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그래 나 나쁜년이다.

연말이 싫다. 다들 약속으로 분주한척 하고 택도 아닌것들이 모여서 파티랍시고 북적거리고 (지들이 언제부터 까나페 집어먹으며 와인잔을 기울였단 말인가?) 혼자 있기 때문에 심술 부리는거냐고? 아니다. 혼자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더더욱 여기저기 낄 수 있다. 자기 자신이 혼자 있는걸 견디지 못해 안달인 미혼들을 둘러보길 바란다. 그들은 이런 저런 동호회 모임따위를 만들어서는 약속을 잡고, 그날 입고 갈 의상준비에 바쁠것이다.

주변에 싫은것들이 너무 많다. 안다. 나 까탈스럽고 나쁜년인거.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싫으면서도 착한 척 하느라 그걸 숨기는게 더 싫으니까. 난 나쁘다. 나빴었고 나쁘며 나쁠 것이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인데, 내가 무슨 이미지 팔아먹고 사는 연애인도 아니고 싫은 거 좀 싫어한다고 해서 손해볼것 없다. 기껏해야 머리 갈라보면 허연 두부만 들어앉았을 것 같은 것들이(두부 끝자락 어디쯤 된장도 한숟가락 처발려 있겠지) 저래서 시집을 못가지 어쩌고 하는 소리 밖에 더 듣겠는가! 밉지 않냐고? 물론 밉다. 허나 복수는 안한다. 왜냐면 이미 그들 머릿속에 허연 두부만 들어 앉은 걸로도 그들은 충분히 가혹한 생을 살아가고 있으므로 나까지 보탤꺼 없다.

주변에 미혼 여자들 말이다. 좀 멋있게 늙으면 누가 도끼들고 쫒아오나? 그저 어디서 남자 하나 보이면 온갖 추태 아양 다 떨고. 거기다 애도 안낳았으면서 그 뱃살과 엉덩이 살은 다 뭔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지랄하지 말길. 물처먹고 살찌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물에 칼로리가 있나? 무 칼로리가 몸속에 들어가서 칼로리를 발생 시킨다면 죽기전에 몸 기증하고 죽기 바란다. 거기다 취미라고는 십자수(정말이지 그럴 시간 있음 자빠져 잠이나 더 자겠다.) 처럼 나 시간 죽때리지 못해 죽을 맛이라우 같은거나 하고 앉았고 월급날이 되면 봐놨던 옷이나 사러 가고 (요즘 옷들은 너무 작게 나온다는 투정도 잊지 않겠지)새로 산 바지랍시고 입고 왔는데 저건 입고나서 터진 부분을 다 기운게 아니라면 몸에 들어간것 자체가 불가사의일세 따위의 반응이나 불러 일으키고. 정말 그렇게들 좀 늙지 않길 바란다. 어쩌다 나이보다 한살이라도 적게 보면(왜 꼭 나이를 맞춰보라고 하는가? 당신 나이 맞추는게 그렇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가?) 귀까지 발갛게 물들이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얼굴이 그렇게 어려 보이고 싶거들랑 머리속에 있는걸 다 쏟아내어 보길. 그럼 분명 20년은 젊어 보일꺼다. 언제부터 친했다고 학교도 취미도 다르지만 그저 미혼이라는 이유만으로 똘똘 뭉친 회사 여사원들과 몰려다니며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서로 무슨 공통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같은 콤펙트를 쓰나? 같은 립스틱에 환장하나? 같은 명품 가방을 좋아하나?

