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굴레에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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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카타르시스를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하는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는 그의 자서전적인 소설이다. 원래는 [스티븐 케어리의 예술가적 기질]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었으나 실패를 맛보고, 원숙하게 다듬어 '인간의 굴레'라는 타이틀로 출판했다고 한다.

'필립'은 기형족으로 태어나, 절름발이이다. 9세 때 동생을 낳던 어머니가 사산아를 출산하고 죽는다. 그보다 6개월 전에 외과의사였던 아버지도 패혈증으로 사망한 바 있다.

미인이었던 어머니는 고아 출신의, 가난하지만 화려했고, 아버지와 환자로 인연을 맺어 결혼을 하였다.

모에 이어 유모와의 아픈 이별을 겪고 블랙스터블 관할 사제인 백부 '윌리엄 케어리'에게로 보내지는데, 50대의 이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루이저' 사이에는 아이가 없다.

무뚝뚝하고 이기적이고 경직된 큰아버지와 달리 인자한 큰어머니는 '필립'을 사랑으로 키우려 든다. 그 부부는 모두 '필립'이 성직자가 되기를 바란다. '필립'은 책에 점점 빠져들고 책과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불구와 처지에 슬픔을 내보이고 동정을 사는 일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지어낸 거짓말에 진심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이들은 '젠트리' 계급으로 귀족의 다음으로 농업경영자, 군인 장교, 법률가, 성직자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필립'은 '터캔버리 킹즈 스쿨'에 입학해서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는데 절름발이의 모습이 아이들의 조롱과 놀림거리가 된다. 수치와 굴욕감, 열등감을 맛보지만, 성서 연맹에 가입하고 신앙심을 키우면서 맨 처음으로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기도한다. '다리를 낳게 해달라'라고

구들의 놀림 속에서도 공부를 잘했던 '필립'은 교장의 지지를 받으며 성직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한 친구가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며 다가오자 처음으로 우정에 눈 뜬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에게도 호의적이며, 친절한 그 친구를 질투한다. 그리고 상처 받는다.

결국 한 학기를 남겨 놓고 독일로 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백부모의 만류와 걱정 속에 하이델베르크로 떠난다. 그곳 하숙집에서 숙녀들과, 또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토론을 하며 공부를 한다. 어느 날 두 사람의 종교에 대한 토론을 듣던 '필립'은 종교가 토론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에 놀라면서 깊은 사유를 하고 종교에서 벗어난다. 막상 종교를 벗어버리니 자유를 깨닫게 된다. 기독교의 교의는 버렸지만 기독교의 윤리, 덕목은 받아들이기로 한다.

1년 만에 백부모 곁으로 돌아온 '필립'은 '미스 윌킨슨'이라는 나이가 많은 여성과 교제를 한다. 그러나 너무 적극적인 그녀에게 싫증이 나던 차 그녀는 베를린의 가정교사로 떠난다.

'필립'은 회계사의 견습사원으로 런던으로 간다. 그리고 그 일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느끼고 자신의 재능이라고 여긴, 미술을 공부하고자 파리로 간다. 학원에서 자신의 그림을 조언해주던 '페니 프라이스'와 가까워진다. 여러 벗들과 사귀면서 '압생트'에도 길든다. 감초 맛이 나는 '압생트'는 매우 독한 술로 예술가들에게 인기가 있다.

'애인은 파리 미술학도에게 필수품'이라는 말에 걸맞게 다양한 연애들을 하는 다양한 벗들과 함께 '마네의 올랭피아'를 보러 다니고 자신의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로 소일을 하는데,

모두들 별난 여자라고 여기던 '프라이스'가 자살을 하고 뒷수습을 맡게된다. '필립'이 차차 자신의 그림에 소질 없음을 깨닫고 이류 화가가 될 바에는 의미가 없다고 여기던 즈음 큰어머니의 사망 소식으로 2년간의 파리 생활을 접고 블랙스터블로 돌아와 의학교에 입학한다.

구와 함께 갔던 찻집에서 전형적인 미인에 속하는 종업원 '밀드레드'를 알게 되는데, 점점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녀 주위를 돌면서 공부도 소홀히 하게 되어 시험도 두 번씩이나 떨어진다. '밀드레드'는 미련하고 욕심이 많고 사악하고 저속한 여인인데, 그녀의 거짓말과 냉대를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 하고 증오하고 질투하는 미친 사랑의 앓이가 시작된다.

시인 '크론쇼'에게 인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에 대한 답이라고 보내준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며 스스로가 발견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는 언지를 되새긴다.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과 불구로 인한 자신의 삐딱한 사고와, 종교적인 심성을 통해 인생의 굴레를 느껴간다.

자신의 미련한 사랑을 마음껏 농락하던 '밀드레드'는 찻집에 드나들며 농지거리를 주고받던 '에밀 밀러'와 결혼을 한다.

