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송용구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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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하게 전쟁에 뛰어든 데미안과 씽클레어, 그들에게 전쟁은 필요 불가한 사회정의의 실현 이였을까, 자신을 찾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였을까? 데미안을 회상하며 눈을 감는 씽클레어의 가슴속엔 수많은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데미안은 출간 때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씽클레어란 가명을 쓰면서까지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고 싶었던 헤세의 성장스토리는 당시 젊은이들에 삶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가져다주었다. 혁명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는 자신들의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나가오는 자신에 대한 의문과 질문, 인간은 완성되지 않는다. 불안한 삶이 연속될지라도 삶은 살아가야할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야한다. 데미안이 출시된 지 100년이 지났지만 헤세가 주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선 자신만의 알을 깨야 가능하다는 목소리다.

 

부유한 가정, 자상한 부모, 어찌 보면 너무 이상적인 환경이다. 헤세 역시 외적으론 풍족했지만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을 무척 힘들어 했다고 한다. 씽클레어는 헤세의 분신이다. 그는 데미안이라는 이상을 설정해 자신이 원하고 만나고자했던 인생을 꿈꾸게 된다. 목사가 되어 사회적 갈망을 채우라는 아버지의 바람대신 시인이 되고 싶었던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 자신이 품고 있었던 내면의 갈등을 토로하고 젊은 시절의 고만과 번뇌, 갈등과 방황이 어떻게 자신을 변화해나가는지 데미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씽클레어의 일탈로부터 시작된다. 크로마의 집요한 괴롭힘, 결국 악에 원인을 제공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던 씽클레어는 거짓과 위선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정복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지 강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크로마와 가까워질수록 점점 자신에 의문을 제기하는 씽클레어, 그는 원래 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사상을 고민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 경계선을 걷고 있었다는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그 앞에 데미안이 등장한다. 씽클레어는 데미안과의 첫 만남이 그의 조그만 세계를 무너뜨릴 만큼 강력했다고 고백한다. 타인의 마음을 꿰뚫어 버릴 듯한 눈매와 묵직한 언행, 반듯한 외모는 자신이 알던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풍모를 지녔다. 데미안은 씽클레어의 고민을 받아들이고 크로마와의 관계를 해결해 줄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리고 며칠 후 길가에서 크로마를 마주친 씽클레어는 자못 긴장하지만 크로마가 먼저 피하는 것을 알게 된다.

 

씽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자신이 알던 일상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는 뚜렷한 표적이었다. 그는 상급학교에 진학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다시 스스로에 얽힌 고민 속으로 빠져들었다. 술과 방탕, 성적 욕망이 그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이 시기의 씽클레어 모습은 우리들의 일상적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탈출구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누구도 확답을 주지 않는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며 또 다른 삶을 갈망하는 처절함, 자신이 만든 감옥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처절한 고뇌와 번민이 삶의 불안을 확장하고 있다. 씽클레어는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는 그림을 그렸고 그림은 답이 되어 돌아왔다. 오랜 기간 갈망했던 데미안이 답장을 보낸 것이다.

 

베아트리체는 씽클레어의 첫 번째 표적이 된다. 어둠의 세계를 경험했던 그는 밝은 세계로의 탈출을 꿈꾸며 베아트리체를 만들었고 세상은 선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악도 존재하며 이 둘은 우리와 항상 같이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마음에 선이 존재하다면 악도 필요한 부분이다. 아브락사스는 선과 악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우리의 존재를 형성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헤세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데미안은 읽을수록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헤세의 놀라운 점은 자신의 질문에 답하라는 것이다. 당신은 알을 품고 있는가? 이제 막 깨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삶에 도전하고 있는가? 안전을 추구하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데미안을 통해 만난 싱클레어는 우리의 일상적 모습이다. 고민하고 번뇌하고 스스로 인생을 찾아가는 시간, 나이가 들었다고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린 여전히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씽클레어가 찾고 있던 그 표적을 찾기 위해 저마다 고군분투하며 삶을 지탱하고 있다. 데미안은 그 많은 선택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헤세는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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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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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사상은 중국철학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 역시 고증학, 성리학, 실학을 거치며 중국사상을 흡수해왔다. 서구사상이 현 세대의 주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마음엔 인의예지의 공자사상과 무위의 노자, 그리고 소요유의 장자철학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의 소용돌이를 틈타 수많은 사상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던 시대였다. 전쟁은 쓰라린 고통을 남겼지만 철학이라는 삶의 주제도 형성해 갔다. 노자, 공자, 묵자는 전국초기에 등장한다. 전국중기 강태공의 후예가 지배하는 제나라에 반란이 일어나 전씨가 등장한다. 전씨가 혁명의 정당성을 위해 설립한 학문연구기관이 직하학궁이다.

