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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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반엔 소신을 피력하는 듯했으나, 목표했던 분량이 벅찼는지 후반부로 갈수록 자기연민으로 불행에 동정심을 호소하고, 자기합리화로 불안을 무화 시킨다.
무엇보다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저 한심스러운 삶이 나의 것과 무척 닮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교육 말이다. 우리는 이런 말들을 신양처럼 품고 살아간다. 이 말들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세상을 좀 살아보면 알게 된다. 아니, 살면 살수록 아니라는 것을 더 크게 느낀다고나 할까? 그래서 흔란스러운 거다. 우리의 가치관이 흔들리니까.

우리가 지금 괴로운 이유는 우리의 믿음, 즉 ‘노력‘이 우리를 자주 배신하기 때문이다.

왜 노력이 우리를 배신하는지, 그럼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도 난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괴로움을 줄이는 법은 안다. 분하지만 ‘인정‘해버리는 것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없을 수도, 노력한 것에 비해 큰 성과가 있을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괴로움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

원래 인생은 공평하지 않아. 노력으로 다 된다는 말도 거짓말이지.
알겠어? 네 노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는 이야기야.

나도 모르는 사이 어떤 ‘경주‘에 참가했었는데 지금은 그 경주를 기권한 기분이다. 경주에 참여하지 않으니 당연히 승리도 패배도 없다. 그런데 궁금한 건 그 경주가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경주의 타이들은 무엇이었을까?
‘누가 돈 더 많이 버나" 대회?
‘누가 먼저 내 집 장안하나‘ 대회?
‘누가 먼저 성공하나‘ 대회?
도무지 모르겠다. 아무든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고 무진장 애를 쓰며 열심이었던 모양이다. 그만두길 잘했다.

열정 은 여정을 기반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니 당연히 열정도 없다. 열정 콘텐츠로 반짝 의욕이 생길 수도 있지만,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강요로 만들어진 열정은 대개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경우가 많다.

열정은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지 절대 강요로 만들어질 수 없다. 열정은 사랑이다. 그 일을 사랑하는 것에서 열정은 시작된다. 물론 사랑하려고 노력하 다 보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열정이 생기는 일을 찾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돈은 많이 줄 수 없지만, 열정을 가지고 일할 좋은 기회가 될 거야. 아무래도 이 바닥은 경험이 자산이니까. 못 하겠다고? 넌 열정이 없는 거네."
‘열정 페이‘다. 돈을 안 주거나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실컷 부려먹으려는 속셈이다. 속이 반히 보이는 이야기지만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은 이런 말에 잘 속아 넘어간다. 아무래도 사랑은 눈을 멀게 만드니까.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게 사랑의 공식이니까.
세상은 우리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강요하고 그 열정을 약점 잡아 이용하고 착취한다. 그래서 열정을 함무로 드러내는 건 위험하다. 이런 세상이라면 차라리 열정이 없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열정은 좋은 거다. 나를 위해 쓰기만 한다면 말이다.

좀 과격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노력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실패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을 준비하지 못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우리는 과연 자녀들에게. 후배들에게 어떤 잔소리를 해줄 수 있을까? 요즘 젊은이들은 노력하라는 잔소리에는 공감하지 못할 것이 다. 나부터도 와닿지 않으니 말이다.

청춘이 끝나서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기쁘기도 하다. 그 이유는 청춘의 열병을 심하게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두명하고 어 둡게만 보이던 시절, 그때는 하고 싶은 것과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서 갈팡질팡 방법도 모르고, 용기도 없고, 그저 삶에 끌려다니는 기분이 었다.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자주 화가 났다.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참 많이도 않았다. 몸은 늘 뜨거웠고 숨은 잘 쉬어지지 않는 시절이었 다. 지금은 그때처럼 뜨겁지는 않다. 일이 많이 내렸다.
다행히 열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그 시절에 했던 고민과 불안은 여전하다. 앞날은 늘 불투명하고 현실의 문제들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으며 여전히 답도 용기도 없다. 나이가 들어도 삶에 끌려다니는 기문은 여전하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인생은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을뿐더려 내가 아무리 고민해서 무언가를 선택해도 그 선택이 무의미해지는 순간들이 있다는 사 실이었다. 마치 열심히 한 방향으로 노를 젓는데 커다란 파도가 올려와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은 기분이었다.
우리는 인생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믿지만, 한날 파도에 휩쓸리는 힘없는 존재일지도 모든다.

우리는 대학 입시와 취직이라는 한 가지 길로 내몰렸다가 또다시 자영업이라는 한 가지 길로 내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지근한 다수를 공략하는 것보다 열광적인 소수를 공략하는 게 더 성공률이 높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자신이 대단한 사랑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 환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커질 수목 괴로움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자신이 만든 환상 속의 나는 대단한 사람인데, 현실의 나는 초라하고 별 볼 일 없고 인정도 못 받으니 현실의 내 모습을 점점미워하게 되고 못마땅하여 보기 싫어진단다. 너무 보기 싫어지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일어난다.

