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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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라는 이름이 내 입에 척척 들러붙을 때까지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으면서 기억해두려는 작가였다. 후기를 본 이웃들의 추천으로 읽기로 찜해 두었던 책 중에 이 제목이 ‘슬프다’ 했기에 끌렸다. 그리고 ‘창녀’라는 입에 함부로 담기도 꺼려지는 이미지 때문에 또 끌렸을 수도 있다. 이미 ‘창녀’라는 이름 속에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 그래서 슬플 수밖에 없는 ...

그러나, 창녀가 슬픈게 아니고, 추억이 슬프다하겠다.

    

은 너무도 짧고 이렇다 할 사건도 없는 그저 오래 산 사람의 회고록 같은 이야기이다.

    

90세의 생일을 맞이하는 ‘나’(‘서글픈 언덕’이라는 변명을 가진)가 풋풋한 처녀와 뜨거운 사랑의 밤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고자 오래전 거래해 왔던 단골 포주에게 20년 만에 전화를 건다.

    

‘나’는 평생 결혼을 않고, 부모가 살던 집을 물려받아 신문사의 편집자로, 한때는 스페인어와 라틴어 교사였고, 현재는 퇴임 후 칼럼니스트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태어난 침대에서 홀로 아무런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하려는 소망을 가진 가난한 사람이다. 그 집은 아름답고 재주 많은 어머니, 공증인이며 회계사였던 아버지의 흔적이 고스란히 있는 곳..

    

는 50세가 될 때까지 한 번 이상 잠을 잔 여자가 514명이나 되고, 어떤여자와 잠을 자든 돈을 주어야만 했던, 직업으로 잠을 자는 여자가 아니더라도 억지로 돈을 주어야 했던 규칙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창녀들로 인해 결혼할 시간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도 창녀촌과 창녀들의 역할이 눈에 띄었는데, 이 책에서도 어린 나이의 남자애들이 사랑을 배우고 시작함이 그녀들을 통해서 임을, 그 나라, 그 시대의 문화적인 특성임(?)을 짐작하게 된다.

    

어쨌든 포주로부터 그는 가난하고 병든 가족을 위해 몸을 팔아야 하는 열네 살짜리 단추공을 소개받는다. 낮의 고된 노동과 첫날밤의 공포를 덜고자 먹인 약풀 덕에 잠에 빠진 소녀의 나체를 보며, 그런 몇 번의 성과 없는 만남을 통해 호기롭게 건강을 자신했던 이 노인은 그간의 사랑 없이 이루어졌던 여인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취하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비로소 평생 몰랐던 사랑에 눈뜬다.

    

는 ‘순정’한 여자가 세상에는 없다는 깨달음 끝, 한때 결혼할뻔 했던 소녀와의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파혼이 되었고, 열두 살의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나섰다가 토론 하고있는 아버지를 놔두고 궁금해서 들여다보던 사창가 에서 창녀의 기습을 받아 동정을 잃었었다.

    

작가가 말한, ‘순정’이 무언가에 대해서 한참 생각해 보았다. ‘순결’도 아니고, ‘순수’도 아니고..‘순정’한 여자가 없다는.. 작가의 이 표현이 오히려 ‘결백’의 느낌을 준다.

    

그는 어린 소녀에게 ‘델가디나’라는 애칭을 붙이고는 먹을 것과 그림과 꽃과 음악과 책을 읽어주는 등 없는 돈에 그녀를 위한 공간을 꾸미고 그녀의 미소를 기다리고 쳐다만 보는 사랑으로서 첫사랑을 시작한다. 자신의 집에 그녀가 함께 기거한다는 환상 속에 그녀를 그리워하며 지낸다.

그리고 그가 쓰는 칼럼들이 달라진다. 그간의 만평 형식에서 벗어난, 연애편지 스타일의 칼럼에는 늙음에 대한 밝고 경쾌함이 독자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음굴에서 뜻하지 않은 살인 사건 이후로 영업을 정지해야 해서 한 달 동안 소녀와 소식이 끊겨서 오매불망하던 중 재회를 하는데, 그동안 소녀의 몸이 한층 성숙해졌음에 그리고 화려한 치장 덕에 살해 사건 무마를 위해 포주가 소녀의 처녀성을 팔게 되었다고 여기고는 분노 끝에 둘을 싸잡아 “창녀들 같으니”란 욕설을 퍼붓고 뛰쳐나온다.

