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레져 > 내 슬픈 숨은그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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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장어 스튜 - 2002년 제2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ㅣ 이상문학상 작품집
권지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2년 1월
평점 :
조카가 여섯살이었을때 한참 맛들인 학습지의 한 켠에는 숨은 그림 찾기가 있었다. 숨은 그림 찾기가 학습 방법 중의 하나였던가 싶어서 생경했지만, 잘찾아내는 조카의 익숙한 손놀림을 보아하니 것두 참 재밌어 보였다. 스포츠신문에 숨은그림찾기를 보면 조카의 손놀림이 생각나 유치해서 멀리했던 것과는 달리 하나하나 찾아낼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기쁨이 참 달다.
권지예의 소설을 읽고 나자 숨은그림찾기가 하고 싶어졌다. 내인생의 눈이 미처 보지 못한 어리석을 만큼 슬픈 삶의 기호들, 난 너무 기쁘게만 살고 있는거 아닌가 싶은 안온함..바퀴벌레의 습성을 오싹하리만큼 관찰하는 여인의 기괴함이 심상치 않았지만, 역시 심상치 않은 인생의 경력은 기괴한 습성을 상처로 남기는가... 스무살때 아이를 낳은 흔적이 뱃살에 오돌도돌 남아있는 상처, 키우지 못한 상처, 키우지 못해 입양을 보내버린 상처, 그 무수한 상처의 처음을 함께한 남자..열병처럼 그남자의 정자에 가끔씩 들어와 쉬고 가는 해열제 같은 여인의 행각이 달갑지는 않았으나 그녀를 용서 할 수 있었던건 떠나기 위해 온몸을 바쳐 사랑하는 관계를 사랑한다는, 따뜻한 삼계탕같은 남자의 말 덕분이다.
숨은 그림 찾기를 잘 하는 것도, 그 나이를 잘 살아내는 법칙 같은 것이 아닐까..쉬운 그림때문에 숨은그림찾기가 재밌는 유년시절, 그방면에선 도사가 되는 20대, 옆에서 거들어줘야 잘 찾아지는 30대, 찾지 못해 안타까운 40대, 찾아도 그만 안찾아도 그만인 50대 그이후의 삶들.. 상처를 껴안게 된 스무살의 열정이 그 이후의 삶을 쥐었다 놓았다 하고 있어 홀로 치유하려 애쓰지만 결국 그 해열제의 역할은 몇년을 지탱하지 못해 찾고, 찾아오고, 돌아오기 위해 머무는 경유지가 되버렸다. 그여자에게 상처를 입힌 첫남자는 그렇게 막다른 골목의 경유지, 끝내 어찌어찌 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거기 놔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위해 삼계탕을 끓인다. 피카소가 뱀장어 스튜를 끓이는 아내를 그린 그림을 바침으로써 그녀의 행복을 염원했던 그림처럼 그녀의 남편 역시 그녀의 자살미수가 또렷한 팔목의 상처, 아이를 낳았으나 키우지 못한 뱃살의 상처를 잠시나마 뜨뜻한 국물과 연한 육질로 더이상 그녀의 슬픈 인생의 그림들을 못찾게 하고 싶었을 테니, 이우울한 상처의 소설엔 핀잔을 줄 수가 없다. 그녀의 남편이 그녀의 환부를 따뜻하게 핥아 주는 이세상 처음의 남자였다는 것 역시 그녀를 위한 삼계탕을 끓이는 남자로서는 마지막임을, 그래서 그녀가 또다시 그를 떠나는 일이 없기를..
...살아서 펄떡이는 것들을 모두 스튜냄비에 안치고 서서히 고아 내는 일. 살의나 열정보다는 평화로움에 길들여지는 일. 그건 바로 용서하는 일인지 모른다. 그녀는 이제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녀를 위해 삼계탕을 끓이는 남편에게 역시 닭을 죽이지 못해 닭을 먹지 못했던 한때의 슬픈 상처가 있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로 치유 되었다 하나, 닭을 직접 손질하고 음식으로 승화시키는 일이 고운 역할은 아닐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위해 삼계탕을 끓이는 남편이 참 이쁘다. 그녀는 이제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라는 안심이 남편의 바쁜 손길을 재촉했음을 미루어, 숨은그림을 함께 거들어 찾을수 있는 그가 있어 그녀는 방황도 할 수 있는 행복한 여자라고 낙인시켜주면 그녀의 상처가 일할은 치유되지 않을까 싶다.
살면서 가끔 만나게 될 비슷한 내 상처의 이유들을 목격하더라도 당황하거나 피하지 말자. 반드시 명약은 있게 마련이며, 명약을 만드는 이가 있을터이니 말이다. 그리고 의심하지 말라. 너만큼 힘들지 않은 이가 없는 것이 바로 이세상의 실재라는걸..잊지 말아라..상처와 함께 뒹굴며 사는 것이 완성된 한그릇의 삼계탕을 준비하고 먹는 것처럼 차갑고 뜨거운 일임을..그렇게 소소한 것임을 잊지 말라..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한그릇의 요리쯤은 익혀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