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아카데미>, <새드일루전>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ㅣ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 뱀파이어 붐이 불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그 어느때 보다 매력적인 모습으로 대중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성공은 기본의 뱀파이어 소설들의 판도를 뒤짚어 놓았고, 덕분에 후발 뱀파이어 소설들의 롤모델이 되어 뱀파이어 소설의 범람 시대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뱀파이어 소설들의 홍수속에서 나타난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기존의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들과는 조금 다른 노선을 선택해 책의 첫페이지부터 특이하게 다가온다.  

그간 나온 뱀파이어 소설은 불멸하는 뱀파이어와 유한한 생명을 지닌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의 사랑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완벽하면서 동시에 위험한 매혹적인 연인 뱀파이어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이런 소재는 후발주자들에게는 양날의 칼로 다가왔다. 안전한 요소이지만 동시에 이제는 식상한 요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은 뱀파이어 소설이지만 기존의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의 틀을 깨고 출발한다. 뱀파이어 세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뱀파이어 아카데미에서 인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선한 뱀파이어인 모로이에게 피를 제공하는 존재로 몇번 등장 할 뿐, 그외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선한 뱀파이어 모로이와 악한 뱀파이어 스트리고이와의 대결과 모로이에서 파생된 인간 혼혈종족인 댐퍼가 주축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온전히 뱀파이어들 세계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이라는 장애물을 만들어 새로움에 기존의 안전한 소재를 더했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여기에 뱀파이어가 마법을 쓰고 이들이 학교를 졸업할때까지 기숙생활을 한다는 설정은 이 소설이 단순히 트와일라잇만으로 롤모델로 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 익숙한 설정은 우리에게 해리포터를 이 소설에 투영하게 만든다. 사실 이미 뱀파이어와의 로맨스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준다는 것이 불가능해졌기에 작가는 해리포터의 마법과 기숙사라는 요소를 차용해 보다 더 폐쇄적이며 신비로운 뱀파이어 세계를 구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이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로즈가 기존의 로맨스 소설 여주인공들과는 상당히 다른 성격과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에 있다.  보통 로맨스 서설의 여주인공들은 수동적이며 남자 주인공에게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연약한 모습이다. 하지만 로즈는 모로이를 보호해야 하는 댐퍼라는 종족의 특징을 태성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타인의 도움을 받고 보호받길 거부한다. 게다가 호기심 강하며 다혈질에 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무모함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기존 여주인공들의 성격을 뒤엎는 캐릭터다. 이런 로즈의 성격은 로즈의 절친한 친구이자, 로즈자신이 그녀를 지키는 수호인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 리사와 대비되면서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런 신선한 요소들을 가지고도 기존 로맨스 소설의 진부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 점도 존재한다. 바로 결국 여주인공의 생명을 구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신과 같이 완벽하고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이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남자 주인공이 위급한 상황에선 머리털 한올 보이지 않다가 사건 해결뒤에 유유자적하게 나타나 여주인공을 위로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캐릭터라면 그 매력이 반감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왕 기존의 틀과 다른시도를 한 이상 좀더 로즈의 캐릭터에 맞게 신선한 결말을 시도 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한다. 일례로 또 다른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인 수키 스텍하우스 시리즈의 수키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자기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남자 주인공들 없이 자신의 힘으로 결말을 맞는다. 물론 수키는 성인이고 로즈는 아직 미성년자라는 차이가 있지만 로즈가 좀 더 자기 주도적인 사건의 해결이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로즈가 리사를 지키기 위해 아카데미에서 도망친 이유였다. 단순히 리사의 상태가 평소와 달라지고 카프 선생님의 충고과 행보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해도 고작 이 두가지 때문에 리사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태라고 직감하였다는 것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였다. 당시엔 아무런 위협도 당하지 않았을 뿐인데 단순히 심적으로 불안하다고 도망치다니? 아무리 10대가 질풍노도의 시기이며 로즈와 리사가 섬세한 감정의 사춘기 소녀들이라지만, 그녀들이 그들의 세계를 등지게 된 계기가 고작 저런 이유들 때문이라는 것은 너무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정으로 보였다.  