 

직하학궁은 어떤 이론도 통용이 되는 그야말로 사상계의 신세계였다. 이들의 자유로운 학풍은 주로 초기 노자사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장자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고대중국사상의 핵심은 도다. 도는 인간의 길이다. 천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지배관계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인간의 도리로 탈바꿈하게 된다. 당시 사상가들은 공통적으로 도를 설파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저마다의 철학을 등장시키게 된다. 장자 역시 도를 강조했지만 장자 철학의 핵심은 기다. 기는 살아있는 생명력을 의미하며 자신에 내재된 강한 의지와 행동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소요유로부터 시작되는 장자에 대한 오해는 유유자적이란 말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삶을 즐긴다는 생각이 장자철학의 근원을 배제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고엔 장자가 말하고자하는 변화의 핵심에 다가서지 못한 결과라 평한다. 저자는 공자와 노자 철학이 평면적이라면 장자는 입체적 철학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장자 철학은 변화와 운동이 핵심적 주제다. 생명력이란 결국 움직임이다. 그리고 움직임엔 내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공자나 노자엔 수양이란 개념이 들어있지 않다. 장자는 기를 중심으로 인간이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가며 죽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변화와 흐름을 이야기한다.

 

장자는 총 33편으로 구성되어있고 이를 정리한 사람이 곽상이다. 그리고 300년 후 당나라 성현영이 장자소를 남긴다. 사마천의 사기엔 장자에 관한 단편적인 설명과 함께우언이등장한다. 우언은 이야기책이란 장자의 표현방법이다. 장자는 이야기를 통해 배움을 전달한다.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고 우화적인 요소를 통해 본원적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장자의 기본 개념은 자쾌다. 자쾌는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핵심주제다.‘바람직함, 해야함, 좋음엔 내가 없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바라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내가 존재한다.’자쾌는 도랑물 속이라도 내 존엄과 독립성을 지키며 자신만의 시간을 살겠다는 의지이자 철학이다.

 

자쾌는 우리 삶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자신 있게 스스로가 선택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우린 대부분 사회시스템을 자신의 선택이라 생각하며 그 속에서 필요한 것을 취하는 행위를 자유의지라 말하고 있다.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이 지배적이며 다른 것을 배제한다. 능력이 되지 않으면서 권력추구에 열심이며 권력을 잡으면 자기이익애 열중한다. 이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다. 장자의 자쾌는 존엄과 독립성이다. 자신에 대한 존엄이 사라지는 시대, 장자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장자의 지략편에 부인이 죽어 혜자가 문상을 갔는데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혜자의 꾸짖음에 장자는 부인이 원래 있던 곳으로 갔다고 말하며 우주의 원리를 이야기한다.‘근본을 살펴보니 원래 태어나는 일도 없고 태어나는 일이 없으니 형체도 없고, 형체가 없으니 기도 없습디다. 곤경과 어려움 속에 살다 본래 모습으로 가니 축하해줄 일이 아니요?’저자는 근원이나 본바탕을 살피라는 찰기시를 설명하며 자기만의 독립적 해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인문적 통찰의 시작이라 말한다. 왜 자세히 살피느냐?‘살핀다는 과학적 사고로 사물을 쪼개서 바라보며 관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미 결정지어진 판단이라는 인식의 틀을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철학적 태도다.

