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와 사고방식을 그렇게도 변화시켜서, 스물두 살이란 정말 이른 나이에 저로 하여금 이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들은 천진스럽게 즐기는 사물들에서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 것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왜 그 사물들이 저에게는 천진난만하게 보이지 않았을까요? 저는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사물들이 저에게는 천진난만하게 보이지 않았던 때문이며, 다시 말해서, 제가 제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제 영혼을 모르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저절로 얻게 된 경험으로 이 세상에는 보다 고상한 느낌이 존재하며, 이 느낌이 쾌락 속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모종의 즐거움을 실제로 우리들에게 선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이러한 보다 고상한 기쁨 가운데에는 동시에, 우리가 불행해졌을 경우에 우리의 마음을 굳세게 북돋우어 주는 신비롭고도 소중한 힘이 비장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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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들이 의견의 일치를 본 사실은, 소설에서는 우연이라는 것이 상당한 작용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이 우연은 반드시 인물들의 생각을 통해 조종되고 인도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와 반대로 운명이라는 것은 인간들이 관여하지 않더라도 인간들을 전혀 무관한 외적 상황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대참사 쪽으로 휘몰아치는 법인데, 이런 운명은 희곡 속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연은 고통스럽고 슬픈 상황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결코 비극적 상황을 야기할 수는 없는 반면, 운명이란 언제나 가공할 것이어서, 죄 있는 행위나 죄 없는 행위, 그리고 서로 무관한 독립적 행위들을 불행하게 결합시킴으로써 고도의 의미에서 비극적으로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고찰을 하다 보니 화제는 다시금 저 기묘한 「햄릿」과 그 희곡작품의 특이성 쪽으로 옮겨갔다. 그들이 말한 바에 의하면, 이 주인공도 원래는 생각밖에 갖고 있지 않으며 그에게 부딪혀 오는 것은 단지 사건들뿐이라서, 이 희곡 작품은 어딘가 소설의 연장 같은 데가 있긴 하지만 계획을 한 것은 운명이었고, 이 작품이 무시무시한 행위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주인공이 무시무시한 행위를 향해 앞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지고(至高)의 의미에서 비극적이며, 또 비극적 결말 이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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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그는 소리쳤다. "냉담한 세속인 같으니라구! 당신 같은 인간이 감히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고 자만하다니! 당신이 나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합친다 해도 이 불쌍한 사람들과 나를 맺어주는 감정과는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당신한테서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을 그래도 때늦지 않은 시간에 알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구나!"
그는 자기를 향해 마중 나오는 미뇽을 두 팔로 껴안고 소리쳐 말했다. "안 된다! 착하고 귀여운 애야, 이 세상 아무것도 우리를 떼어놓을 수는 없다! 겉보기에 현명한 듯이 보이는 이 세상에서의 처신 때문에 내가 너를 버려서도 안 되고 네게 해줘야 할 의무를 잊어서도 안 되지."
평소에는 그 아이의 격렬한 애정 표시를 물리치곤 하던 그가 이렇게 뜻밖에도 정다운 표시를 해주자 아이는 반가워하면서 꼭 매달려 왔다. 그래서 그는 결국 그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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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세계를 이렇게 잠깐 들여다본 것이 저에게 그 어떤 다른 것보다도 더 많은 자극을 줍니다. 이와 같은 자극을 받아 저는 실제 세계에서 보다 빠른 진보를 하게 되고, 그 세계를 뒤덮고 있는 운명의 밀물 속에 몸을 던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만약 모든 것이 제 뜻대로 된다면, 어느 날엔가 저는 진리라는 자연의 큰 바다로부터 몇 잔을 퍼내어서는 그것을 무대 위에서부터 제 조국의 목마르게 갈구하는 관중들에게 나누어 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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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말로’ 하고 빌헬름은 자문해 보았다. ‘태양과 사람들의 눈앞에서는 숨었다가 단지 격리된 고독과 깊은 비밀 속에서만 즐거움을 맛볼 용기를 내는 저 수줍은 애정이라는 것은, 일단 어떤 적대적인 우연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끌려나오면, 펄펄 끓어오르고 허풍을 떠는 여타의 온갖 바람기보다도 더 대담하고 강인하고 더 용감하게 나타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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