사실 이미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성공을 거둔 시점부터 뱀파이어 소설의 후발 주자들은 본의 아니게 비교를 당하게 되고 동시에 아류작으로 취급받기 쉬운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이런 점을 간파하고 영리하게 자신들 특유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여기에 기존 여주의 틀을 뒤짚은 로즈라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물론 로즈라는 캐릭터는 아직 성인이 아니기에 답답하고 어리석은 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5권이라는 거대한 시리즈이기에 미완성의 이 시리즈가 완성 될 동안 주인공 로즈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후속작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꿈을 파는 빈티지샵
이사벨 울프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은 첨단사회로 나아가며 과거보다 좀더 사용하기 쉽고, 보관하기 편리한 물건들을 대량생산 해 내고 있다. 그래서 더이상 과거처럼 한가지 물건을 사기 위해 구입비용을 손에 쥐고 판매하는 곳까지 먼길을 갈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는 집에서 TV를 보며 전화기를 들고 주문하거나, 인터넷 웹사이트를 방문해 버튼하나만 누르면 손쉽고 빠르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손쉽고 간편한 세상이 되어 갈수록 사람들은 불편하고 까다로웠지만 대신 따뜻하고 특별했던 과거의 물건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 첨단시대에 아날로그의 향수가 되살아 난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런 마음에 변화 속에서 한 빈티지샵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랜 직장생활에서 마침내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까지 한 피비는 친구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자신의 삶에서 변화를 갈망한다. 그래서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자신의 오랜 꿈이던 빈티지 샵을 연다. 피비에게 빈티지 의상이란 누군가의 인생이 숨겨져 있는 특별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기에 괴로운 현실에 아파하던 그녀에겐 빈티지가 주는 특별한 변화가 꼭 필요했으리라. 그 특별함이란 빈티지 의상에 원래 주인이 미처 이루지 못했거나 과거의 추억으로 묻어놨던 사연들을 다시 꺼내어 의상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해줌으로써 과거에는 현실의 생동감과 아름다움을, 그리고 현재의 새로운 주인에게는 과거의 낭만과 행복을 주는 것이라고나 할까?  

이런 피비의 철학 때문이였는지 샵에는 저마다의 특별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의상을 구입하러 오기도 하고, 때로는 판매하러 오기도 하며 서로 인연을 맺고 각자의 마음에 담겨있던 아픔을 털어내며 행복한 마음을 안고 샵의 문을 나서게 된다. 그리고 결국 피비 자신도 주변의 도움과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친구를 잃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된다. 아마도 피비가 변화를 위한 특별함이라는 대전제하에 빈티지 샵을 열었던 이유는 자신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의상들이 간직한 못다 이룬 꿈을 다시 꿈 꿀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서 친구를 미처 도와주지 못했던 자신이 과오를 반성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던 까닭인 것 같다. 

이 책은 시종일관 따스하고 감동적이며 때때로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자칫 무거워질수 있는 분위기에서도 작가는 적절하게 이야기의 무게를 조절해나간다. 착한 사람들의 착한이야기,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약점이라고도 느껴졌다. 인생이 모두 다 해피엔딩일수는 없다. 때로는 아프고 괴롭고 쓰기도 하지만 그런 역경과 고난이 있기에 인생은 재밌고 달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고통이 없다면 지금의 감정이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할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너무 착하고 행복한 이야기들만 담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 중간중간에 약간의 씁쓸함과 갈등도 있지만 그런 소소한 문제들이 우연을 핑계삼아 너무나 쉽게 해결되고 인물간의 격렬한 감정이 공감가지 못하게 급작스레 해소되어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것이 마음으로 와닿지가 않았다. 

