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즈 라캥
에밀 졸라 지음, 박이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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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소설, 호러소설로 구분되기도 하는 이 소설이 영화 [박쥐]의 원작이라고 하는데, 그 영화는 보지 않아서 모르겠고..

그냥 내게는 '에밀 졸라'의 소설이다. [목로주점]을 읽을 때, 난해한 프랑스 영화 같으면 어쩌려나 하였던 기우와 다르게 가독성 좋고 흥미진진했기에 이 책 역시 그런 기대로 기다려왔던 책이었다.

청소년 관람불가의 미국 영화도 있고, 뮤지컬로도 상연되고 있다고 한다.

르농의 오래된 잡화상 50대의 '라캥'부인은 20세의 아들 '카미유'와 18세의 조카딸 '테레즈'와 같이 살고 있다.

그녀가 애지중지하는 아들 '카미유'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병을 앓아온, 키 작고 허약한 아이이고

조카 '테레즈'는 군인인 오빠의 사생아로 그녀에게 맡겨졌다.

'테레즈'는 병약한 사촌의 침대에서 같이 자라면서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마음속에 불꽃같은 천성과 무서운 격동을 숨기고 살게 된다.

그녀의 부드럽고 조용한 몸가짐 뒤로는 무심함과 냉정한 얼굴이 숨겨져있다.

'라캥'부인의 소원대로, 사촌끼리의 결혼이 성사된다.

'라캥'부인이 아들의 아내로서 '테레즈'에게 기대하는 것은 병약한 '카미유'를 정성껏 돌봐주는 간호사의 역할이자 아들의 수호신 역이다.

편으로서의 '카미유'는 젊은이의 가혹한 욕망조차도 모르는 약골로 '테레즈'에 비해 여전히 소년 같기만 하다. 그는 아내가 된 '테레즈'를 남자 대하듯 포옹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거처를 파리로 옮기는데, 공기가 탁하고 습기 찬 열악한 상점이 딸린 집을 마련한다.

'카미유'는 철도국에 들어가고, '라캥'부인은 아래층 상점에서 잡화를 팔고

'테레즈'는 대부분의 시간을 무력함과 공상에 빠져 자신의 모든 의지를 극도의 친절과 극기의 수동적 도구로 만드는데 집중하며 무미건조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런 가족에게 목요일 저녁의 손님 초대 의식이 생기고 그집에 매주모인 손님들은 함께 음식을 먹고 도미노 게임을 즐긴다.

어느 날 '카미유'의 어릴 때 친구였던, 철도국에 같이 근무하고 있다는 '로랑'이 초대된다.

큰 체구의 젊은 남자를 처음 가까이 본 '테레즈'는 '로랑'의 훤칠하고 건장하고 싱싱한 얼굴빛에 사로잡히는데

마치 그녀가 본 최초의 인간 다운 인간, 남자다운 남자였던 것이다. 그녀는 가슴이 몹시 뛴다.

'로랑'은, 시골 농장에서 농사짓는 아버지의 사망으로 유산상속만을 고대하며 사는 게으름뱅이로 동물적 욕망의 소유자 일뿐이다.

그는 편하고 오래가는 향락을 추구하고 값싼 쾌락만을 꿈꾸는데, '라캥'부인의 친절과 '카미유'의 선의를 누리려고 '카미유'의 초상화를 그려준다는 핑계로 매일 그 집에 드나들게 된다.

 

'로랑'은 '테레즈'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정부가 되어볼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그녀가 너무 못생긴 것이 탐탁지 않다가도, 그녀의 정부가 되는 일이 돈이 들지 않고, 남의 아내라 책임질 일이 없음에 고무적이기도 하다.

마침내 그녀에게 몸과 마음을 열자 그녀가 아름다워 보이고,

아프리카 추장의 딸 다운 '테레즈'의 거칠고 끝간 줄 모르는 쾌락에의 탐닉에 사로잡힌다.