 

삶의 두께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가벼워져가는 삶에 높이와 깊이를 더해 두께를 만들어야 한다. 식상한 언어가 난무하고 자신과 다르다는 생각만으로 장벽을 친다. 배제는 생존을 연상시킨다. 정치의 목적과 의미가 작위적으로 바뀌고 인간의 존엄과 독립성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장자는 전쟁의 혼란 속에서 자신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어려운 세상이라도 삶엔 저마다의 의미가 있고 개인의 존엄은 스스로 지켜야한다고 말한다. 본서는 저자의 탁월한 동양사상의 지혜가 가득 담겨있다. 읽는 내내 둔탁한 머리를 일깨운다. 삶의 자세는 사고의 틈을 통해 전달되는 것 같다. 우린 많은 틈을 가지고 있지만 틈을 메꿀 의지가 박약하다. 장자는 자쾌를 통해 자신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 말하고 있다. 깊이 있는 저자의 내공에 고개가 숙여진다. 자강불식, 결국 우리는 더 나아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단단한 내면을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자를 읽어야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좁은 세상을 넓혀줄 삶의 실력, 장자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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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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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치마는 히미코산 기슭의 슈도겐 영지를 찾는다. 그곳엔 신을 모시는 오카쿠시 신전이 있다. 그는 신전 옆 물이 흐르는 커다란 바위를 바라보며 16년 전의 일을 회상한다. 한 여름의 찌는 더위를 알리는 기름 끓는듯한 매미 울음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다. 잠시 후 신전 앞으로 두 사람이 다가온다. 쓰루미야와 에리사와, 낮선 둘의 방문에 긴장하지만, 헤치마는 16년 전 자신에 다가온 낯선 연못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매미 돌아오다는 헤치마가 산사태로 인해 신의 연못으로 쓸려간 한 소녀의 유령을 보았다는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헤치마는 자원봉사단원으로 이곳을 찾았고 역시 봉사를 목적으로 온 이와쿠라와의 인연을 떠올린다. 헤치마는 당시 사건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산사태로 휩쓸린 소녀를 찾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소녀는 신의 연못이라는 금지구역에 파묻혔고 시신을 찾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연못은 토속신앙을 섬기는 성역으로 외지인의 출입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할 무렵, 헤치마는 소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소녀의 죽음과 함께 묻혔던 미스터리를 알게 되는데,

 

본 책은 출간 전부터 많은 이들에 회자되었던 만큼 기대가 무척 컸던 작품이다. 구성진 플롯과 탁월한 시간배치와 공간 이동을 통해 몇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곤충을 소재로 이토록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일상적인 곤충을 통해 사건의 전개를 이어간다. 매미가 그토록 애절하게 우는 이유가 한계절도 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기 때문일까?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만 자유를 얻게 된다. 소녀의 죽음은 마치 오래된 관습을 어긴 형벌로 여겨진다. 하지만 자신을 구속시키는 건 형상이 아니라 오랜 기간 자신을 옭아맨 인식의 틀이었다. 매미가 허물을 벗어야만 날수 있듯이 오랜 구속을 벗어나고픈 소녀의 갈망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삶은 죽음을 통해 새로 태어난다. 매미는 삶의 연결고리다. 매미는 돌아온다. 모호한 기분이 몸을 꿈틀 인다.

 

본서는 2020년 제74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및 21회 본격 미스터리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일본 소설의 장점이랄 수 있는 디테일이 무척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다. 5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주제로 전개되지만 데자뷰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염낭거미는 시간을 축소해놓은 듯한 플롯이 무척 인상적이다. 어미를 잡아먹는 새끼거미의 운명을 자신에 투여한 여학생의 처절한 분투, 다소 이질적이긴 했지만 펜션을 중심으로 한 딱정벌레의 운명이 비극으로 끝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던 반딧불이의 계획은 저자 특유의 미스터리 진수를 보여준다.