이 책은 소설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 안에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내용을 자연스럽게 내포할 수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작가는 자연스러운 내포보다는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를 선택했다. 빈티지 의상에 대한 설명조의 이야기를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쉽게 해결해 버린 것이다. 그 내용이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소설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감동 선사해주기 위한 것이지 작가가 자신이 아는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작가의 자잘한 지식자랑, 혹은 정보제공은 탐탁치 않았다. 게다가 이런 요소들이 반복되다 보니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는 거추장스럽게 보이고 어떤면에서는 작위적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밸 부인에 대한 에피소드외에 샵과 관련된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샵 운영에 대한 설명조의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피비와 에마의 갈등, 아버지와 가족간의 관계에 대한 갈등을 조금 더 다루는 편이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원작이 368페이지의 하드커버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568페이지의 제법 두툼한 두께를 가졌다는 것이였다. 솔직히 책표지와 중간중간에 삽입된 일러스트도 간결하고 깜찍하고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가 있다 하여도 번역본이 200페이지나 늘어난 것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런 여유로운 페이지 구성이 요즘 출판시장의 트랜드라 하더라도 굳이 200페이지나 늘릴 정도로 넉넉하게 편집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나는 이 책을 중고로 구입했다. 빈티지 샵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빈티지 책으로 읽은 셈이다. 자금 사정상 빈티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 책을 빈티지로 읽었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빈티지의 특별함에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피비가 빈티지 의상은 누군가의 인생이 숨겨져 있는 특별한 것이라고 말한것처럼 나도 나의 빈티지 책들에 그런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빈티지 의상처럼 세탁이 가능한것도 낡은 모습을 새롭게 고칠수도 없지만, 다른사람의 손에 길이 들어 부드럽게 넘겨지는 책장을 넘길 때면 혹은 먼저 읽은 사람이 표시한 가늠끈을 보면서 과거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과 함께 이 책에 대한 기억과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참 기쁘다. 이런 감정들이 빈티지가 주는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와 감동이 아닐까? 역시 나도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중 한명이기에 아날로그의 따스함을 추구할 수 밖에 없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창비세계문학세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든파티 - 영국 ㅣ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김영희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 대표 작가들의 대표적인 단편소설만 묶어 놓았다는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약간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영국은 미국과 같은 글과 문화를 소유한 정서적으로 가까운 나라이기에 문학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문학을 구별한다는 것이 무의미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단편선집을 구성한 쟁쟁한 작가들의 이름을 보고 미심쩍은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책을 읽어나가기로 했다. 

이 책에는 찰스 디킨스부터 도리스 레씽에 이르기까지 약 100여년에 걸친 영국 단편문학들이 담겨 있다. 이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영국은 영국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기였고 또한 가장 극심한 변화의 시기이기도 했다. 전세계 최초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그에 따른 막대한 부를 소유하게 되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고 변화로 인하여 계층간의 빈부격차가 가속화되고 극심한 사회 갈등이 야기된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이런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던 작가들이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서 집필한 이야기들이기에 당시의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들이 여실히 엿보인다.  

이 100여년간의 시기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이전 시대에서 뚜렷하게 보이지 않던 여성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였다. 이 여성작가들의 작품들은 이제까지 사회구조에 의해 억눌려있던 의식에 표출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써의 각성에 대한 뚜렷한 증거였다. 이들의 등장은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이였던 문학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그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그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이 되고 있는데, 달리 말하자면 아직도 당시 사회에서 야기되고 깨달은 여성문제들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의 작품에서 오는 신선한 충격의 끝맛이 조금 씁쓸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책의 제일 처음에 실려있는 찰스 디킨스의 "신호수"였다. 사실 나는 처음에 신호수라고 해서 新호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깃발을 흔드는 신호수를 일걷는 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혼자 폭소를 하고 말았다. 물론 이런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제체두고라도 이 단편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소재자체가 독특하고 강렬한 까닭도 있었지만 약 100여년전에 집필된 단편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글솜씨와 구성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이 책의 표제로 사용된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와 제임스 조이스의 애러비와 구름한점도 인상 깊었다. 특히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즈라는 그의 대표작 대한 선입견으로 다른 작품들을 도무지 읽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는데 이 단편집 덕분에 그의 작품에 맛을 알게 게 되었으니 이 또한 이 단편선집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유품이라는 작품도 눈에 띄었는데 당시 규격화 되어 있던 여성의 성역활과 그런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무관심한 시선의 비판이라는 점에서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가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 이 단편선집에 대해 느낀 내 미심쩍음은 곧 현대 영국문학에 대한 아쉬움으로 변해갔다. 최근에 현대 영국문학 작품들을 몇편 읽어 보았지만 현대 영국문학들은 마치 미국에서 세계 패권을 뺏앗겨버린 후에 저물어버린 그들 나라의 힘처럼 더 이상 영국 특유의 문학이라는 개성을 뽐내지 못하고 시들어 버린 느낌이였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여왕시절의 날카롭게 핵심을 찔러대던 영국 작가들의 정신과 기질은 어디로 간 것일까? 분명 그들의 혈관 어느곳에는 그것들이 남아 있을텐데 말이다. 

