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샐리 > 한국의 공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할 필독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 - 거꾸로읽는책 3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초판으로 이 책을 읽은 게 벌써 10년도 더 전인가요. 까마득히 오래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때만해도 '이런 책, 위험하지 않을까' 하면서 어린 마음에도 고개를 걱정스럽게 갸웃하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러 이 책이 고등학생들의 권장도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격세지감을 느꼈지요. 그리고 새로 개정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들추어보았습니다.

...내용면으로도 꽤 격세지감이더군요. 내용이 보충된 건 좋지만 과거에 좀더 신랄했던 표현들이 많이 완화되었다는 느낌. 통쾌한 느낌은 많이 반감되었습니다. 저자의 서문에도 고등학생들을 위해 많이 다듬었다는 얘기가 있는 만큼 어쩔 수는 없다 치더라도 아쉬운 건 할 수 없네요. 그렇다 해도 이 책의 내용이 어디 가지 않습니다. 이 책은 보기 드물게 1. 재미있고 2. 올바른 시야, 최소한도로 균형잡힌 시야를 일깨워주는 역사서입니다.
이 책을 읽고 이 책에서 권하는 참고서적도 여러 권 읽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길고 지루한 책들을 놀랍도록 재미있고 역동적으로 다이제스트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읽은 사람도 좋고, 아니라면 대학교때라도 읽어도 좋고, 그게 아니라면 졸업한 후에라도 꼭 일독하기를 권합니다. 최소한,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판적으로 볼 눈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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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샐리 > 유쾌 통쾌 상쾌한 이계진입 판타지(무협?) 물의 수작
극악서생 1 극악서생 시리즈 1
유기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최대의 미덕이자 최대의 매력은, 부담없이 웃기고 부담없이 재미있다는 겁니다.
아직 3권까지밖에 안 읽었지만 이 책은 여자인 제가 읽어도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습니다.

굳이 여자임을 들먹이는 이유는, 이 책은 사실 철저하게 남성 위주로 흘러가기 때문이죠. 주인공 남성은 우연히 꽃미남이 되어 미녀들로 이루어진, 맘대로 따먹을 수 있는 꽃밭에서 살면서, 끓어오르는 욕망을 '아아, 미성년 건드리는 파렴치범이 되기 싫다' 혹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내맘대로 하는 쓰레기가 되기 싫다(즉 멍석 깔리니까 더 하기 싫은 심리)' 등등으로 억누릅니다.

실제 남정네가 저런 상황에서 얼마나 참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어떻게 보면 심의를 의식한 윤리관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주인공의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엄격한 윤리관은 여성 독자가 보기에도 꽤 편합니다. (비슷한 상황의 <소드엠페러>의 주인공 한성은... 가는 꽃밭마다 다 건드리니까 싫더군요;; 여자가 몸을 던지는 상황은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건만)