점점 대범해 지던 그들은 카미유를 살해하고

결혼을 성사시키지만 예상과 다르게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이 들의 공포와 광기와 심리의 변주곡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되는데

 

밀졸라의 심리묘사에 다시 한번 압도당한다.

나는 이 소설을 써나가는 '에밀 졸라'의 관점에 어리둥절하다가 매료되었다.

[목로주점]에서와 같이 어느 캐릭터도 애정 하지 않는 작가의 시선

그것이 나를 전율케 한다.

그리고 날것 그대로의 에로티시즘이 또 이렇게 야하지 않게 다가올 수 있는 건

그가, 인간의 사랑이나 육욕이란 것 자체를 분석한 그만의 프리즘 때문은 아닐런지 하는 생각, 에밀졸라의 존재를 다시금 각인시킨, 그를 만난 두번째 작품이다. 이것이 1860년대의 소설이란 것에 놀라울따름이며, 제르미날 등을 통해 또 만나기를 고대한다

 

 

 

 

 

 

 

기다림 속에서 그들의 정욕은 시들고 모든 과거는 사라졌다. 난폭한 그들의 육욕은 없어지고, 이제부터는 겁내지 않아도 좋으리라는 생각으로 기대하던 아침의 그 깊은 기쁨을 망각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들은 지나간 모든 것에 그저 지치고 어리둥절했다
- P203

독서는 그녀에게 낭만적인 지평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피와 신경으로만 사랑을 느껴왔었다. 그런데 이제 머리로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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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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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부로 되어 있는 이 책은 1883년부터 1885년까지 출판된 책이다. '니체'의 핵심 철학이 시적인 언어로 집약된 대표작이며, 신은 죽었다는 선언으로도 유명한 책, '니체'는 이 책을 통해서 독일과 독일 민족, 그리고 유럽 문화를 통렬히 비판하려 했다고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적인 철인으로 그의 언행을 기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서술된다.

서른이 되었을 때 고향을 떠나 산으로 들어간 '차라투스트라'는 십 년 동안 정신과 고독을 즐기며 지내다가 심경의 변화를 느끼고는 태양을 향해 외친다.

자신은, '인간이 되고자 하며 태양처럼 몰락하고자 한다'고, 저녁마다 바다로 떨어지는 태양의 몰락처럼..

그는 자신의 지혜에 지쳐 인간에게 베풀어주고 나눠주려고 산에서 내려온다. 인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에서 만난 노인(성자)는 '인간은 너무도 불완전한 존재라 신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인간을 사랑하지 말라'고, '인간에게 아무것도 주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그는 '늙은 성자가 신이 죽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시장에 이른 그는 군중을 향해 '초인을 가르치련다'고 외친다. 초인(超人),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라고, 초인은 미래의 인간이며, 대지의 뜻이라고, 줄타기 공연을 보려고 몰려들었던 군중들은 그를 비웃어 버린다.

 

-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려 하노라.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15                   

 

 

-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다. 심연 위에 걸쳐진 밧줄이다.                  

 

 

이 대목부터 숨죽이며 긴장된 독서의 시작이 된다.

인간은 줄타기의 밧줄 위에 선, 광대같이 위험한 가운데, 건너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겁을 먹으며 뒤를 돌아보는 것도, 멈춰 서는 것도 위험할 뿐인, 그냥 건너가고 몰락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인간은 건너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이 명제가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를 않았다.

시 길을 떠나면서

그는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 말한다.

죽음이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삶을 완성시키는 죽음, 인간은 죽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여러 은둔자들을 만나면서 깨달아 가던 그는 다시 산으로 돌아와 동굴의 고독 속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피하기도 하지만, 영혼이 초조해지고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 즈음, 흐르는 시간만큼의 지혜가 성장하자, 그 충만함이 고통으로 몰려와 결국엔 벗들을 찾아 나설 때임을 깨닫고 다시 내려온다.

