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 라이벌 난장사
남무성 그림.각색, 황희연 글 / 오픈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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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산업 분야가 타격을 입으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그리고 이처럼 어려움에 빠진 분야 중 하나로 '영화 산업'을 들 수 있다.

 지난 12월 14일에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의 '코로나19 충격: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가결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관객수 급감 현상이 두드러졌고, 그 결과 올해 11월까지의 극장 매출액은 4,98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동월 기간 매출액인 1조 7,273억 원 대비 71.2% 감소한 결과다. 최근 3차 확산이 시작되면서 12월 전망도 흐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년 동월 대비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한 4월의 93.4%를 2019년 12월 극장 매출액에 적용해 산출한 올해 12월 매출액 추정치는 123억 원이다. 이를 더한 2020년 극장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1조 4,037억 원) 감소한 5,103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며 희망에 부풀었던 영화계와 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다.

 이렇게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영화업계 종사자와 영화팬들이 기념할 만한 날이 다가왔다. 바로 '영화 탄생의 날'로, 이른바 영화의 '생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12월 28일은 영화 탄생 125주년이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업계 종사자들과 팬들이 함께 즐기며 보냈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럼에도 영화 탄생 125주년 기념하기 위해 영화의 역사를 짚어 보고자 한다.

 영화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참고할 책은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이다. 이 책은 만화를 통해 영화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설명한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 영화감독들의 라이벌 구도에 기초해 영화 발전의 흐름을 짚는다.

 '제7의 예술'로도 불리는 영화의 생일은 비교적 명확하다. 바로 1895년 12월 28일이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 사는 상류층들은 4번가에 있는 '르 그랑 카페'로 몰려 들었다. 평상시 이 카페는 커피를 마시면서 예술과 문화, 사회, 정치를 논하는 곳으로 쓰였지만, 이 날의 쓰임새는 달랐다. '뤼미에르 형제'의 주최 아래 세계 최초의 영화 상영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촬영과 영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장치에 더해 한 장소에서 여러 명이 영화를 관람하는 형식이 현재의 일반적인 상영 방식과 같기 때문에 1895년 12월 28일을 '영화 탄생의 날'로 본다.

 사실 영화의 발명가는 '토머스 에디슨'이다. 축음기를 개발한 후, 에디슨은 녹음한 소리를 들려주는 '소리방'을 열어 큰돈을 벌었다. 1889년, 그는 사진을 이어서 볼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 시작해 1893년에 완성한다. 이 기계의 이름은 '키네토스코프'. 이후 에디슨은 영화 촬영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런데 에디슨의 기계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한 사람씩만 볼 수 있는 데다가 상영 시간이 20초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 독일 베를린의 '막스 스클라다노프스키' 형제는 '바이오스코프'라는 영사기를 만든다. 이 장치는 에디슨과 뤼미에르 형제의 것보다 상영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스클라다노프스키 형제는 기계의 상업화에 실패했고, 이때부터 뤼미에르 형제의 활약이 시작된다.

 뤼미에르 형제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만든 영사기를 활용해 대대적인 상영회를 가졌다. 이들이 상영회를 연 르 그랑 카페에는 '판타지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르주 멜리에스'도 있었다. 상영회가 끝난 후 멜리에스는 뤼미에르 형제와 협상을 벌이지만, 뤼미에르 형제는 멜리에스의 제안을 거절한다.

 결과적으로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산업은 오래 가지 못했다. 비슷한 기계를 발명한 사람들이 늘어났고, 사람들은 더 좋은 시설을 갖춘 극장으로 옮겨 갔다. 뤼미에르 형제는 경영난을 겪게 되었고, 결국 제작을 중단하고 만다.

 한편 조르주 멜리에스는 당시 '로베르우댕'이라는 마술 극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1896년 초, 멜리에스는 독학으로 영사기를 개발했다. 이로써 뤼미에르 형제와 멜리에스의 경쟁이 시작된다. 뤼미에르 형제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담은 반면에 멜리에스는 마술적 트릭을 영화에 적극 적용했다. 멜리에스가 만든 최초의 트릭 영화는 '사라진 귀부인'(1896)이다.

 1897년, 멜리에스는 온실 형태의 스튜디오를 만든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스튜디오다. 이 스튜디어에서 만든 영화는 총 500편에 이른다. 대부분이 편집이나 특수효과를 이용한 공상과학 영화였다. 제작 도중 일어난 카메라 고장으로 '이중 노출', '페이드 아웃', '조리개 기술'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제작한 영화 중 대표작은 '달나라 여행'(1902).