 

매미 돌아오다 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잔잔한 구도를 이어가다 급격한 반전이 일어난다. 에리사와는 각 편마다 동일인물로 등장하지만 사건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본서는 등장인물간의 섬세한 심리변화가 압권이다. 곤충은 사건의 실마리이자 복선으로 연결된다. 인간에 잊힌 곤충이지만 어떤 삶은 곤충이 매개가 되어 마치 삶이 윤회한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무엇보다 본서는 몰입감과 집중도가 뛰어나다. 일상의 틈을 깨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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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논어
공자 원저, 심범섭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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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혼란스러운 사회를 규정하기 위한 정치철학서로 이해됩니다. 공자는 주유천하를 통해 그가 무엇을 위해 학문을 설파하는지를 설명합니다. 공자사상은 수백 년 동안 중국의 주류를 이루었지만 불교전파로 인해 극심한 부침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가사상은 고증학, 성리학, 실학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동아시아의 주류 철학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현대사회의 도적, 윤리 체제의 핵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논어는 인의예지를 중심으로 사상적 전개를 펼치는데 그 중심이 인입니다. 인은 서구사회의 사랑과 같은 개념입니다. 인을 실천하기 위해 예가 필요하고 세상은 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함을 강조합니다. 인의예지는 공자 사상의 핵심주제로 다수의 해설이 존재하지만 균형과 조화라는 관점에서는 동일합니다.

 

공자는 춘추전국이라는 중국 역사의 가장 혼란한 시기를 살았습니다. 천제의 권력이 제후로 넘어가고 철기시대의 도립은 상하관계의 전복과 전란을 일으켰는데 당시 학문을 연구하던 수많은 사상가들 또한 저마다 역량을 펼치기 위해 힘 있는 제후와의 결탁을 공모합니다. 공자 또한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시험하기 위해 여러 제후국을 드나들며 정치적 해법을 제시했고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정치가란 명성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명성과는 달리 이상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가 남긴 철학이 제자들에 의해 계승되어 책으로 편찬되었는데 동아시아 학문의 주류를 이룬 논어입니다.

 

논어는 사람답게 사는 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 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봉건제 사회는 신분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중국은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전쟁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백성들은 의지할 곳이 없었습니다. 이 시대에 공자가 강조한 것은 조화와 균형이었습니다. 특히 군주와 신하간의 예를 중심으로 사상적 논제를 일으킵니다. 누구보다 평화주의자였던 공자였지만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선 위계질서의 재정립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그가 시종일관 서로간의 의무를 강조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공자는 예를 통해 상호존중을 실천하라고 말합니다. 논어엔 군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군자의 책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본 책은 논어의 주요부분을 발췌하여 청소년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장은 사람답게 사는 길을 통해 논어의 핵심사상인 인의예지를 설명하며 마지막으로 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덕불고 필유린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라는 뜻입니다. 덕에 대한 생각은 각자의 삶의 방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길의 첫 번째 덕목이자 삶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사사로운 감정과 강요에 의한 관계는 결말이 좋지 않습니다. 공자는 원망마저 덕으로 갚으라고 말합니다.‘자신을 원망하는 사람이나 원망하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한결같이 공평하고 사사로움이 없는 정직함으로 대해야한다.’공자는 생의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그 본질에 다가서라고 충고합니다.

 