더 많은 이야기를 안다는 건
더 많은 이해를 갖게 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이 명언은 다 좋은데 이게 문제다. 꼭 누굴 이기고 싶어서 즐기는 건 아니다. 그냥 재미있게 살고 싶은 거다. 누굴 이기는 게 목적이 되는 순간 절대로 즐길 수 없을걸? 아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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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쁜 일 오늘의 젊은 작가 37
김보현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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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물. 근데 이런 건 넷플릭스에서 킬링타임용으로 보고 싶지 책으로 보고 싶지는 않더라

조 원장은 인간관계를 끈끈하게 하는 것은 정이나 신의가 아니라 실리와 필요라는 것을 배웠다. 찰리 킴은 그런 쪽에 몹시 영리했다. 그는 신중하게 사람을 들었으며 철저하게 숫자와 문서로 관계를 유지하고 정리했다. - P197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기대 볼 수도 있겠죠. 사람들은 대체로 내게 다정해요. 내가 너무너무 불행하니까. 나를 동정하면서 아직 자기들이 잃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안도하기도 하겠죠. 하지만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고, 결국엔 다정했던 사람들도 내 슬픔에 진절머리를 내게 되죠." - P275

가족의 지긋지긋 한 점이 이런 것일 거다. 외면할수록 더 곪는 상처 같은 것.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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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워크숍 오늘의 젊은 작가 36
박지영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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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이렇게까지 분량이 늘어질 필요가 있나 싶었다. 처음엔 재밌었는데, 서로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듯 아닌 듯 다채로우면서 지루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재미가 없어졌다…

내게만 주어지는 행운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 평한 불행과 재난에 안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 P17

"별 볼 일 없이 살다가도 고결한 돼지처럼 죽을 수 있다고 믿는 거 보세요.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이렇게 속물적인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람들, 자기혐오와 자기 구애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마침내 고독사에 이르는 법이거든요.
저는 말입니다, 고독사란 결국 인간의 존엄이랄지 위험에 대 한 절박한 구애의 형태로 완성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 P19

경로를 이탈해도 길은 이어진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강제 종료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아주 작은 비겁함일 뿐이다. - P28

송영달은 어떤 조롱이나 모욕에도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양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감정에 솔직하고 용기 있을 필요는 없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면 모욕도 모욕이 아니었다. - P34

사람들이 꺼리는 대상이 되는 건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 P39

보편적이고 무난한 사람, 시대에 뒤떨어지고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을 선호하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었다. - P50

소문으로 사람을 훼손하고 그 훼손 됨에 우월감을 느끼며 만만하게 대하는 사람들의 저열한 태도 를 젊은 날 질리도록 겪어 왔는데 결국 김자옥 씨도 마찬가지 였다. 그래서가 아니라니. 이윤영이 편한 건 그래서였다. - P73

모든 게 그렇듯 취향의 세계 역시 일부에게 만 너그러워서 이미 가진 자들만이 취향을 탐색하고 키워 나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다듬어진 취향은 곧 또 다른 능력이 되 었다. 알리스의 경우에는 취향 없음을 숨기기 위해 타인의 취 향을 훔쳐보며 다수의 취향을 거스르지 않고 따르는 것 정도 가 유일한 취향이었다. - P129

일단 시작하면 노오오오오력이라는 걸 하 는 사람들, 게으르거나 불성실하더라도 그대로 머무는 게 아 니라 지금의 존재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 그것이 무어 건 애쓰게 되는 사람의 변태(한) 본능이란 고독사 앞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 모든 무용에 이르는 실수를 죄책감 없이 하루하루 해내도 된다는 안도감을 배우기 위해 그들은 또다시 어쩔 수 없이 노오오오오력이라는 걸 하는 거였다. 오 대리가 볼 때 그들은 이미 저마다 고독사의 거장들이었으나 타인의 고독사를 학습하고 모방하며 자신의 고독사를 좀 더 높은 수준에서 완성하고자 했다. - P145

고결한 돼지처럼 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인간들이 웃기지도 않는 것을 벌이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신청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계기로 회복되는 삶 같은 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결한 죽음 따위는 없었다. 남은 이들에게 가능한 건 개죽 음뿐이었다. 방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 못된 장난이 장난 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건 이 고독사 워크숍에 진짜 고독 사를 선물하는 거였다. - P154

자신은 피해자였을 뿐인데 피해자의 얼굴을 한 가해자가 되 어 있었다. 소문 속의 여자는 자신이 아니었으나 못돼 처먹은 건 사실이라서 무얼 부정하고 무얼 해명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 지겨워졌다. 4개월 넘게 버틴 선배보다 더 빨리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리고 알게 되었다. 선배도 참 지겨웠겠구나.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람다움을 잃어 가는 하루하루가 저마다 피해자의 얼굴로 가해자의 얼굴을 감춘 채 무리의 습성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못됨을 처먹어 가는 일상이. 무엇보다도 타인의 불행 앞에서 다행을 챙기는 다행하지 않은 자신의 마음과 자꾸 마주해야 하는 공포가. - P246

