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빈 센트 반 고흐.

현대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화가, 태양을 훔친 화가. 고흐를 따르는 수식어는 아름답다. 손에 잡을 수 없는 그 어떤 것처럼 늘 아름답다고 생각해왔었다.


사실 아름다운 것만큼 위험하고 불안정한 것은 없다. 고흐의 삶 또한 그렇다. 고흐가 한 줌의 재가 되고나서야 고흐는 태양 같은 사람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당시에만 해도 고흐의 삶은 우울함과 고독, 예술, 외로움, 같은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흐의 그림은 자신의 삶과 조금은 반대되는 느낌을 주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강렬한 색을 사용해 확실한 대비를 이끌어 그림을 빛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흐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수십 권도 넘는다. 그러나 인간적인 사람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서는 몇몇 단편들의 이야기들만 떠도는 것에 그친다.
그의 작품을 떠나 인간 고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는 인간적인 고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흐른다. 당시 고흐는 부모님과의 불화로 힘들어했고, 네 살 아래인 동생 테오는 그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로써 동생 그 이상으로 정신적, 경제적 가치를 제공해주었다. 그 때문에 고흐는 테오의 경제적 지원을 항상 미안하고 또 고맙게 생각하여 영혼이라도 주어 갚고 싶다는 말을 언급한다. 이 전에는 고흐의 단편적인 삶 밖에 몰랐기 때문에 그는 나에게 있어서도 괴팍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예술가의 독특한 피가 흐르는 사람에 그쳤다.


그러나 테오에게 의지하고 다방면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자신이 느끼는 바를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에 괴팍한 모습 뒤로는 그 누구보다도 따뜻했던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고흐의 독특한 기질은 부모님에게서도 받아들여지기 힘든 부분이었고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고흐는 부모님과의 불화를 겪었다. 그 사실에 대해 고흐도 인정한 바였다. 그러나 인정하기 전까지 그는 수차례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그 속에서 그는 이미 외로움이 자리 잡았을지도 모른다.

 

 

 고흐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 했다.

하지만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은데다가 늦은 나이에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여 넉넉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기에 그의 궁핍한 삶에 대한 피곤함은 편지 속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삶의 고단함과 지침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열정은 그를 또 한 번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발작과 경제적인 측면 기타 등등의 이유로 마지막까지 고단하게 살다가 되돌아갔지만, 그의 삶이 그렇게 불운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거나 그 속에서 그는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을 곳을 발견했으니 행복하였던 사람이라고 믿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인생의 영화 : 미국편 내 인생의 영화
로버트 호플러 지음, 박은석 옮김 / 씨네21북스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소개하는 작품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들이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가 될 '수도'있는 작품이다."

 

 

 때때로 영화의 한 장면이 강렬하게 꽂히는 경우가 있다. 그 장면이 아주 유명한 작품의 장면 일 수도 있고 다소 인지도가 낮은 작품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런 영화들은 한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사실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내 인생의 영화 :미국편>은 제목에서도 낌새를 눈치 챌 수 있듯이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을 대표하고 이끌어가는 76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76인은 8개의 chapter에서 단 하나의 질문인 '당신의 인생을 바꿔 놓은 영화는 무엇입니까?'에 대해 집중하고 오직 그 이야기에만 답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어디에서도 인터뷰이가 말하는 영화의 본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오로지 인터뷰이의 추억 속에 집중 하고 그 이야기를 듣는다.

 

 

 <내 인생의 영화 :미국편>을 읽기로 마음먹고 펼쳐들었을 때는 이 책이 특별한 것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단지 유명 인사들은 어떤 영화에 '꽂혔었고' 따라서 한 번 볼만한 영화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작용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아무리 미국을 이끄는 대표적인 76인 이라고 할지라도 내게는 생소한 이름들이 있었으니 더더욱 특별함을 찾지 못하였었다. 무작정 글자들을 읽어 내려가고 있을 때 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왠지 그 사람과 '그' 영화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고 하는 인물이 있는 반면 그 사람과 '그'영화의 조합이 아이러니해서 흥미로운 경우도 있었다. 각각의 대표를 꼽자면 전자는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만든 휴 헤프너의 카사블랑카이고, 후자는 보수주의자이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영화는 전쟁영화라고 밝힌 뉴트 깅그리치였다. 어쩐지 잘 어울리는 조합이 있는 반면, 의외의 영화를 꼽은 사람도 있다. 솔직히 조금 더 흥미로웠던 후자 쪽의 자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영화를 밝힌 쪽이었다. 그들은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꼈기에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흥미롭게 읽을 만했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영화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그 영화를 통해 그 사람의 삶과 인생이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인생에 최고 이었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들은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따라서 절로 사생활과 영화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사상 또한 고스란히 반영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된 초점은 76인과 각 영화이야기이겠지만,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있다면 바로 같은 영화를 두고 같은 생각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입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서 특별할 것 없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누군가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최고인 영화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좋았던 영화이기는 하지만 최고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같은 영화를 보고 다른 입장을 보인다는 것.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또 각자가 다르기에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이 될 수 있었을 테고 말이다.

