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아극장>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유모아 극장
엔도 슈사쿠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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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동생이였다. 일문과에 다니는 동생이 이 책을 보더니 내가 엔도 슈사쿠책을 읽는다는게 의외라는 말을 했다. 나는 엔도 슈사쿠라는 사람이 유명한 작가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기에, 동생의 의문에 대해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넘겨버렸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책 날개에 있는 작가의 간단한 이력을 보고서야 동생이 왜 내가 엔도 슈사쿠의 책을 읽는것을 그리 신기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었다. 엔도 슈사쿠는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순문학으로 유명한 작가였기 때문이였다. 기독교라면 되도록 멀리 두고 싶어하는 내가 기독교 색채로 유명한 작가의 글을 읽는다고 했으니, 동생에게는 참으로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엔도 슈사쿠가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작가라는 배경지식과 선입견으로 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굉장히 실수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종교적 성향과는 거의 무관하니까 말이다. 오히려 그가 일본사람으로써 일본인의 전통적인 사상과 그들의 내면에 더 중점을 두고 집필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기존의 자신에 대한 딱딱한 순문학 작가의 이미지를 이 책에 실린 유머러스한 이야기들로 완화시키고 싶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다고 하니, 기존에 그의 작품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생각일랑은 접고 이 책을 대하기 바란다. 나는 다행히도(?) 그의 작품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으니 이 책의 이야기 그 자체로 엔도 슈사쿠를 대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책의 왠지 옛스러운 분위기에서 살짝 엿볼 수 있듯이, 이 단편소설들의 배경은 정확하게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소재들을 살펴볼 때 현재가 아니라 과거 30~40년전으로 느껴진다. 작가의 연배로 볼 때 이런 배경의 이야기들이 그에게는 더 잘 쓸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선택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 담긴 단편들로서도 그 배경의 안에 있었기에 각각의 이야기들이 가진 맛을 더 잘 살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모두 유머러스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하지만 이야기의 끝맛 어딘가에선 살짝 씁쓸함이 감돌기도 했다. 그 씁쓸함이 대체 뭘까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실한 과거의 향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현대인의 잃어버린 과거에 대해 위로하고 그 시대를 공유하며 함께 한바탕 웃어주게 만드는 이야기들이기에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 옳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또 엔도 슈사쿠의 대작가다운 면모가 엿보이는 깔끔한 글쏨씨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개중에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단편으로는 "우리들은 에디슨", "하지 말지어다", "동창회" 이 세가지로 꼽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엔도 슈사쿠에게 제일 감탄한 점은 생활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작가의 관찰력으로 발굴해내고 그것을 꼼꼼히 다듬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였다. 일상에서 그냥 지나쳐버릴 사소한 소재들이 엔도 슈사쿠의 손을 빌어 재탄생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기쁨과 감동을 주었다. 이런것이 엔도 슈사쿠가 이 책을 통해 묻고 말하고자 했던 일본인의 내면에 담긴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문화를 살펴보면 헐리우드처럼 거대하지도 휘향찬란하지도 않지만, 곁에 있는 소재를 찾아 작지만 큰 힘을 내도록 재탄생 시키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내가 이 책에서 저 세가지의 단편을 선택한 것은 그 이야기들이 재밌고 가슴에 와 닿기도 했지만,  아주 사소한 소재들을 제법 묵직한 힘을 가진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에 대해 감탄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일본쪽 책들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일본의 기존 작가들에게 느낀 점이 있다면 그들이 약간의 마초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을 이번에 유모아 극장을 통해서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는데, 그동안은 이런 살짝 불편한 느낌이 무엇인지 몰라 꽤 난감했다. 이제 그 감정의 정체를 알았으니 좀 더 편하게 일본작가들의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엔도 슈사쿠가 이미 나이가 지긋한 시기에 이 책을 집필했고, 굴곡많은 앞선 시대를 산 사람이기에 마초적인 느낌이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엔도 슈사쿠라는 작가가 내 마음에 들고 멋져보였던 것은 작가 자신이 보다 대중들 곁으로 편안히 다가가고자 노력했던 사람이라는 것 때문이였다. 