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레져 > 장정일, 조금만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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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5 ㅣ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5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어떤 책을 읽을까.. 정말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지 못하고, 서점의 망망대해에서 꼬로록 꼬로록 물만 먹고 있는 기분이 들때, 다른 사람들의 독서 목록을 훔쳐보고 싶어진다.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약간의 고심을 하는 것과는 달리 책 한편 읽으려면 무던히도 골라 읽으려는 악습이 언제쯤 사라질런지.. 일간지 신간코너에서 박스 기사 조차 얻지 못하고, 신간 목록에만 덩그러니 있었을 법한 책도 그에게는 독서 목록으로 자리 잡는다. (일간지 기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의미는 전혀아님!!)
앙드레 지드였던가.. 나쁜책은 왜 나쁜 책인지 읽어봐야 한다고.. 그가 살았던 도시의 도서관에 소장되있는 책을 모조리 읽을정도로 독서광이었다는데..그런 말은 충분히 매혹적이고 욕심이 나고 따라하고 싶어진다. 마냥 책만 읽어주는 남자처럼 장정일은 고분고분 하지만은 않다. 날카로운 피력과 건성으로 읽은듯한 한 줄도 재미있다. 끝없는 사랑..우리들에게는 브룩 쉴즈가 한참 청춘의 우상이었을때 찍었던 영화의원작에 대해
논하고, 비디오 까지 찾아보았으나 결국 못봤다는 그의 성의와 호기심도 꽤 부럽다. 소수의 대중만 찾을 것 같은 희곡을 읽을때 그는 꽤 공들여 읽는다는 표현을 썼다.
그 역시 몇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린적이 있기 때문이지만, 재즈, 시나리오에 대한 독서일기도 틈틈이 실려있어 그는 과연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일이 참 많구나를 실감한다.. 언젠가 일간지에서 은희경씨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단편집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 그날 마침 종로에 나간김에 서점에 들렀다. 대형서점 두군데를 답사했으나..그 책은 이미 다 팔려버리고 없었다. 내 앞에서 마지막 한 권 남은 책을 집어든 한 여성의 말은.. '은희경이 이거 추천했다. 너무 재밌을 거 같아..' 며칠 후 나두 그 말에 더 분기탱천해서 구입했으나, 몇 편을 제외하고 썩 재미가 있지는 않았고 잘 읽히질 않았다.
장정일이 읽은 책을 모조리 다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장정일 처럼..나두 내 방식대로 재밌게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해졌다. 그리고, 재미나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 초딩 4학년때 독서반 선생님은 맛깔스럽게 얘기해주는 입술을 갖고 있었다. 그 선생님은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검은 뿔테 안경과 살구색 나는 입술로 구석구석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신명나게 책속의 등장인물들을 끌어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너무도 생생히 들려주어서 아직도 난..내가 베니스의 상인을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막상 읽어보면 재미없는 책일지라도 그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들은 잘도 들린다...이야기 보따리 청년처럼.. 장정일 덕분에 소외되있던 몇권의 책들이 서점을 나서는 일이 생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