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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
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종종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일컬어 자본주의사회라고 말하곤 합니다.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물질주의에 찌들거나 속물주의적인 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을 목격하거나 느낄 때 자조적으로 내뱉다시피 하는 말이지요.

 

실제로 2015년의 대한민국은 시기적으로 구분해서는 자본주의 중에서도 후기에 속하는 후기 자본주의이고, 형태상으로는 생산업 중심의 굴뚝경제를 벗어난 정보통신(IT) 중심의 고도 하이테크 경제 단계 도달해 있는 자본주의의 정점 부근에 위치해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상 지구상의 80% 이상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계에서도 상위 5%에 속하는, 아마도 지구상 150개 국가들 중에서 10~15위 권에 속하는 자본주의적 경제 기반을 지니고 있는 국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 국가니까라는 말을 자조적으로 내뱉는 행태에서 알 수 있듯이, 자본주의라는 단어와 그 어감을 속물주의나 물질만능주의와 동의어에 가깝게 사용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1990년대 이후 급속도로 양극화되어 가고있는 우리 사회의 수익과 분배 구조를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소시민들은 이러한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면모들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도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렇지만 입으로는 이렇게들 말하면서도 우리 주변의 모습들을 살펴보면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풍요로운 부와 혜택들을 자유롭게 만끽하고 있고, 종종 그 정도가 지나쳐서 우리 스스로가 자본주의의 악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모습을 목격하곤 합니다. 바로 과도한 명품에 대한 소유욕과 과시욕, 지나친 사치와 갑질 등이죠(이런 모습을 고스란히 확대해 놓은 것이 바로 현재 중국의 모습입니다).

이런 점이 바로 우리가 겪는 자본주의의 불공평함과 우리가 누리는 자본주의의 혜택을 동일한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전혀 별개의 것, 전자는 우리가 부당하게 겪는 불편함, 후자는 우리가 당당하게 누리는 당연한 권리라고 나눠서 생각하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런 것들이야말로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양면성인데 말입니다.

 

이런 생각의 기조에는 우리들의 일반적인 생활 속에 자본주의적인 제 요소들이 얼마나 깊이 침투해 있고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이 자본주의적인 틀 속에서 얼마나 좌우되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마치 태고적부터 자연스럽게 주어진 공기나 물과 같은 자연권에 속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를 입다 먹다 짓다>는 바로 이러한 우리 삶의 구석구석 깊은 곳까지 침투하여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작은 부분들에까지 얼마나 자본주의적인 요소들이 존재하고 우리의 사고 방식이나 상식의 많은 부분들이 실제로는 자본주의 경제 구조 속에서 형성되고 주입된 것인지를 명확하게 규명해 보여줍니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적인 의식주 생활 중에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상식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들, 웨딩 드레스는 왜 흰색일까?, 왜 샤넬 백을 사러 프랑스까지 가야할까?, 왜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가?, 정말 치마가 짧아지면 경기가 살아나는 것일까?, 한국인들은 왜 매운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라면 종류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을 할 때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는 이유는?, 지방의 대형 마트가 더 큰 이유는? 같은 문제들을 제기하고, 그 이유 속에 숨어있는 경제적인 원리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학의 이론들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중세와 근대 군복의 화려한 색상은 역선택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고, 지퍼가 단추를 대체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유효수요이론을 말하고, 하얀 웨딩 드레스를 통해서는 밴드웨건 효과를 설명하고, 샤넬 백 가격을 통해 가격차별 정책을 이야기합니다. 한국인이 고추를 소비하게 된 원인이 비싼 소금을 대체하기 위해서이고, 환타는 콜라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는 역사적인 사실들을 통해서는 대체제, 탕수육의 발명 과정을 통해서는 글로벌 불균형, 수많은 라면의 종류와 지방에 대형 마트가 세워지는 과정을 통해서는 독과점 업체의 진입 장벽 높이기, 막걸리를 통해서는 범위의 경제, 커피 가격을 통해서는 자유 무역의 문제점과 경매 방식의 차이점들, 비슷한 업종의 가게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현상을 통해서는 집적의 경제를 통한 이득이라는 경제학적인 원리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특히 결혼할 때 신부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예물로 준비하는 관습에는 파혼으로 인한 여성의 경제적, 정신적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경제적 고려가 담겨있다는 대목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이며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다양한 사례들의 뒤에 숨겨져 있는 경제학적인 의미와 이론들을 통해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이 실제로는 우리가 생각하고 의식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이 자본주의 경제학의 고려들, 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상업적인 전략과 이윤추가 방식들이 감춰져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우리가 상식으로 혹은 관습으로 생각하고 무의식 중에 행하는 행동들을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고 정확하게 알아봐서 기업들의 상업적인 전략에 생각없이 끌려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동시에 여성의 치마 길이나 속옷의 가격 변화, 혹은 빈티지 헌옷의 유행 현상을 통해 경기 예측을 하려는 행동의 무의미함을 규명하면서 기업이나 정부에 이용당하는 경제학자들의 궤변에도 주의를 기울여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 말라는 주의를 줍니다.

 

그리고 GDP 수치의 허구와 소득분배곡선, 현금보조와 현금보조의 장단점, 실업의 구조적인 문제들, 부동산의 공공재적인 성격 등 현재 논쟁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을 바라보고 판단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정확한 뜻과 그 배경에 숨겨져 있는 의미들을 알려줌으로써 결정적인 판단의 근거를 제공해 줍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현란하고 유혹적인 자본주의 경제 체제 속에서 살면서 주체적인 경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자본주의의 속성과 자본주의가 조장한 많은 함정과 허상들을 꿰뚫어 봄으로써 자본주의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자본주의적인 향락과 유혹이 넘쳐나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엄청난 부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과도한 시치나 과소비에 빠져들지 않고 현명하게 소비 생활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번씩 읽어보기에 적극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hajin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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