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이는 일하느라 바쁜 엄마와 아빠 대신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일곱 살 아이다. 산과 들과 갯벌이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풍성한 먹을거리들을 찾아 다니며 할머니와 신나고 씩씩하게 지낸다. 계절마다 산과 들과 바다에는 먹을 것이 지천이다. 할머니는 항상 우리 옥이 예쁜 옥이 맛난 반찬 귀한 반찬 해주려고 간다고 한다. 그리고 먹고 남는 것들을 장에 가지고 가서 팔아서는 빈 꿀병에 지폐와 동전을 모두 모으신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하실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데 아마 겨울 편인 '굴 캐러 간다'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이 참 알록달록하고 풍성하기 그지없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이웃들과 정답게 살아가는 할머니와 옥이의 생명력을 담은 듯한 풍부한 색감이 행복감에 젖게 한다. 매번 장날 풍경도 꼭 등장하는데 어찌나 꼼꼼하게 그 많은 먹을거리와 사람들을 그려 놓았는지 모른다. 같은 장소이지만 계절따라 장날 풍경도 달라지는 점이 재밌다. 이 그림책은 시골을 미화하지도 않고 무채색에 가깝게 묘사하지도 않으면서 색다른 시골살이를 보여주는데, 그건 전적으로 할머니 덕분일 것이다.

 

시골 할머니들은 옛날 방식대로 자연에서 채취하여 먹는 법을 아신다. 자연에 밀착해서 살아오신 삶의 지혜가 어린 손녀에게 이어지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다. 옥이는 어린이집도 다니지 않지만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자립심이나 자신감이 충만하다. 자연 속에서 할머니와 함께 다니며 일하고 먹고 놀고 나눌 줄 아는 옥이야말로 다음 세대의 희망이 아닐까.

 

지금 나는 시골에 살고 있지만 자연과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는 반쪽 시골사람이다. 하지만 자연으로부터 먹을거리를 얻지 않으면(얻을 줄 모르면) 도대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올해도 텃밭농사며 나물채취 등 부지런히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아야 겠다. 장날에도 자주 나가서 할머니들이 가지고 오시는 다양한 먹을거리들을 구경도 하고 사기도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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