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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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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바탕 위에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한 남자의 초상이 큼직하게 인쇄되어 있고, 하얀색 글씨로 작게 제목이 씌여있는 이 책의 표지는 자동적으로 같은 출판사에 의해 2011년에 출간되어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로 월터 아이작슨에 의한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공식 전기인 <스티브 잡스>이지요. 잡스의 책은 이 책과는 정반대로 하얀색 바탕 위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잡스의 초상과 검은색 글씨로 된 제목으로 표지가 디자인되어 있어서 이 책과 정확하게 정반대의 흑백대조로 디자인되어 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계적인 초베스트셀러였던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공식 자서전과 나란히 찍을 이루어 기획되고 출판된 것이 분명한 이 책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잡스의 책과 동일하게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이 책의 주인공인 조너선 아이브는 바로 잡스와 함께 애플을 세계 최대의 초거대 IT 기업으로 만든 1등 공신이자, 잡스가 자신의 영혼의 파트너라고까지 말했던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입니다.

 

그런데 무려 잡스와 나란히 애플의 1등 공신으로 첫 손에 꼽히는 애플의 명실상부한 2인자가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거나 구사한 엔지니어나 사업가가 아닌 디자이너라는 사실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끕니다. 그리고 바로 이 사실에 애플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디자인 중심 기업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와이어드닷컴> 편집자 출신으로 현재 애플 관련 전문 블로그인 컬트오브맥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리앤더 카니가 쓴 이 책의 전반부는 영국 출신인 조너선 아이브가 은세공 장인이자 디자인 교수로 영국에 디자인 전문 교육 과정을 정립시킨 장학관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뉴캐슬 과학기술 대학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 시절과 졸업 후 런던 최고의 디자인 회사인 RWG와 탠저린을 거쳐 애플에 스카우트되기까지의 과정과 학생시절부터 아이브가 보여주었던 탁월한 디자인 감각과 다양한 성과들을 쭉 보여줌으로써 그의 디자이너로써의 능력과 특성을 보여줍니다.

 

책의 중심이 되는 부분은 역시 아이브가 애플에 입사하여 이제는 전설이 된 맥과 파워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혁신적인 제품들을 차례로 디자인해 나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중반부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브가 애플로 옮겨간 뒤 곧바로 그의 천재적인 디자인 감각기 곧바로 애플 제품의 디자인으로 직접적으로 형상화된 것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아이브가 애플에 스카웃되어 영국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자리를 잡았던 1992년은 공교롭게도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자신에 영입한 존 스컬리에 의해 애플에서 축출된 뒤였고, 그 여파로 애플의 조직은 방대하고 비효율적이 됨으로써 매출과 순이익이 급감해 애플 자체의 경영이 위태로와진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아이브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바로 잡스가 없던 당시의 애플의 R&D 총책임자였던 장 루이 가세의 영향력 아래에서 전형적인 IT 기업적인 행태를 보여주었던 엔지니어들이 전권을 쥐었던 엔지니어링 우선주의, 디자인 팀은 단지 엔지니어들이 만들어낸 제품에 껍데기만 씌우는 단순 작업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동경하고 기대했던 애플에서의 작업이 갈수록 실망스러워진 아이브가 애플을 떠나기로 결심했던 시기에 기적적으로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게 됩니다. 그리고 애플의 기적을 만들어낸 잡스와 아이브의 협업 작업은 이때부터 비로소 시작됩니다.

 

기존의 방만한 제품 라인업을 일소하고 엔지니어적인 대량생산품으로 전락한 애플을 부활시키기 위해 자산이 만들어냈던 맥 본연의 아름다움과 감각을 되살리기로 마음먹은 잡스에게 아이브가 그려온 참신하고 감각적인 제품 디자인들은 바로 잡스가 가장 원하고 바랬던 것이어서 아이브는 단숨에 잡스의 최측근으로 인정받으며 애플 제품 기획과 제작의 중심으로 위상이 급상승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비로소 애플은 기존의 엔지니어 중심 기업에서 디자인 중심 기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조직으로 대변신하게 되었고,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발전시킨 아이덴티티가 구축된 것입니다.

 

책의 중반부부터는 PC와 파워맥에서 출발해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라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자세한 과정과 재품 디자인의 컨셉과 숱한 시행착오들, 그리고 애플 디자인팀이 미니멀리즘을 거쳐 가장 최근에 도달한 경지인 유니보디 시대와 탈 스큐어모피즘까지의 디자인의 변천사들이 다양한 뒷이야기들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애플 내부의 권력 투쟁과 잡스의 공식 전기에 기술되어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흥미로움을 더합니다.

 

IT 기업인 애플이 단순한 컴퓨터 제조사의 범주를 넘어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제품을 개발하여 전세계 IT 산업을 일시에 장악함으로써 세계 최대, 최고의 기업으로써의 신화를 이룩하게 된 데에는 스티브 잡스의 창의력과 함께 그의 비젼을 천재적인 솜씨로 구현해 낸 아이브의 존재가 있었기에 비로소 애플의 아이덴티티가 완성되었음을 이 책을 읽어가노라면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라 친밀감을 느끼고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터치감, 디자인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디자인, 다양한 재료와 가공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도전의식, 미래지향적인 컨셉 등의 창조적인 측면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잡스가 자신을 제외하고는 애플 내에서 어느 누구도 아이브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했을 만큼 아이브의 존재는 명실상부하게 잡스와 함께 애플의 DNA를 창조하고 키워나간 실질적인 동반자이자 후계자임이 분명함을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스티브 잡스>와 짝을 이루는 충실한 보권으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편집상 아쉬운 점은 책 중간에 사진들이 한꺼번에 모아져있기는 하지만, 각 장마다 서술되는 아이브가 디자인한 주요 제품들의 사진을 해당 페이지에서 바로 눈으로 볼 수 있게끔 편집해 주었더라면 글로 설명된 모양세를 눈으로 파악하기가 훨씬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일단 디자인 관련 책이니까요.

 

hajin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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