이런 작가가 일본에 있었다는게 참 부러웠고, 엔도 슈사쿠를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어서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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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 파이어 세트 - 전2권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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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배경으로 펼쳐진 숲 한가운데 한 소년이 서 있다. 소년을 둘러싼 새하얀 눈이 너무 밝아서 배경이 어둠이라는 것은 찬찬히 책 표지를 살펴보고 난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어찌보면 숲은 눈으로 반사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년이 자신의 빛으로 숲을 밝히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홀로 서 있어 외로워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신비스러워 보이는 소년의 뒷모습에 호기심이 당겼다. 그래서 기꺼의 소년의 뒷모습을 따라 그가 이끄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겨울의 깊은 밤, 혼자 집을 지키던 더스티는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 자신이 죽어가고 있노라며 그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달라고 부탁하는 알 수 없는 소년의 전화. 더스티는 황당한 장난전화라 치부하고 넘기려 하지만, 소년에게서 2년전 갑작스레 사라진 오빠 조쉬의 흔적을 느끼게 되면서 더스티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년을 찾아 깊은 밤 숲속을 달려 나가게 되고 그렇게 소년과 더스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름도 나이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소년과 더스티는 서로 갈등하고 엇갈리지만 단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둘 모두 자기자신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것이였다. 소년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괴로워하며, 더스티는 사라져버린 오빠 조쉬의 뒷모습만을 쫒으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억누른다. 사실, 소년과 더스티는 자신들의 두려움이 무엇 때문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인정해버리면 자신들이 진짜라고 믿는 모든 것들이 변해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두려움을 자신들의 속안에 감추어 안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그 고통들은 둘을 잇는 매게가 되어 주고 서로를 신뢰하게 만들어 준다. 

둘이 서로를 믿고 느끼게 되며 각자가 스스로의 모습을 어렴풋이 깨달아 갈수록, 둘을 둘러싼 상황은 긴박하게 변해간다. 소년을 뒤따르는 이상한 소문들과 위험한 사람들은 점점 소년과 더스티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그 고통들은 둘이 자신들의 진짜 모습을 깨달아야 하는 두려운과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과 더스티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받아들이고 한단계 성장을 하며 서로에게 작별을 고한다. 그들은 이제 각자의 미래를 향해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가야 했기에, 둘의 헤어짐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였으리라. 그들은 이미 서로에게 과거라는 꿈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처음에 소년은 마치 더스티의 자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스티가 스스로 깨닫지 않으려 애쓰고 있던 자기 내면의 이야기들을 꺼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소년은 더스티의 자아라기보다 더스티의 잃어버린 오빠 조쉬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만남부터 마지막 헤어짐까지 소년은 줄곧 더스티를 보호하며, 더스티와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한다. 마지막으로 둘이 헤어질 때 소년이 더스티에게 한 말, 그리고 그 직후에 조쉬가 나타났다는 정황들은 이런 내 심증에 무게를 더해 주었다. 소년은 어쩌면 자신이 죽으려고 시도한 순간 조쉬의 영혼과 만나고 그 순간부터 더스티와의 만남동안 그는 잠시 조쉬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한참을 그 여운에 잠겨있었다. 사실 나는 소년과 더스티가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랬다.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본디 지나간 것을 다시 되돌리거나 멈출 수 있는게 아니니까. 이제 막 그 순리를 배운 소년과 더스티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저 안타깝고 섭섭해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만날 수 없었기에 더 아름답고 기억에 남을 결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런 내 스스로의 설득도 내 안의 쓸쓸한 마음에는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그 쓸쓸한 이야기의 여운이 내안에 남아 빙빙 맴돌고 있다.  

