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한다는 것 - 오항녕 선생님의 역사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3
오항녕 지음, 김진화 그림 / 너머학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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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기억과 관련있다. 그 기억은 무엇을 위함인가. 성찰과 희망을 길어올리기 위함이다. 지은이는 역사기록의 의의가 인간이란 존재가 대등하게 만나는 장에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역사라는 시간의 지평에서 모든 인간은 위계없는 대칭적인 존재인 것이다. 국가와 왕의 출현 이후 사라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대칭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역사(기록). 그러나 기록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왜곡되고 독점되어 대칭성을 파괴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현대 사회에서도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보공개제도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형식화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실질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조선왕조실록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조선의 문치주의를 꽃피우게 한 것과 같다. 삶의 궤적이 역사이며 그것을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과거는 이야기로 기억되며 그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지속성과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이며 이어지는 것이겠지요? p.32

사냥의 성공을 기원한다든지, 점을 친다든지 하는 용도에서 벗어나, 뭔가를 더 기억하려는 목적에서 기록이 등장하면서 ‘역사’라는 관념이 시작됩니다. p.45

차차 사람들은 "나라는 망할 수 있어도, 역사는 사라질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p.48

흥하고 또 망하는 문명이나 국가, 왕조 등과는 달리, 인간에게 기억이 존재하는 한, 역사는 곧 인간이란 존재가 대등하게 만나는 장이다, 그렇기에 그런 문명들처럼 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뜻이 아닐까요? 그러나 근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인간의 역사를 ‘진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인간, 현재의 인간, 미래의 인간 사이에 위계가 생겨 버립니다. 대칭성이 다시 붕괴됩니다. p.64

오랜 기간 합의와 관행을 쌓고 역량을 쌓은 결과, 사림들이 정치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선조 연간 이후에는 ‘사화’의 범주에 넣을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조선의 문치주의가 꽃피고, 실록이 말 그대로 명실상부한 ‘믿을 수 있는 기록’이 되었던 이유였습니다. p.86

시민들 누구나 자신과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정보라도 적절한 절차를 거쳐 알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정보공개제도입니다. 정보 공개가 중요한 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정부가 독점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민주주의는 형식적인 것이 되고 맙니다. p.103

바로 여러분의 삶이 흐르는 길, 하루하루가 만들어지는 리듬이 곧 역사이며, 그것은 기록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잘못된 일을 성찰하게 하여 삶을 깊이 있게 해 주고, 잘한 일은 흐뭇하게 떠올리게 하여 삶에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합니다. 성찰이든 희망이든, 우리를 저 깊은 속에서부터 뿌듯하게 해 주는 무엇이 아니던가요?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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