이 단편선집은 상당히 잘 짜여진 책이다. 표지와 책의 구성에도 신경을 쓴 느낌이 역력하고, 처음 작품 시작 시 소개해놓은 각 작가들의 간략한 약력과 작품들의 말미에 더 읽어볼만한 책들을 추천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운 점들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나 내가 신호수를 읽을 때처럼 작품에 표기에 혼동을 느낄만한 부분에 한자를 덧붙이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쉬웠다. 몇몇 단어들의 표기에서 잠시 헷갈리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제외한다면 근래에 읽은 순문학책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였고, 그간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단편작품들을 엮어 책으로 출판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단편선집이 재미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얻은 가장 큰 보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자학의 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자학의 시 1 ㅣ 세미콜론 코믹스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학의 시라는 제목과 표지의 산뜻한 색상을 보고 책의 내용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예상 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삶에 고단함과 즐거움에 대한 위트 넘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였다. 하지만 책의 첫페이지부터 나의 이런 예상은 처참하게 부서져 버렸다. 분명 이 책은 삶의 고단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 뿐, 거기에서 오는 즐거움이라던지 보람같은 것은 그 어떤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너무나 척박하고 안타까운 시궁창같은 현실만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몹시 당황했다. 처음에는 이런 감정들이 단순히 내가 예상한 책의 내용과 달랐기 때문에 오는 당황스러움이라 생각했지만 조금씩 읽어 나가다 보니 이렇게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만화가 존재한다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 때문이라는 것을 꺠달았다.  

툭하면 밥상을 뒤짚어 엎어버리는 백수남편 이사오와 그런 남편 곁에서 행복하다며 열심히 일하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유키에의 모습에서 현실의 씁쓸함과 서글픔이 진하게 베어나와 나는 몇번이고 이 책을 중간에서 덮어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불쌍한 유키에의 삶이 언젠가는 행복해지지 않을까? 언젠가는 백수남편 이사오도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하는 희망으로 덮었던 책을 펴고 다시 읽어가길 반복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도대체 유키에는 왜 이사오를 떠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백수에다 식당일을 하며 힘들게 번 유키에의 돈을 허구언날 밥먹듯이 뜯어가서 노름과 술로 탕진해버리는 남자가 무엇이 그리 좋다고 두둔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답답함에 가득 차버린 마음으로 1권을 끝내고 2권으로 접어 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유키에가 왜 이사오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의 곁에 남아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자학이란 글자 그대로 자기 스스로를 학대한다는 뜻이다. 즉 스스로에 대하여 항상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그것에 억눌려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려하지 않고 체념해버린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이런 모든 단어들은 이 책의 주인공 유키에를 가리켰다. 지독한 가난과 그로 인해 자신을 외면하고 버리기만 하는 주변사람들 속에서 유키에는 항상 자학하고 사랑을 갈구한다. 이런 착박한 상황속에서 유키에의 마음을 받아주고 곁에 있어 준 유일한 사람이 바로 이사오였다. 그래서 유키에는 결코 이사오 곁을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두 자신을 떠나갔지만 이사오만은 그렇지 않았기에 유키에는 그의 곁에 있음으로써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지만 이제는 자학이라는 단어가 유키에에게는 괴롭고 슬픈것이 아니라 지나간 추억이 되어버린 과거를 회상하는 단어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시를 읽을 때처럼 천천히 음미하듯, 그러나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회상할 수 있게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1권을 읽는 내내 느꼈던 답답한 감정을 2권을 다 완독하고서야 상쇄하고, 비로소 이 책의 상반된 제목에 대해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유키에의 모습에서 찡한 감동과 함께 결국 사람의 행복이란 자신이 마음 먹기에 따른 것이라는 교훈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인생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다. 그래서 유키에는 절망했지만 결코 멈춰서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안에 숨겨져 있던 행복을 찾아냈다. 나는 이런 유키에의 모습이 우리들 모두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척박하고 거친 인생살이지만 그래도 자신안에 있는 행복을 발견함으로써 살아갈 용기를 얻어가는 모습이 꼭 닮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못생겼고 바보같이 착하기만한 유키에지만 이제는 행복을 찾은 그녀가 진정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부디 앞으로는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서 자학의 시가 아니라 행복의 시를 읇게 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한낮의 시선>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낮의 시선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문학을 마지막으로 읽은게 언제일까? 도통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을 기억해내기 위해 기억을 더듬다 어느순간 내가 한국문학을 읽지 않게 된 까닭이 무엇이였는가로 생각이 옮겨갔다. 아마도 그 까닭은 중학교 때 읽었던 한국 근현대문학이 한국인의 질곡한 역사와 그 감정들을 담은 이야기였다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아직 생각이 여물지 않고 사색보다 밝고 즐거운 것들에 무게를 두고 있던 당시의 나에게 사색과 정한으로 점철되어 있던 한국문학은 읽는 것 자체가 여간 고역이 아니였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에 씌여져 교과서와 시험에 단골손님으로 나온다는 한국문학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설움과 고통이 가슴을 저며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애써 외면하려고만 했다. 후에 대학에 진학해서 좀더 다른 주제들을 다룬 한국문학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스스로 책들을 피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시간이 더 흐르고 어느순간 문득 내 자신이 한국문학을 읽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을 다잡고 읽어보려 해도 그동안 계속 피해온 한국 문학을 다시 마주할 용기는 쉽사리 나지 않았다. 여전히 나에게 한국문학은 어렵고 사색적이며 내가 감당하기 힘든 정한의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이라는 편견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주하고 싶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에 휩쌓여 있던 내 앞에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이 책이 나타났다. 대상은 다르지만 나와 비슷한 고민을 지닌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서 말이다.  