그리고, 개그가 질리지 않고 계속적으로 재미있다는 것은 굉장한 매력입니다. 작가분이 글쓰는 센스가 있으신 것 같아요. 상황의 재미 말장난의 재미 주인공 생각의 재미 등등, 모든 것이 재미있습니다. (아수라 백작 이야기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극악서생이라는 이름이 문제인지 연재속도도 극악해서 문제지만,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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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유욕이랄지..그런게 상당히 강한편이라..뭐 하나를 온전히 넘기지 못한다...그래서 사람들이 하는 말 한마디..책에서 보여지는 글 한줄이 나에게 상당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난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선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티비에서 해줄때 그냥 볼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라 생각될땐 반드시 녹화를 해둔다..어쩌다 꺼내서 보면 녹화하길 잘 했단 생각도 들고..한번 보고 지우는 경우도 있지만..많은 시행착오 끝에 좋은 영화는 남길만한 눈썰미가 생긴것 같다..일단 일본 영화는 비밀과 워터보이즈,러브레터를 녹화했다.춤추는 대수사선도 녹화했었지만 지운 경우다..그리고 홍콩 영화론 무간도,성룡의 CIA,와호장룡..외국 영화론 물랑루즈,반지의 제왕,반지의 제왕2,브링 잇온,코요테 어글리,터미네어터3,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타이타닉...사운드 오브 뮤직은 요들레송과 애들이 잠자러 갈때 부르는 노래를 녹화했다..그리고 한국영화는 이번 설날 특선영화까지 합하면 꽤 된다..연애소설,클래식,장화홍련,친구,두사부일체,번지점프를 하다,후아유,엽기적인 그녀,안녕 UFO,와이키키 브라더스,첫사랑 사수궐기 대회,파이란..설날에 녹화한 어린신부,말죽거리 잔혹사,실미도..오늘 그녀를 믿지마세요를 녹화할 예정이다..이렇게 영화 녹화 테이프만도 꽤 많아서  심심할때 꺼내서 보곤 한다..내 원대한 계획으론 나중에 홈씨어터를 구비해서 DVD도 한 몇백개 소장해서 따로 나만의 영화관을 집에 만드는 것이다..설날이라 요즘엔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설날 편성표는 영화빼곤 별로라 평소처럼 책을 읽고 있다..요즘 읽는 책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웨하스 의자와 달의 제단..그리고 지구영웅전설이 있다..설날에 들어가기전인 월요일엔 난 정말 재밌는 소설 하나를 읽어서 기분이 좋았는데..바로 은희경님의 새의 선물이다..이 책은 무엇보다 성장소설 이기 이전에 관찰소설이며 공간적이고 시각적인 느낌을 많이 준다..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건 보면서 많이 웃을수 있었고..유명하다면 유명한 소설을 드디어 읽어서 개운하다는 것이었다...사실 김약국의 딸들과 새의 선물 두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이 소설을 선택한걸 다행으로 생각한다..이제 다음주면 난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지만 그 두꺼움때문에 보기 망설였던 달의 궁전을 읽을 생각이다..달의 제단은 어저께까지 읽었는데..역시나 심윤경다운 멋진 글이었다..심윤경님의 세번째 소설이 얼른 출간되기를 바랄뿐이다..아...아까 영화녹화 한거 말고도 vcd로도 영화를 갖고 있다..4월 이야기와 셀위댄스..반칙왕과 딥임팩트를 가지고 있고..예전에 유명했던 만화 슈퍼 그랑죠도..용산 전자상가에서 구입했다..그리고 ses와 핑클의 동영상 cd도 있는데..둘다 뮤직비디오가 담겨있다.내가 녹화했던 테이프엔 유난히도 가수들의 무대가 많다..내가 아끼는 가수들의 무대는 보아와 이수영,,비..세븐..장윤정장나라..쥬얼리,,슈가,,등이다..물론 이외에도 휘성...채연,동방신기,베이비복스,god등의 가수 무대도 좋아한다...상당히 많은 가수들이 있고 다양한 무대는 나의 맘을 사로잡는다..내가 보면서 가장 놀라는 가수는 보아가 단연 최고이고..(놀란다는건 좋다는 말의 돌림이다..)..보아는 노래도 좋지만 그 춤들이 단연 돋보인다..그리고 비와 세븐은 남자 가수들중의 단연 춤으로 1,2위를  다투는 강자들이다..그리고 쥬얼리는 어게인할때의 무대를 좋아하고 슈가는 페이드 어웨이를..장나라는 4월 이야기 부를때가 좋다..이수영은 덩그러니 이전 초기의 모습들을 좋아하는데..특히나 네버 어게인과 그리고 사랑해의 무대가 난 좋게 느껴진다..휘성은 이번 불치병에서 목소리의 기교를 많이 보여주는데 ..보면서 많이 놀라긴 하지만..난 위드 미의 무대를 더 좋아한다..이렇게 난 가수들의 모습을 보며 그 시대의 기억..가수들의 다양한 변천사를 느낀다..그래서 녹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내 서랍엔 테이프들이 더 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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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기억력이 좋기도 하지..

아까 낮에 점심시간에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네이트온으로 쪽지를 보냈는데 확인 바란다고. 보니까 모르는 번호라서 그냥 무시하고 있었는데 방금 조카가 네이트온으로 할말이 있다고 해서 들어가 봤더니 쪽지가 와 있었다. 혹시나 해서 클릭을 했더니 이렇게 적혀있다.