 멜리에스의 공상과학 영화는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1903년에는 미국에 사무실을 차리고 영화 판권을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큰 규모의 회사들이 영화 제작에 뛰어들고, 멜리에스의 작품이 낡고 촌스러운 것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이후 영화는 미국에서 산업으로 진화한다. 미국 영화는 전쟁 이전까지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영화와 경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럽이 전쟁에 휩싸이자, 미국은 유럽으로부터 선진 문물을 들여와 산업으로 발전시켰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영화'다. 영화가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미국 최초의 상설 극장인 '니켈로디언'이 문을 열게 됐고, 영화는 미국 노동자들의 최고 유흥 거리로 자리를 잡는다. 이후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할리우드 시스템'과 함께 '스타 시스템', '스타 배우'가 탄생하며 영화의 황금기가 시작된다.

 영화의 역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등의 스타 배우, '하워드 호크스'와 '존 포드', '앨프리드 히치콕'과 '오손 웰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세르지오 레오네', '마틴 스코세이지'와 '우디 앨런' 등의 감독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영화의 발전과 진보에 기여했다.

 현재 코로나19는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계에 큰 시련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화는 영광의 순간뿐만 아니라 좌절과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진일보했다. 그렇기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인터스텔라'(2014) 속 명대사처럼 영화계가 반드시 답을 찾아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팬들에게 이전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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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3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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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페터 한트케'의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 세상에 나온 지 만 50년이 되는 해이다. 작품은 한트케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1972)되기도 했다.

 책은, 한때 잘나갔지만 건축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는 '요제프 블로흐'가 자신을 향한 현장감독의 눈빛을 본 후 해고를 직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공사장에서 나온 블로흐는 극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매표원으로 일하는 게르다와 하룻밤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난 게르다는 블로흐에게 "오늘 일하러 가지 않으세요?"라고 질문하고, 이를 들은 블로흐는 갑자기 그녀의 목을 졸라 죽인다. 이후 블로흐는 국경 마을로 피신해 그곳에서 지낸다. 사건을 파악한 경찰이 점차 수사망을 좁혀 오면서, 블로흐는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불안'과 '강박'으로, 블로흐가 게르다를 죽인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월요일'에 던진 게르다의 질문이 직장을 잃은 본인의 불안한 처지를 직시하게 했고, 이것은 폭력을 동반했다. 또 서서히 다가오는 수사망으로 인해서도 불안감을 느끼는데, 저자는 이를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라고 표현했다. 골키퍼로서 활약한 블로흐의 경력을 빌려 범인이 된 그의 불안함을 은유한 것이다.

 해고를 지레짐작한 후 직장에서 나온 블로흐는 주변의 인물과 사물을 과도하게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행위는 국경 마을에서도 이어지며, 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노동 시장과 사회에서 밀려났다는 불안감이 '강박'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블로흐의 '불안'과 '강박'을 보면서,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고용 위기와 전염병의 공포 등으로 인해 불안에 휩싸여 있는 현대인이 떠올랐다. 감염병에 의한 경제적 타격으로 직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 일상에 깊게 스며든 전염병의 공포, 급감한 인간관계로 인한 고립감 등은 우리 삶의 곳곳에서 불안과 강박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이는 '코로나 블루'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블로흐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강박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점차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이와 같은 불안과 강박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누적되면 한 사회 전체가 병들게 된다. 이에 사회 전체가 코로나19의 확산세 저지와 종식에 힘을 쏟으면서, 구성원들의 불안과 강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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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교황'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소통', 들을 때에는 참 좋은 말이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다. 모든 소통이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종류의 소통은 '나'와 다른 사람과 하는 소통일 듯하다. 마음 같아서는 이들과 담을 쌓은 채 살고 싶지만, 우리는 이들과도 끊임없이 소통을 하고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과 소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다 근본적으로 이들과의 소통에 필요한 기본은 무엇일까? 그 답은 영화 '두 교황' 속 두 명의 교황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두 교황'은 '시티 오브 갓'(2002)과 '콘스탄트 가드너'(2005), '눈먼자들의 도시'(2008)를 제작한 브라질 출신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만든 영화이며,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의 각본을 써 2015 영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은 안소니 맥카텐의 각본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19년 제23회 할리우드 필름어워즈 각본상(안소니 맥카텐)을 수상했고,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남우주연상(조나단 프라이스)·남우조연상(안소니 홉킨스)·각색상(안소니 맥카텐)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한니발'(2001)의 '한니발 렉터'로 유명한 베테랑 배우 안소니 홉킨스, '왕좌의 게임'에서 '하이 스패로우' 역을 맡은 조나단 프라이스가 출연해 명품 연기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2005년에 교황이 되어 2013년에 돌연 사임한 '베네딕토 16세'(안소니 홉킨스)와 그의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교황(조나단 프라이스)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하면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가 열린다. 여기서 독일 출신의 추기경 '요제프 라칭거'가 교황이 된다. 그는 매우 보수적인 인물로, 그의 교황 선출은 가톨릭 교회가 보수 성향을 띨 것임을 의미했다. 그가 교황이 된 후 가톨릭 교회는 위기에 처한다. 어린 시절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개인적인 이력뿐만 아니라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문, 교황이 성추문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 교황 측근의 기밀 문서 유출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교회와 교황의 권위가 떨어지고 만 것이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조나단 프라이스)을 자신의 여름 별장으로 불러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전통을 고수하려는 교황과 교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베르고글리오는 서로의 상반된 견해만 확인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추지 않는다.