 

- 또 최근에 나는 악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신은 죽었다. 인간에 대한 동정 때문에 신은 죽었다." 그러므로 동정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곳으로부터 인간들에게 짙은 먹구름이 몰려온다. 참으로 나는 뇌우의 징조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말도 명심하라. 모든 위대한 사랑은 모든 동정을 넘어선다. 위대한 사랑은 사랑의 대상조차도 창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155

 

정에 대한 경고 부분도 인상적였다.

동정의 어리석음과 그로인한 고통, 신 또한 인간에 대한 동정때문에 죽었다 하니..

그가, 신은 창조할 수 없지만, 초인은 창조할 수 있으리란 믿음을 역설하는 가운데, 어느 날 목소리를 듣게된다.

'그대의 과일은 익었으나, 그대가 과일에 어울릴 만큼 익지는 못하였으니, 다시 고독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그는 큰소리로 울고 벗들과 헤어져 홀로 길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끊임없이 낡은 사고를 지적하고 타도하고 깨부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통해 현대인의 삶이 되게 하고자 한다.

'차라투스트라'의 역할은 삶의 대변자이자, 고뇌의 대변자임을 자처한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내뱉는 역설(paradox)들 이 다소 억지스럽고 과장된 면도 많지만, 곳곳에 인간을 직시하고 지적하는 문장과 또한 아름다운 비유를 통한 시적인 언어가 빛난다.

 

 

전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란 책을 읽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는데, 완독했었는지는 희미했음.. 한 장으로 남은 달력의 무게는 가볍지만, 그 달력의 무게를 느끼는 마음은 너무도 무거운,, 그런 계절 11월과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새떼와 사자를 보며 징조를 느낀 '차라투스트라'는 때가 왔음을 외치며 동굴에서 솟아오르는데, 때가 왔음을 알게되는 인간의 최후는 어떤 것일지..최후에라도 그때가 때임을 과연 알기나 할런지.. 오늘을 살게되는 인간은 또 무엇을 극복하며 견뎌야하는 것일까. 그렇게 인간은 아슬아슬하게 건너가는 존재일뿐??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줄 가운데 있는 것도 위험하며 뒤돌아보는 것도 벌벌 떨고 있는 것도 멈춰 서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橋)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 P19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는 방랑자이며 산을 오르는 자다. 나는 평지를 사랑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앞으로 내가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든, 그 무엇을 체험하게 되든, 거기에는 늘 방랑과 산을 오르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결국 자기 자신만을 체험하는 존재가 아닌가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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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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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녁 모임을 마친, 늦은 밤, 주인을 비롯한 세 명의 남자가 모여 첫사랑 얘기를 하기로 한다. 한 남자는 자신은 두 번째 사랑부터 시작했으므로 첫사랑이 없었다 하고, 집주인은 아내와의 사랑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리고 한 남자 마흔 살 정도가 되어 보이는 '블라지미르 페트로 비치'는 "내 첫사랑은 정말로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야기하기엔 말재주가 없노라고, 그래서 싱겁고 짤막한 얘기가 되거나 길게 늘어지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면서 원한다면 글로 써보겠노라고 한다. 그리고 '블라지미르'의 독특한 첫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블라지미르'는 1833년을 사는 16세의 소년이다. 모스크바에 살던 부모와 함께 대입 준비를 위해 별장으로 이사를 한다.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10세 연상으로, 흥분과 질투와 화내는 일이 잦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그러지 않는다. 아버지는 돈 때문에 엄마와 결혼을 했다고 하는데, 어머니에겐 엄격하고 냉정하고 무관심하지만, 세련되게 침착하고 자존심 강한 모습이, 그에겐 언제나 젊고 멋져 보인다.

이사 간 마을의 빈집에 '자세키나' 공작부인도 이사를 오게 되는데, 공작부인이라 하지만, 소송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저속한 여인이다. 그런 그녀에게 21세의 딸 '지나이다'가 있는데, 그 아름다움과 신비한 분위기가 '블라지미르'를 사로잡고 만다.