안녕하세요. ***님. 혹시 **유치원 나오지 않으셨나요? **초등학교 앞에 있는.. 맞으시다면 저와 유치원 동창이시네요. 제 이름은 ***입니다.

햐. 누군지 몰라도 기억력한번 끝내준다. 초등학교 동창도 가물거리는 판국에 유치원 동창이라니. 그걸 기억하고 있는것도 신기했지만. 더 신기한건 유치원때 사진을 빼면 그때의 기억이라고는 등때기에 난 잔털만큼도 기억에 없는 나였다. 정말이지 내가 유치원을 다니긴 한걸까 싶었다. (하나 기억난다. 노란 유치원 가방과 노란 빵모자. 난 그 모자 되게 싫어했었다. 턱 고무줄 땜에 늘 토할것 같았다.)

이름을 보아하니 남자인데. 나를 어찌 기억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답장을 남겼다.

네. 이름도 유치원도 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저는 성함이 영 낮설어서요.

이렇게 보냈더니 댐시 또 답장이 온다. 그 답장의 내용인즉슨. 유치원때 그쪽과 나는 되게 친했단다. (난 전혀 모르겠다.) 자기에게 누나가 있는데 그 누나도 나를 기억한다나? 하긴 내 이름이 어디 한번 들으면 잊혀질 이름이여야 말이지. 우리 아버지는 딸네미가 평범해빠져서 다른 일로는 타인의 뇌리에 각인될 일이 천지 없다는걸 예감이라도 하셨던건지 하여간 이름 하나는 기똥차게 지어놓으셨다. 아무튼 그리그리 하여 초등학교마저 같이 들어갔고 그쪽은 4학년때까지 다니다가 전학을 갔다고 한다. 초등학교때는 한 반이 된적이 없었고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간에 기억이 전혀 나질 않으니 좀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자주 놀러가던곳, 내 특징까지 다 기억을 하고 있는데 (피부가 하얗고 깨끗한 얼굴이었다고 기억을 한단다. 세상에 지금 보면 기절하시겠군.) 내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가방과 빵모자가 전부이니... 심지어 그쪽집이 그 동네에서 갈비집을 해서 내가 몇번 놀러가기까지 했다는데 말이다.

뭐 기억이 전혀 없긴 하지만 그쪽에서 동창이라고 우기니 믿을 수 밖에. 나이는 나랑 동갑이고 결혼은 일찍 했단다. (스물 다섯에 했다네) 회사를 다니고 있으며 그저 평범하게 산다고 했다. 나는 기억해주어 고맙다. 나도 회사원이다. 아직 결혼은 안했다. 등등의 얘기를 대강 적어서 답장을 보냈다. 나도 그쪽처럼 뭔가 콩딱지 만큼이라도 기억이 나면 좋겠지만. 무슨 기억상실증에 걸린것 처럼 머리속이 하애서 당최 적을것이 없었다. 그는 불손한 의도는 전혀 없으며 혹시나 자기가 연락을 해서 기분이 실례가 되었다면 가감없이 얘길 하라고 했다. 난 뭐 그럴것 까지는 없다고. 이름이 원채 특이해놔서 이런일 왕왕 겪는다고 그러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랬더니 용기를 얻었는지 혹시 시간이 괜찮으면 오늘 저녁을 사고싶단다. 그래서 나는 죄송하지만 선약이 있다고 했다. (선약은 당연히 없다.)

찾아준 동창이 여자였다면 한번쯤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겠지만. 남자라니 별로 관심이 없다. 더구나 유치원 동창을 새새하게 기억하고 찾아내는 자잘한 성실함이란 별로 와닿지 않는다. 근데 정말이지 그쪽은 어떻게 나를 그렇게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걸까? 심지어 재롱잔치에 왔던 우리 엄마,아빠에 내 여동생까지 다 모조리 기억을 하고 있었다. 정말 기억력이 좋기도 하다. 뭐 한편으로는 부러운 감도 없잖아 있다. 기억할만한 유치원 동창이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난 아무도 기억에 없다. 아. 아니다. 나도 한명 있구나. 이름이 김샛별이었던 아이. 내 이름도 신기하지만 너도 참 만만치 않구나 싶어 측은하기까지 했었다. (당시 이름이 신기하면 다 측은했음) 샛별이란 애는 까맣고 되게 마른 애였는데 눈은 겁나게 반짝거리는 애였다. 지금 생각하니 이본이 어렸을때 그렇게 생겼겠다 싶다. 음... 찬찬히 떠올리니 나도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군. 유치원 동창이라. 참 오래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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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오늘 아침

