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하이드 > 친절한 금자씨를 만나다.
예고편부터 죽이게 멋져서( 그렇다. 죽이게 멋지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말일게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라, 게다가 난 악녀를 좋아하니, 개봉일을 다음달 여름휴가만큼이나 기다려왔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마지막편이라고는 하나 '복수는 나의 것' 과 '올드 보이'에서 '복수' 라는 키워드를 제하고는 어떤 접점도 느끼지 못했었기에, 또 다른 '복수' 가 키워드인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 지금까지 영화들이 아, 1부, 2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을 정도였다. 우선 1,2부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까메오로 나온다. ( 배두나 빼고) 앞의 두 편에서 복수와 구제받을 수 없는 인간들로 말할 수 없는 찝찝함을 안겨 줬었다면 3편은 심지어 각종깡패들, 나쁜년놈들 다 나오지만, 중간중간 유머스럽다. (웃고 나서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찜찜함은 별도로 하고) 금자의 영혼은 구제받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녀는 살아남았고, 복수도 하고, 구제도 받고, 그녀에게는 '사랑' 이라는 말은 너무 안어울리긴 하지만, 그 비슷한 말로 엮일 수 있는 자들이 남아 있다.
보는 내내 느꼈던 것은 참으로 스타일리쉬하구나. 였다. 복수는 나의것에서 신하균이 주사기를 목에 찔러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던 장면이나 나무 도마위에 올려 놓고 칼로 썰어 소금찍어 먹던 장면, 그리고 올드보이에서 근친상관과 가장 잔인하고 보기 힘든 장면으로 꼽힌 혀 짜르는 장면등 불편하기 짝이없고 울렁거렸던 날것 느낌의 잔혹했던 장면들은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친절하게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휘릭휘릭 지나가 버리고 만다. 그리고 거기에는 예쁜 여배우 이영애와 소품 하나하나에도 신경쓴 티가 팍팍 나주시는 배경들이 있다. 이영애가 머무는 지하방의 벽지를 보고 그녀의 마음이 지옥에 있음을 알 수 있고, 끝없이 내려가는 계단을 보고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녀를 볼 수 있다.
'백야'에서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이자벨라 로셀리니를 촌스럽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였다면 박찬욱의 금자씨 이영애는 그녀의 존재감을 확실히 미모롭게 드러낸다. 가는음성, 하얀 피부, 그녀만이 소화할듯한 의상들. 걸음걸이들, 이영애란 배우는 백지와 같다.라고 대장금의 PD가 말한 기사를 본 적 있다. 그녀는 백지다. 감독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껏 그릴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이영애란 백지에 그가 원하는 금자씨의 그림을 한껏 그렸고, 전작들에 비해 무게가 덜하건, 비장미가 덜하건, 비극미가 덜하건, 죄의 무게가 덜하건,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건간에 그녀는 예쁘다. 나도 금자씨처럼 ' 예쁜게 좋다'
몇몇 표정들은 머릿속에 콱 박혀버렸다. 그 순간 감독이 그녀를 통해 그리고 싶었던건 뭐였을까?
그녀가 그녀만의 카리스마를 뿜을 날이 올른지, 아니면 그대로 백지로 남아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모습이건 그 몇몇 표정들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무진장 기다리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