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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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머싯 몸', 양파 같은 사람, 달과 6펜스 이후 나는 이 사람에게 점점 빠져든다.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가독성 좋은 책이다.

작년 봄에 이어, 올봄 홍콩에 갔을 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흔적들을 보며 많은 상상을 했더랬는데, 유럽인들이 그리도 열광하고 경멸도 하고 신비해 했던 ... 바로 그 시대, 그곳이 배경인 책이었다.

가는 서두에 인물보다 이야기를 소설의 출발점으로 삼아 쓴 유일한 소설이었다고 고백하는데, 전에 본 그의 작품들보다 가볍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던 듯도 하다.

'키티'라는 왕실 고문 변호사를 아버지로 둔 소녀는 동생 '도리스'와 함께 아버지를 출세 시키려는 엄마의 슬하에서 자란다. '키티'는 동생 '도리'스에 비해 제법 아름다워서 엄마는 그녀의 결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일찌감치 사교계에 내보내지만 스물다섯이 되도록 이렇다 할 결혼 상대를 못 만나 불안해하고 있을 즈음, 매력 없는 동생 '도리스'가 먼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그녀는 젊음의 초조함에 떠밀려 그녀 주변을 맴돌았지만 수줍어서 고백도 못 하던 세균학자 '월터 페인'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정부의 세균학자인 남편과 함께 식민지 국가 '홍콩'으로 오게 된다. '월터 페인'은 과묵하고 냉철하지만 자의식이 강한 사람으로  그녀를 몹시 사랑하고 배려하지만 그녀는 그를 따분해하고 지루해 한다.그러다가

력 있는 마흔한 살의 유부남 '찰스 타운센드'와 불륜에 빠진다. 그는 홍콩 총독부 차관보로서 모든 운동을 멋지게 해내고, 좋은 몸매와 옷맵시와 잘생긴 외모를 지녔다. 그는 38세의 '도로시'라는 아내와 세 아들을 둔 사람이다.

'키티'는 그와 함께 밀회를 즐기다가 남편이 알게 되었다는 징조를 느끼게 되나 침착한 '월터 페인'은 시선만 피할 뿐 시간을 보내다가 그녀에게 엄청난 제안을 한다.  그녀는 증거가 있다는 남편의 말에 당신을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다며, 용서를 구하지도 않겠노라고 단언한다.

'키티'의 남편 '월터 페인'은 콜레라가 창궐한 '메이탄푸'의 병원 책임자로 자원을 하게 되는데, 그녀에게 함께 가던지, 아니면 간통 고발을 당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편과 이혼을 해도 '찰스'와 함께 할 미래가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던 그녀 '키티'는 '찰스'에게 달려가지만, 그는 총독의 자리와 훌륭한 아내 그리고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다며 그녀를 외면한다.

할 수 없이 남편을 따라 9일 동안의 여행 끝, '메이탄푸'에 도착한  '키티'는 눈물바람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창밖 일출의 경이로운 풍광에 사로잡힌다. 그녀에게 애정이 넘쳤던 남편은 낯설고 두려운 존재가 되고,  그녀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찰스'는 쓰레기 같은 사람이었음을 깨달았지만 그와의 사랑을 여전히 그리워한다.

한편 '월터 페인 박사'의 희생을 찬미해 마지않는 수도원의 수녀원장이 '키티'를 초대한다. 그곳으로 향하면서 살아 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중국 거지를 보고 중국 고아들을 향한 수녀들의 헌신을 보면서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자책감에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 수도원을 드나들며 일손을 돕겠다는 결심을 한다. 바느질 일과 이상하게 여겨졌던 아이들 돌보는 봉사를 통해 '키티'는 비로소 '찰스'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 짐을 느낀다.

리고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남편인지, '찰스'인지는 그녀도 확신하지 못한 채로..

콜레라에 감염된 남편 곁을 지키면서 그녀는 비로소 눈물의 사죄를 하고, 용서를, 그녀가 아닌, 그 자신을 위해서 해주기를 바라지만 그는 죽는다.

그리고 그녀는 훌륭한 희생을 한 정부 세균학자의 미망인으로 연금이 주어질 터라 부모가있는 영국으로 돌아가는길 집과 가구들의 정리를위해 홍콩에 들르는데, 키티남편의 거룩한 희생과, 함께한 키티의 의지와 그녀의 수도원에서의 봉사행적에 존경심과 안쓰러움을 갖게된 찰스 부인' 도로시'가 마중나와서 정리 기간 동안 자기 집에 머물기를 간청한다. 찰스와의  관계때문에 거절하다가 어쩔 수없이 그들 부부의 집에 머물게 된다. 어색한 시간을 보내면서 '찰스'와 또 부적절 한 관계를 맺게 된 그녀는 자신을 돼지라고, 창녀라고, 달라졌다고 믿었으나 그렇지 않다고 자책하며 영국행을 서두른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소식을 접한다.

평생 출세를 위해, 그리고 돈벌이를 위해 아내의 닦달도 감수해내야 했으나 정작 가족은 그 존재의 고마움조차 몰랐던 아버지와 함께 하기를 선택한 '키티'는 뱃속의 아이가 딸이기를.. 그렇다면 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잘 키우겠노라고, 자신의 딸이 거침없고 솔직하며 스스로의 독립된 인격체이기를, 남자처럼 자유롭기를, 남자에게 예속되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고백을 아버지에게 한다.

녀의 미래가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낙천적인 기백으로 받아들일 힘이 그녀 내부에 자리 잡았음을 느끼며 '메이탄 푸'에서의 그 태양을 떠올리며 그곳에서의 그의 친구 '워딩턴'이 이야기한 길, 수녀들이 겸허하게 받아들였던, 평화로 이어지는 길을 가고자 한다.

* 나를 맹목적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의 헌신을 당연하다고 교만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1920년대 영국의 그녀들이 아닌, 오늘날 당당하고 자기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여성의 삶을 살수있음이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의 모습에서 사물의 무상함과 애수가 밀려왔다. 모든 것이 흘러갔지만 그것들이 지나간 흔적은 어디에 남아 있단 말인가? 키티는 모든 인류가 저 강물의 물방울들처럼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서로에게 너무나 가까우면서도 여전히 머나먼 타인처럼, 이름 없는 강줄기를 이루어, 그렇게 계속 흘러흘러, 바다로 가는구나. 모든 것이 덧없고 아무것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때 사소한 문제에 터무니없이 집착하고 그 자신과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인간이 너무나 딱했다. 205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에 잠깐 머물렀다 가는 신세로도 모자라 자신을 고문하다니 인간은 얼마나 딱한 존재인가? 238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내가 인간인 걸 모르나요? 불행하고 외로운 인간? 난 평안과 위로와 용기를 원해요. 오, 잠시라도 신에게서 눈을 돌려 내게 작은 연민의 감정을 느낄 순 없나요? 모든 고통받는 것들에 대해 품은 기독교적인 연민 말고, 단지 나를 위한 인간적인 연민은 없나요?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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