그 집에서 '지나이다'는 늘 청년들에게 에워싸여있다. 그녀에게 홀딱 반해 있는 이 독신자들은, 그녀를 숭배하고 당직을 하러 오듯이 드나들며 다양한 벌금 놀이를 하면서 그녀의 손에 키스하는 순간만을 고대한다.

위와 격리된 채 엄격한 교육을 받아온, 단정한 귀족 집안 출신의 '블라지미르'는 그 집에 드나들면서 난폭할 만큼 들뜬 그 분위기와 낯선 사람들과의 교제로 매우 흥분되어있다.

'지나이다'는 자신을 둘러싼 청년들과 다양한 벌금 놀이를 고안해 어울리기를 즐기면서도 "나는 바람둥이에요. 애정 같은 건 없어요. 난 배우의 기질을 타고났어요. 나는 나를 정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라며 조롱을 한다.

그 청년의 무리 중 한 사람인 의사 '루쉰'은 '블라디미르'에게 이런 곳의 분위기는 아직 어린 당신에겐 해롭다며, 공부나 더 하라고 경고한다.

자신을 향한 그녀의 감정 변화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풋사랑을 키워가던 '블라디미르'는 어느 날 놀이에서 그녀가 사랑에 빠졌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녀의 남자가 누구일지 궁금해한다.

주위를 배회하던 중, 높은 곳에 올라있는 그를 향해 지나가던 '지나이다'는 장난삼아, 나를 사랑한다면 그곳에서 뛰어내려보라고 한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과감히 뛰어내렸던 '블라디미르'는 기절을 하고, 놀란 그녀가 후회를 하며 키스를 퍼붓는데, 그 뜻하지 않은 행복감을 소중히 간직하고자 하던, '블라디미르'는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 실망을 한다.

아버지와 함께 '지나이다'가 말 타는 장면을 우연찮게 목격한 '블라디미르'는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지만, 그녀는 여러 날을 앓고, 또 '블라디미르'를 외면하다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하지만 전과는 다른 사랑, 친구가 되어달라고, 아니 시동이 되어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고 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더 차분해지고, 당당해지고, 세련되어서, '블라디미르'의 가슴엔 사랑의 불길이 더 타오른다.

느 날 '지나이다'는 청년들과의 놀이에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지배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암시를 내보인다.

'블라디미르'의 어머니는 '지나이다'의 어머니도 싫어하고, '지나이다' 역시 바람둥이라고 하는데, 그 바람둥이가 그의 우상이고 그의 신이 된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질투에 불타 살인을 할 각오가 되어 있는 '오셀로'의 심정으로 정원 염탐을 나갔지만 실패를 한다.

외출했다가 돌아온 어느 날 냉랭한 분위기에, 부모님의 심각한 싸움 끝, 하인의 말을 통해, '지나이다'의 연인이 자신의 아버지였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왜 자신의 장래를 던지고, 유부남인 아버지를 사랑한 걸까? 이사를 와서도 지나간 일을 쉽게 잊지도 못하고 공부도 할 수 없던 그의 눈에 자신의 연적이었던 아버지는 더 커 보이기만 한다.

어느 날 아버지를 따라 말을 타고 나선 길, 아버지는 자신의 말을 맡기고 사라지는데,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 가 간 쪽을 향해 걷다가 창문턱에서 누군가와 실갱이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창문 안쪽에 모습을 내민 사람이 '지나이다'였고, 그녀가 아버지의 말채찍에 한대 얻어맞는 모습도 목격을 한다. 낯선 두 사람의 모습에서 이것이 사랑인가 보다, 사랑에 빠지면 그럴수도 있는가 보다,.

달 후 '블라디미'르는 대학에 입학을 하고,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사망을 한다. 4년 후 극장에서 '돌스카야' 부인이 된 '지나이다'의 소식을 듣고, 그녀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가보려 하지만 사정들이 생겨 미루다가 그녀가 출산 중에 사망했음을 알게 된다.