뚱뚱한 몸을 가리기 위해 큰 옷 입는걸 힙합 패션이라고 우기는 너. 단골 펍에 가서는 종업원 기분까지 맞춰주는 너.(돈내고 술은 왜 먹냐?) 거기다 한 수 더 떠서 어디서 굴러먹은 개뼉다귄지 알 수 없는 사장놈을 은근히 짝사랑하는 너. LG카드 사태에 가슴이 저 아래까지 철렁 가라 앉았지만 백화점에서 명품 지갑 살때 LG카드 받아주는 것에 모든게 다 잘될꺼라 착각하는 너. 연하의 남자를 만나는걸 아직도 니가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느끼는 너. 니 남자가 지금은 백수라 니가 돈대고 있지만 언젠가는 고시 합격해서 널 호강시켜 줄꺼라 착각하는 너. 혼자 있는게 너무 외로워서 밤이면 제발 누구든지 널 좀 불러내주길 바라며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너. 작년 이맘때 산 베스트셀러를 아직까지 읽어치우지 못한 너. TV드라마에 울고 웃는 것도 모자라서 전화로 너와 똑같은 친구와 장시간 토론하는 너. 맨날 입으로만 다이어트 하는 너. 시사, 경제 이 모든 것 과는 담을 쌓고 살지만 연예 뉴스에 있어서만큼은 이니셜만 들어도 다 맞추는 너. 최신 가요를 외운 후 노래방서 자랑스럽게 부르는 너.  우리 제발 이 너에 단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길 진심으로 빌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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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여동생의 그림


내 여동생이 그린 그림이다. 잘은 모르는데 아마 타로카드에 나오는 카드 중 한장을 그리며 라디오를 들고 있는걸 추가한것 같다. 난 이상하게 동생의 그림을 보면 편안해진다. 더 잘 그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워낙 저 동글동글한 그림을 어릴때 부터 봐 와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림은 내게 있어 또 하나의 동생이다. 예전에는 나를 모델로 크로키도 하고 그러더니만 요즘은 늘 저렇게 다른 아름다운 여인들을 그린다. 뭐 드디어 심미안이 생긴것은 축하할만 하지만 나를 그리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없지는 않다. 얼마전에 많이 아팠었는데 그걸 글로 써놓은걸 봤다. 좀 맘이 그랬다. 다 지나간 일이지만 가까운 곳에 살질 않아서 아파도 보러 가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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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추위

세상에서 제일 견디기 싫은 것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난 주저없이 추위를 꼽겠다. 추운것은 아픈것 만큼이나 괴롭다. 한여름. 그것도 찌는듯한 8월 초에 태어나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가족중에서 유달리 추위를 많이 탄다. 여름밤에도 이불이 없으면 추워서 잠을 못 잘 정도로... 이런 내가 북극같은 곳에 태어났다면 하는 생각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한 공포다. 오늘은 갑자기 춥고 바람이 부는 바람에 한대 얻어맞은 것 처럼 내내 얼얼하다. 아침 출근길에 잠깐 맛보았음에도 그 추위는 실로 나를 하루종일 떨게 한다.(추워서라기 보다 두려워서 떨게 한다.) 그런데 이상한건 차가운 음식을 무지 잘 먹는다는거다. 난 아직까지 아이스크림과 팥빙수 먹기에 있어서 속도와 양 두가지 다 나를 따르는 자를 보지 못했다. 아마 몸 속에서 추워지는건 어떻게해서건 그 안에서의 일이니까 아무렇지 않나보다. 추운날에는 아무곳에도 가지 않고 따뜻한 침대나 쇼파에 반쯤 비스듬하게 누워서 귤을 까먹으며 비디오나 책을 보는게 최고다. 인간도 곰처럼 겨울잠을 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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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책 읽는자의 변명

나는 책읽는 것이 취미이다. 어려서부터 늘 그랬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그냥 취미로 봐주질 않는다. 책을 많이 읽었으니 뭔가 대단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싸고 재밌어서 읽는 것 뿐. 책에서 뭔가 깨닳음을 얻겠다던가 하는 생각은 전혀 없다. 책을 그렇게나 읽어도 어쩌면 그따위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냐는 비난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어쩌겠는가. 내가 책에서 바라는것이 단지 재미인것을... 책도 그냥 영화보기 처럼 하나의 취미로 봐주면 좋겠다. 그리고 책이 대단한 취급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 사람들이 책읽기를 꺼리는것은 이런 대단한 무언가가 있을것이라는 분위기가 작용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냥 다른 취미들이랑 같이 취급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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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내 인생의 영화

 

 
 
 
 
 
 
 
 
 

「씨네21」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칼럼을 갈무리해 엮었다. 영화인, 소설가를 비롯한 50여 명의 필자들이 감동적으로 보았던 영화, 영화를 보며 느꼈던 삶의 진실을 들려준다. 영화가 삶에 각인된 순간, 영화로 인해 삶이 뒤바뀐 사연이 감각 있는 필치 속에 담겨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오롯이 드러내며 영화를 말한다. 지루하게 질주하던 젊음의 찰나. 그들을 눈물 고이게 했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캄캄한 어둠 속 극장에서의 기억을 엿볼 수 있다.
 
