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즈 라캥
에밀 졸라 지음, 박이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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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소설, 호러소설로 구분되기도 하는 이 소설이 영화 [박쥐]의 원작이라고 하는데, 그 영화는 보지 않아서 모르겠고..

그냥 내게는 '에밀 졸라'의 소설이다. [목로주점]을 읽을 때, 난해한 프랑스 영화 같으면 어쩌려나 하였던 기우와 다르게 가독성 좋고 흥미진진했기에 이 책 역시 그런 기대로 기다려왔던 책이었다.

청소년 관람불가의 미국 영화도 있고, 뮤지컬로도 상연되고 있다고 한다.

르농의 오래된 잡화상 50대의 '라캥'부인은 20세의 아들 '카미유'와 18세의 조카딸 '테레즈'와 같이 살고 있다.

그녀가 애지중지하는 아들 '카미유'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병을 앓아온, 키 작고 허약한 아이이고

조카 '테레즈'는 군인인 오빠의 사생아로 그녀에게 맡겨졌다.

'테레즈'는 병약한 사촌의 침대에서 같이 자라면서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마음속에 불꽃같은 천성과 무서운 격동을 숨기고 살게 된다.

그녀의 부드럽고 조용한 몸가짐 뒤로는 무심함과 냉정한 얼굴이 숨겨져있다.

'라캥'부인의 소원대로, 사촌끼리의 결혼이 성사된다.

'라캥'부인이 아들의 아내로서 '테레즈'에게 기대하는 것은 병약한 '카미유'를 정성껏 돌봐주는 간호사의 역할이자 아들의 수호신 역이다.

편으로서의 '카미유'는 젊은이의 가혹한 욕망조차도 모르는 약골로 '테레즈'에 비해 여전히 소년 같기만 하다. 그는 아내가 된 '테레즈'를 남자 대하듯 포옹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거처를 파리로 옮기는데, 공기가 탁하고 습기 찬 열악한 상점이 딸린 집을 마련한다.

'카미유'는 철도국에 들어가고, '라캥'부인은 아래층 상점에서 잡화를 팔고

'테레즈'는 대부분의 시간을 무력함과 공상에 빠져 자신의 모든 의지를 극도의 친절과 극기의 수동적 도구로 만드는데 집중하며 무미건조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런 가족에게 목요일 저녁의 손님 초대 의식이 생기고 그집에 매주모인 손님들은 함께 음식을 먹고 도미노 게임을 즐긴다.

어느 날 '카미유'의 어릴 때 친구였던, 철도국에 같이 근무하고 있다는 '로랑'이 초대된다.

큰 체구의 젊은 남자를 처음 가까이 본 '테레즈'는 '로랑'의 훤칠하고 건장하고 싱싱한 얼굴빛에 사로잡히는데

마치 그녀가 본 최초의 인간 다운 인간, 남자다운 남자였던 것이다. 그녀는 가슴이 몹시 뛴다.

'로랑'은, 시골 농장에서 농사짓는 아버지의 사망으로 유산상속만을 고대하며 사는 게으름뱅이로 동물적 욕망의 소유자 일뿐이다.

그는 편하고 오래가는 향락을 추구하고 값싼 쾌락만을 꿈꾸는데, '라캥'부인의 친절과 '카미유'의 선의를 누리려고 '카미유'의 초상화를 그려준다는 핑계로 매일 그 집에 드나들게 된다.

 

'로랑'은 '테레즈'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정부가 되어볼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그녀가 너무 못생긴 것이 탐탁지 않다가도, 그녀의 정부가 되는 일이 돈이 들지 않고, 남의 아내라 책임질 일이 없음에 고무적이기도 하다.

마침내 그녀에게 몸과 마음을 열자 그녀가 아름다워 보이고,

아프리카 추장의 딸 다운 '테레즈'의 거칠고 끝간 줄 모르는 쾌락에의 탐닉에 사로잡힌다.

점점 대범해 지던 그들은 카미유를 살해하고

결혼을 성사시키지만 예상과 다르게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이 들의 공포와 광기와 심리의 변주곡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되는데

 

밀졸라의 심리묘사에 다시 한번 압도당한다.

나는 이 소설을 써나가는 '에밀 졸라'의 관점에 어리둥절하다가 매료되었다.

[목로주점]에서와 같이 어느 캐릭터도 애정 하지 않는 작가의 시선

그것이 나를 전율케 한다.

그리고 날것 그대로의 에로티시즘이 또 이렇게 야하지 않게 다가올 수 있는 건

그가, 인간의 사랑이나 육욕이란 것 자체를 분석한 그만의 프리즘 때문은 아닐런지 하는 생각, 에밀졸라의 존재를 다시금 각인시킨, 그를 만난 두번째 작품이다. 이것이 1860년대의 소설이란 것에 놀라울따름이며, 제르미날 등을 통해 또 만나기를 고대한다

 

 

 

 

 

 

 

기다림 속에서 그들의 정욕은 시들고 모든 과거는 사라졌다. 난폭한 그들의 육욕은 없어지고, 이제부터는 겁내지 않아도 좋으리라는 생각으로 기대하던 아침의 그 깊은 기쁨을 망각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들은 지나간 모든 것에 그저 지치고 어리둥절했다
- P203

독서는 그녀에게 낭만적인 지평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피와 신경으로만 사랑을 느껴왔었다. 그런데 이제 머리로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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