 영화 속 베네딕토 16세와 베르고글리오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추구하는 방향뿐만 아니라 취향에서도 같은 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계속해서 소통해 나간다. 그 시작은 여름 별장에서 이뤄진 대화다. 비록 서로의 다른 입장만 확인했지만, 이 만남은 교황이 베르고글리오를 부름으로써 이뤄졌다. 그리고 교황은 베르고글리오가 자신과는 정 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인물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나와 다른 이와 소통을 하려면 자신이 먼저 그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본은 두 사람의 '고해성사' 장면에서 나온다. 교회에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고글리오에게 교황이 되어 달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베르고글리오는 1976년 아르헨티나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타협했던 자신의 과거를 언급하며 교황의 말을 일축한다.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한 베르고글리오를 용서한다. 이어서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서 한 부끄러운 행동과 신의 음성을 들을 수 없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재차 베르고글리오에게 새로운 교황이 되어 줄 것을 요구한다. 이는 베르고글리오가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고해성사를 통해 두 사람은 자신의 죄와 부족함을 고백한다. 두 사람의 모습은, 자신과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잘못과 허물·부족함을 지적하기 전에 자신의 부족함과 잘못을 먼저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함을 알려준다. 또 두 사람이 상대의 취미를 함께 즐기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장면은 상대방과 소통을 하려면, 비록 내가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면서 공감하고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함을 표현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영화 속 두 교황의 모습은 사람들과의 소통, 그 중에서도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과 소통을 하는 데 필수적인 기본을 알려준다. 두 사람이 성직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들이 보여준 행동을 각자의 현실과 상황에 맞춰 변형해 실천한다면 분명 이전보다 더 성숙해지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영화의 배경인 바티칸은 취재와 촬영이 금지된 곳이다. 그래서 세트를 만들어 촬영을 진행했는데, 그동안 알고 있던 바티칸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세트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느껴졌다. 또 전 현직 교황을 연기한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가 실존 인물과 너무나도 닮아서 놀랐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 역을 맡은 조나단 프라이스는 싱크로율 100%를 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밖에 영화를 위해 연출한 장면과 언론에서 보도된 실제 화면을 적절히 배치해 극의 원활한 흐름과 몰입도를 배가시킨 점도 인상적이었다.

 끝으로 영화의 마지막에 두 교황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됐다. 상이한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소통하고 시간을 보낼 때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과도 소통을 하고 싶은 사람, 올해가 다 가기 전에 흐뭇함과 감동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 보면 좋을 영화다.


평점: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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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 성장·청춘 작품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낯 간지러운 장면과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캐릭터 등이 주요 이유다.

 그런데 요 근래 좋은 성장·청춘 드라마 한 편을 봤다. 바로 tvN에서 방영(9. 7~10. 27)한 '청춘기록'(연출 안길호/극본 하명희)이다.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2012), 비밀의 숲 시즌 1(2017),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8~2019), 왓쳐(2019) 등을 연출한 안길호 PD와 상류사회(2015), 닥터스(2016), 사랑의 온도(2017) 등에서 극본을 맡았던 하명희 작가가 손을 잡은 작품이다.


