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그들이 의견의 일치를 본 사실은, 소설에서는 우연이라는 것이 상당한 작용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이 우연은 반드시 인물들의 생각을 통해 조종되고 인도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와 반대로 운명이라는 것은 인간들이 관여하지 않더라도 인간들을 전혀 무관한 외적 상황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대참사 쪽으로 휘몰아치는 법인데, 이런 운명은 희곡 속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연은 고통스럽고 슬픈 상황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결코 비극적 상황을 야기할 수는 없는 반면, 운명이란 언제나 가공할 것이어서, 죄 있는 행위나 죄 없는 행위, 그리고 서로 무관한 독립적 행위들을 불행하게 결합시킴으로써 고도의 의미에서 비극적으로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고찰을 하다 보니 화제는 다시금 저 기묘한 「햄릿」과 그 희곡작품의 특이성 쪽으로 옮겨갔다. 그들이 말한 바에 의하면, 이 주인공도 원래는 생각밖에 갖고 있지 않으며 그에게 부딪혀 오는 것은 단지 사건들뿐이라서, 이 희곡 작품은 어딘가 소설의 연장 같은 데가 있긴 하지만 계획을 한 것은 운명이었고, 이 작품이 무시무시한 행위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주인공이 무시무시한 행위를 향해 앞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지고(至高)의 의미에서 비극적이며, 또 비극적 결말 이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