이론적 무기가 될 수 있었다. 백남운은 유물사관에 입각해 민족사를 서술함으로써 조선이 식민 지배에서 벗어날 자격이 있다는 희망을 퍼뜨리고 싶었다.

 

 제7장은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에 관해 얘기한다. 카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매우 유명한 어록이다. 카에 의하면, 과거의 사실 가운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하는 기준과 그 사실들을 일정한 관계로 맺어주는 해석의 관점은 역사가를 둘러싼 현재 환경과 역사가의 경험, 역사가의 이념과 개인적 기질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카는 사실과 역사가의 상호작용이 불가피하고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 사이의 대화가 이뤄진다고 보았다. 결국 역사란 오늘을 사는 역사가들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카는 자신의 저서 제5장과 제6장에서 인류 사회의 미래를 전망했다. 그는 여기서 역사에 관한 아주 근원적인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은 "역사는 진보하는가? 역사의 진보에는 정해진 방향이나 목표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진보가 종착점에 도달해 역사가 종말을 맞을 때가 올 것인가?"이다. 카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원자폭탄 투하, 냉전 시대의 이념 대립과 군비 확장 대결을 고스란히 지켜봤음에도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봤다. 그는 인간 잠재력의 지속적인 발전을 역사가 증명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역사에는 미리 정해진 방향이나 종착점이 없으며 진보의 방향과 내용은 역사 그 자체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카는 과학 기술 발전에 주목했는데, 그 이유는 과학 기술 발전에서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8장에서는 슈펭글러와 토인비 그리고 헌팅턴의 작품을 소개한다. 토인비는 서구 중심의 사고를 벗고 인류 문명의 역사를 서술했다. 그 책이 바로 역사의 연구. 토인비는 책에서 현존하는 문명의 표본을 서유럽 사회, 정교 그리스도교 사회(아나톨리아·러시아·시베리아 전역), 이슬람 사회(이란·아랍·아프리카·중앙 아시아·서남 아시아), 힌두 사회(인도), 동아시아 사회(한국·중국·일본) 등으로 분류했다.

 

 기본적으로 역사의 연구는 문명 탄생과 성장, 쇠락과 해체의 과정과 이를 관통하는 원리를 이야기한다. 토인비는 사실을 토대로 문명의 흥망성쇠를 지배하는 일반 법칙을 찾아 문명의 역사를 서술했다. 그는 어느 하나의 요인만으로는 문명의 흥망성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인비는 환경 변화와 다른 문명에 대한 대응 방식과 그 과정에서 문명 내부에 형성되는 집단적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도전과 응전의 패러다임'을 고안했다. 이 프레임에 따르면, 문명의 발생과 성장 그리고 쇠퇴와 소멸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 안팎에서 생겨나는 도전에 대한 응전의 성패 여부다. 문명은 응전에 성공하면 성장 및 발전하지만, 실패하면 쇠퇴하고, 실패한 응전이 지속되면 결국 해체된다. 그리고 문명도 사람처럼 새로운 도전이 없을 때 성장을 멈추며, 지나치지 않은 수준의 적당한 도전이 있을 때에는 성장하게 된다.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1927~2008)1996년에 문명의 충돌을 발표했다. 책은 냉전 체제 해체 이후의 국제 질서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 헌팅턴은 경제적 기본 질서와 정치 제도보다는 종교를 중심으로 한 문화의 차이가 국제적 갈등과 폭력적 충돌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현존하는 주요 문명으로 중화(중국·동남아·베트남·한국 등), 일본, 힌두(인도), 이슬람(아랍·터키·페르시아·북아프리카와 동부 해안·말레이 등), 정교(러시아), 서구(유럽·북아메리카·호주),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를 꼽았다.


