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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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사상은 중국철학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 역시 고증학, 성리학, 실학을 거치며 중국사상을 흡수해왔다. 서구사상이 현 세대의 주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마음엔 인의예지의 공자사상과 무위의 노자, 그리고 소요유의 장자철학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의 소용돌이를 틈타 수많은 사상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던 시대였다. 전쟁은 쓰라린 고통을 남겼지만 철학이라는 삶의 주제도 형성해 갔다. 노자, 공자, 묵자는 전국초기에 등장한다. 전국중기 강태공의 후예가 지배하는 제나라에 반란이 일어나 전씨가 등장한다. 전씨가 혁명의 정당성을 위해 설립한 학문연구기관이 직하학궁이다.

 

직하학궁은 어떤 이론도 통용이 되는 그야말로 사상계의 신세계였다. 이들의 자유로운 학풍은 주로 초기 노자사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장자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고대중국사상의 핵심은 도다. 도는 인간의 길이다. 천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지배관계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인간의 도리로 탈바꿈하게 된다. 당시 사상가들은 공통적으로 도를 설파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저마다의 철학을 등장시키게 된다. 장자 역시 도를 강조했지만 장자 철학의 핵심은 기다. 기는 살아있는 생명력을 의미하며 자신에 내재된 강한 의지와 행동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소요유로부터 시작되는 장자에 대한 오해는 유유자적이란 말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삶을 즐긴다는 생각이 장자철학의 근원을 배제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고엔 장자가 말하고자하는 변화의 핵심에 다가서지 못한 결과라 평한다. 저자는 공자와 노자 철학이 평면적이라면 장자는 입체적 철학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장자 철학은 변화와 운동이 핵심적 주제다. 생명력이란 결국 움직임이다. 그리고 움직임엔 내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공자나 노자엔 수양이란 개념이 들어있지 않다. 장자는 기를 중심으로 인간이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가며 죽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변화와 흐름을 이야기한다.

 

장자는 총 33편으로 구성되어있고 이를 정리한 사람이 곽상이다. 그리고 300년 후 당나라 성현영이 장자소를 남긴다. 사마천의 사기엔 장자에 관한 단편적인 설명과 함께우언이등장한다. 우언은 이야기책이란 장자의 표현방법이다. 장자는 이야기를 통해 배움을 전달한다.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고 우화적인 요소를 통해 본원적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장자의 기본 개념은 자쾌다. 자쾌는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핵심주제다.‘바람직함, 해야함, 좋음엔 내가 없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바라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내가 존재한다.’자쾌는 도랑물 속이라도 내 존엄과 독립성을 지키며 자신만의 시간을 살겠다는 의지이자 철학이다.

 

자쾌는 우리 삶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자신 있게 스스로가 선택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우린 대부분 사회시스템을 자신의 선택이라 생각하며 그 속에서 필요한 것을 취하는 행위를 자유의지라 말하고 있다.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이 지배적이며 다른 것을 배제한다. 능력이 되지 않으면서 권력추구에 열심이며 권력을 잡으면 자기이익애 열중한다. 이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다. 장자의 자쾌는 존엄과 독립성이다. 자신에 대한 존엄이 사라지는 시대, 장자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장자의 지략편에 부인이 죽어 혜자가 문상을 갔는데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혜자의 꾸짖음에 장자는 부인이 원래 있던 곳으로 갔다고 말하며 우주의 원리를 이야기한다.‘근본을 살펴보니 원래 태어나는 일도 없고 태어나는 일이 없으니 형체도 없고, 형체가 없으니 기도 없습디다. 곤경과 어려움 속에 살다 본래 모습으로 가니 축하해줄 일이 아니요?’저자는 근원이나 본바탕을 살피라는 찰기시를 설명하며 자기만의 독립적 해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인문적 통찰의 시작이라 말한다. 왜 자세히 살피느냐?‘살핀다는 과학적 사고로 사물을 쪼개서 바라보며 관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미 결정지어진 판단이라는 인식의 틀을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철학적 태도다.

 

삶의 두께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가벼워져가는 삶에 높이와 깊이를 더해 두께를 만들어야 한다. 식상한 언어가 난무하고 자신과 다르다는 생각만으로 장벽을 친다. 배제는 생존을 연상시킨다. 정치의 목적과 의미가 작위적으로 바뀌고 인간의 존엄과 독립성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장자는 전쟁의 혼란 속에서 자신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어려운 세상이라도 삶엔 저마다의 의미가 있고 개인의 존엄은 스스로 지켜야한다고 말한다. 본서는 저자의 탁월한 동양사상의 지혜가 가득 담겨있다. 읽는 내내 둔탁한 머리를 일깨운다. 삶의 자세는 사고의 틈을 통해 전달되는 것 같다. 우린 많은 틈을 가지고 있지만 틈을 메꿀 의지가 박약하다. 장자는 자쾌를 통해 자신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 말하고 있다. 깊이 있는 저자의 내공에 고개가 숙여진다. 자강불식, 결국 우리는 더 나아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단단한 내면을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자를 읽어야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좁은 세상을 넓혀줄 삶의 실력, 장자를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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