그 후 가난한 노파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보면서 평생 기쁨도, 행복도 모르고 고통스러운 투쟁 속에서 일생을 보낸 그녀에게 죽음은 차라리 자유와 편안함이 아닌지,

비로소 '지나이다'의 최후를 떠올리면서 죽음에 대해 경외감을 지닌다.

젊고 뜨겁고 빛나던 생명이었던 '지나이다'의 죽음, 그 축축하고 비좁은 어둠 속은 살아있는 그에게서도 그다지 멀지 않다고,

청춘은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으며, 청춘은 우주의 온갖 보물을 차지한 자이고, 우수도, 슬픔조차도 위로가 되고 잘 어울리는 시절이라고, 한때 좋았던 시절들도 흘러가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가능성에서 무슨 일이든 다 해낼 권리가 있다고,

랑은 그런 것이다. '블라디미르'나, 그의 아버지나, '지나이다' 처럼, 무모한 것 같지만,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열정, 그것도 다 한 때, 이내 흩어지고, 흘러가버릴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자고, '블라디미르'는 한때 그런 사랑이 있었음을, 사랑으로 인한 고통 속의 청춘이 있었음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사람들은 첫사랑의 미망과 고통속에서 성장한다. 비록 아프고 쓰라렸지만, 첫사랑의 늪에서 헤매던 그 시간, 그 빛나던 청춘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것.

간직해둔 첫사랑은 어쩜 그 대상보다도 그 시절은 아닐런지?

내가 그리워 하던 것이 그 사람일까? 그 시절일까?

지난 한 달 동안에 나는 아주 늙어버렸다. 그리고 온갖 흥분과 고통으로 얼룩진 나의 사랑도, 이제야 겨우 가늠할 수 있고,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뭔가 분별해 보려고 괜히 애쓰는, 낯설고 아름답지만 무서운 얼굴과도 같이 날 놀라게 한 미지의 다른 그 무언가에 비하면 어쩐지 아주 작고 유치하고 초라한 것처럼 여겨졌다
- P116

‘내 아들아,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해라...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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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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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의 철학자이자, 경제 학자였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아버지를 둔, '존 스튜어트 밀'은 그 아버지로부터 친구들과의 교우도 단절당한 채 조기 영재교육을 받았다.

20세 무렵 심각한 정신적 위기가 닥쳐 우울증과 자살의 충동도 있었으나, 엄격한 공리주의적 이성제일 주의의 문제점을 깨닫고, 사색과 수동적 감수성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그런 그의 불안한 상태는 24세에 만난 '해리엇 테일러'라는 22세의 유부녀를 만나면서, 그녀와의 지적 교류를 통해 정신적 안정을 찾는다. 둘의 교제는 21년 만에 그녀의 남편이 죽은 후 결혼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는 등 급진적 정치사상을 지닌 채, '밀'의 사상과 저작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리고 8년의 결혼 생활 끝에 그녀도 패혈증으로 사망한다. '밀'은 공직을 거쳐 대학의 학장과 정치가로 활동을 한 이후 그녀의 곁에 묻힌다.

래 이 책은 '밀'이 짧은 에세이로 구상하였는데, 그의 아내가 확대하고 꼼꼼하게 수정하였으나, 그 도중에 죽게 되어, '밀'이 그녀에게 헌정한다는 의미로 출판하였다고도 한다. 책의 서두에 그녀에게 바치는 헌정사가 들어 있다.

시민적이고 사회적인 자유를 논하는 그의 사상은 사회주의 사상과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발전에 큰 이바지를 했다고 한다. 이 책의 출간 당시 영국엔 여성의 참정권이 없었고, 조선은 철종이 등장했고, 중국은 청조 말쯤 된다.

그런 시대 자유를 논하면서 '개성', '독창성', '욕망과 충동'에 대한 언급이 가장 인상적였다.