픈 마음을 간직한 '필립'은 3류 소설을 쓰는 '노라'와 교제한다. 현명하고 착한 그녀는 '필립'을 행복하게 해주는 여자이다. 흡사 모성애 같기도 한 그녀의 사랑속에서 안정을 찾던 중, 자신의 집에서 울고 있는 '밀드레드'를 보고 당황한다. 당신과 결혼할 걸 그랬어요. '에밀 밀러'는 유부남이었다고, 임신 7개월의 몸으로 나타난 그녀를 보면서 여전히 강렬한 자신의 사랑을 느끼며,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하다고, '노라'와 행복하기 보다 '밀드레드'와 불행할 것을 선택한다.

'밀드레드'는 '필립'의 골수에 사무쳐 있는 사람이다.

'노라'를 떠나보내고 자신의 집에 머물며 딸을 출산한 '밀드레드'는 '필립'의 돈으로 옷을 사고 낭비를 하면서 지낸다. 무식한 그녀가 하루 종일 자기하고만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따분해 할 것을 걱정한 '필립'은 그녀에게 자신의 병간호로 가까워진 '그리피스'라는 남자를 소개한다. '그리피스'는 잘생기고 바람둥이지만 사람이 좋아 주변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으며 '필립'과 좋은 우정을 나누던 상대이다.

'필립'은 '밀드레드'가 출산 이후 회복되면 함께 할 파리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그리피스'에게 반하고 사랑하게 된 '밀드레드'는 그 여행 계획을 뒤엎는다. 필립은 그녀의 방세와 옷값, 식비, 아이의 양육비까지 모두 부담을 하는데, 결국 '밀드레드'는 '그리피스'와 옥스퍼드 여행에 나선다.

구의 배신과 여인의 배반을 괴로워하지만 그녀를 경멸하면서도 그녀를 향한 열렬한 사랑은 주체할 수 없다. 허전함과 미안함에 다시 찾은 '노라'는 이미 약혼의 몸이다.

한편 죽음을 앞둔 '크론쇼'를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하면서 실습 보조원이 되는데,

'크론쇼'도 죽고, 어느 날 거리에서 매춘을 흥정하는 듯한 '밀드레드'를 발견한 필립은 매우 놀란 나머지 자신 집의 가정부 일을 권하며 아이와 함께 집으로 데려온다.

농락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유혹하고 밀당하는 '밀드레드'와 철저한 거리를 유지하는 '필립'은 점점 자신을 따르는 아이에게 빠져든다. '밀드레드'는 밖에서는 '필립' 의 아내 행세를 하며 오만을 떨지만 음식도 못하고 낭비만 하여 '필립'의 돈을 축낸다.

그녀가 취직해서 돈을 벌기를 바라지만 정작 그녀는 변명만 하고 취직할 생각 자체가 없는 듯이 군다.

버지의 유산으로 버티던 '필립'은 경제적으로 쪼들리자 증권 브로커에게 증권을 사고 얼마간의 이득을 보고는 좀 더 큰돈을 투자해 둔다.

병원에서 자신이 돌보던 '애설니'라는 유쾌한 남자를 알게 되는데, 9자녀를 둔 그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된다. 자주 그 가족들과 어울리던 '필립'은 그 가족의 선한 심성의 아름다움에 눈뜬다. 특히 '애설니'가 자랑스러워하는 큰딸 '샐리'를 보며 어리지만 성숙하고 지혜로운 매력에 자꾸 눈길이 간다.

'필립'을 사랑 없이 계속 유혹하던 '밀드레드'는 끝까지 자신에게 넘어오지 않는 그를 향해 심한 욕설을 퍼붓다가 결국엔 불구에 대한 조롱까지 입에 담았는데, 그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의 모든 기물을 때려 부수고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후 이미 떠나고 없었다.

보태어 투자까지 망한 '필립'은 끼니를 걱정하며, 의학 공부도 중단해야 할 정도의 생계 곤란을 겪으며 언젠가 간호사가 했던 말, '사람이 사랑 때문에 죽는다는 것은 소설가들이 만들어 놓은 말이며, 결국엔 경제적인 이유로 죽는다'는 말을, 그때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맘속으로 반론했던 말을 뼈저리게 느끼며 자살도 생각해 본다.

'애설니'의 배려로 그의 집에서 기거하다가 숙식을 제공받는 상회에 취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벗 '헤이워드'의 죽음 소식을 듣고는 죽음과 양탄자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조공이 양탄자의 정교한 무늬를 짜면서 자신의 심미감을 충족시키려는 목적 외 다른 목적을 갖지 않듯이, 사람도 그렇게 살수 있으려나,

삶도 나름의 무늬를 짜고 있다. 다양한 실가닥을 선택하여 무늬를 짬으로써 자기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무늬도 있지만, 착잡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무늬. 이해할 수 없는 무늬도 있다.

필립은 행복을 얻고자 하는 욕망을 버림으로써 행복이란 척도로 삶을 재지 않고 다른 척도로 잴 수 있음으로써 행복을 얻게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돈을 벌어 의학 공부를 마쳐야 했던 '필립'은 그림 실력을 살려 의상 디자인을 하게 되지만 여전히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자신의 유산상속을 고대하며 늙고 병든 큰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기다리지만 큰아버지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어느 날 '밀드레드'의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가 도착한다. 경멸감에 찢어버렸지만 결국엔 찾아간다. 신사답게..