평소의 내 기상 시간은 9시 5분과 10분 사이이다. 10시에 출근인걸 생각하면, 꼴에 씻고 찍어바를것이 많은 여자라는 점에 도시락까지 싸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간당간당한 기상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저기서 잠시라도 지체를 하면 지각은 따 놓은 당상이다. 따라서 옷을 뭘 입을까 혹은 신발과 가방은 어떤걸 하고 나갈까를 고민하면 절대로 안된다. 그저 그 전날밤에 벗어놓은 옷을 대강 주워입고 나가야 한다. 저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 나는 전날 밤에 몹시 준비한다. 가방을 미리 챙겨놓고 도시락 반찬은 미리 만들어두고 샤워를 하면서 머리까지 감아둬야 한다. 아침에 반찬을 하고 긴 머리를 감고 말린다면 아마 모르긴 해도 한시간쯤은 더 일찍 일어나야 할 테니까.

나는 언제나 알람을 8시 30분에 맞춰둔다. 그러면서 10분씩 뒤로 미루며 아직까지 3번이나 더 그짓을 하면서 잘 수 있음을 만끽한다. 남들은 차라리 그냥 스트레이트로 자지 왜 저려냐고 생각하겠지만. 아무튼 나는 '아직도 10분이나 더 잘 수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며 자는게 더 좋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날이 있다. 오늘 아침이 그런 날이었다.

눈뜬 시각은 7시 40분. 아직까지 1시간 25분에서 최대 30분까지 잘 수 있는 시간이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어쩐 일인지 다시 잠이 들지를 않는다. 8시대도 아닌 7시대에 일어나다니. 스스로 기특해 죽겠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잠이 오질 않아 억울하다. 20분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뒤척거리다가 결국 포기를 하고 머리맡에 있는 책을 집어들었다. 요즘 내가 읽고있는 책은 이해경의 '그녀는 조용히 살고있다' 라는 책이다. 1시간 동안 책을 읽다가 9시에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다. 도시락 밥을 푸려다가 말고 오늘은 직원중 한명이 점심을 쏜다며 도시락을 싸오지 말라는 얘기를 기억해내고는 다시 밥주걱을 수저통안에 넣고 도시락통도 싱크대에 넣는다. 10만원 저금 통장이 어제부로 60만원 가까이 채워졌으므로. 그 중 50만원을 빼서 정기예금을 하기 위해 예금통장과 저금 통장. 현금카드를 챙기고, 읽던 책을 넣고 피부를 위해 먹는 멜라클리어 6알을 약통 (어찌나 머리가 나쁜지 회사에 약을 통째로 두고 먹으니 먹은지 안먹은지 당최 기억이 안나서 3칸으로 나뉘어 시간마다 삐삐 울리는 약통에 따로 넣어서 다닌다. 머리가 나쁘면. 언제나 그렇듯 가방이 무겁다.) 에 넣었다가 다시 아침 분량인 두알을 꺼내서 아침에 주스랑 함께 마신다. 델몬트 콜드를 마시다가 마지막 부분에 가라앉는 찌꺼기의 걸죽함이 싫어서 아침에 주스로 바꿨는데 이것도 슬슬 질린다. 어디 맛있는 오렌지 쥬스 없을까? 회사에서 마실 자스민 티백을 5개를 챙기고 핸드폰도 넣고 마지막으로 동전 지갑을 열어서 토큰의 갯수를 확인한다. 한개가 들어있다. 지갑에서 4천원을 꺼내어 코트 주머니에 넣는다. 버스를 타러 가면서 토큰 5개를 사야지. 얼마 안있으면 국민은행 체크카드에 교통카드 기능도 추가가 가능하다니 그때가 되면 이짓도 끝이다. 그럼 동전 지갑은 왜 샀을까? 그때 딴걸 골라서 사달랠껄 그랬다. 뭐 이를테면 목도리 라던가. 코모도에서 본 파란색과 흰색의 굵은 실로 짠 목도리가 이쁘던데...

