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구글’은 전혀 아니고 ‘빅데이터’도 그렇게 정확한 대상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말하는 대상은 바로 ‘소시오매트릭 배지’라는 것입니다.
이 소시로매트릭 배지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장치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 움직이는 동선과 나누는 대화 내용, 접촉 시간 등을 기록하는 장치입니다. 이것이 과거에는 등에 짊어지고 다닐 정도의 크기였던 것이 최근에는 IC 칩을 내장한 출입카드 정도의 크기로 축소되고 경량화됨에 따라 소지와 이동이 훨씬 간편해져서 보편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소시오매트릭 배지로는 무엇을 하는가?
당연히 그것을 소지한 직원의 동선과 사용 시간을 파악하고 분석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게끔 동선과 시간을 재설계하고, 소지자가 만나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의 내용과 시간을 분석해 소지자의 네트워크와 생각하는 바, 불만, 이직이나 퇴직 가능성까지를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토대로 직원의 인사관리를 효율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실시간 감시 장치를 통한 직원들의 효율적인 통제’이지 구글과 같은 혁신 기업이나 빅데이터 같은 신기술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데이터마이닝 방식은 한 마디로 24시간 추적 장치를 모든 직원들의 몸에 부착해 놓는 것인데, 당연히 가장 먼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문제를 현재도 기업은 직원들의 이메일 내용을 합법적으로 검열할 수 있으며, 장치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고 작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한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어물쩡슬쩍 넘어갑니다.
한 마디로 기업주의 입장에 서서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나 생각을 임의로 검열하고 예측하는 것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런 점은 전형적인 ‘과학의 중립성’을 외치면서 그 과학을 이용하여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순수주의 과학자’ 혹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장치를 이용해서 수집한 데이터들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매우 높은 확률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그것을 기업 합병이나 임금 협상, 승진 가능성 타진 등에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문제는 그 근거와 결론 사이를 연결해주는 논리적인 타당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사람들이 만나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 움직이는 동선과 시간을 파악하기만 하면 그 사람이 어떤 성격과 유형을 가지고 있고, 그 기업이 어떤 스타일의 회사이며, 어떤 직원이 창의적이고,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직원들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들에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예를 단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전혀 그런 주장이 타당해 보이지 않는, 심지어는 결론을 위해 과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조작한 혐의조차 들 정도입니다.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들도 단지 결과를 ‘이현령비현령’식으로 억지로 끌어다 붙은 느낌이 짙고요.
빅데이터와 이를 활용하는 데이터마이닝은 분명히 앞으로 사회와 기업을 운영하는데 필수적이고 유용한 도구도 활동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이 책의 저자처럼 ‘기업주의 이익을 위해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자율성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악용되고, 기업주나 기술담당자가 거기에 아무런 문제점이나 죄의식을 느끼지 못할 정도라면 이는 빅 브라더의 악몽을 만들어내는 것이나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