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모든 것을 수치로 환산하는 데 광적일 정도이지만, 예전 사람들은 자연을 수량화한다는 것이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이를테면 온도나 시간, 속도를 측정한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세종대왕이 측우기를 만들어 강우량을 측정하고자 했다는 자체가 놀라운 점이다. 자연을 관찰해보면 숫자는 보이지 않는다. 속도와 같은 질적인 개념을 측정한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측정을 함으로써 물리학은 수학과 연결짓게 된다.

 

측정이란 관측을 더욱 정밀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측정을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우선 기준을 설정하는 것부터 힘들다. 온도 측정만 해도 기준이 매우 다양했다. 온도나 시간의 측정의 역사를 살펴 보면 우선 인간의 감각을 바탕으로 한 기준을 설정한다. 그리고 측정도구를 사용하여 감각을 수정한다. 그리고 측정도구 역시 계속 수정하고 재검토된다. 절대온도를 만든 켈빈 경의 경우 측정하지 않는 이상 과학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과학의 발전은 바로 측정의 발전이었다. 측정은 어느 지점에서 시작될 수 밖에 없다. 완벽한 시발점 또는 완벽한 지식은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이미 갖추어진 기준을 가지고 탐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다시 수정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과거의 기준을 받아들이는 바탕 위에서의 진보다. 보수와 진보의 융합이 과학이 발전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것은 순환하면서 진보하는 나선형 발전 이론이다. 사회발전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식은 완벽하지 않지만 개선되어 간다는 점에서 점진적 발전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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