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통해 본 생활 경제학>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중국을 통해 본 생활경제학
왕위 지음, 이지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 중국을 통해 본 생활 경제학 ] 이라...다소 아리송한 제목이지요?

제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제는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서 무시하지 못할 덩치로 확실하게 한 축으로 자리잡은 ‘초대형 루키’인 중국의 존재가 우리를 비롯한 기존 자본주의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 같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 생활에서 ‘Made in China'를 빼놓으면 일상 생활 자체가 곤란해 질 정도가 되어버린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책의 저자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런 추측들이 모두 무색해지고, ‘중국의 일상 속 경제학 이야기’라는 앞 표지에 인쇄되어 있는 요약 문구를 보면 더욱 아리송해 집니다. 우리보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 일본인들의 실생활 속의 경제라면 몰라도, 평균적인 생활 수준에서 우리와 아직은 많은 차이가 나는 중국인들의 생활 속에서 어떤 경제학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런 의문들은 저자의 프로필과 서문을 읽어보면 이내 풀리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왕위는 청소년 경제 칼럼니스트로써,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중국인들의 일상 생활을 통해 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경제학의 원칙과 원리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즉, 이 책은 중국인들을 위한 ‘쉬운 경제학 입문서’인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중국이 이제는 당연히 자본주의 경제 체제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은 중국은 여전히 계획 경제를 중심으로 하고 거기에 자본주의적인 요소를 부분적으로 허용한 ‘사회주의 경제 체계’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최근 1~20년 사이에 급속하게 자본주의 경제 기재들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와는 반대 편인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토대로 하고 있는 국가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경쟁과 선택, 가치와 투자, 물가와 통제, 이윤과 서비스 같은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원칙과 작동 원리들이 반 세기 이상 사회주의 경제 체계에 익숙해져 있던 중국 인민들에게는 전혀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여겨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이 책은 이처럼 오랫동안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 안에서만 살아 온 중국 인민들에게 자본주의 경제의 원칙과 제반 원리들을 중국인의 일상적인 삶 속의 여러 예들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 씌여진 ‘자본주의 경제 교육용’ 책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근본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오랫동안 사회주의 경제 체계 속에서 살아오다가 급격하게 도입된 자본주의적인 경제 개념들로 인해 당황하고 심각한 부적응 현상을 보이고 있는 중국 인민들에게는 물론 유효하겠지만, 해방 이후 줄곧 자본주의 자유 경제 체계 속에서 살아온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이 책이 무슨 효용이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사실 여기에 대한 답변은 좀 궁색합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반복해서 설명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작동 원리들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학 입문서로써 이 책의 가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 경제학 콘서트 ] 같은 기본에 나와있는 책들에 비해서 말이지요. 


 

그 대신에 이 책의 묘미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 책에서 예로 들어 소개하는 중국인들의 일상 생활 속의 모습들 중 상당 수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있던 중국의 감춰진 모습들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의 경제 관념을 설명하는 예들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자본주의적인 경제 관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관념과 사회주의적인 관념이 뒤섞여 있어 외국인들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관념들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예들을 몇 개 들어보면, 중국에서는 동네 가게보다 대형 슈퍼마켓의 병 음료 가격이 더 비싸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우리 생각과는 정 반대이지요(그 까닭은 대형 슈퍼에서는 냉장을 시켜놓고 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추석 전에는 월병 가격이 급등하는데, 월병을 대량 구매하는 주요 고객은 국가 기관과 기업체이고, 구매자가 직접 먹기 위해 월병을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아예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즉, 국가적인 차원에서 뇌물의 보편화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지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의 뒤에는 모든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희소성의 독점’과 일반인들은 주택 담보 대출이 어려운 금융 시스템, 그리고 모든 과정에서 소요되는 뇌물이나 불법 거래 같은 불법적 비용들 때문이라고 아예 내놓고 말합니다.
 

명절 연휴에는 이동 수요가 급격하게 늘기 때문에 철도부는 이윤 최대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요금을 인상하고(?), 열차표 대행 판매소와 암표상을 거치면서 가격은 더욱 올라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면서도, 암표상을 단속해야 한다는 말은 아예 하지 않습니다.
 

3~5% 이상이나 초과 항공표를 팔면서도 좌석이 차서 탑승을 하지못한 승객에게 아무런 배려나 혜택도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고요.
 

1 + 1이라고 해놓고 전혀 관련없는 싼 물건이나 소품, 유통 기간이 지난 물건을 끼워주거나, 아예 ‘그건 배달을 해준다는 말일 뿐’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광고와 판매 행태, 세일 때면 시장에서 산 싸구려 물건에 유명 브랜드 마크를 달아놓고 판매하는 행위, 팜플랫에 적혀있는 ‘판매 업체에 최종 해석권이 있습니다’라는 황당한 문구, 제대로 적용은 커녕 제때에 접수조차 되지 않기 일쑤인 여행자 보험,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기차 안 도시락 가격 같은 믿기 힘들 정도로 황당한 예들은 중국이 제대로 된 자본주의 시장 경제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아직도 한참을 더 기다려야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예들을 읽으면서 중국의 미숙한 경제 관념을 드러내놓고 비웃기에는 결혼과 가정 생활의 예들에서 보여지는 전근대적인 행태들이 사실은 우리에게도 거의 그대로 적용되는 말들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전근대적인 구습들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이 책은 원래 저자의 의도인 ‘자본주의 경제 교육’의 역할은 다소 미흡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거대한 시장인 중국에 관심을 가지고 추후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나 현재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중국인의 사고 구조와 속내를 사실적으로 알려주고 있어 ‘중국인이 본 한국 상인’이라는 글(http://blog.naver.com/hajin817/memo/60106905648)과 함께 본다면 무척이나 흥미롭게 유익하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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