'청춘기록' 포스터, 출처: tvN


 드라마는 현실에 굴하지 않고 사랑과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다. 청춘 스타 박보검이 주인공 사혜준을, 박소담이 혜준의 팬이자 연인인 안정하 역을, 변우석이 혜준의 친구인 원해효 역을 맡았다. 이 밖에 박수영, 신애라, 하희라, 한진희 등의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해 젊은 스타들과 합을 맞췄다.

 작품의 메인 주인공인 혜준은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냉혹하다. 늘 그의 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현실도 벅찬데 주변 사람들까지 혜준을 힘들게 한다. 그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자존감마저 짓밟는다. 그러나 혜준은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신념을 지키는 동시에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이 과정 속에서 그는 사랑을 하고, 성장해 나간다. 혜준뿐만 아니라 정하와 해효도 각자가 처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성숙해지고 성장한다. 이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현실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청춘과도 흡사하다.

 한편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의 삶은 너무나 힘겹다. 결혼과 내 집 마련, 출산, 희망 등을 포기해야 하는 'N포 세대'라는 말이 이를 방증해왔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이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난 10월 16일에 발표된 통계청의 '2020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만 15~29세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 8천 명이나 줄었다. 또 한국고용정보원의 '구인·구직 통계 현황'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업의 구인 건수는 146만 774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0만 1,585건에 비해 8.8% 감소했다. 모두 코로나19가 남긴 상처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청년 세대는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청춘기록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온갖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현 청년 세대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들 역시 각자를 옥죄는 현실에 둘러 싸여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이를 통해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현실에 굴하지 않고 꿈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성장하는 혜준, 정하, 해효 모두 눈이 부시게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년 세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후반부에 본질을 벗어난 전개와 장면이 등장해 아쉬웠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힘든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청년 세대와 닮은 인물들의 모습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 등은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정말 좋은 성장·청춘 드라마를 봤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평점-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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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빅 쇼트
아담 맥케이 감독, 브래드 피트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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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인간은 큰돈을 벌길 원한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노동에 더해 투자를 하기도 한다. 보통 투자를 할 때는 가치 상승 중이거나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 돈과 자원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가치 하락에 베팅을 해 큰돈을 벌곤 한다.

 이처럼 가치 하락에 투자해 막대한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바로 아담 맥케이 감독의 '빅쇼트(2015)'다. 작품명인 빅쇼트는 '가치 하락에 투자'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이며, 마이클 루이스의 원작인 '빅숏'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빅쇼트는 2015년에 제28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 각색상(아담 맥케이 외 1명)과 제87회 미국비평가협회상 앙상블상 등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제68회 미국작가조합상 각색상(아담 맥케이 외 1명),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 각색상(아담 맥케이 외 1명) 등을 수상했다. 이 밖에 미국 영화 평론 사이트인 메타크리틱 81점, 로튼토마토 신선도 87점&기대지수 90%, 영화 전문 데이터베이스 IMDb 8.1점 등의 좋은 점수를 기록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에 투자해 큰돈을 번 네 명의 실존 인물인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이들이 수익을 내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2008년 금융위기의 본질까지 짚어낸다. 이때 빅쇼트는 어려운 경제 용어와 금융위기의 본질을 최대한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주연 배우 외에도 마고 로비, 리차드 탈러 등의 유명 배우와 경제 전문가의 입을 빌린다.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로운 연출이었다.

 영화가 제시한 위기의 본질은 크게 세 가지인 것 같다. 첫째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고, 둘째는 금융업계의 허술한 대출 체계다. 마지막은 금융계의 탐욕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얽히고 설켜 시장이 붕괴됐고, 그 피해는 평범한 미국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뿐만 아니라 위기는 다른 나라들로도 퍼져 나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금융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있는 그대로 고발한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일까? '본질을 보라'는 것 아닐까? 영화 후반부에 나온 마크 바움의 대사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붕괴가 본격 시작된 후, 마크는 동료와의 통화에서 "몇 년 뒤면 국민은 경제 위기 때마다 하던 짓을 반복할 거야. 이민자와 빈곤층을 탓하겠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예언은 한치의 오차 없이 들어맞는다. 이는 대중이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본질을 모르는 대중이 엉뚱한 희생양을 정해 공격할 때, 정작 위기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책임과 비판을 비껴갔다.



 결국, 빅쇼트는 반복될지도 모를 위기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위기 시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본질을 봐야 함을 역설한다. 이와 같은 영화의 메시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23년 전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 사회에 속해 살아가는 나와 여러 구성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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