오늘은 일찍 일어난 기념으로 얼굴에 파우더라도 발라주기로 한다. 평소에는 이 얼굴에 용감하게도 노메이컵이다. 어디 그뿐인가. 자기 손가락 3개의 넓이 만큼이 이상적인 이마 넓이인데 나는 무려 손바닥을 다 올려놓아야 겨우 이마가 가려지는 주제에 앞머리도 실핀으로 띡 꼽고 다닌다. 앞머리를 내리려면 아침에 머리를 감아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실핀 꼽은 모양새는 내가 봐도 좀 너무한다. 햇살좋은날 길가다 날 마주치면 상대는 내 얼굴을 똑바로 처다보지 못하리라. 이마가 좀 넓게 번쩍여야 말이지. 세수를 하고 (우유가 떨어져서 우유세수는 못했다. 파스퇴르가 있긴 하지만 그건 너무 비싸서 목구멍으로 넘겨야지 얼굴에 처바를게 못된다.) 거울앞에 앉아서 스킨 로션 수분크림을 바른다. 안티에이징 에센스와 화이트닝 에센스가 떨어진지 오랜데 살 엄두가 안난다. 그것들은 집었다 하면 개당 12만원은 가볍게 넘겨주신다. 간만에 자외선 차단제도 바르고 파우더도 두들겨준다. 확실히 화장품을 발라서 번들거리던 피부가 다시 새수를 막 마쳤을때의 뽀송함으로 돌아간다. 파우더만 발라도 이지경인데 완벽한 메이컵을 하면 실제의 나와 얼마만큼 공백이 생길까 생각하니 잠시 아찔하다. 내친김에 눈썹도 그려주자. 우리집안 여자들은 대대로 눈썹이 별로없다. 남들처럼 자유자재로 눈썹을 그리기 위해 밀어낸게 아니라 원래 숱이 적다. 연예인 중에는 변정수가 눈썹이 그렇게 없다지? 저번에 친구 메이컵할때 따라간 청담동의 유명한 메이컵 아티스트가 날 보고 그랬다. '어머 변정수씨만큼 눈썹이 연하네' 눈썹과 메이컵을 마치고 얼마전에 맞춘 안경을 낀다. 원래는 안경을 끼지 않고 렌즈를 끼지만 1회용이라 그 비용이 가히 눈이 뒤집힐 만큼이라 큰맘먹고 안경을 하나 했다. 안경테는 거의 졸도할 만큼 비싼걸 했다. 그러나 안경이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내 얼굴에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유일한 테였으므로 망설이고 자시고 할 수가 없었다. 어찌 되었건 끼고 다니면 1회용렌즈 4개월치 값은 훨씬 더 빠질테니까. 안경을 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되게 똑똑해 보인다고 자부해본다. 난 안경낀 사람은 무조건 다 똑똑해 보이더라.

회색 면바지에 흰셔츠와 까만 V넥 니트를 입고 초록색 머플러를 맨다. 어제밤에 이미 다 생각해놓은 코디다. 약속도 없는데 이러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옷을 미리 챙겨뒀다. 양말을 두개 껴 신은 다음 세탁소에서 찾아온 더플코트를 입고 (파란색 롱코튼 너무 오래 입어주셔서 실실 지겹다.) 그 위에 다시 회색 털 목도리를 두른다. 잘 두르면 코와 입은 물론 양쪽 귀까지 다 커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까만색 울 장갑을 끼고 가방을 들고 주머니에 동전 지갑과 아침에 넣은 4천원을 확인한 다음 열쇠를 집어들고 집을 나선다. 나서자마자 찬바람이 확 끼친다. 오늘도 겁나게 춥겠구나. 빨리 뛰어가서 토큰을 산 다음 잽싸게 버스가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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