    

자신의 늙음에 대한 이러저러한 반응들과 사랑의 열병을 앓느라 배회하던 중 우연히 버스 에서 만난 싸구려 옛사랑인 은퇴한 창녀를 따라 그녀가 결혼해 사는 그녀 집 테라스에서 그간의 일을 모두 털어놓는다. 그녀의 ‘혼자 죽는 것 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다’고,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경이를 맛보지 않고 죽을 생각은 하지 말라’는 충고를 듣고 다시 소녀를 찾는다.

    

그가 어린 처녀를 고집한 이유는 '절망을 겪지도 않고, 싸움을 벌이지도 않고 해서 나쁜 기억을 갖지도 않은' 대상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상대를 아흔 살 자신의 생일날 자축의 선물로 주고 싶었던 것. 그의 소망은 백 살을 살고, 어느 날 행복한 고통 속에서 훌륭한 사랑을 느끼며 죽는 일... 한 세기를 산, 가장 소박하고, 가장 거룩한 소망이 아니겠는가?

    

흔이라는 나이, 늙음..

마르케스의 마지막 작품이 된 이 책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그의 나이 77세에 발표된 책으로 마르케스는 십 년 후인 2014년, 87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그는 1982년 비행기 여행 시 잠든 미녀를 보면서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온통 창녀들 이야기라고 어떤 에로스적인 것을 상상해서 읽게 된다면 집어던질 책이다. 그리고 노인의 성을 들여다보는 내용도 아니다. 한 인간의 생애, 고독, 죽음.. 무엇보다도 나이 듦에 대한 작가의 회고와 독자들에게 던져지는 결코 무겁지는 않지만, 가벼울 수도 없는, 젊은 한때, 한 번쯤 읽어봐도 될 만한 그런 책,,, 읽는 나이에 따라 놓여진 상황에 따라 개인적인 것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늙음의 첫 번째 증상이 자신의 부모와 비슷해지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16

인생의 욕심이 많았던 우리 세대의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환상을 모두 잃어버렸다. 현실은 자신들이 꿈꾸던 미래의 모습과 같지 않다는 걸 배우고 나 자 그들은 향수 어린 옛것을 찾게 되었다. 54-55

이 세상에서 내가 증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불꽃놀이, 어리석기 그지없는 크리스마스 캐럴, 2500년 전에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실크 종이로 만든 화관으로 뒤덮인 의무적인 축제다. 99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경이를 맛보지 않고 죽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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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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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머싯 몸', 양파 같은 사람, 달과 6펜스 이후 나는 이 사람에게 점점 빠져든다.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가독성 좋은 책이다.

작년 봄에 이어, 올봄 홍콩에 갔을 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흔적들을 보며 많은 상상을 했더랬는데, 유럽인들이 그리도 열광하고 경멸도 하고 신비해 했던 ... 바로 그 시대, 그곳이 배경인 책이었다.

가는 서두에 인물보다 이야기를 소설의 출발점으로 삼아 쓴 유일한 소설이었다고 고백하는데, 전에 본 그의 작품들보다 가볍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던 듯도 하다.

'키티'라는 왕실 고문 변호사를 아버지로 둔 소녀는 동생 '도리스'와 함께 아버지를 출세 시키려는 엄마의 슬하에서 자란다. '키티'는 동생 '도리'스에 비해 제법 아름다워서 엄마는 그녀의 결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일찌감치 사교계에 내보내지만 스물다섯이 되도록 이렇다 할 결혼 상대를 못 만나 불안해하고 있을 즈음, 매력 없는 동생 '도리스'가 먼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그녀는 젊음의 초조함에 떠밀려 그녀 주변을 맴돌았지만 수줍어서 고백도 못 하던 세균학자 '월터 페인'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정부의 세균학자인 남편과 함께 식민지 국가 '홍콩'으로 오게 된다. '월터 페인'은 과묵하고 냉철하지만 자의식이 강한 사람으로  그녀를 몹시 사랑하고 배려하지만 그녀는 그를 따분해하고 지루해 한다.그러다가

력 있는 마흔한 살의 유부남 '찰스 타운센드'와 불륜에 빠진다. 그는 홍콩 총독부 차관보로서 모든 운동을 멋지게 해내고, 좋은 몸매와 옷맵시와 잘생긴 외모를 지녔다. 그는 38세의 '도로시'라는 아내와 세 아들을 둔 사람이다.