지식이 풍부한 세상이지만 삶의 질마저 풍족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개인 간의 관계 설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가벼운 만남이 삶의 질을 높이기 어렵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계는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소중한 만남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과 인정욕구입니다. 결국 서로를 배려해야만 가능합니다. 공자는 죽을 때까지 실천해야할 덕목으로 서()를 이야기합니다.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라는 뜻을 지닌 서는 이 시대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기 전에 자신도 상처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어떤 존재로 살아야하는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상가와 철학자들에 의해 질문되어온 문제지만 여전히 이것이다란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자 역시 전란의 회오리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공자는 누구보다 학문에 대해 진지했고 학문의 필요성을 강조한 철학자입니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 질문하는 방법을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질문을 통해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공자 역시 수많은 질문을 통해 지혜의 두께를 쌓아왔습니다. 논어는 삶의 질문에 관한 책입니다. 청소년기의 생각은 인생의 두꺼운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논어를 통해 마중물을 만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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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들뢰즈까지,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20가지 생각 도구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미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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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이 부각될수록 안정감을 느끼기보다 뭔가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 같다. 과도기라 하기엔 기술의 발전이 너무 빠르다. 우리의 생각은 근거리와 장거리를 교대로 뛰고 있는 것 같다. 피곤함과 현기증마저 느낀다. 안타까운 건 개인이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거대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여되는 미래에 개인이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GPT 사용한다고 AI시대를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잃어가며 알지 못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상상에 의해 세상을 살아왔고 여전히 상상을 만들어가며 미래를 꿈꾸고 있다. 인간의 상상은 정말 놀랍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현실화시키며 삶의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미래의 모습도 우리의 상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상을 가능케 하는 것이 철학이다. 지금처럼 철학이 부재한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철학이란 생각은 AI의 출현과 함께 더욱 각별해지는 것 같다. 왜 인간은 그토록 오랜 기간 삶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생존에 대한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 철학은 수많은 개념들의 논쟁을 거치며 이젠 실존적 철학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철학은 인간의 삶의 궤적과 맥을 같이 한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며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수행해 왔다. 철학은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 왜 라는 질문이 철학의 시작이다. 저자는 상식의 틀을 넘어 설수 있는 철학적 사고의 3단계 과정을 설명하는데, 그 첫 번째가 의심하기다. 우린 어떤 대상에 대한 자신만의 전제를 가지고 있고 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다. 전제의 목적, 의미에 대한 의심은 호기심으로 발전한다. 의심은 인간이 AI와 차별화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고행위가 아닐까?

 

두 번째는 시점 바꾸기다. 29세에 본 대학 철학교수로 취임한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신실재론을 연상시킨다. 가브리엘은존재는 인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신실재론을 주장했는데 우리의 인식이 곧 존재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오십 명이 펜 하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사실상 오십 개 펜이 존재하는 셈이다. 저마다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데 어쩌다 특정세계가 겹친다는 이론이다. 메타버스, 평행세계, 멀티버스 개념과 비슷하다. 시점 바꾸기는 자신의 관점을 벗어나 사물을 다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도 사물을 인식하는 구조를 통해 우리의 인식적 한계를 설명한다.

 

헤겔은 정,,합이라는 변증법을 통해 사물에 대한 재구성이 어떻게 철학적 논제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당시 모순은 제거의 대상이지 합의적 매개체가 아니었다. 하지만 헤겔은 문제점을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발전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았다. 헤겔은 변증법을 반복하면 결국 절대자의 경지까지 나아갈 수 있는 진화의 특별한 증거로 생각했다. 문제를 플러스로 바라본다는 발상은 근대를 벗어나고자 하는 철학자들의 생각이 결국 시대의 커다란 흐름을 변환시킨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본 책은 철학사를 빛낸 10인 철학자와 그들의 철학적 개념을 통한 사고의 전환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철학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이유를 5가지로 설명하는데 그 중하나가 VUCA시대의 출현이다.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으로 대표되는 부카는 AI, 코로나와 맞물려 더욱 인간의 심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왜 철학인가? 생각을 뛰어넘는 아이디어의 출현이 세상을 바꾸듯이 아이디어를 무한하게 증식시킬 수 있는 것이 철학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공철학자답게 대중에 친숙한 철학적 내용을 선보인다. 흥미로운 삽화와 적절한 예시를 통해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가며 삶의 철학으로서 철학적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 전체성, 통일성, 보편성을 중심으로 스토리 생성과정을 이야기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창작의 본질을 거쳐 효과적인 광고문을 작성할 때나 발표 자료를 만들고 싶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저자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0인의 철학자들의 생각은 마치 우리 곁에서 삶은 이렇다고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우린 사물을 더 깊이 이해할 때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만날 수 있다. AI 논의가 한창이다. 혹자는 질문법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하고 혹자는 AI가 할 수 없는 것을 찾아야한다고 말한다. AI는 객관적인 답을 창출하는데 최적화되어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하지만 인간의 사고과정은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주관적인 의지나 직관에 의해 문제를 해결할 때가 많다. 본능, 직관, 감정, 경험, 욕망, 의지는 철학적 사고를 돌출하는 인간의 비사고적 요소다, 철학이 삶에 필요한 이유는 본능적인 인간 생존의 욕망이자 의지다. 탁월한 생각에 대한 저자의 탁월한 철학적 사유를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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