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0 소설 보다
김혜진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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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말만큼 틀린 명제도 없다. 살람들이 가지각색으로 사는데, 한 사람도 여러 상황에서 가지각색의 면모를 보인다.
나 자신도 쉽게 정의할 수 없는데,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재개발이 될지도 모른다는 집주인의 설명이 있었고, 언제든 나가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 계약을 했고, 시세보 다 저렴하게 7년이나 살았으니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 라고 여겨온 내가 멍청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 모든 일이 요령 없이 살아온 내 탓인가, 하는 자책이 살아났다. 도대체 네 눈엔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는 걸까 하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는 그곳에 있기가 힘들었다. - P30

서른 중반이 다 되도록 아무 요령도, 준비도 없이 살 아왔다는 생각은 차츰 잦아들었다. 틀림없이 내가 무능 하고 한심하게 보였을 거라는 생각도 점점 옅어졌다. 끝 까지 남는 건 멀쩡한 동네에 재개발이니 재건축이니 하 는 기대감을 전염시키고 10년이 넘도록 그곳 사람들을 끙끙앓게 만드는 게 바로 너 같은 사람들이구나 하는 깨 달음이었다. - P31

너는 길고양이를 끔찍이 생각하는 사람이고 요령 있 게 집을 사고 팔며 차익을 남길 줄 아는 사람이고 내게 아무런 경계심 없이 사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이 고, 누구나 관심 있어 하고 궁금해할 정보를 대가 없이 공유하는 사람이고, 낡고 오래된 것들은 말끔히 부수어 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고 몇 날 며칠씩 오지 않는 고양이 를 기다리는 사람이고.
그러므로 결코 내가 다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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