 


 <내 인생의 영화 :미국편>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것으로 내게는 그쳤다. 내가 미국의 유명 인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과 공감을 잘 하지 못한 까닭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전편인 우리이야기에 관한 책을 먼저 봤더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봤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한 번 쯤 읽어볼 만 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몇몇 흥미로운 요소들도 있고, 어떤 책에서도 그렇겠지만 내가 아는 인물이나 영화가 나오면 더 없이 반가우면서 몰입도가 순식간에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쩌다가 '얻어걸리는' 좋은 영화들도 있으니 말이다.


문득 오늘은 무슨 책을 읽지? 라고 생각되는 날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책에 이어 바로 영화를 볼 수 도 있고, 의외로 책을 덮는 순간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 이만 하면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지 않는다는 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부드러운 흰 색 바탕에 빨간 코끼리가 인상 깊게 그려있는 <지지 않는다는 말>. 누구에게나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 말이리라고 생각된다. '약육강식'이 대표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 보다 더 힘나는 말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사실 이 책을 펼치기 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위로를 받는 다는 것은 위로 받을 상황이 풍부하게 깔려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썩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이왕 지사 책이 내 손안에 있으니 읽어보기로 마음먹고 펼쳐들었을 때, 생각보다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아서 참으로도 다행이었다.

 

 

  김연수 작가를 몰랐다. 그가 누구인지 어떤 작품을 펼쳤었는지 잘 모르고 시작하였기에 나는 그에 대해 백지였고 조금 더 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열정 가득한 그도 삶에서 성공을 맛보기도 했고 또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지난 시간들에 대해 우쭐해 하지도 않았고 대단히 여기지도 않았다. 또 회의적이지도 않았다. 지나갔던 시간들이 좋았고 슬펐고에 관계없이 이미 지나간 시간들이었고 그는 그것을 바탕으로 조금 우스개 농담과 함께 풀어나가며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그 파이팅의 대상이 작가가 되었건 독자가 되었건 에너지를 얻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파이팅을 외쳐주는 김연수 작가가 파이팅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긍정적인 기운에 빨려들어 내가 어느 덧 동화되어 파이팅을 외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책을 읽다보면 어느 덧 깨닫게 될 것이다. 김연수 작가는 누구나 갖길 원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란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람이기에 욕심을 부리고 기억을 하며 후회하고 슬럼프에 빠진다. 젊은 청춘들도 이러한데, 어느 덧 인생의 반을 바라보는 김연수 작가 정도의 나이가 되면 더더욱 회의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연수 작가는 노련하게도 자신의 나이를 숨기고 싶은 건지 혹은 젊은 청춘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건지 이 책에서는 회의적인 삶에 대한 고찰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책을 읽기 전 도입부에 나는 이렇게 언급했다. 위로를 받는 다는 것은 위로 받을 상황이 깔려있는 것이고 지지 않는 다는 말은 지는 상황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책을 펼치고 얼마 되지 않으면 작가는 벌써 답을 제시 한다. 지지 않는 다는 말이 반드시 '이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마치 마라톤 결승점을 통해 들어오는 선수들의 순서와 관계없이 열렬한 환호를 보낸 것과 같이.

 

인생은 마라톤 같다는 말을 많이 쓴다. 오랜 시간 천천히 뛰면서 앞으로 많은 것을 보고 등 뒤로 많은 것을 보낸다. 숨을 헐떡이며 달리다 결승점을 통과하면 등수에 관계없이 자신에 대한 벅차오름과 박수 속에 희로애락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지지 않는 다는 말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모두가 박수 받는 것. 어쨌거나 우리는 이미 출발선상에서 출발해서 달리는 마라토너니까 말이다.

