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선인장 > 다시-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모두들 이 영화가 쿨하다고 했다. 이별 앞에서 울지도 않고, 장애로 인해 절망하지도 않고, 환경을 원망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들의 시간을 충만하게 살아가는 조제와 츠네오를 보고 쿨하다고 했다. 담백하고 상큼한 연애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울었다. 영화가 끝나지 가슴께가 뻑뻑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호랑이를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고 있는 조제의 표정을 보면서부터였다. 그들의 사랑이, 조제의 삶이, 츠네오의 마음이 너무나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들이 살아낼 시간이, 마음에 남을 추억이 아프게만 느껴졌다.
조제는 자신의 장애를 비참하게 여기지 않는다. 골방에 갇혀 주워온 책을 읽으면서도 그녀는 태연하게 시간을 견뎌낸다. 하늘의 구름마저 집에 가고 싶을 정도로, 간절한 욕망을 가득 품고도, 그런 욕망으로 인해 절망하지 않는다.
장애를 가진 조제의 옆에 머물면서도 츠네오는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조제와 함께 살았는지, 그가 어떤 결심으로 그의 연인과 헤어졌는지 영화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평범한 영업사원으로 살아가는 그는 처음처럼 빛나는 웃음을 잃지 않았고, 처음처럼 타인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조제 대신 장애를 앓았고, 츠네오 대신 선택의 무게에 휘둘렸다. 그들의 사랑은 움직이지 않는 다리와 허리가 휘는 고단한 일상에서부터 시작한 것. 그리고 온전히 그 속에서 자라난 것. 한 번도 그들은 아프다고 하지 않았지만, 한 번도 그들은 힘들다고 하지 않았지만, 츠네오가 결국 도망치게 된 사연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산다는 건 그저 일상에 되어버린 환경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 그래서 장애와 고단함도 그저 살아가는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 것. 그래서 우리는 가끔 행복하고, 늘 불행하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가끔 불행하고 늘 행복하기도 하다는 것. 영화속 장면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시간을 본다. 지극히 슬프고, 지극히 기쁜 순간들이 그저 평범하게 스쳐지나가는 내 삶의 시간들을....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츠네오의 웃음이다. 그래서 그의 울음은 더욱 찡하다. 한번도 찡그리지 않았던 그가 울음을 터뜨릴 때, 나는 츠네오의 죄의식과 그의 사랑과 그의 시간들을 한꺼번에 느낀다. 그래서 이 영화는 츠네오의 성장영화이다. 장애여성 조제가 세상으로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츠네오에 비해 조제의 캐릭터는 평면적이고 빈약하다. 골방에 갇힌 자의 독특한 자의식은 조제의 성격으로 구축되지 않았고, 츠네오와의 사랑을 통해 그녀가 얻어낸 것도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조제의 친구가 되고, 그녀의 곁에 머무르고, 결국 옛연인에게 돌아가기까지, 츠네오가 보여주는 사람을 향한 애정은 영화 곳곳에서 빛난다. 그처럼 착하고 따뜻한 캐릭터는 좀처럼 만날 수 없다. 운명적 사랑에 집착하는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 애써서 결정하고, 그 모든 결정에 최선을 다하는, 그래서 모든 행동과 모든 말이, 그의 모든 마음이 진심으로 보이는 남자.

이별을 준비하는 바닷가에서 조제를 등에 업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츠네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매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빛나는지 깨닫는다. 모든 사랑은 비루한 일상에 한 발을 내딛고 있다. 그래서 사랑은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랑의 모습이 변했다고 해서, 과거의 한 순간이 진심이 아니었던 건 아니다. 그 진심을 믿는 순간, 사랑은 사랑으로 존재한다.
영화에 나오지 않는 1년 동안 조제와 츠네오가 어떻게 살았을지를 애써 짐작하는 것은 부질없다. 옛애인을 다시 만난 츠네오와 세상 밖으로 나온 조제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염려하는 것 역시 부질없다. 그냥 그렇게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을 기억하며, 츠네오처럼 빛나게 웃는 연습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