각자의 개성에 맞춰서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 사상과 토론을 통해서 내면의 힘을 키우게 하는 것.

지적인 판단도 우리 자신의 것이어야 하지만, 욕망과 충동도 우리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는 대목, 욕망과 충동도 신념과 절제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인간의 한 부분이라는..

독창성은 인간의 삶 속에서 가치 있는 요소이며, 자신의 본성을 발전시킨 사람들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는, 그리고 천재는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개성이 강한 존재라는 것. 독창성의 용도를 알지 못하는 지성인에 대한 비판도 있다.

양, 특히 중국은 관습이 모든 일을 결정한다고, 관습의 독재가 너무도 완벽해서 한때 위력을 떨쳤었지만, 관습의 지배하에 진보와 성장이 멈춰버렸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리고 유럽은 관습의 독재가 완벽하지 않으므로 변화와 진보를 가로막지 않았다면서 패션의 변화가 아름다움과 편리함 때문이 아니라, 단지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성향으로 부터라고 예를 들면서 유럽이 중국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은 것은 개성과 문화의 두드러진 다양성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유의 일반 원칙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유가 잘못 주어지고 있는 사례로 가족을 든다. 남편의 아내에 대한 무소불위의 권력, 그리고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하여 미치는 절대적인 지배권.

너무도 당연한 자유라는 논리가, 그 시대에는 별도의 논리가 필요했음을 씁쓸하게 읽으면서, 공기처럼 당연해서 소중함을 모르고 누려왔음에 대해 새삼스럽다.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결코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논할 수 없다는 한 줄에 이끌려 읽게된 책.

나는 인류가 이 도덕과 그 초기 교사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절대로 부정하고자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도덕은 많은 중요한 점들에서 불완전하고 한 측면만 말하고 있어서, 이 도덕이 인정하지 않는 사랑들과 정서들이 유럽인들의 삶과 인격의 형성에 기여해오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현재보다 더 나쁜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
- P122

근육의 힘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힘도 오직 사용할 때만 커진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것을 믿는다는 이유로 그것을 믿고, 단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한다는 이유로 그 일을 한다면,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능력들은 전혀 훈련 될수없다
- P140

어떤 사람의 욕망과 감정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력하고 더 다양하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질을 더 풍부하게 지니고 있고, 따라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나쁜 짓을 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분명히 더 많은 좋은 일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강한 충동은 활력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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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 가죽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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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귀가죽은 발자크에게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라 한다. 19세기 전반 대혁명과 7월 혁명을 겪고 급격하게 변하는 프랑스 사회의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했다는 평이 있다. 철학소설이라는 부제가 있었다 한다.

총 세 편으로 구성되는 이 이야기는 첫 편은 '부적'이라는 타이틀, 2편은 '무정한 여인', 3편은 '죽음의 고뇌'이다.

파리의 팔레루아얄이라는 도박장에 나타나 금화 한 닢을 던지던 젊은이는 25세가량의 순진무결한 매혹을 간직한 채 빛을 잃고 길을 헤매는 천사 같은 모습이다. 그에게 마지막 전 재산으로 보여지는 금화를 이탈리아 인이 따게 되고, 그는 미련없이 거리로 나서 헤맨다. 자살할 장소와 시간을 물색하러..

동전 몇 닢까지 걸인들에게 던져주고는 물에 빠져 죽자 하니 소란이 염려스러워 상점들을 기웃거리다 골동품 가게에 들어선다. 그곳에 전시된 물건들의 역사와 가치를 가늠하면서 수백 만금을 탕진한 난봉꾼들의 변덕이 인간 광기의 전시실 안에 펼쳐져 있다고 느낀다. 고대 로마시대의 상아 의자에서 깊은 몽상에 빠져들었는데 묘한 늙은이가 나타나 대화를 하게 된다.