'키티'는 그와 함께 밀회를 즐기다가 남편이 알게 되었다는 징조를 느끼게 되나 침착한 '월터 페인'은 시선만 피할 뿐 시간을 보내다가 그녀에게 엄청난 제안을 한다.  그녀는 증거가 있다는 남편의 말에 당신을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다며, 용서를 구하지도 않겠노라고 단언한다.

'키티'의 남편 '월터 페인'은 콜레라가 창궐한 '메이탄푸'의 병원 책임자로 자원을 하게 되는데, 그녀에게 함께 가던지, 아니면 간통 고발을 당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편과 이혼을 해도 '찰스'와 함께 할 미래가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던 그녀 '키티'는 '찰스'에게 달려가지만, 그는 총독의 자리와 훌륭한 아내 그리고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다며 그녀를 외면한다.

할 수 없이 남편을 따라 9일 동안의 여행 끝, '메이탄푸'에 도착한  '키티'는 눈물바람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창밖 일출의 경이로운 풍광에 사로잡힌다. 그녀에게 애정이 넘쳤던 남편은 낯설고 두려운 존재가 되고,  그녀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찰스'는 쓰레기 같은 사람이었음을 깨달았지만 그와의 사랑을 여전히 그리워한다.

한편 '월터 페인 박사'의 희생을 찬미해 마지않는 수도원의 수녀원장이 '키티'를 초대한다. 그곳으로 향하면서 살아 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중국 거지를 보고 중국 고아들을 향한 수녀들의 헌신을 보면서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자책감에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 수도원을 드나들며 일손을 돕겠다는 결심을 한다. 바느질 일과 이상하게 여겨졌던 아이들 돌보는 봉사를 통해 '키티'는 비로소 '찰스'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 짐을 느낀다.

리고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남편인지, '찰스'인지는 그녀도 확신하지 못한 채로..

콜레라에 감염된 남편 곁을 지키면서 그녀는 비로소 눈물의 사죄를 하고, 용서를, 그녀가 아닌, 그 자신을 위해서 해주기를 바라지만 그는 죽는다.

그리고 그녀는 훌륭한 희생을 한 정부 세균학자의 미망인으로 연금이 주어질 터라 부모가있는 영국으로 돌아가는길 집과 가구들의 정리를위해 홍콩에 들르는데, 키티남편의 거룩한 희생과, 함께한 키티의 의지와 그녀의 수도원에서의 봉사행적에 존경심과 안쓰러움을 갖게된 찰스 부인' 도로시'가 마중나와서 정리 기간 동안 자기 집에 머물기를 간청한다. 찰스와의  관계때문에 거절하다가 어쩔 수없이 그들 부부의 집에 머물게 된다. 어색한 시간을 보내면서 '찰스'와 또 부적절 한 관계를 맺게 된 그녀는 자신을 돼지라고, 창녀라고, 달라졌다고 믿었으나 그렇지 않다고 자책하며 영국행을 서두른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소식을 접한다.

평생 출세를 위해, 그리고 돈벌이를 위해 아내의 닦달도 감수해내야 했으나 정작 가족은 그 존재의 고마움조차 몰랐던 아버지와 함께 하기를 선택한 '키티'는 뱃속의 아이가 딸이기를.. 그렇다면 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잘 키우겠노라고, 자신의 딸이 거침없고 솔직하며 스스로의 독립된 인격체이기를, 남자처럼 자유롭기를, 남자에게 예속되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고백을 아버지에게 한다.

녀의 미래가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낙천적인 기백으로 받아들일 힘이 그녀 내부에 자리 잡았음을 느끼며 '메이탄 푸'에서의 그 태양을 떠올리며 그곳에서의 그의 친구 '워딩턴'이 이야기한 길, 수녀들이 겸허하게 받아들였던, 평화로 이어지는 길을 가고자 한다.