이 책을 쓰는데 작가가 2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는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읽는 내내, 그리고 다 읽고 난 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사람의 가슴을 깊게 파고 들었다. 그동안 팀 보울러의 책들이 재미있다는 평을 듣긴 했지만, 성장소설이라는 장르에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그의 이야기와 만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였다. 그와의 만남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밌었고, 감동적이였으며 내 마음을 움직였다. 이렇게 기분좋고 감동스러운 첫 만남을 싫어할 사람은 아마 없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되도록 빠른 시간내에 팀 보울러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만날 그의 이야기를 기약하며 이 이야기의 여운을 내안에 담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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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개청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지음 / 이순(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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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일 아침 눈을 떠서 처음으로 하는 생각이 무엇인가? 상쾌한 아침이구나, 오늘도 즐겁게 살아보자, 같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마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들을 했다고 하지만, 불행하게도 난 그저 평범한 소시민인지라 당장 눈앞에 닥친 것에 대한 걱정과 짜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걱정과 짜증이란 아주 짧은 문장하나로 요약된다. 아, 출근하기 싫다. 이 짧지만 스트레스로 스파크가 팍 오는 단 한줄의 문장은, 오늘도 내일도 아마 앞으로도 평생 나를 따라 붙어 다니며 아침마다 내 뇌속에서 자동 재생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으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세상의 많은 실용서들과 미디어들은 이렇게 출근 스트레스를 받으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개개인들에게 그런 생각을 꾹꾹 눌러넣고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플러스가 되는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자신의 인생에 쨍하고 해뜰날이 올꺼라며 장미빛 미래를 나의 뇌속에 주입해댄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그렇게 말을 하고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 기업의 CEO라는 것이다. 당연히 사장님들은 직원들이 열심히 자신을 희생해 노력봉사하면 좋아하겠지. 그들은 최소투입 최대산출을 원하니까. 그동안 내가 사회생활을 하며 깨달은 사실은 열심히 일하면 자기만 손해라는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 그런건 아부할때나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팍팍한 사회 첫발을 디디며 쓴맛을 알아가는 동안 인생이 외롭고 쓸쓸해져서 내 편에 선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고리쩍부터 씌여진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기 희생정신의 삶은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우리 세대에겐 통하지 않는 이야기가 됐으니까. 그럴 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과 처음 대면했을 때, 표지의 마이너한 디자인과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라는 부제에 잠시의구심이 들었었다. 얼마전 자신이 B급 인생임을 자처하는 모 책을 읽고 피를 봤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이 책도 그런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 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밤에 잠도 못잤을 것 같다. 이렇게 유쾌,상쾌,통쾌한 이야기라니! 

저자는 나와 비슷한 또래 비슷한 사회경험을 하고 있는 나처럼 평범한 소시민 여성이다. 비록 나보다 공부도 잘했고, 글도 잘쓰고, 그래서 더 좋은 회사에 다니며 꽤 괜찮아 보이는 남편도 있는 조금(?) 부러운 인생이지만, 속내는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공감되는 이야기들도 많았고, 그녀 덕분에 새로이 생각해보게 된 것들도 생겨났다. 특히 저자의 소탈하지만 유쾌한 글솜씨에 반했는데, 그녀의 비유와 비판이 적절하게 섞인 문장들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연신 나를 웃게 만들어 주었다. 그 웃음은 정말 그 이야기가 웃겨서였기도 했지만, 그녀가 하는 이야기에 저절로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는 이 사회에 대한 조소이기도 했다. 

아마 이 이야기는 아직은 세상이 장미빛으로 보이는 미래의 직장인들과 나이지긋하신 어른들이 읽기엔 무리일 듯 싶다. 이 책의 이야기는 내 또래의 이야기니까. 아직 어린 친구들은 사회초년생의 사회에 대한 쓴맛의 이야기들에 대해 공감하기 힘들테고, 386세대 이상의 어르신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세상의 모순과 이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것같다. 이 책은 그야말로 딱 우리 시대의 우리 이야기인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너무 좋았다. 비록 책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저자의 진짜 모습에 대해 알게 되고 조금 얄미운 생각이 들었지만, 뭐 스스로 사실을 실토했으니 그 정도는 애교로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부디 저자에게 바라건데, 몇년 후에라도 책을 계속 이렇게 집필해주길 바란다. 이 책 한권으로 끝내기에 당신의 이야기는 너무 재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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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 - 세쌍둥이와 함께 보낸 설피밭 17년