시스젠더의 정의는 단순하게는 지 정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경우를 의미했다. 그러나 그 말을 마르템은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고 시시하고 볼품없다는 의미를 담아 말하곤 했다. 성 정체성의 결정권을 스스로 갖지 못하고 부여된 성에 적응해 그 밖의 가능성을 탐색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리석고 도태된 존재라고들 했다. 덜 진화된 구시 대의 인물이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런 옛날 사람을 나는 사랑 하지. 안드로진과 데미젠더를 거쳐 지금은 논바이너리로 자신 을 규정했다는 마르은 말하곤 했다. - P298

개소리였다. 락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촌 형은 망 쳐져 있는 자신을 위한 변명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락스는 소 년이 아는 가장 순결하고 무해한 것이었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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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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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절박한 상황에선 서로 의지하는 것이 큰 힘이 된다. 적정을 넘어선 불행한 상황에서도 누군가 나에게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준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될 것이다.

구는 결국 살아나진 못했지만 누군가에게 살아갈 의미를 주는 것, 세상에 큰 별이 되진 않더라도 한 사람에게 기억되고, 의미가 되어 주는 일을 생각해 보았다.

성서는 언제 쓰였지? 적어도 이천 년은 넘지 않았나?
어떤 사람은 이천 년 전에 써진 글을 읽으며 감동하고 위로받고 황홀해하고 미친다. 그리고 믿는다. 섹스 없 이 아이를 낳았고 죽은 자가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그 건 사십 일 동안 비가 내렸다거나 바다가 갈라졌다는 것과 차원이 다른 사건인데..... 터무니없는 것을 받아 들여야 할 때 믿음은 아주 유용하다. 말도 안 돼,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일에야 믿음이란 단어를 갖다붙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일단 믿으라. 그러면 말이 된다. - P10

그 나이에 요구되는 것을 이룬 사람 같았다. 대학을 나와 취직을 하고 돈을 모아 작은 빌라를 얻고 자동차 할부를 갚고 있는 사람. 아직 하지 못한 것은 결혼뿐인 사람. - P124

나만 살아 있다.
나만 이 몸에 갇혀 있다는 말이다. - P131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나는 구의 말을 마음으로 따라했다.
구는 조금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안 된다면 이번 생은 빨리 감기로 돌려주세요. - P133

전쟁 중에 태어나서 전쟁만 겪다가 죽는 사람들이 있 다. 열악한 환경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 이 있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곳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고, 조상들의 전쟁에 휘말려 평생을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전쟁이나 질병은 선 택 문제가 아니다. - P157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 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 - P159

만약에 너 때문에 내가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면 너는 술병을 치우는 대신 내 술잔에 술을 따라줘야 해. 우린 그렇게라도 같이 있어야 해. - P160

사람이란 뭘까.
구를 먹으며 생각했다. 나는 흉악범인가. 나는 사이 코인가. 나는 변태성욕자인가. 마귀인가. 야만인인가.
식인종인가. 그 어떤 범주에도 나를 완전히 집어넣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인가. 아이는 물건에도 인격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도 물건 취급한다. 아이 에서 어른으로 무럭무럭 자라면서 우리는 이 세계를 유 지시키고 있다. 사람은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 사람은 뭐든 죽일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친다.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고 작살낼 수 있다.
그리고 구원할 수도 있다. 사람은 신을 믿는다. 그리고 신을 이용한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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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0 소설 보다
김혜진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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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말만큼 틀린 명제도 없다. 살람들이 가지각색으로 사는데, 한 사람도 여러 상황에서 가지각색의 면모를 보인다.
나 자신도 쉽게 정의할 수 없는데,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재개발이 될지도 모른다는 집주인의 설명이 있었고, 언제든 나가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 계약을 했고, 시세보 다 저렴하게 7년이나 살았으니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 라고 여겨온 내가 멍청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 모든 일이 요령 없이 살아온 내 탓인가, 하는 자책이 살아났다. 도대체 네 눈엔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는 걸까 하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는 그곳에 있기가 힘들었다. - P30

서른 중반이 다 되도록 아무 요령도, 준비도 없이 살 아왔다는 생각은 차츰 잦아들었다. 틀림없이 내가 무능 하고 한심하게 보였을 거라는 생각도 점점 옅어졌다. 끝 까지 남는 건 멀쩡한 동네에 재개발이니 재건축이니 하 는 기대감을 전염시키고 10년이 넘도록 그곳 사람들을 끙끙앓게 만드는 게 바로 너 같은 사람들이구나 하는 깨 달음이었다. - P31

너는 길고양이를 끔찍이 생각하는 사람이고 요령 있 게 집을 사고 팔며 차익을 남길 줄 아는 사람이고 내게 아무런 경계심 없이 사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이 고, 누구나 관심 있어 하고 궁금해할 정보를 대가 없이 공유하는 사람이고, 낡고 오래된 것들은 말끔히 부수어 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고 몇 날 며칠씩 오지 않는 고양이 를 기다리는 사람이고.
그러므로 결코 내가 다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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