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한다는 것 - 남창훈 선생님의 과학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2
남창훈 지음, 강전희 외 그림 / 너머학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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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한다는 것의 의미를 과학자인 저자의 경험 속에 녹여 풀어놓고 있다. 저자가 연구하는 분야가 몹시 흥미로왔다. 박테리오파지라는 박테리아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세균이 박테리아 속으로 들어갈 때 일어나는 일을 연구하는데 항암제나 항체를 개발하는 실험과 관련있다.

 

탐구한다는 것은 우선 질문하는 것이다. 질문은 의심하는 것이고 상상력이기도 하다. 이 탐구를 하기 위해선 지식이라는 지도가 필요하지만 잘못된 지도는 통째로 고칠 수도 있어야 한다. 탐구는 모방에 가깝기도 하다.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항체를 만드는 과정이 그렇다. 그러나 탐구로 자연을 정복한다는 발상은 위험한 것이며 탐구는 인간과 자연의 올바른 관계를 밝히고 그 관계를 회복하고 공생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활동이다. 인간 복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착상 과정을 본뜬 것인데 아직은 무모한 일이며 왜 인간 복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먼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 자연은 무엇일까.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100조개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사람의 몸이 우주와 같다는 말이 허풍이 아닌 것이다. 우리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간의 부족한 지식으로 모두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늘 불안하고 그 불안 때문에 우리 몸을 탐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에 대하여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은 우리가 먹은 음식이다. 결국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마치 한 몸이나 다름없이 관계 맺으며 살고 있다. 탐구를 함으로써 자신의 참모습을 알 수 있게 된다. 인간이 중심이라는 생각으로 지구의 자원과 생명체를 써 버린다는 것은 과학 탐구와 거리가 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질문하며 살고 있는가. 점수를 따기 위한 탐구를 한다면 그것은 죽은 지식에 지나지 않는다. 질문한다는 것은 지식이 살아있기 위해 호흡을 하는 것과 같다. 돈이 되는 질문(연구)만 지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탐구로 얻은 지식이 어떤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소유가 되기 쉽고, 인간과 주변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고 정립하기 위해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탐구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질문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관찰과 탐구의 대상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관계맺기, 길들여지기의 과정에서 질문을 던지게 되고 탐구자의 대열에 서게 된다. 죽은 지식의 껍질을 벗기기 위해서는 우리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사려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렇게 껍질을 벗겨 보면 세상과 자신의 모습을 훨씬 투명하고 올바르게 볼 수 있다.

주변의 사물들에 관심을 애정을 지니고, 죽어 있는 지식의 껍질을 벗기고, 일상 속에 담겨 있는 질문들에 주목할 수 있어야 우리는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여러 과정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비로소 발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p.114

과학 기술이나 실험 등을 떠올리면 삭막하고 어렵고 따분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지요. 하지만 ‘탐구하는 것’은 뜨거운 열정과 따스한 동료애, 그리고 베일 벗은 세상 사물들의 아름다움과 따로 뗄 수 없을 만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탐구를 통해서 드러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모습입니다.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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