 이 밖에도 헌팅턴은 다문명 세계 체제에서 생기는 문명의 충돌 현상을 설명하고자 지질학 이론을 활용했다. 지진은 대부분 판과 판이 접하는 '단층선'에서 발생한다.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이 일어나는 원리도 이와 같다고 보았다. 그는 지속적이며 심각하고 대규모로 이뤄지는 분쟁과 전쟁은 주요 문명이 만나는 단층선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같은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인류 사회가 이미 다문명 체제에 들어섰음을 인정하고, 단층선 분쟁이 폭력으로 비화해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제안은 실천하기 어렵다. 보편주의와 상대주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챕터인 9장에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 , 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가 포함되어 있다. 먼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과학자이자 작가이며 저널리스트다. 그는 문명 발생 요인과 관련해 환경설을 지지했다. 피부색과 신체 특성이 어떻든지 모든 사피엔스는 동등한 지적·정서적·육체적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문명의 발전 속도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환경 외에는 없다는 주장이다. 다이아몬드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500년 동안 유럽인이 나머지 세계를 정복하고 현대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타 대륙 사람들보다 더 잘나서가 아니라 우연히 유리한 환경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그 환경의 차이로 대륙별로 다르게 분포된 야생 동식물, 확산과 이동의 속도에 미치는 요인, 대륙마다 달랐던 고립도의 차이, 서로 다른 대륙의 면적과 인구를 들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역사에 일정한 방향이 있는가? 역사는 정의를 실현하는가? 역사의 발전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에 관한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하라리는 7만 년쯤 전에 일어난 인지혁명을 역사의 출발점으로 보았다. 이 혁명으로 인해 사피엔스가 사회 조직이나 문명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지혁명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생물학적 사건이었다. 사피엔스는 뇌 배선이 달라지는 생물학적 돌연변이 덕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으며 협동하는 능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이다. 그 다음으로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법인과, 인권, 국민 주권 개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피엔스는 이것들을 믿으면서 거대한 공동 행동을 조직했고, 결국 지구 생태계의 패권을 차지했다. 사피엔스는 인지혁명을 거치면서 생물학의 영역을 넘어 역사의 무대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들이 믿는 가상적 실재와 그것이 유발한 행동 패턴의 다양성이 서로 다른 문화의 주된 요소가 됐다.


 약 1만 년쯤 전에 어떤 사피엔스들이 부드러운 흙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었다. 이는 농업혁명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하라리는 농업혁명을 역사의 최대 사기라고 비판한다. 여기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하라리는 농업혁명 자체를 사기라고 지적한 게 아니다. 그는 "역사가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며, 역사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문화는 반드시 호모 사피에스에게 가장 좋은 문화"라는 통념을 공격한 것이다. 하라리에 따르면, 농업혁명 이후의 농부가 수렵채집 시대의 조상보다 더 행복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하라리는 이 같은 주장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어떤 생물 종의 진화적 성공이 그 종에 속한 개체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하라리는 과학혁명을 사피엔스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큰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과학혁명으로 사피엔스가 자신을 넘어 다른 생명의 운명까지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라리는 과학 기술의 발전보다는 인간 공동체의 역사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지구 제국'을 형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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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윤흥길 지음 / 현대문학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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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에서 '완장'을 검색하니 '신분이나 지위 따위를 나타내기 위하여 팔에 두르는 표장'이라고 나온다. 이 뜻에 의하면 완장은 권력을 상징하는 하나의 도구인 듯싶다. 이 같은 완장과 관련해 자주 쓰이는 말이 있다. 바로 '완장질'이다. 권력을 쥔 자가 그렇지 못한 자를 억압한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아마 '갑질'과 유사한 것 같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은 완장을 매개로 완장질과 다양한 인간 군상, 권력의 부질없음 등을 나타낸다.