* 나를 맹목적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의 헌신을 당연하다고 교만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1920년대 영국의 그녀들이 아닌, 오늘날 당당하고 자기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여성의 삶을 살수있음이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의 모습에서 사물의 무상함과 애수가 밀려왔다. 모든 것이 흘러갔지만 그것들이 지나간 흔적은 어디에 남아 있단 말인가? 키티는 모든 인류가 저 강물의 물방울들처럼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서로에게 너무나 가까우면서도 여전히 머나먼 타인처럼, 이름 없는 강줄기를 이루어, 그렇게 계속 흘러흘러, 바다로 가는구나. 모든 것이 덧없고 아무것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때 사소한 문제에 터무니없이 집착하고 그 자신과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인간이 너무나 딱했다. 205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에 잠깐 머물렀다 가는 신세로도 모자라 자신을 고문하다니 인간은 얼마나 딱한 존재인가? 238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내가 인간인 걸 모르나요? 불행하고 외로운 인간? 난 평안과 위로와 용기를 원해요. 오, 잠시라도 신에게서 눈을 돌려 내게 작은 연민의 감정을 느낄 순 없나요? 모든 고통받는 것들에 대해 품은 기독교적인 연민 말고, 단지 나를 위한 인간적인 연민은 없나요?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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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어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9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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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 바다로만, 스페인 론다 거리로만, 헤밍웨이를 떠올렸다면 어땠을까? 이 작품을 읽지 않고 헤밍웨이를 말한다 했다면 어땠을까? 책을 읽는 내내 그런 기분이 들었다.

딱딱한 제목 때문에 이웃님 추천에도 불구하고 이제사 꺼내어 읽게 되었지만, 너무도 재미나고 가독성 훌륭한 책이었다.

1차 세계 대전, 미국인이었던 프레더릭 헨리는 로마에서 건축 공부를 하다가 중위 계급으로 이탈리아 군인이 된다. 앰뷸런스 운전병을 거느리고 환자를 후송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가 왜 이 미친 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는가는 언급이 없다.

는 룸메이트인 외과의 리날디 중위가 먼저 반한 영국군 병원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에게 호감을 갖게 되며 집적대지만,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이 있다.
그들이 주둔하는 곳 어디에나 위안소가 있고 그곳의 창녀들은 언제나 그들의 위안이 된다.

한편 약혼자의 전쟁 참여로 인해 정식 간호사는 아닌 구급 간호 봉사대의 임시 간호사로 참전하게 된 그녀 캐서린은 약혼자의 전사로 상처투성이지만 헨리에게 역시 호감을 갖게 된다.

그녀는 군인 장교의 하룻밤 농락 거리가 되고 싶지 않아서 헨리의 구애를 거부하고 그의 사랑을 계속 확인한다.

전병들과 식사 중에 대형 박격포탄으로 머리와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헨리는 밀라노 병원으로 후송되고 그곳에서 그녀와 재회한다. 그리고 진정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들은 다른 간호사와 환자들의 지지 속에서 야근 중에 함께 밤을 보내며 지낸다.

임신한 그녀는 그에게 족쇄가 될까 늘 걱정하고 황달까지 앓게 되었던 헨리는  회복된 이후 전선으로 돌아간다.
몇 년간 밀고, 밀리는 전투는 젊은 혈기에 그 나이에 군복을 입지 않은 남자는 용서가 안되는 분위기 속 용맹하게 군인으로 나서지만 그들은 모두 전쟁을 모른다. 그리고 진정 전쟁을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대부분 모른다. 헨리 역시 전쟁을 모른다고 말하는 군종 신부의 말에 갸우뚱 거린다.
그리고는 다들 전쟁에 지쳐간다.
그리고는 다들 미친 전쟁에 회의적이다.

쟁이 끝나기는 하는지, 이미 끝인 건지, 승리하는지 패배하는지 미국 군들이 투입된 건지도 모르면서 추측만 난무하던 중 대규모 후퇴가 이루어지고 환자 후송 중 뒤늦게 출발한 헨리 일행은  도중 사병의 목숨을 잃기도 하고, 선의를 베푼 하사관에 배신당해서 총으로 쏘아 죽이기도 하다가 헌병에 붙잡혀 죽기 일보 직전에 강으로 뛰어들어 밀라노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병원을 찾지만 그녀는 이미 떠났고 수소문 끝, 그녀 일행이 머문 곳에 찾아가 다시 재회를 한다.

그곳에서 두 연인은 꿈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탈영병 신세가 된 헨리는
다음날 체포된다는 정보를 미리 듣고, 그녀와 함께 배를 타고 스위스로 들어간다. 그곳 산속 마을서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한 생활을 하다가 출산이 임박하자 병원 가까운 도심에 호텔을 얻어 떠난다.