신이 죽으려는 이유는 통속적인 자살 동기가 아니라, 인간의 언어로 표현이 어려운 고통을 겪어서라고 고백을 하는데, 라파엘(주인공 이름과 같다)이 그린 예수의 초상화 맞은편 나귀 가죽을 가리키며 102세의 백만장자 그 늙은이의 제안으로 치명적인 계약을 하게 된다. 바로 젊은이의 목숨을 대가로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나귀 가죽이 부적인 것이다.

골동품 상점을 나오는데 벗들이 그를 찾았노라고 다가와서는 '타유페르'의 살롱으로 데려간다. 그곳은 젊은 프랑스인으로 대변되는 젊은 예술가들과 무희들, 창녀들로 시끌벅적한 곳이다. 나귀 가죽을 받아 나온 그 젊은이는 '라파엘'이고, 그는 그의 벗 '에밀'에게 자살하려던 이유를 고백한다.

'라파엘'은 아버지의 엄한 훈육 밑에서 법학을 공부하여 정치인이 되어 가문을 일으켜달라는 강요로 성장해서 매사 두려움에 떨고 오랫동안 젊은이의 원초적 순진함에 벗어나지 못했다. 어머니의 상속재산을 매각하여 빛 잔치를 치른 아버지가 사망하자 22세의 그는 파산하게 된다.

스스로 과도한 야망의 희생물이라고 여긴 그는 사랑을 찾아 여자들을 갈구했으나 매번 무시당했고, 사회에 복수하려고 지식 세계의 지존으로 군림하여 세상 모든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했으나 여자가 먼저 소심한 자신에게 고백해주고 자신을 측은히 여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3년 동안 작품에 몰두하고 최소한의 생활비로 가난을 견디며 여자 대신 위대한 사상을 붙들고 살려고 '루소'가 살던 '생캉탱' 여관의 남루한 방을 빌린다. 그 집에는 여관 주인 '고댕'부인과, 그녀의 딸 '폴린'이 있다. '폴린'은 아직 소녀이지만 매우 아름답고 현명하여 그로부터 음악과 데생, 문법 수업을 받는다. 매력적인 그녀에게 마음이 가지만, 가난한 상태에서는 사랑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라파엘'은 '폴린'을 대리석처럼 대하려고 노력한다.

편 벗 '라스티냐크'의 주선으로 만난 '페도라'라는 부유하고 우아한 여인에게 반하여, 그녀 주위를 맴돌며 이목을 끌고 접근하여 화려한 상류 사교계에 진출하지만 그녀를 향한 속절없는 복종의 끝은 이용만 당하다가 그녀에게 채인다. 도도하고 변덕스럽고 허영심 가득한 그녀를 잊지 못해 다시 사생결단의 프로포즈를 하지만 거부당한다.

도박에서 돈을 딴 '라스티냐크'의 죽음 대신 쾌락에 빠지자는 유혹에 넘어가 방탕의 삶에 투신하고, 한량이 되나 결국은 빚에 쪼들린다. 쾌락의 노예가 되어 방탕을 일삼다가 죽음을 결심했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던 '에밀'은 어느새 잠이 들었고, 술을 많이 마신 그들은 나귀 가죽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때 공증인이 나타난다.

'라파엘'이 외삼촌의 막대한 유산의 상속자임을 알리고, 후작의 작위를 받게 된다.

그리고 나귀 가죽의 테두리가 줄어들었음을 확인한다.

값비싼 인테리어를 한 저택에 사는 '라파엘'은 하인 '조나타'에게 자신의 모든 권한을 맡기고 드문 불출하며 지낸다. '조나타'에 의하면 자신의 주인 후작은 '융화 불가능한' 삶을 사노라고.. 아기처럼 돌보아 달라고, 영혼을 맡기며, 자신의 욕구를 관리해달라는 '라파엘'은 식물처럼 욕망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극장에서 여전히 거만한 '페도라'에게 적의의 시선을 보내던 중 '생캉탱' 하숙집의 가난햇던 '폴린', 돈을 많이 벌어돌아온 아버지 덕에 부자가 되어, 한결 아름답고 우아하게 성숙한 '폴린'을 만나는데, 극장 안 모든 사람들, '페도라'의 시선까지도 압도할 만큼 눈부신 미모의 그녀를 보며 아무런 위험 부담 없이 불같이 타오르는 자신의 욕망에 전념할 수 있는 행복한 날들을 꿈꾸게 된다.

