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어둠/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자본주의 역사로 본 경제학 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토요타의 어둠 - 2조 엔의 이익에 희생되는 사람들...
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 창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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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가 1970년대 초에 일찌감치 예언했던 것처럼 현재 세계 경제의 최첨단에 서있는 것은 IT를 필두로 한 정보 통신과 하이테크 산업이고, 1900년대를 견인해 왔던 컨베이어 벨트로 상징되는 로우 테크의 공장 굴뚝 산업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양화된 구식 산업이 된 지 오래입니다. 20세기 동안 미국 산업을 대표해 온 GM과 포드 등의 거대 자동차 메이커들은 사실상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청산 단계에 오래 전부터 접어들었고, 에디슨 이후 소비자 가전을 상징해 온 GE도 잭 웰치 시절에 이미 백색 가전을 한국이나 중국에 넘기고 원자력 등 새로운 분야로 옮겨간다는 결정을 내렸으며, 컴퓨터의 상징과도 같던 이름인 IBM도 중국 자본에 넘겨진 것이 벌써 한참 된 이야기입니다. TV의 발명국인 미국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TV들은 모두 한국의 삼성이나 LG, 혹은 일본의 소니 제품들이고, 미국의 TV 메이커는 단 하나도 없는 것이 오늘날의 분명한 현실입니다.
 

특히 미국 공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분야는 명목상으로는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과거의 거인들이 여전히 생산을 지속하고는 있지만, 실제 판매 댓수는 일본 자동차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지가 벌써 수 십년이 지났고, 2007년에는 마침내 토요타가 판매 댓수 기준으로 GM과 포드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세계 1위의 자동차 생산 메이커가 된 토요타 자동차에 대해서는 국내에도 무려 60권이 넘는 많은 책들이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그 책들은 한결같이 토요타의 생산과 관리 기술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들을 꼼꼼히 읽어보면 토요타의 성공의 비결은 대부분 원가 절감과 재고 절약, 생산 프로세스의 표준화와 가속화, 경영진과 사원들의 효율성 극대화 등에 주로 치우쳐져 있고, 정작 중요한 요소인 자동차 설계나 생산 과정에서의 획기적인 혁신이나 발명은 의외로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일본이 미국보다 인건비나 물류 비용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닌데, 근본적인 제품 자체의 혁신없이 단지 경영과 생산의 효율화만으로 종주국인 미국을 제치고 내수 시장에서는 물론 수출과 해외 생산에서 모두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하는 것이 그동안 토요타식을 칭송하고 추종하는 책들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이었습니다.
 

특히 토요타가 자랑하는 'Just In Time' 방식은 방대한 생산 라인을 운용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지진이나 전쟁, 파업같은 돌발 사태가 발생하면 모든 생산 라인이 일시에 멈춰버릴 수 밖에 없는 현대 기업으로써는 생각하기 힘들만큼 유동성이 극단적으로 제한된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올해 초 미국에서 토요타 자동차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발생했고, 그 조사와 사건 전개 과정에서 결국 토요타가 가지고 있던 내부의 부정적인 결점들이 차례로 터져나오거나 폭로되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혁신에 기초를 두지 않고 극단적일 정도로 경영과 생산 과정에서의 효율만을 강요했던 이면에는 전근대적인 강압과 폐쇄성이 존재했고, 그것들이 바로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우리 자동차 업계의 이익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다소 과장스럽게 TV 뉴스에서 토요타 사태를 연일 보도하고 있는 와중에 출간된 이 [ 토요타의 어둠 ] 은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토요타의 어둡고 부패한 내부를 속속들이 폭로하고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발간 일자가 올해 3월인 만큼 시류에 영합해 급조된 책이 아니냐 하는 의심도 있겠지만, 사실 이 책은 일본에서는 2007년에 발간되어 상당한 충격을 던져주었던 책인 만큼 오히려 국내 발간이 늦어진 감이 있을 정도입니다. 토요타를 무조건 칭송하는 책들이 무려 60여 권이 넘게 발간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구나 말입니다.
 