서린의 출산은 그녀의 낙관적인 희망, 그의 변함없는 사랑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비를 넘기며 점점 위험해지고, 결국은 사산아 출산과 함께 회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쟁소설, 전쟁 중 사랑의 신파극이라고만 해버리기엔 숭고한 무언가가 있고, 부자 미국인 출신 중위 헨리의 주위 사람들과, 그녀와의 대화는 늘 멋지다. 전쟁 속 남자의 용감함과 위트와 넉넉함과 스케일이 많은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결말은 매우 슬프지만,,,,,

 

 

우리는 전혀 외롭지 않았다. 남자나 여자나 이따금씩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서로의 그런 기분을 질투하는 법이지만 솔직히 우리는 조금도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여서 외로운 기분, 즉 세상 사람들에게 맞선 고독을 느낄 뿐이었다. 나도 그와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많은 여자와 함게 있을 때 오히려 고독을 느꼈는데 그런 경우가 가장 고독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있을 때는 결코 고독하지 않았고 두렵지도 않았다. 밤이 낮과 같이 않다는 것,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 밤에 겪은 것은 낮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았다. 또 고독한 사람에게 일단 고독이 찾아오면 밤이야말로 끔찍한 시간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 그러나 캐서린과 함께 있으면 밤이 더 유쾌하다는 것만 다를 뿐 낮과 거의 다를 게 없었다. 사람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은 용기를 갖고 오면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꺾기 위해 죽여야 하고, 그래서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세상은 모든 사람을 부러 뜨리지만 많은 사람은 그 부러진 곳에서 더욱 강해진다. 그러나 세상은 부러지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만다. 아주 선량한 사람들이든, 아주 부드러운 사람들이든, 아주 용감한 사람들이든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고 공평하게 죽인다. 당신이 그 어디에 속하지 않는다 해도 이 세상은 당신 역시 틀림없이 죽이고 말겠지만, 특별히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38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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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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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사회 소설의 고전이라 불리는 분노의 포도를 읽었다.
1939년 발표작이니 고전이라 하기엔 좀 아쉽지만..
제목이 주는 인상이 강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다가도 한편으론 관심을 끄는 책이기도 했다.
 
의외로 가독성 좋고, 경쾌하기까지 한 소설이다. 물론 내용은 무겁지만..
  
30장으로 조드 일가의 삶과 그 시대(미국의 경제 대공황)의 사회적 삶을 살아가야 했던 가난하지만 부지런하고 선량한 농부들 삶의 배경을 한 장씩 교차해가며 서술하고 있다.
 
존 스타인벡은 196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이 책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한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임에도 소설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세밀하지만 군더더기 없고, 비애감도 승화시키는 힘이 있으며 한 장씩 교차로 서술하는 삶과 그 삶의 배경이 되는 묘사가 신선하게 여겨진다.
  
마디로 한 장씩 전경과 배경을 교차해서 전경은 박진감 있게 로드 소설(내가 만든 말, 로드무비처럼 주인공들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처럼 펼치고, 배경은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에세이처럼 다루는...
 
미국의 동부 오클라호마에 사는 조드 일가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인의 병을 방치해서 죽게 만든, 불행한 큰아버지인 존스, 태어날 때 사고로 조금은 다른 큰아들 노아와 술을 먹다가 시비 끝에 살인을 저지르게 된 둘째 톰, 그리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여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앨, 코니와 결혼한 딸 로저산과 유아기에 있는 루티와 윈필드가있다.
 
이야기는 살인을 저지른 톰이 4년의 복역 끝에 가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가족을 세례해준 목사 짐 케이시를 만나고, 더 이상 목사가 아니라는 그와 동행하게 되는데 그의 고향은 흙먼지와 흉년 그리고 트랙터를 앞세운 대지주와 괴물이라고 불리는 은행자본의 농간으로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서부인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가는 기로에 서있다
  
가족이 생활 도구를 팔아서 마련한 돈과 트럭을 개조해서 오랫동안 서부로,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일자리가 많고 겨울이 없고, 오렌지가 지천이라는 꿈의 고장으로..
 
가는 도중에 고단함과 배고픔 두려움에 떨면서 어머니의 지혜와 희생으로 극복해가지만, 결국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잃게 되고, 큰아들 노아는 혼자 떠나며 목사 케이시는 가석방 중인 톰이 폭행에 휘말리자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엘 가게 된다. 그리고 로저산의 남편 코니도 떠나버린다.
 
