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즌 파이어 세트 - 전2권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어둠을 배경으로 펼쳐진 숲 한가운데 한 소년이 서 있다. 소년을 둘러싼 새하얀 눈이 너무 밝아서 배경이 어둠이라는 것은 찬찬히 책 표지를 살펴보고 난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어찌보면 숲은 눈으로 반사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년이 자신의 빛으로 숲을 밝히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홀로 서 있어 외로워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신비스러워 보이는 소년의 뒷모습에 호기심이 당겼다. 그래서 기꺼의 소년의 뒷모습을 따라 그가 이끄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겨울의 깊은 밤, 혼자 집을 지키던 더스티는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 자신이 죽어가고 있노라며 그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달라고 부탁하는 알 수 없는 소년의 전화. 더스티는 황당한 장난전화라 치부하고 넘기려 하지만, 소년에게서 2년전 갑작스레 사라진 오빠 조쉬의 흔적을 느끼게 되면서 더스티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년을 찾아 깊은 밤 숲속을 달려 나가게 되고 그렇게 소년과 더스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름도 나이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소년과 더스티는 서로 갈등하고 엇갈리지만 단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둘 모두 자기자신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것이였다. 소년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괴로워하며, 더스티는 사라져버린 오빠 조쉬의 뒷모습만을 쫒으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억누른다. 사실, 소년과 더스티는 자신들의 두려움이 무엇 때문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인정해버리면 자신들이 진짜라고 믿는 모든 것들이 변해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두려움을 자신들의 속안에 감추어 안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그 고통들은 둘을 잇는 매게가 되어 주고 서로를 신뢰하게 만들어 준다. 

둘이 서로를 믿고 느끼게 되며 각자가 스스로의 모습을 어렴풋이 깨달아 갈수록, 둘을 둘러싼 상황은 긴박하게 변해간다. 소년을 뒤따르는 이상한 소문들과 위험한 사람들은 점점 소년과 더스티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그 고통들은 둘이 자신들의 진짜 모습을 깨달아야 하는 두려운과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과 더스티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받아들이고 한단계 성장을 하며 서로에게 작별을 고한다. 그들은 이제 각자의 미래를 향해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가야 했기에, 둘의 헤어짐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였으리라. 그들은 이미 서로에게 과거라는 꿈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처음에 소년은 마치 더스티의 자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스티가 스스로 깨닫지 않으려 애쓰고 있던 자기 내면의 이야기들을 꺼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소년은 더스티의 자아라기보다 더스티의 잃어버린 오빠 조쉬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만남부터 마지막 헤어짐까지 소년은 줄곧 더스티를 보호하며, 더스티와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한다. 마지막으로 둘이 헤어질 때 소년이 더스티에게 한 말, 그리고 그 직후에 조쉬가 나타났다는 정황들은 이런 내 심증에 무게를 더해 주었다. 소년은 어쩌면 자신이 죽으려고 시도한 순간 조쉬의 영혼과 만나고 그 순간부터 더스티와의 만남동안 그는 잠시 조쉬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한참을 그 여운에 잠겨있었다. 사실 나는 소년과 더스티가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랬다.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본디 지나간 것을 다시 되돌리거나 멈출 수 있는게 아니니까. 이제 막 그 순리를 배운 소년과 더스티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저 안타깝고 섭섭해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만날 수 없었기에 더 아름답고 기억에 남을 결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런 내 스스로의 설득도 내 안의 쓸쓸한 마음에는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그 쓸쓸한 이야기의 여운이 내안에 남아 빙빙 맴돌고 있다.  

이 책을 쓰는데 작가가 2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는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읽는 내내, 그리고 다 읽고 난 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사람의 가슴을 깊게 파고 들었다. 그동안 팀 보울러의 책들이 재미있다는 평을 듣긴 했지만, 성장소설이라는 장르에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그의 이야기와 만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였다. 그와의 만남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밌었고, 감동적이였으며 내 마음을 움직였다. 이렇게 기분좋고 감동스러운 첫 만남을 싫어할 사람은 아마 없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되도록 빠른 시간내에 팀 보울러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만날 그의 이야기를 기약하며 이 이야기의 여운을 내안에 담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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