이 책은 일본의 독립 인터넷 신문인 MyNewsJapan에서 연재되었던 기사를 단행본으로 묶은 것입니다. 2004년에 설립된 MyNewsJapan은 일체의 광고를 받지 않고 있으며 일부 유료회원제와 대형 포탈 사이트에의 기사 제공으로 운영되는 대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매체인데, 이런 특성을 가진 매체이기에 이런 내용이 기사화되고 단행본화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책의 맨 앞에서 먼저 설명됩니다. 
 

르포라이터인 저자들은 토요타에 대한 취재를 시작한 이후 많은 취재원들로부터 취재를 거절당하고 메이저급 출판사와 잡지사들로부터도 한결같이 기사 기고나 단행본화를 거절당한 일들을 소개하고, 일본 국내 언론들이 토요타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아예 싣지 않거나 최대한 작고 기계적인 언급으로만 다루곤 하는 이유가 바로 연간 1,000억 엔(약 1조 2000억원), 계열사까지 합하면 무려 4,500억엔(약 6조원)이 넘는 막대한 광고료를 무기로 신문에서부터 인터넷 매체까지 광범위하게 통제하고, 언론들도 알아서 기는 어두운 커넥션에 있음을 폭로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고 연간 2조 2천억엔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토요타 직원들의 생활을 알아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토요타의 젊은 직원들은 나고야에서도 1시간이나 떨어진 오지에 위치한 토요타시에서 지은 지 50년이 넘는 낡은 기숙사의 다다미 4장 반짜리 방과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합숙을 하며, 퇴근 후에도 주변의 모든 것이 토요타로 둘러싸인 토요타시 내에서 마치 ‘작은 북한’ 같은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생활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거의 일반 사회로부터 격리된 생활을 감수할 만큼 세계 1위의 자동차 메이커답게 월급이나 처우가 업계 최고 수준이냐하면 그게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대졸 입사 후 4년 차 ‘전문직’이 잔업 수당을 합쳐 연봉 450만엔 정도이고, 입사 10년 차가 되어도 잔업 수당을 포함해 연봉 640만엔 정도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연봉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GDP가 4배 이상 높은 일본의 비싼 물가 기준에서 본다면 깜짝 놀랄만큼 낮은 연봉이고, 언론사나 금융기관 연봉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저임금입니다. 토요타의 임금 체계는 나이를 먹을수록 좋아지도록 짜여있어 부장급이 되면 연봉 1,600엔 선이 되지만, 나중의 높아지는 연봉으로 젊은 시절 전체를 중소 기업보다도 못한 월급을 받으며 과도한 생산 업무에 시달리는 것을 감내하도록 유도하는 것 자체부터가 이미 비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낮은 월급 체계에 더해 잔업은 엄청나게 많아서 하루 평균 4시간 정도의 과도한 잔업을 해야민 합니다. 무려 월 평균 110시간에 달하는 과도한 잔업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점은 토요타의 사원들의 시간과 능력에 대한 살인적인 쥐어짜기입니다. 
 

토요타는 각 직급별로 강제로 떠맡겨지는 각종 위원회를 비롯한 업무 모임들에서의 역할과 직제 모임, 노동 조합 업무들 뿐만 아니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을 비롯하여 에키덴이라는 전사 차원의 역전 마라톤 대회, 5인제 간이 축구인 풋살 대회, 바비큐 대회 등에 무조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이런 모든 업무 관련 모임들을 업무 외 개인 행동으로 분류해 일절 수당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단체 행사는 어김없이 휴일에 진행되며 당연히 휴일 근무 수당은 나오지 않아서, 결국 매일 3~4시간의 수당없는 업무와 휴일을 몽땅 차지하는 회사 행사들로 인해 사생활이나 휴식은 완전히 포기해야만 하는 극한적인 상황을 모든 사원들에게 강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토요타에서는 법정 국경일조차 인정하지 않는 소위 ‘토요타 달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심야 수당을 주지않기 위해 비상식적인 시간 대로 짜놓은 2교대 근무와 극도로 과도한 과외 업무와 각종 행사로 인해 피폐해진 끝에 결국 30세에 과로사한 우치노 겐이치의 사례를 들어 토요타의 살인적인 사원 쥐어짜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합니다(토요타의 젊은 사원 과로사나 자살 비율은 비상식적으로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토요타는 과도하게 강제된 초과 근무로 인한 과로사가 명백한 우치노씨의 근로 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통상의 퇴직금만을 지불하였습니다. 여기에다가 회사가 엄청난 수익을 거두어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사원들의 불만들을 강압적으로 찍어 누르기만 하는 ‘어용 노조’의 협박과 토요타의 입김이 절대적인 노동기준감독서와 나고야 지방 법원도 근로 재해 인정을 거부하여 유족들을 절망시킵니다.
 