이하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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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을 벗삼아 그속에서 소박한 삶을 꾸려가는 인생을 동경하고 한번쯤 꿈꾸어 본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가도 보고, 가을에는 황금들녘과 함께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며 겨울에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따뜻한 집안에서 눈이 소복히 내리는 것을 바라보는 그런 삶이란 상상만해도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그러나 이런 삶을 우리는 상상만할 뿐, 선뜻 그 꿈의 생활을 현실로 만들지는 못한다. 산좋고 물좋은 건강한 자연의 삶이란 결국 이 편리한 현대문명과는 거리를 두는 삶이라는 것을 우리 자신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한 공기가 주는 상쾌함 대신 매연의 탁한 냄새를 기꺼이 선택하여 주어진 댓가로 이 편리한 문명을 이용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과연 지금 당장 읽고 쓰고 있는 이 인터넷 환경조차 포기해야할지도 모를 곳에 선뜻 갈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문명의 혜택과 자연을 벗 삶아 사는 자신의 꿈을 기꺼이 맞바꾸는 사람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이하영씨 같은 사람들이 그런 쪽에 속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오랜 꿈이였던 전원생활을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명도시 서울의 삶을 포기한 당찬 여인네의 모습은 참 신선하고 독특했다. 보통 전원생활을 위해 도시에서 시골로 향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하거나 아이가 없어서 아이들의 교육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들 보통인데, 이하영씨는 오히려 태어난지 얼마 안 된 무려 세쌍둥이인 아이들을 데리고 전원생활을 선택했다는 점이 내눈에는 참 특이해 보였다. 하긴, 이하영씨의 삶에서 특이하다는 단어 자체가 무의미해 보일지도 모른다. 이런 기준역시 자신의 꿈을 위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나의 시선에서 내려진 판단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엿본 산좋고 물좋고 아름다운 산골의 삶은 우리의 예상대로 소박하고 담백했다. 자연을 벗삼아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곰배령 사람들은 자연에서 나는 것들을 필요한 만큼만 채취하고 이용하며 자신들의 소소한 삶을 꾸려나갔다. 자연에게 한없이 일방적으로 얻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얻는 만큼 자연을 보살피며, 자신들의 고마운 마음을 되돌려 주는 그들의 소박한 마음은 읽는 이의 마음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깊고 깊은 산속에 사니 부족한 것도 많고 아쉬운것도 한두개가 아닐테지만 자연을 벗삼아 사는 이들에겐 그런 것들은 아쉬워 보이지 않았다. 현대인들이 좋아라 마시는 커피대신 구수하고 몸에 좋은 차를 마시면 되고, 시장에서 파는 과일대신 산에서 직접 채취한 과실을 먹으면 되니 몸에도 좋고 정신도 얼마나 맑고 상쾌해지겠는가? 곰배령의 그들이 참 부러웠고, 이곳의 삶을 놓지도 못하며 그들을 부러워하기만 하는 내가 문득 부끄러워졌다. 

보통 책을 처음보면 책의 제목과 표지에 적힌 책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읽으며 머릿속에 책의 내용을 한번 그려본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책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난다. 그 기대감이란 책에 대한 선입견의 다른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머릿말을 읽으며 이 책에 대해 기대한 내용이 있었다. 자연의 곁에 사는 소박한 삶의 대한 일상사와 에피소드들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그것이였다. 그리고 머릿말은 그런 내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이 책의 내용은 자연에 대한 예찬과 저자자신이 자연을 받아들이는 삶에 대해 눈을 뜨게되며 경험하게 된 이야기들이 주로 적혀 있었다. 물론 자신의 일상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내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큼 존재하지 못했다.  

저자가 국문과를 나왔기 때문일까? 평범한 사람의 경험담이라는 소박한 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 책의 문체는 픙경과 내면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특히 그 내용들이 이미지로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단어들이 유기성을 가지지 못하고 반복되는 문장과 단어들이 혼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연과 벗삼아 사는 삶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저자의 의도가 그녀의 소박하지 못한 문체에 가려 어정쩡하게 느껴졌다. 사실 아무리 아름답고 탄탄한 문장이라도 문장안에서 묘사하고자 의도한 대상이 무엇인지 독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글에 대한 몰입도와 이해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저자는 그녀가 사는 곳에서 나는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설익은 묘사와 반복되는 꾸며진 문체로 서술하며 독자의 이해를 방해했다.  