 이곡리 이장 최 익삼과 지역 유지인 최 사장은 판금 저수지 감시인을 물색하고 있다. 이 저수지는 이곡리와 앙죽리·법계리에 둘러싸인 저수지로, 최 사장의 재산이다. 둘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임종술을 감시원에 앉히기로 결정한다. 종술은 마을에서 난폭하기로 소문난 사내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그를 꺼리다 못해 두려워한다. 익삼과 최 사장은 이 점을 노렸다. 마을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종술을 감시원으로 쓰면, 감히 마을 주민들이 저수지에서 제 멋대로 낚시를 할 수 없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익삼은 종술이에게 감시원임을 증명하는 완장을 준다. 완장에는 '감시'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종술은 그 글자를 '감독'으로 바꾸고, 완장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한다. 그는 감시를 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늘 완장을 차고 다니면서 자랑질을 해댄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자 종술에게 완장은 그 자체가 된다. 종술이 이렇게 완장에 집착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가 살아오는 동안 완장 찬 이들 때문에 많은 고초를 겪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완장을 찬 종술은 당당하게 마을을 활보하고 다닌다. 버스에 무임승차를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더 자주 행패를 부린다. 그야말로 완장질의 연속이다. 그런데 이런 종술이에게도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종술이가 즐겨 다니는 실비주점에서 일하는 작부 김부월이다. 종술은 부월이에게 항상 애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부월이는 종술이에게 쌀쌀맞게 군다. 난폭한 데다 능글맞은 종술이마저 그녀에게 만큼은 감히 대적하지 못한다. 부월이는 종술이가 던지는 추파를 외면하면서도 서서히 그에게 끌린다. 어느 날, 부월이는 종술이를 향한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저수지로 가게 되고, 둘은 텐트 안에서 사랑을 나눈다. 둘의 사랑이 무르익어 가던 때, 부월이가 '마 선생'을 외친다. 마 선생은 부월이가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영어 선생님이다. 그녀에게 마 선생은 멋진 남자를 뜻한다. 그 소리를 들은 종술이는 부월이를 추궁한다. 이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익삼이 찾아온다. 익삼이를 본 부월이는 황급히 도망간다. 익삼은 종술에게 며칠 뒤에 최 사장이 저수지에 놀러올 것이라고 알려준다. 이 일이 있은 후, 마을에는 종술과 부월이 사이에 있었던 일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다. 그 누구도 종술이 앞에서 그 일을 언급하지 못했지만, 종술이는 자신과 부월이 사이에 있었던 일이 소문으로 떠돌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한껏 예민해진 그는 마을 주민들에게 횡포를 부린다.

 드디어 최 사장이 저수지를 찾았다. 그는 동네 요정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을 데리고 왔다. 최 사장은 자신의 저수지에 있는 양어장에서 물고기를 낚으려고 했다. 그런데 부월이와의 일 때문에 한껏 심통이 나 있는 종술이가 이를 가로 막는다. 이 일로 종술이는 감시원에서 해고된다. 하지만 종술이도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는다. 그는 매일 저수지에 출근해 자신의 분신인 완장을 차고 저수지를 감시한다. 심지어 자신을 대신해 감시원을 맡을 만한 동네 사내들을 찾아가 협박을 하고 다닌다. 종술이의 기민한 대처 때문에 새 감시원을 구해야 하는 익삼이만 애를 먹는다.

 한편, 부월이는 종술이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종술이의 딸인 정옥이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부월이는 정옥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를 찾아간다. 정옥이를 만난 부월이는 정옥이에게 맛난 것과 예쁜 옷을 사준다. 이 일은 종술이의 귀로도 들어간다. 종술이는 주점으로 가 부월이와 언쟁을 한다.

 마을에는 길고 긴 가뭄이 찾아왔다. 마을 주민들은 가뭄 때문에 근심에 빠진다. 이에 수리조합은 사흘간의 준비를 거친 후 저수지의 수문을 열기로 결정한다. 저수지의 수문이 열린다는 것은, 곧 종술이가 완장을 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사자인 종술이는 이 일을 새까맣게 모르고 지낸다. 그러던 중 종술은 마을에서 우연히 익삼이와 마주친다. 익삼이는 종술이를 약올리듯 저수지 수문 개방 소식을 알린다. 종술이의 눈앞이 깜깜해진다. 완장을 잃을 걱정에 종술이는 마을에서 또 행패를 부리고 다닌다. 이 모습을 본 종술의 어머니, 운암댁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가뜩이나 마을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는 아들이 완장을 놓게 된다면, 필히 마을 사람들의 울분이 터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운암댁은 부월이를 찾아간다. 그녀는 부월이에게 종술과 정옥이를 데리고 이 마을을 떠나라고 부탁하고, 부월이는 이를 승낙한다. 저수지 물이 빠지기 하루 전날, 부월이는 저수지를 찾아간다. 그녀는 뗏목을 타고 순찰 중인 종술이에게 자신과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하지만 종술이는 요지부동이었다. 부월이는 종술이 차고 있는 완장이 별것 아닌 권력이라고 말하면서 재차 그를 설득한다. 결국 종술이는 부월이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부월이는 자신과 함께 떠날 종술이의 완장을 건네 받아 저수지에 버린다.