곳곳에서 야영을 하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또 그들이 목적으로 하는 곳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불길한 말도 듣지만, 캘리포니아 드림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아니 이미 다른 길이 그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들게 도착한 그곳 캘리포니아는 살기 좋은 고장이 맞지만 원래 멕시코의 영토였던 그곳의 사람들은 강제로 이주한 미국인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치열하게 살아봤기 때문에 이방인들을 오키라고 부르며 혐오하고, 인건비를 싸게 쓰려고 경쟁시키고, 가난한 자들은 자신들의 일거리를 빼앗길까 방어를 한다.
 
일자리의 경쟁으로 인한 낮은 인건비는 끼니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그나마 안락한 국영 천막촌에서의 삶을 포기하고는 북쪽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후버빌 농장에 머물게 되는데 그나마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으나 낮은 인건비를 대신해서 점표를 받고 그 점표로 역시나 후버빌 농장에서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르고 먹거리를 사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또 떠날 수밖에 없다.
  
소설 속에서 강인하고 지혜로움으로 가족을 이끄는 어머니의 역할이 인상 깊다. 아들 톰을 가장 의지하고, 철없는 딸 로저산의 투정을 설득하며 기운 빠지는 아버지를 비롯한 남자들을 조율하는 고단한 어머니...하지만 이웃에게 따뜻하고 가족의 구심점이 되어 흩어지지 않게 만드는 그녀,
그리고 케이시의 죽음을 통해 다시 한 번 살인을 저지르게 되어 숨어 지내면서 부당함과 부조리함에 힘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는 삶을 다짐하는 톰과 사산아를 출산한 로저산이 아사 직전의 한 남자에게 베푸는 인간적인 자선이 이 책의 희망적인 메시지이다.
 
그리고 역시 고전은 또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걸 남긴다.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대공황의 트랙터와 대지주, 은행자본으로 상징되는, 선량한 농부들을 향한 횡포는 대기업의 대형마켓, 편의점의 횡포와 그에 속한 노무자들에게 향하는 작금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에라 모르겠다! 죄는 없어, 미덕도 없고, 그냥 사람들이 하는 이런저런 일들이 있을 뿐이야, 그건 전부 같은 거야, 사람들이 하는 일 중에 어떤 건 좋고 어떤 건 나쁘지만,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50

소유라는 것이 원래 사람을 ‘나‘ 속에 고착시켜 ‘우리‘로부터 영원히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317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잘 변해요, 여자들은 삶을 모두 가슴에 품고 있고, 남자들은 머리에 품고 있죠.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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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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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농장은 중학교 때 읽었던 책으로, 그때 난 너무 어렸고, 그 상징을 어림잡기만 했었고, 하여 공감하지 못했던 의무의 책 읽기였다. 동물들의 이야기쯤으로 낭만적인 접근을 했다가 큰코다쳤던...

국의 존즈란 인간이 운영하는 [메이너 농장]의 동물들이, 반란을 꾀하여 인간들을 내쫓고 농장을 접수한 후 [동물농장]으로 이름을 바꾼 후 경영을 하게 된다.

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슬로건 아래 7가지 계명을 걸고 함께 생산하고 분배하는 이상적인 농장 경영을 꿈꾸지만
권력이 생성되면서 계명 외에 규칙들이 생겨나고, 계명들이 바뀌고, 사실들이 왜곡되고, 약속들도 왜곡되고 비밀과 부당한 거래.. 결국은 인간 존즈가 경영했던 때보다 나아진 건지 의심하게 되면서 끝나는 이야기이다.

소설 속, 무지하지만 선하고 부지런한 말, 복서에 눈길이 머물게 된다. 애정하고 안타까운 그리고 바보스러운.. 민중들

물농장은 1945년 소련의 스탈린 체제를 희화한 소설이라 하지만
그때의 이데올로기는 이미 유물처럼 여겨지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권력의 속성이란 것과 2016년을 불태웠던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 무리들.. 그를 둘러싼 세력들 중 누가 스퀼러 였던가? 누가 양 들이며 개들이며 돼지들이었던가를 계속 은유로 씁쓸하게 불러내던 독서였다. 더 이상 복서처럼 사는 것이 훌륭한 시민은 아니란 걸 일깨워 주었던 ..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p117

동물농장의 주인 여러분, 당신들에게 다스려야 할 하급 동물들이 있다면, 우리 인간들에겐 다스려야 할 하층 계급들이 있습니다.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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