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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지음 / 이순(웅진)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매일 아침 눈을 떠서 처음으로 하는 생각이 무엇인가? 상쾌한 아침이구나, 오늘도 즐겁게 살아보자, 같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마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들을 했다고 하지만, 불행하게도 난 그저 평범한 소시민인지라 당장 눈앞에 닥친 것에 대한 걱정과 짜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걱정과 짜증이란 아주 짧은 문장하나로 요약된다. 아, 출근하기 싫다. 이 짧지만 스트레스로 스파크가 팍 오는 단 한줄의 문장은, 오늘도 내일도 아마 앞으로도 평생 나를 따라 붙어 다니며 아침마다 내 뇌속에서 자동 재생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으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세상의 많은 실용서들과 미디어들은 이렇게 출근 스트레스를 받으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개개인들에게 그런 생각을 꾹꾹 눌러넣고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플러스가 되는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자신의 인생에 쨍하고 해뜰날이 올꺼라며 장미빛 미래를 나의 뇌속에 주입해댄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그렇게 말을 하고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 기업의 CEO라는 것이다. 당연히 사장님들은 직원들이 열심히 자신을 희생해 노력봉사하면 좋아하겠지. 그들은 최소투입 최대산출을 원하니까. 그동안 내가 사회생활을 하며 깨달은 사실은 열심히 일하면 자기만 손해라는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 그런건 아부할때나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팍팍한 사회 첫발을 디디며 쓴맛을 알아가는 동안 인생이 외롭고 쓸쓸해져서 내 편에 선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고리쩍부터 씌여진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기 희생정신의 삶은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우리 세대에겐 통하지 않는 이야기가 됐으니까. 그럴 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과 처음 대면했을 때, 표지의 마이너한 디자인과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라는 부제에 잠시의구심이 들었었다. 얼마전 자신이 B급 인생임을 자처하는 모 책을 읽고 피를 봤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이 책도 그런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 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밤에 잠도 못잤을 것 같다. 이렇게 유쾌,상쾌,통쾌한 이야기라니! 

저자는 나와 비슷한 또래 비슷한 사회경험을 하고 있는 나처럼 평범한 소시민 여성이다. 비록 나보다 공부도 잘했고, 글도 잘쓰고, 그래서 더 좋은 회사에 다니며 꽤 괜찮아 보이는 남편도 있는 조금(?) 부러운 인생이지만, 속내는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공감되는 이야기들도 많았고, 그녀 덕분에 새로이 생각해보게 된 것들도 생겨났다. 특히 저자의 소탈하지만 유쾌한 글솜씨에 반했는데, 그녀의 비유와 비판이 적절하게 섞인 문장들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연신 나를 웃게 만들어 주었다. 그 웃음은 정말 그 이야기가 웃겨서였기도 했지만, 그녀가 하는 이야기에 저절로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는 이 사회에 대한 조소이기도 했다. 

아마 이 이야기는 아직은 세상이 장미빛으로 보이는 미래의 직장인들과 나이지긋하신 어른들이 읽기엔 무리일 듯 싶다. 이 책의 이야기는 내 또래의 이야기니까. 아직 어린 친구들은 사회초년생의 사회에 대한 쓴맛의 이야기들에 대해 공감하기 힘들테고, 386세대 이상의 어르신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세상의 모순과 이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것같다. 이 책은 그야말로 딱 우리 시대의 우리 이야기인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너무 좋았다. 비록 책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저자의 진짜 모습에 대해 알게 되고 조금 얄미운 생각이 들었지만, 뭐 스스로 사실을 실토했으니 그 정도는 애교로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부디 저자에게 바라건데, 몇년 후에라도 책을 계속 이렇게 집필해주길 바란다. 이 책 한권으로 끝내기에 당신의 이야기는 너무 재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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