 다음 날, 저수지의 수문이 열렸다. 그 장소에는 운암댁이 있었다. 운암댁은 저수지의 물에 물고기가 휩쓸려 가지 않도록 쳐 놓은 그물에 아들 종술이 찼던 완장이 걸려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부월이는 종술이를 설득하면서 완장의 부질없음을 역설한다. 그녀는 완장은 하빠리들이나 차는 것이며, 진짜 완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수성찬은 눈에 보이지 않는 완장들의 것이라며 종술이에게 일침을 날린다. 부월이의 말에 따르면, 진짜 실속은 종술이를 감시원에 앉힌 최 사장과 익삼이의 것이다. 그런데도 종술은 완장을 찬 자신이 대단한 권력자인 것처럼 굴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온갖 완장질을 해 왔다. 어찌보면 완장은 판금 저수지의 감시원일 뿐인 종술에게 자기 멋대로 해도 된다는 것을 보장하는 보증 수표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종술은 완장을 찰 만한 재목이 아니었다. 그는 완장을 찬 이후 본인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동시에 자신이 주민들에게 행해 온 행태를 돌아봤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완장에 취해 이전보다 더 큰 추태를 저질렀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랴"라는 격언이 있다. 종술이를 보니 사람은 왕관의 무게뿐만 아니라 완장의 무게도 견딜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왕관에 비해 완장의 비중은 작다. 그러나 완장 역시 하나의 권력이긴 매한가지다. 완장을 찬 이는 왕관을 쓴 자와 완장조차 차지 못한 사람 사이에 속한 중간 관리자 정도 되는 사람일 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는 내가 몸 담고 있는 분야에서 중간 관리자급의 직위에 오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완장을 찬 종술이의 작태는 나에게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은 후 속으로나마 이렇게 외쳐본다. '완장을 차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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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소셜 - 사피엔스에 새겨진 ‘초사회성’의 비밀
장대익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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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는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인간이라는 존재는 탄생 이래로 다른 종들보다 더 큰 집단을 이루고 생활해 오면서 끊임없이 다른 구성원들과 상호작용을 해 왔다. 그리고 인간은 이 과정 속에서 문명을 만들고 유지해 왔다. 결국 인간이 문명을 창조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타 개체와 함께 살아가는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의 장대익 교수는 인간의 오랜 집단 생활 속에서 우리의 DNA 속에 녹아든 이 능력을 가리켜 '초사회성(Ultra Sociality)'이라고 부른다.

 장 교수는 자신의 저서 <<울트라 소셜>>에서 문명 탄생의 원동력인 인간 사회성의 주요 요소들을 키워드로 분류해 그 특징과 함께 관련 실험 결과까지 소개한다. 이 글에서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인 '공감'에 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인간은 누구나 거울신경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 세포는 남이 하는 행동을 보기만 해도 내가 그 행동을 했을 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이 나의 뇌에서도 벌어지게 한다. 심지어 타인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신호를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의 정서 영역에서 거울 작용이 일어나도록 한다. 이는 인간이 인지적 공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간이 이런 높은 수준의 공감 능력을 갖게 되었을까? 그 답은 인간의 집단 생활에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인간은 계속해서 집단 생활을 영위해 왔다. 집단 속에서 인간은 타인의 마음을 읽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것이 결국 인간이 지니고 있는 공감 능력의 진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감 능력은 항상 고정되어 있지 않다. 공감 능력의 발전과 퇴보를 결정짓는 것은 능력을 보유한 사람의 경험과 그 사람이 속한 문화의 영향력이다. 실제로 조직의 이해·공감 능력이 구성원들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즉, 조직의 구성원들이 어떤 사람들에 둘려 싸여 있고, 어떤 환경 하에서 일하고 있느냐가 그 조직의 이해 및 공감 능력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어떻게 구성원의 이해 및 공감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다양성 지수를 높이는 것이 여러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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