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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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사회 소설의 고전이라 불리는 분노의 포도를 읽었다.
1939년 발표작이니 고전이라 하기엔 좀 아쉽지만..
제목이 주는 인상이 강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다가도 한편으론 관심을 끄는 책이기도 했다.
 
의외로 가독성 좋고, 경쾌하기까지 한 소설이다. 물론 내용은 무겁지만..
  
30장으로 조드 일가의 삶과 그 시대(미국의 경제 대공황)의 사회적 삶을 살아가야 했던 가난하지만 부지런하고 선량한 농부들 삶의 배경을 한 장씩 교차해가며 서술하고 있다.
 
존 스타인벡은 196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이 책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한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임에도 소설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세밀하지만 군더더기 없고, 비애감도 승화시키는 힘이 있으며 한 장씩 교차로 서술하는 삶과 그 삶의 배경이 되는 묘사가 신선하게 여겨진다.
  
마디로 한 장씩 전경과 배경을 교차해서 전경은 박진감 있게 로드 소설(내가 만든 말, 로드무비처럼 주인공들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처럼 펼치고, 배경은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에세이처럼 다루는...
 
미국의 동부 오클라호마에 사는 조드 일가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인의 병을 방치해서 죽게 만든, 불행한 큰아버지인 존스, 태어날 때 사고로 조금은 다른 큰아들 노아와 술을 먹다가 시비 끝에 살인을 저지르게 된 둘째 톰, 그리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여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앨, 코니와 결혼한 딸 로저산과 유아기에 있는 루티와 윈필드가있다.
 
이야기는 살인을 저지른 톰이 4년의 복역 끝에 가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가족을 세례해준 목사 짐 케이시를 만나고, 더 이상 목사가 아니라는 그와 동행하게 되는데 그의 고향은 흙먼지와 흉년 그리고 트랙터를 앞세운 대지주와 괴물이라고 불리는 은행자본의 농간으로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서부인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가는 기로에 서있다
  
가족이 생활 도구를 팔아서 마련한 돈과 트럭을 개조해서 오랫동안 서부로,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일자리가 많고 겨울이 없고, 오렌지가 지천이라는 꿈의 고장으로..
 
가는 도중에 고단함과 배고픔 두려움에 떨면서 어머니의 지혜와 희생으로 극복해가지만, 결국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잃게 되고, 큰아들 노아는 혼자 떠나며 목사 케이시는 가석방 중인 톰이 폭행에 휘말리자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엘 가게 된다. 그리고 로저산의 남편 코니도 떠나버린다.
 
곳곳에서 야영을 하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또 그들이 목적으로 하는 곳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불길한 말도 듣지만, 캘리포니아 드림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아니 이미 다른 길이 그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들게 도착한 그곳 캘리포니아는 살기 좋은 고장이 맞지만 원래 멕시코의 영토였던 그곳의 사람들은 강제로 이주한 미국인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치열하게 살아봤기 때문에 이방인들을 오키라고 부르며 혐오하고, 인건비를 싸게 쓰려고 경쟁시키고, 가난한 자들은 자신들의 일거리를 빼앗길까 방어를 한다.
 
일자리의 경쟁으로 인한 낮은 인건비는 끼니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그나마 안락한 국영 천막촌에서의 삶을 포기하고는 북쪽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후버빌 농장에 머물게 되는데 그나마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으나 낮은 인건비를 대신해서 점표를 받고 그 점표로 역시나 후버빌 농장에서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르고 먹거리를 사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또 떠날 수밖에 없다.
  
소설 속에서 강인하고 지혜로움으로 가족을 이끄는 어머니의 역할이 인상 깊다. 아들 톰을 가장 의지하고, 철없는 딸 로저산의 투정을 설득하며 기운 빠지는 아버지를 비롯한 남자들을 조율하는 고단한 어머니...하지만 이웃에게 따뜻하고 가족의 구심점이 되어 흩어지지 않게 만드는 그녀,
그리고 케이시의 죽음을 통해 다시 한 번 살인을 저지르게 되어 숨어 지내면서 부당함과 부조리함에 힘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는 삶을 다짐하는 톰과 사산아를 출산한 로저산이 아사 직전의 한 남자에게 베푸는 인간적인 자선이 이 책의 희망적인 메시지이다.
 
그리고 역시 고전은 또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걸 남긴다.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대공황의 트랙터와 대지주, 은행자본으로 상징되는, 선량한 농부들을 향한 횡포는 대기업의 대형마켓, 편의점의 횡포와 그에 속한 노무자들에게 향하는 작금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에라 모르겠다! 죄는 없어, 미덕도 없고, 그냥 사람들이 하는 이런저런 일들이 있을 뿐이야, 그건 전부 같은 거야, 사람들이 하는 일 중에 어떤 건 좋고 어떤 건 나쁘지만,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50

소유라는 것이 원래 사람을 ‘나‘ 속에 고착시켜 ‘우리‘로부터 영원히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317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잘 변해요, 여자들은 삶을 모두 가슴에 품고 있고, 남자들은 머리에 품고 있죠.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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