솔직히 말해서 책속에 나오는 그녀가 말하는 식물들의 삼분에일조차도 알지 못하는 나로써는 참 안타까운 일이였다. 물론 그 이야기에 등장한 식물들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는 노력을 하면 쉽게 이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독자들은 그렇게까지 부지런하지 못하다. 그리고 독자들은 작가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자신만의 이미지로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지 인터넷을 통해 이해하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차라리 책에 중간중간에 들어간 아이들에 대한 삽화와 사진 대신 꽃에 대한 사진과 설명 삽화들을 넣었다면 독자들의 이해도는 훨씬 높아졌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런저런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 아쉬움 이상으로 이 책을 통해 현재의 내 빡빡하고 번잡한 삶을 한번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가난하고 삶이 질곡할수록 자신의 것을 하나라도 더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 만나는 순간에는 내 가슴도 따뜻해졌다. 그러다 문득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문명과 멀고 먼 곳일수록 사람들의 마음이 더 넉넉해지고 더 따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문명의 때가 사람에게 끼지 않으니 사람의 선하고 푸근한 본질이 그대도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소박한 사람들의 정이 살아있고 자연이 그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며 가슴에 꽃비가 내리게 해주는 그 곳, 곰배령에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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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망, 너무 사양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마망 너무 사양해 -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꼬마 파리지앵의 마법 같은 한마디
이화열이 쓰고 현비와 함께 그리다 / 궁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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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두편의 에세이 책을 손에 들고 어떤 것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던 중, 5월의 파란 하늘 같은 표지색에 이끌려 마망 너무 사양해를 읽기로 결정했다. 파란 두꺼운 도화지 느낌의 책 표지에 하얀색의 띠지로 감싸진 그다지 가볍지 않은 두께의 책에게 끌렸던 것은, 하얀 띠지 위에 그려진 서툰 느낌의 아이들 일러스트가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결정은 썩 훌륭한 것이여서, 이 책 덕분에 무료한 일요일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사는 한국인 엄마와 프랑스인 아빠,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에 살아가는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했다. 세심하고 부지런한 엄마와 느긋하며 배려심 깊은 아빠, 그리고 단호하지만 마음 따스한 딸 단비, 언제나 행복으로 반짝거리는 아들 현비의 이야기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나의 친한 친구 이야기처럼 따스하고 편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른 두나라의 문화가 한데 섞여서 살고 있는 이 독특한 가정의사랑스러운 두 아이들 에피소드에서 그들의 색다른 발상에 몇번이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나도 어릴 때 단비와 현비 같은 모습과 생각으로 삶을 살았던 것일까. 문득 궁금하여 어머니께 여쭈어 보니 어머니께서는 웃으시며 모든 아이들은 다 그렇다고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대답해 주셨다.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나와 동생들의 어릴적 모습을 곰곰히 되짚어보니 나 역시 단비와 현비 같은 색다른 발상을 지녔던 시절의 에피소드들이 기억났다. 덕분에 그 에피소드들과 더불이 재미있게 이 책을 완독한 후 책의 여운을 마음으로 느끼고 내 어린시절을 머리로 더듬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어릴 때 결심한 것이 한가지 있었다. 나는 우리 부모님처럼 내 자식들을 키우지 않을꺼야!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 때 이런 결심을 하지 않을까 싶지만, 어쨋던지 간에 이런 결심을 하던 무렵의 나는 우리 부모님이 너무 엄격하고 자식들에게 인색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내가 다시 그때의 나를 생각해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하는 웃음이 흘러나온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나 역시 그런 팍팍한 어른이 되었다며 화를 낼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그 엄격함과 물질에서만은 절제된 인색함이라는 교육철학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어엿한 어른이 될 수 있었음을 이제는 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릴 때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자리에 세상이치를 깨달아 채우는 과정이 아닐까.  

소소한 에피소드지만 마음에 울림을 주는 담백한 파리지앵 가족의 이야기에서 나는 우리에 삶의 태도가 조금은 여유로워지면 어떨까 하는 메세지를 읽었다. 물론 이 책은 프랑스에서 사는 우리와는 조금 먼곳의 사람들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의 배경이 프랑스라고 해서 그들의 삶이 우리와 동떨어져 있지는 않다. 사람사는 모습은 프랑스나 아프리카라고 다르지 않으니까. 이 책은 그저 같은 삶을 우리와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지만 보다 더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주고 삶에 한가지 교훈을 던져줬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고 보니 나 역시 조금은 파리지앵처럼 소소한 삶에 행복을 느끼는 태도를 갖게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 책 덕분에 미소를 지으며 이 책을 덮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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