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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재구성 - 글로벌 경제위기 제2막의 도래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더팩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2008년의 금융대공황은 이전 세기의 역사적인 대공황들과는 상당히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이전 세기의 대공황들이 생산과 소비, 공급과 수요 간의 불일치로 인한 생산 과다로 인해 발생한 산업적인 문제였던 데 비해, 2008년의 금융대공황은 실물 경제의 흐름과는 사실상 아무런 관계없이, 순전히 금융, 그것도 컴퓨터 데이터 속에 존재하는 전자 화폐로 발생한 금융 데이터 상의 공황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전 세기의 대공황이 짧게는 십 수 년간, 길게는 수 십년 간 산업계와 사회 전체를 긴 침체의 늪 속에 빠트렸고, 회복도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던 데 비해, 2008년의 공황은 대공황이 일어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순식간에 진화가 되었고, 실물 경제에 미친 영향도 다분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사실 직접적인 타격을 밭는 분야의 종사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공황의 인식조차 희박했던 면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근 1세기 만의 가장 큰 규모의 공황이었던 2008년 금융대공황이 불과 1년도 채 되지않는 짧은 기간 안에 순식 간에 진화가 되고 마무리가 지어진 듯한 느낌마저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가장 큰 이유는 이 금융대공황이 실제 산업이나 실물 경제 분야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단지 컴퓨터 안에 있는 장부상으로 일어난 것이었던 만큼, 그 장부상의 수치의 불일치나 손실을 채워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버넹키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취한 방법도 천문학적인 달러를 찍어내서 금융계에 지급하는 단순무식한 방법이었습니다. 장부상의 파산 상태를 달러를 찍어내서 보조해 막는다. 얼핏 보기에는 간단하고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금융대공황의 중심에 있던 세계적인 규모의 금융 회사들이 신용도가 바닥인 파생 채권 상품을 만들어내고 거래하고 직접 사들였다가, 그 근본이 되는 모기지 채권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장부상의 파산을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실제 달러를 찍어내 보조했는데, 이 달러들이 장부상의 파산을 상쇄하지 않고, 실제로는 겁에 질린 대형 은행과 금융 기관들의 통장 속에 고스란히 잠자고 있다는 것입니다. , 파산한 기업은 그대로이고, 보조받은 달러는 거의 그대로 금융회사에 남아있다는 것이지요.

 

이 원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고 금융 기관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천문학적인 달러들이 공황이 끝나는 조짐을 보이자 다시 슬금슬금 시중에 풀려나오기 시작하고, 금본위 제도 때는 달리 아무런 지급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임의로 찍어낸 달러가 시중에 전면적으로 풀려 나온다면 그 이후의 전개는 뻔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 결말은 엄청난 규모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지요.

 

김광수 경제연구소에서 내놓은 신간인 <위기의 재구성>의 전반부는 이런 금융대공황의 매커니즘을 설명하는데 할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는 이런 금융대공황의 여파가 어디로 어떻게 미칠 것인지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금융대공황의 여파로 전세계 경기가 순식간에 얼어붙고, 그런 상황은 엄청난 공적 자금의 투입과 경기 부양책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아주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 부채가 매우 높은 비율인 국가들인데, 그리스는 이미 파산 상태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루투칼 등의 국가들도 파산이 시간 문제이고, 프랑스와 영국 역시 매우 불안한 상황입니다. 유로존 전체의 위기를 독일 혼자서 모두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고요. 애초부터 각 국가 별 경제력과 상황이 매우 상이한데도, 유로존 화폐 통합이라는 이상만 먼저 실천한 결과, 예상되었던 문제들이 터져나온 감이 크지만, 하필이면 그 시기가 금융대공황으로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치명타가 되고 있는 상황이지요.

 

거기에다가 미국이 찍어낸 천문학적인 달러에 유럽 각국이 시행한 공적 자금 지원과 경기 부양책들은 결국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이러한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제조업과 산업의 침체를 거쳐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파급될 우려가 매우 높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해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부분에서 김광수 경제 연구소는 아무런 대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자본주의의 예견된 위기라는 말 밖에 하지 않지요. 사실 김광수 경제 연구소의 책들은 대부분 상황이 발발한 후에야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 자본주의의 내제된 문제점이라고 말한 후, 별다를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도덕적인 훈계만을 하고 끝맺곤 했습니다. 심지어는 음모론마저 거론하면서요. 이 책 역시 비슷하고요.

김광수 경제 연구소의 주장은 경제학이 아닌 정치경제학적인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거기에 여러 수치들을 자의적으로 집어넣어서 얼핏 과학적인 것 같은 외양을 꾸미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은 이미 발생한 사실을 설명하는 데에 그칠 뿐이고, 가장 중요한 제대로 된 납득할 만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 역시 금융대공황의 여파가 어떻게 이어질 지에 대한 하나의 견해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좋을 것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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