 

 

  뜨거웠던 이번 여름에 나는 많은 것을 하고 싶었고 또 지난 시간들에 많은 것을 후회하고 괴로워했었다. 그러나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남았다. 지금이라도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지지 않는 다는 말>을 잊지 말고 단지 내가 마라토너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 해볼까한다.

 

빨간 코끼리처럼 온몸이 붉게 달아오를 때 까지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어느 덧 색이 바래어진 추억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고교시절까지 올라간다. 처음 하루키의 작품을 접하고 나서 난생 처음 느꼈던 알 수 없는 기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느낌이 좋고, 하루키의 작품을 매번 손에 쥘 때 마다 그 시절에 젖어 들곤 한다.

 

일본의 대표 작가라고는 하나 이미 한국에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한동안 소설을 집필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맥주회사가 만드는 우롱차'같은 에세이를 선보이게 되었다. 다시 말해 에세이 쓰기가 소설 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지만 앓는 소리와 달리 본연의 무라카미 스타일대로 톡톡 튀면서도 즐겁게 읽어 내릴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에 실린 글들은 지극히 일상적일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소소한 이야기들이라 글로 적어두지 않으면 그냥 한 부분으로 놓쳤던 시간들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소한 나의 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하루키 마술사의 능력은 놀라웠다. 나에게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을 놓치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 남들에게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일이라도 특별함을 부여한다는 것. 이는 분명 생각보다 쉬운 작업은 아닐 터이니 말이다.
물론 책에 집필 된 글들은 잡지 <앙앙>에 위클리 에세이로 연재했던 글들을 추려서 엮은 것이라고는 하나 내 일상에 애정이 없다면 글들이 좀처럼 써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그 사람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는 것.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집 안의 가족들과 혹은 집 밖에서 마주 치는 그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들의 생각을 통해 가치관을 알기란 어렵다. 그 이유를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한 구석을 숨기고 싶어 하는 욕망에 있다고 보는데, 그러한 인간마저도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곳이 바로 글 또는 그림 혹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재능이 있는 분야로 자신의 깊은 내면까지 들춰내는데, 그 중에서도 글 그리고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에세이는 특히나 가치관을 잘 닮아내는 장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쯤 에세이를 읽다보면 작가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들고 또 나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기분이 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 있지 않을까?


또한, 말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찰나의 순간들을 오가기 때문에 강렬하게 오해의 요지를 남길 때도 있지만 글은 어지간하면 그러한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참 좋다고 생각한다.
분명 작가의 삶과 내 삶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관도 다를 수 있다. 이를 서로간의 대화로 주고 받다보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끝날지도 모르나 책으로 읽다보면 이러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자연스레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제목만으로도 어쩐지 싱그럽다. 식물도 감정을 느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식물의 기분과 감정이라는 건 독특하고 재미있다. 뭐랄까 감정이 없는 사물인척 위장하면서 생물이라는 소리처럼 들린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제목만으로 피식 웃음이 나오고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 하루키의 힘이자 동시에 그의 독특한 면을 엿보는 기분이다. 학교 다닐 때도 그러한 친구가 있었던 것 같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이 규정된 생활을 하는데 알게 모르게 조금 생각이 독특한 아이.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성적인 날에는 실없는 소리라고 딱 잘라 생각하게 되지만 도리어 감성적인 날에는 더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하루키의 이번 책도 그러했다. 그 동안 미뤄왔던 수술이 있었는데 이 기회에 병원에서 시원하게 요양이나 할 셈으로 수술날짜를 받아두고 수술 후 틈틈이 읽었다. 그냥 생각 없이 읽었고, 읽었고, 읽었다.
하릴 없이 병원에만 틀어 박혀서 출혈의 위험 때문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 밖에 할 것이 없었던 나는 이성적인 나로 돌아올 틈이 없었고 덕분에 말랑말랑하게 감성적인 나는 채소가 된 기분으로 또 바다표점과 키스를 하듯이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더불어 삽입된 삽화들은 글 못지않게 재미있다. 한 번쯤 따라 그리고 싶게 만드는 삽화도 있었고 그렇지! 할 만큼 재미있는 삽화도 있어서 한 권 더 사서 너무 재미있는 그림은 다이어리에 끼우고 틈틈이 꺼내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거나 하루키의 책은 그렇다.
언제나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 그 기분을 맛보여 준다. 그 것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어쩌면 내가 지나치게 하루키의 '팬'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내게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와 동등하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

너무 더워서 정신 놓는 날이 많네요. 정신차리고 해야할 일들이 참 많은데 말이죠.

