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금융사기
켄 피셔 & 라라 호프만스 지음, 곽보경 옮김, 김학균 감수 / 쿠폰북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사기’에 대해 형법의 조항을 찾아보면 제347조에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형법 250조 살인죄의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와 비교해 보면 일견 범죄의 질이나 형량이 다소 낮은 것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기를 당한 주변 분들을 보신 분이라면 다들 동감하시겠지만, 살인이나 강도, 절도가 한 두 사람의 목숨이나 재물을 불시에 빼앗는 것과는 달리, 사기를 당한 집은 가족 모두가 일순간에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거리에 나앉게 되고, 이후로도 홧병과 가족 간의 불화로 인해 결국 가정이 산산조각으로 파괴되는 처참한 과정을 밟게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그 피해의 정도는 살인죄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살인이나 강도 등에 비해 사기는 범죄의 입증이나 증거 확보가 어렵고, 거기에다가 어지간한 일로는 법정이나 검찰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 떄문에 실제로는 거의 한 집 걸러 한 두 명 꼴로 본인이나 주변에서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은 집이 오히려 드물만큼 사기 피해 사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기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거나 사기꾼을 잡아 처벌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는 점은 사기꾼들이 활기치고 다니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기 범죄는 경제가 활황일 때보다는 불황일 때 훨씬 더 많이 발생하고, 민주적인 정부일 때보다 권위주의적인 정권 아래에서 만연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본의 거품 경기가 붕괴된 뒤에 수없이 많은 사기 피해가 양산된 것이나 지난 2008~9년의 금융 공황 때 미국에서 많은 사기 사건이 폭로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3, 5공화국 때와 IMF 직후에 사기꾼들이 활개를 쳤던 기억이 있죠.

일반적으로 사기는 젊은 층이나 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든 개인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주로 퇴직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퇴직금 사기가 많지만, 투자와 재테크의 중심이 적금이나 저축보다 펀드나 주식, 채권 등이 대부분인 미국에서는 이러한 펀드나 주식, 채권 등을 이용한 투자 사기 혹은 금융 사기가 매우 많고, 그 기법 또한 무척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이 책 [ 금융사기 How to smell a Rat ] 는 월스트리트에서 37년 동안 자산 운용 화사를 직접 운영해 온 투자 전문가이자, 25년 동안 < 포브스 > 지에 포트폴리오 전략에 관한 칼럼을 연재해 온 금융 전문가인 켄 피셔금융 사기와 금융 사기범을 파악하는 방법과 금융사기를 당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금융사기를 당하지 않는 근본적인 방법으로 다섯 가지의 핵심적인 요소에 주의를 기울이기를 강력하게 권고합니다.

첫 번째는 재무 설계사가 투자 자산의 수탁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피하고, 투자 업무와 수탁 업무를 반드시 분리시켜 재무 설계와 자산 수탁을 각각 별개의 회사에 위탁할 것을 가장 강력하게 권고합니다.
그리고 자산을 타인의 자산과 혼합하는 것을 절대로 막고, 24시간 인터넷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신뢰할 만한 대형 수탁 회사에 예치하라고 권합니다.

두 번째는 지나치게 좋은 실적은 거짓이기 쉬우므로 경계하라고 말하는데,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기록했다는 경우는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흔히 한 번도 주가 지수보다 낮은 수익이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투자사의 말에 혹하기 쉬운데, 투자 수익률은 시장 상황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주가 지수와 연동되어 수익과 손실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상식인데, 수상쩍을 만큼 손실이 없이 수익만을 지속적으로 달성했다고 말하고, 평균 수익률이 주가 장기 평균보다 월등하게 높은 경우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대로 된 재무 설계사라면 반드시 S&P 500이나 MSCI, 나스닥, 코스피, 코스닥 등의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한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벤치마크와 유사하거나 약간 더 좋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시장의 변동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정상이므로, 시장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않고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만을 기록했다면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 번째는 투자사가 당신에게 투자 전략이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하거나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로 투자 전략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기꾼들은 흔히 화려한 전문 용어로 점철된 복잡한 투자 기법을 자랑하거나 파생 상품, 공매도 같이 위험성이 높은 기법을 내세우는데, 절대로 자존심 때문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지말고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하라고 말합니다.

네 번째는 실적과는 사실상 관계없는 한정된 고객 유치나 수탁수수료 면제 같은 요소를 혜택인양 내세우는 경우에도 경계를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사기꾼들은 흔히 ‘당신만을 예외로’, ‘투자 하한액 이하의 투자금을 받아준다’, ‘ 수탁수수료를 감하거 면제해 주겠다’고 유혹하곤 하는데, 제대로 된 투자 설계사라면 일정 비율인 수탁료가 필수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투자 하한액으로 잡을 리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유명 인사와의 교우 관계나 거액의 자선 활동, 화려한 사무실 등의 명성은 투자 수익과는 아무런 실질적인 관련이 없고, 오히려 제대로 된 투자 설계사라면 바쁜 일과 때문에 그런 데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으므로, 화려한 명성이나 외형에 현혹되지 말 것을 경고합니다.

다섯 번째는 투자 중계 회사나 제3의 회사에 실사를 맡기지 말고 반드시 본인이 직접 투자사를 실사할 것을 권합니다.
SEC는 수사 기관이 아니므로 사기꾼을 사전에 색출해 내지는 못하지만, SEC에 등록되어 있고, Form ADV 등을 꼼꼼하게 검토해 보면 수상쩍은 부분들을 대부분 감지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 펀드나 펀드 오브 펀드 같은 경우는 모호함과 위험성이 높은 대신에 수탁료를 이중으로 거둬가므로 반드시 피하라고 합니다.

이런 모든 주의 사항들을 상세하게 설명한 후, 저자는 제대로 된 재무 설계사를 구하기 위해 재무 설계사에게 질문해야 할 항목들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금융 사기인 피라미드 사기, 즉, 폰지 사기는 주로 약세장에서 드러나는데,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대 폭락을 한 지난 2008~9년에 발각된 메도프와 스탠포드를 비롯한 쉬랭커, 코스모, 포르테 등의 거액 금융 사기꾼들은 한결같이 화려한 명성과 외형으로 투자자들의 주의를 흐리게 한 뒤 천문학적인 금액을 착복했음을 밝히며, 저자는 화려한 수익률이나 혜택, 명성 등에 현혹되지 말고 앞에서 말한 다섯 가지 원칙에 근거하여 철저하게 조사하고 꼼꼼하게 확인함으로써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안전하게 지켜 나가기를 권장합니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투자 기관과 수탁 기관의 분리는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의무 조항으로 되어 있으므로 일단 안심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와 은행들은 ‘글로벌화’를 핑계로 위험한 미국식 금융 기법과 제도를 무분별적으로 도입하고 있어 무조건 신뢰하기는 힘든 상태이므로 언제나 주의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격언처럼 자신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 전체를 나락에 떨어뜨릴 위험이 큰 금융 사기꾼에게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금융 지식을 쌓으면서 과도한 이익의 유혹을 피하고 벤치마크와 연동된 안전한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 투자의 원점을 잊지 않는다면 사기꾼의 시야에 노출되는 위험을 최대한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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