사람은 저마다 가슴에 담아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는 생각과 감정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기에 묻고 또 묻으며 그런 것은 없다고 되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느날 갑작스레 가슴 깊숙한 곳에서 튀어나와 스스로를 놀라게 만든다. 이것은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가슴에 담아둔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불편한 마주침이다. 나의 경우엔 한국문학에 대한 불편함이 그것이였고, 이 책의 주인공에겐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인식이 그것이였다.  

나는 이 책을 펼쳐들고 읽어 나가면서 마침내 그 불편함과 마주할 수 있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쉽게 자신의 문제와 마주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책을 펼치고 덮음으로써 불편함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문제와 대항할 수 있었지만 주인공은 문제에 다가갈수만 있을뿐 주도권은 문제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아버지란 존재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그 불편한 마주침을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그리고 그 망설임은 쌓이고 쌓여서 마치 불어난 강물처럼 이성이란 둑을 세차게 두들겨 버린다. 결국 그 강물을 가까스로 막고 있던 둑에 금이 가는 일이 생겨버리자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아버지를 향해 그 감정의 홍수들을 쏟아내 버리고 만다. 그 감정들은 29년간 쌓인 기대, 분노, 실망, 아픔들이였기에 자기자신과 주변 모두를 당황시키고 상처입힐만큼 거셌다. 마침내 이 혼란스러운 감정속에서 주인공은 결단을 내린다. 아버지란 존재의 처분을 더이상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이 불편한 마주침을 끝내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주인공의 끝맺음과 함께 불편한 마주침에 작별을 보냈다. 

주인공의 불편한 마주침은 성공적이였을까? 나는 성공적이라고 본다. 처음 주인공이 아버지의 부재란 불편한 감정을 깨닫고 두려움에 휩쌓였던 것은 그 불편함의 대상에 대한 긍정의 감정도 그 반대의 감정도 아무것도 없는 무의 대상이였다는 것에 있었던 까닭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불편한 것이 또 있을까? 이제는 그런 불편함에서 해방되어 무의 대상이였던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그 어떤 감정과 기억을 지니게 되었고,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에서 부족했던 마지막 한 조각을 채울 수 있었으니 그의 불편한 마주침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불편한 마주침은 성공적이였다. 나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작가 이승우의 글솜씨에 매료되어 정신없이 이야기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스스로도 놀랄정도 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승우의 글쓰기 방식은 내가 그토록 피하려고 한 한국문학의 불편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사색적이고 내면관찰에 치중한 한국문학 특유의 스타일을 이야기였지만 이런 요소들이 어쩐일인지 내게 전혀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작가의 비유와 복잡미묘한 심리 변화에 대한 서술은 나로 하여금 책 속으로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그동안 주로 읽었던 외국문학의 번역체에서 오는 한단계 걸러진듯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였기 때문에 더욱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지며 나를 책 속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와 책속의 "나"인 주인공은 서로 같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둘은 모두 불편함과 마주하고 그것과 얽힌 감정들을 스스로 정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책 속에서는 때가 되었기 때문에 그 불편함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그 불편함의 인식 전으로는 되돌아 갈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것은 그 문제를 해결할때가 되었다는 것이기도 했다. 결국 내가 이 책을 읽고 이런 감정들을 느끼게 된 것은 그 "때"가 되었던 까닭인 것 같다. 주인공이 아버지의 존재를 찾게 된 때가 온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만족스러운 감정으로 한국문학의 "재"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좀 더 많은 한국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리라 다짐하며 그 작가들의 첫번째 목록에 이승우를 올려놓고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이만 줄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