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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P63 나는 어려서부터 포기가 빨랐다 오빠와 달리기를 할 때 오빠의 등이 보이면 중간에 멈춰 서며 "나 안 해!"를 외치곤 했다 딱히 지는 걸 싫어할 만큼 승부욕이 강한 사람도 아니면서 이기지 못할 걸 알면 도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여행은 패배할 확률이 높은 도전이었다 영어라곤 한마디도 못하는, 가난하고 능력 없는 쌍문동 캥거루족에겐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이었다 나는 그 도전을 포기 없이 끝내고 싶었다 행복함과 외로움, 즐거움과 두려움, 설렘과 불편함을 비롯한 모든 감정이 녹아 있는 나의 여행을 제대로 끝마치고 싶었다
내가 믿을 사람이라곤 칠칠치 못한 나뿐이었으나, 내가 이토록 나와 친했던 적이 없었다
외로울과 그리움을 이겨내고, 위험하고 두려운 모든 상황을 버텨내고 절대로 답이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풀어나가며, 나는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는 일을 배웠다
P77 순간의 선택으로도, 한 번의 여행으로도 바뀔 수 있는 게 인생이었다 과정을 사랑하지 못한 나는 많이 아파했다 오늘이 행복하면 어제에 미련이 없다는 것을, 과거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나는 어수룩했던 그때의 나를 안아준다
P111 내가 선택한 아주 작은 행위 하나에도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존재한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한 저울질이 늘어간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얻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잃지 않는 쪽을 택하게 된다 우리가 '그래서는 괜찮지 않은 나이'라고 칭하는 행위들은 대부분 눈앞에 당연하게 있는 것을 잃게 만든다
P155 어떤 세사인지 모르는 곳보다 어떤 세상인지 잘 아는 곳이 더 두려웠다 뭐가 있는지 모르는 새로움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보다, 예상 가능하고 그 예상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을 익숙한 세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더 끔찍하고 무서웠다
나는 떠나올 용기는 있었지만, 돌아갈 용기는 아직 마련이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P237 선택은 쉽고 가벼웠다 행복해지고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행복만해보고자 떠나온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 깃털 같은 선택에 따라오는 책임은 납덩이처럼 나를 짓눌렀다
내가 누군가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결정하는 주체성을 가지게 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내가 내 삶을 책임지게 되자 나는 자유로웠다
좋아하는 것도 잘 하는 것도 이름까지 평범한 대한민국 91년생 김지영
실패가 두려워 꿈을 포기했고 재활병원 작업치료사로 고된 업무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연봉을 받고 열심히 살았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그녀의 1년 7개월간의 40개국 여행기 6개월을 계획하고 떠났던 여행을 2년 가까이 하면서 깨달은 것들 진짜 좋은 글들 떠나보면 알게 된다는데 진짜 글로도 충분히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