이러한 어용 노조와 회사의 횡포에 맞서 새로운 노동 조합인 ‘전토요타 노동 조합’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 또한 회사의 폭력적인 압력으로 인해 엄청난 어려움 속에서 투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토요타의 직원 처우는 21세기 세계 최고 기업의 현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여서, 사내에서 웹 서핑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음은 물론이고, 사적으로 배출한 쓰레기는 퇴근할 때 집으로 가져가라고 하여 회사 전체에 쓰레기통마저 없을 정도이고, 최저 임금에도 한참 못미치는 금액으로 착취하고 있는 외국인 연수생들에게는 화장실 1분 이용에 벌금 15엔이라는 전근대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우마저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토요타 사원들에 대한 비인간적이고 가혹한 처우는 그 이상으로 관련 협력 업체나 하청 업체, 그리고 해외 공장에도 적용되어, 북미 토요타 사장의 여비서 성희롱과 필리핀 공장에서의 스트립쇼 사건이 연이어 터진 데다가, 해외 공장의 노조에 대한 폭압적인 행태로 인해 수 십개 국에서 ‘반 토요타’ 시위가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토요타 자동차의 결함과 관련해서도 토요타 자동차의 리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리콜율이 무려 99.9%에 달해 토요타차의 성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폭로합니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불량률과 리콜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담당 관청인 국토교통성은 이러한 사실을 꽁꽁 숨겨놓고 일절 발표하지 않아, 일본의 가장 큰 문제인 관청과 기업의 과도한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결국 해외에서의 치명적인 대규모 리콜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음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강력하게 비판합니다. 




위에서 열거한 내용들을 쭉 살펴보면 자동차 생산 세계 1위라는 토요타의 화려함이 결국은 살인적인 수준의 노동집약적 착취 구조 위에 쌓여진 것이고, 그 실상이 어용 노조의 압력과 관청의 비호, 언론 장악을 통해 철저하게 은폐되고 있었을 뿐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살인적인 노동 시간과 이에 따른 수많은 사원들의 사망이나 퇴직, 사원들의 처우는 일절 보살피지 않고 오직 회사측의 입장에 서서 위압적으로 통제하기만 하는 어용 노조, 정경 유착으로 인한 관청과 정치권의 비호, 막대한 광고비를 통한 언론 장악 등의 행태들이 너무나 낯익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이와 똑같은 행태를 판박이처럼 보이며 세계 1위를 되뇌이는 대기업이 우리나라에도 있죠. 바로 삼성입니다.
 

굳이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와 < 삼성을 생각한다 >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주변의 삼성 직원들이 1년 내내 거의 휴일없이 새벽부터 한밤 중까지 강도높게 일하다가 결국 건강을 해쳐 퇴직하곤 하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단순히 이 책을 토요타라는 한 회사의 기형적인 행태를 폭로한 것만이 아니라 기술 혁신없이 오직 극도의 노동력 착취 토대 위에 수익만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비인간적인 마인드를 지닌 거대 생산 기업의 공통된 전근대적 운영 형태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의 신호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이 책의 내용들은 < MBC PC 수첩 >을 통해서도 간추려져 방송되었다고 합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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