 
  

강헌 l '대부'의 진실을 말해볼까? - 대부
공지영 l 지금은, 슬픈 귀를 닫을 때 - 닥터 지바고
권병철 l 내 인생의 여자 - 올리브 나무 사이로
김기덕 l 우리 안의 바리케이드를 위하여 - 바리케이드
김대우 l '공원의 살인'이 부른 영화 욕망 - 욕망
김동원 l 사이먼 앤 가펑클 뒤의 현실 - 졸업
김병욱 l 내 삶의 마지막 풍경 - 월하의 공동묘지 / 흐르는 강물처럼
김선구 l 길 잃으면 고양이버스 불러줘! - 이웃집 토토로
김유준 l 머, 아홉 번 봤다꼬? 제정신이가? - 타워링 / 사운드 오브 뮤직
김정영 l 튜니티처럼, 주성치처럼 - 내 이름은 튜니티 / 서유기 선리기연

김지운 l 에스프레소 향 풍기는 갱스터 무비 - 글로리아
김해곤 l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 우묵배미의 사랑
김현진 l 불러본다, 나의 J.D.를 - 헤더스
김홍준 l 공중전화 부스에서의 키스 같은 - 열혈남아
남기웅 l 쓰레기 먹고 힘내기 - 백 투 더 퓨처
노희경 l 당신이 행복할 것 같아서 - 바그다드 카페
류승완 l 나를 흥분시켰던 그분 - 프로젝트 A / 폴리스 스토리
박재동 l 나를 움직인 '움직이는 그림' - 요술소년 / 피노키오
박찬옥 l 슬픈 내 안의 헐크 - 분노의 주먹
박찬욱 l 청춘이여, 안녕 - 복수의 립스틱

방은진 l 소녀에서 여인으로 - 남과 여
배수아 l 예술이 아니라서 재밌다 -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
백민석 l 춤추고 노래하라! - 그리스
서 정 l 미세한 떨림과 침묵 속에 깃든 구원 - 피아노
손석희 l 에로? 액션? 앗, 사회극! - 알 파치노의 뜨거운 오후
송일곤 l 당신의 불빛 - 시티 라이트
신경숙 l 내 친구 미순아!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신윤동욱 l 사카린 같이 스며들던 상처야! - 애정만세
심재명 l 잠들지 않는 한여름 밤의 악몽 - 싸이코
오지혜 l 그리고, 가슴앓이가 시작되었다 - 거미여인의 키스

유시민 l 사랑의 이름으로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육상효 l 이것이 코미디다! - 뜨거운 것이 좋아
윤석호 l 프랑스 영화처럼 - 남과 여
윤제균 l 7일 동안 하는 거 아니었어? - 7일 간의 사랑
이두호 l 그냥 아홉 번, 그림 때문에 다섯 번 - 벤허
이성욱 l 나의 청춘을 지배한, 너! - 타부
이송희일 l 내 영화의 시작 - 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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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l 슈퍼맨! 여기도 좀 봐줘요! - 슈퍼맨
이장호 l 아버지와 보고, 딸과 또 보고 - 자전거 도둑

이정향 l 배우가 로봇이 아님을 알다 - 더 록
이충걸 l 비루함, 20대의 장식 - 티켓
이해준, 이해영 l 우린 이런 거 언제 쓸가? - 빌 머레이의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인정옥 l 이 맛이 신파다! - 영웅본색
장민승 l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디지'털' - 몬스터 주식회사
최영아 l 글쎄, 사랑도 변하더라니까 - 봄날은 간다
추상미 l 낯선 감각 즐기기 - 집시의 시간
한 강 l 한 줄의 현 위에서, 홀로 - 현 위의 인생
한재권 l 꿈이여, 다시 한번 - 사랑의 행로
함정임 l 단절 이후 다가온 불온한 천국 -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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