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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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부로 되어 있는 이 책은 1883년부터 1885년까지 출판된 책이다. '니체'의 핵심 철학이 시적인 언어로 집약된 대표작이며, 신은 죽었다는 선언으로도 유명한 책, '니체'는 이 책을 통해서 독일과 독일 민족, 그리고 유럽 문화를 통렬히 비판하려 했다고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적인 철인으로 그의 언행을 기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서술된다.

서른이 되었을 때 고향을 떠나 산으로 들어간 '차라투스트라'는 십 년 동안 정신과 고독을 즐기며 지내다가 심경의 변화를 느끼고는 태양을 향해 외친다.

자신은, '인간이 되고자 하며 태양처럼 몰락하고자 한다'고, 저녁마다 바다로 떨어지는 태양의 몰락처럼..

그는 자신의 지혜에 지쳐 인간에게 베풀어주고 나눠주려고 산에서 내려온다. 인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에서 만난 노인(성자)는 '인간은 너무도 불완전한 존재라 신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인간을 사랑하지 말라'고, '인간에게 아무것도 주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그는 '늙은 성자가 신이 죽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시장에 이른 그는 군중을 향해 '초인을 가르치련다'고 외친다. 초인(超人),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라고, 초인은 미래의 인간이며, 대지의 뜻이라고, 줄타기 공연을 보려고 몰려들었던 군중들은 그를 비웃어 버린다.

 

-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려 하노라.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15                   

 

 

-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다. 심연 위에 걸쳐진 밧줄이다.                  

 

 

이 대목부터 숨죽이며 긴장된 독서의 시작이 된다.

인간은 줄타기의 밧줄 위에 선, 광대같이 위험한 가운데, 건너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겁을 먹으며 뒤를 돌아보는 것도, 멈춰 서는 것도 위험할 뿐인, 그냥 건너가고 몰락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인간은 건너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이 명제가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를 않았다.

시 길을 떠나면서

그는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 말한다.

죽음이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삶을 완성시키는 죽음, 인간은 죽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여러 은둔자들을 만나면서 깨달아 가던 그는 다시 산으로 돌아와 동굴의 고독 속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피하기도 하지만, 영혼이 초조해지고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 즈음, 흐르는 시간만큼의 지혜가 성장하자, 그 충만함이 고통으로 몰려와 결국엔 벗들을 찾아 나설 때임을 깨닫고 다시 내려온다.

 

- 또 최근에 나는 악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신은 죽었다. 인간에 대한 동정 때문에 신은 죽었다." 그러므로 동정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곳으로부터 인간들에게 짙은 먹구름이 몰려온다. 참으로 나는 뇌우의 징조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말도 명심하라. 모든 위대한 사랑은 모든 동정을 넘어선다. 위대한 사랑은 사랑의 대상조차도 창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155

 

정에 대한 경고 부분도 인상적였다.

동정의 어리석음과 그로인한 고통, 신 또한 인간에 대한 동정때문에 죽었다 하니..

그가, 신은 창조할 수 없지만, 초인은 창조할 수 있으리란 믿음을 역설하는 가운데, 어느 날 목소리를 듣게된다.

'그대의 과일은 익었으나, 그대가 과일에 어울릴 만큼 익지는 못하였으니, 다시 고독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그는 큰소리로 울고 벗들과 헤어져 홀로 길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끊임없이 낡은 사고를 지적하고 타도하고 깨부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통해 현대인의 삶이 되게 하고자 한다.

'차라투스트라'의 역할은 삶의 대변자이자, 고뇌의 대변자임을 자처한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내뱉는 역설(paradox)들 이 다소 억지스럽고 과장된 면도 많지만, 곳곳에 인간을 직시하고 지적하는 문장과 또한 아름다운 비유를 통한 시적인 언어가 빛난다.

 

 

전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란 책을 읽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는데, 완독했었는지는 희미했음.. 한 장으로 남은 달력의 무게는 가볍지만, 그 달력의 무게를 느끼는 마음은 너무도 무거운,, 그런 계절 11월과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새떼와 사자를 보며 징조를 느낀 '차라투스트라'는 때가 왔음을 외치며 동굴에서 솟아오르는데, 때가 왔음을 알게되는 인간의 최후는 어떤 것일지..최후에라도 그때가 때임을 과연 알기나 할런지.. 오늘을 살게되는 인간은 또 무엇을 극복하며 견뎌야하는 것일까. 그렇게 인간은 아슬아슬하게 건너가는 존재일뿐??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줄 가운데 있는 것도 위험하며 뒤돌아보는 것도 벌벌 떨고 있는 것도 멈춰 서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橋)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 P19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는 방랑자이며 산을 오르는 자다. 나는 평지를 사랑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앞으로 내가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든, 그 무엇을 체험하게 되든, 거기에는 늘 방랑과 산을 오르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결국 자기 자신만을 체험하는 존재가 아닌가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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