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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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치마는 히미코산 기슭의 슈도겐 영지를 찾는다. 그곳엔 신을 모시는 오카쿠시 신전이 있다. 그는 신전 옆 물이 흐르는 커다란 바위를 바라보며 16년 전의 일을 회상한다. 한 여름의 찌는 더위를 알리는 기름 끓는듯한 매미 울음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다. 잠시 후 신전 앞으로 두 사람이 다가온다. 쓰루미야와 에리사와, 낮선 둘의 방문에 긴장하지만, 헤치마는 16년 전 자신에 다가온 낯선 연못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매미 돌아오다는 헤치마가 산사태로 인해 신의 연못으로 쓸려간 한 소녀의 유령을 보았다는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헤치마는 자원봉사단원으로 이곳을 찾았고 역시 봉사를 목적으로 온 이와쿠라와의 인연을 떠올린다. 헤치마는 당시 사건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산사태로 휩쓸린 소녀를 찾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소녀는 신의 연못이라는 금지구역에 파묻혔고 시신을 찾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연못은 토속신앙을 섬기는 성역으로 외지인의 출입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할 무렵, 헤치마는 소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소녀의 죽음과 함께 묻혔던 미스터리를 알게 되는데,

 

본 책은 출간 전부터 많은 이들에 회자되었던 만큼 기대가 무척 컸던 작품이다. 구성진 플롯과 탁월한 시간배치와 공간 이동을 통해 몇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곤충을 소재로 이토록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일상적인 곤충을 통해 사건의 전개를 이어간다. 매미가 그토록 애절하게 우는 이유가 한계절도 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기 때문일까?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만 자유를 얻게 된다. 소녀의 죽음은 마치 오래된 관습을 어긴 형벌로 여겨진다. 하지만 자신을 구속시키는 건 형상이 아니라 오랜 기간 자신을 옭아맨 인식의 틀이었다. 매미가 허물을 벗어야만 날수 있듯이 오랜 구속을 벗어나고픈 소녀의 갈망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삶은 죽음을 통해 새로 태어난다. 매미는 삶의 연결고리다. 매미는 돌아온다. 모호한 기분이 몸을 꿈틀 인다.

 

본서는 2020년 제74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및 21회 본격 미스터리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일본 소설의 장점이랄 수 있는 디테일이 무척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다. 5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주제로 전개되지만 데자뷰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염낭거미는 시간을 축소해놓은 듯한 플롯이 무척 인상적이다. 어미를 잡아먹는 새끼거미의 운명을 자신에 투여한 여학생의 처절한 분투, 다소 이질적이긴 했지만 펜션을 중심으로 한 딱정벌레의 운명이 비극으로 끝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던 반딧불이의 계획은 저자 특유의 미스터리 진수를 보여준다.

 

매미 돌아오다 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잔잔한 구도를 이어가다 급격한 반전이 일어난다. 에리사와는 각 편마다 동일인물로 등장하지만 사건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본서는 등장인물간의 섬세한 심리변화가 압권이다. 곤충은 사건의 실마리이자 복선으로 연결된다. 인간에 잊힌 곤충이지만 어떤 삶은 곤충이 매개가 되어 마치 삶이 윤회한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무엇보다 본서는 몰입감과 집중도가 뛰어나다. 일상의 틈을 깨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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