모두들 더위 조심하고 파이팅합시다! :)

8월도 활기차게!

 

 

      첫 번째,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세트 :헤르만 헤세/그책]

 

 헤르만 헤세.

무엇이 더 필요할까? 헤르만 헤세라는데.

헤세의 사랑과 예술과 인생을 묶어서 세트로 펴낸 이 책에는 헤세의 영혼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예술을 함께 바라보고, 뜨거운 사랑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인생을 들을 수 있는 3박자가 고루 갖춘 이 책은 8월에 반드시 읽고 싶은 책 중 하나이다.

 

 

 

       번째,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김영사] 

 

 사실 경제도 정치도 모두 잘 모른다. 아마 사회적인 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런 소리를 하면 뭇 질타를 받을 지도 모르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사회적인 문제를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 영역이 작은 것을.

그런데도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이 궁금해진 것은 그의 사회적 견해라던가, 정치적 문제에 관한 시선들이 아닌 인간 안철수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핫 피플인 안철수. 그냥 단순히 그가 궁금해서 이 책이 궁금하다는 것은 조금 우스운 소리일까?

 

 

 

      세 번째,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의자놀이 :공지영/휴머니스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하나인 공지영 작가.

위에서 먼저 언급하였던 안철수 박사만큼이나 이 시대 핫 피플이 아닐까 한다. 사회의 시선과 부조리함에 솔직당당하게 맞서서 이야기하는 여작가. 작가라는 고상한 이미지보다는 무서운 여자라는 수식이 더 잘 어울리는 작가 공지영이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철 르포르타주를 출간하게 되었다.

한 때 많이 이슈화 되었던 쌍용자동차 파업이야기에 대해 그녀가 팬을 잡고 풀어나가는 르포르타주에서 무엇을 듣고 볼 수 있을 지 벌써 부터 궁금해진다. 뜨거운 8월만큼이나 전투적이고 때로는 얼음보다 더 차갑게 느껴지지 않을까 한다.

 

 

 

 

      네 번째, cry cry cry

 [크라잉 룸 :박진진/공감의 기쁨]

 

 푸른 표지가 지글지글 아스팔트의 열들을 식혀 줄 것 만 같은 기분이라 훅 끌렸다. 그리고 크라잉 룸이라는 제목과 시원스런 책 속의 디자인들도 마음에 들었다. 이제 내용만 마음에 들면 되는데, 하는 찰나에 내용도 마음에 들었다.

늘 그렇듯이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도 있겠지만 불쾌지수가 치솟는 여름은 될 것도 안되고, 쉽게 지친다. 그 뿐이랴. 실타래 처럼 모든 일들이 꼬이기 시작하면 그 순간 부터는 내 기분은 엉망진창 저 바닥으로 꽂히기 일 쑤. 그럴 때 실 컷울라고. 그리고 거창하지 않고 소탈한 위로들은 힘이 되게 말 해줄 수 있는 책이라니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섯 번째, 엄마-딸-나의 이야기

  [엄마와 연애할 때 :임경선/마음산책]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소녀는 아가씨가 되고 그 아가씨는 사랑에 빠져 엄마가 되겠지만, 엄마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마음가짐을 필요로 한다.

수십 년을 같이 해왔던 내 자아보다는 내 새끼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내 새끼의 시간흐름에 따라 내 삶이 흐르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면서 칼럼니스트 임경선이 아이를 길러보면서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육아이야기. 육아너스레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책인 만큼 어렵지 않게 그냥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한다. 무더운 여름에 생각없이 그냥 줄줄 흘러내리면서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책이리라 생각한다.

 

 

 

*

어느 덧 시간은 흐르고 흘러 8월.

생각보다 더욱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다들 비슷비슷하겠죠?

모두들 무더위 조심하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