가난한 시절 '폴린'이 밤새 그린 그림을 팔아 '라파엘'의 우유와 기름과 난방비를 지원한 사실을 고백받으며 둘은 행복한 결혼을 하고자 한다. '라파엘'은 나귀 가죽을 연못에 던져버리는데, 나중에 하인이 건져왔지만, 물도 묻지 않고 줄어들기만 했다.

'폴린'을 사랑하면 할수록 욕망이 되고, 가죽의 둘레는 줄어들자, 불안한 '라파엘'에게 폐병의 증세가 찾아온다. '폴린'의 걱정을 뒤로하고, 과학자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을 하는데, 기계 학자에게 가죽을 늘려달라 하지만, 프레스로 누르다가 기계가 박살이 나고,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물속에 처넣어도 여전히 차갑고 유연하고, 화학자를 찾아가 약품 처리를 해보지만 반응이 없고 자르려 해도 어떤 충격에도 잘라지지 않는다. 어떤 인간의 힘으로도 자신의 생명이 연장될 수 없음을 깨달은 '라파엘'은 네 명의 유능한 의사에게 진찰을 요구하지만 편집증 환자 취급을 하며 온천 휴양을 권한다.

온천에서 '라파엘'은 자신의 기침이 전염병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며 쫓아내려는 시도를 보게 된다. 자신을 내쫓으려는 여러 함정들을 알게 되고 결국엔 그 함정으로 인해 결투를 신청하고, 상대를 죽여 승리하지만 가죽의 둘레는 또 줄어든다.

다른 온천장으로 옮겨갔으나 거기서도 자신의 기침으로 인해 배척당하자 멀리 떨어진 피난처를 찾아 자연의 생명력과 위안을 즐기고자 싸돌아다니다가 병만 더 깊어지고 다시 파리로 오게 된다.

아편으로 하루하루 버티다가 돌아온 '폴린'을 보고 여전히 아름답고 사랑스런 그녀를 욕망하게 될까 두려워하면서 그녀에게 얼마 남지 않은 나귀 가죽을 보여주며 자신의 욕망을 이루어주는 부적임을, 아울러 자신의 목숨의 지표임을 이야기한다.

믿을 수 없어하며 '라파엘'의 정신 상태를 의심해 공포에 떨고 있는 '폴린'을 보며 자신의 생각을 제어할 수 없었던 '라파엘'은 그녀의 품에 뛰어들어 죽게 된다.

망을 이루는 대신, 줄어드는 목숨이라.. 이런 불나방 같은 삶이 결국엔 우리 모습이 아닌가 한다. 미래를 위해 지금을 축내는 삶, YOLO 신드롬이, 소확행이 위로가 되기는 하는 건지?

한 사람을 판단하려면 적어도 그가 품은 생각과 그가 겪은 불행과 그가 가진 심상의 비밀 속에는 들어가 봐야 하지 않는가. 그의 삶에 대하여 오로지 물리적인 사건들만 알려고 하는 것은 연대기, 곧 바보들의 역사를 작성하는 짓이 아닌가!
- P154

찬란한 미래를 예감하는 사람은 결백한 자가 의연하게 처형장을 향해 걸어가듯 그렇게 가난한 자기 삶을 견딘다네
- P161

모든 불운은 서로 자매간이라서 같은 언어, 같은 너그러움을 가지고 있지
- P170

사람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감정이 바로 동정심이다. 특히 동정을 받아 마땅한 사람인 경우가 그렇다. 증오감은 일종의 강장제로서 활력을 북돋우고 복수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동정심은 우리를 절망에 빠뜨리고 약점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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