아이는 이미 죽었다고 하고, 목에 종기를 치료해주던 '필립'은 매일 그녀를 찾아가서 몸의 상태를 체크한다. 그리고 그녀가 몸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게된다.

아버지의 위독하단 소식을 듣고 내려가서 함께 지내는 중 노인이 겪는 죽음의 공포를 캐치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이 공포를 겪어야 하리라. 그런데도 잔인한 고통을 겪게 하는 신을 믿는다'라는 것에 회의를 품는다.

그러나 임종을 앞둔 큰아버지의 바람대로 보좌 사제의 성찬례후 행복하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음을 대비하는 노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사망 후 유산상속을 받고, 유품을 정리하던 중 자신의 어머니가 큰아버지에게 보냈던 편지를 보게 되는데, 자신의 대부를 부탁하던 신앙심 가득한 편지의 그 어조에 놀라워한다.

모교를 찾은 '필립'은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사람의 삶이 허망하고, 세대에서 세대로 의미 없는 순환만 되풀이된다고 느낀다.

병원으로 복귀한 '필립'은 빈민가에 부인과 왕진 근무를 나가게 된다. 그곳에서 어린 산모의 죽음을 보고, 가난한 남편들이 아내의 출산을 두려워하고 아이가 사산되기를 바라기도 하는 모습들을 목격한다. 그들의 삶에 대한 갈망 속에서 어느 날 문득 무질서 속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필립'은, 쾌락과 고통, 모든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겠다고, 왜냐면 그것이 삶의 무늬를 더욱 풍부하게 하니까.

침내 23세의 나이에 시작한 의학 공부 중 2년을 쉬고 7년 만에 졸업한 '필립'은 30의 나이가 되었다. 돈을 벌어서 스페인에 이어 동양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며 어촌의 병원에 임시직으로 취업한 '필립'은 괴짜라고 소문난 의사와도 잘 지내고 소박한 마을 사람들에게 신뢰도 받는다.

'필립'은 스페인의 정신과 로맨스, 색채, 역사에 매료되어 계약기간이 끝나자 동업 의사직으로 함께 계속 일하자는 의사에게 거절하지만 그는 언제든 돌아올 자리가 있다고 말한다.

휴가철마다 아내의 고향에 있는 홉농장에서 홉을 따며 돈도 벌고 휴식을 취하는 '애설니'의 제안으로 그들의 가족과 함께 동참한 '필립'은 자신을 좋아하는 어린 자녀들과 어울리며 어린아이 같았던 맏딸 '샐리'가 여전히 말은 없지만 성숙하고 지혜롭고 무엇보다 건강하며 어리석음을 분별하고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한 채 자신을 잘 다스리는 여자로 성숙해 있음에, 격류와 같은 관능을 발견한다. 그녀 역시 '필립'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젖과 꿀같은 여자'라고 한다.

녀의 임신일지도 모른다는 언지에 너무도 당황하지만, 결혼을 결심하며 자신의 과거와 불구까지도 받아들이게 된다. 불구로 인해 성격이 비뚤어졌지만 불구로 인해 많은 기쁨을 가져다주는 내면 성찰의 힘을 기를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비로소 '그리피스'의 배신과 '밀드레드'의 농락 자체도 용서할 수 있었다.

'샐리'와의 결혼을 위해 어촌마을의 동업 의사직을 수락 받은 후 고백하러 가는 길, 또 '밀드레드' 같은 여인을 보고 따라가면서 아무리 용을 써도 저 가슴속 깊은 곳에서 그 사악한 여자에 대한 이상하고 필사적인 갈망이 떠나지 않음을, 사랑에서 비롯한 고통이 너무 커져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결혼이, 샐리와의 사랑이, 의무감에서 벗어나 마음이 진정 원하는 바를 따르는 것임을 느낀다. 미래를 염두에 두느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현재, 복잡하고 아름다운 무늬 보다 가장 단순한 무늬, 사람이 태어나서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죽음을 맞는 무늬가 가장 완전한 무늬임을 안다. '샐리'에게 청혼하는 길..

'서머싯 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기도 하다는 이 작품은 자전적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다. 부모의 부재와 불구라는 결핍을 지닌 '필립'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의무감에서 벗어나 '페르시아 양탄자'가 주는 메시지인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자 방황하고 사유하는 과정이 거룩하기까지 하다.

전체적인 서술은 매우 잔잔하다. 그러나 저속한 여인 '밀드레드'를 향한 그의 미친 사랑과 미련한 격렬함이 애틋한 것은 한 사람의 생애 안에, 인생을 지탱해줌에 있어서의 유의미한 사랑, 그 사랑의 탄생과 고통이란 굴레 속에서 인간의 의미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은 아닐까?

'서머싯 몸'은 언제나 나를 전율케 한다. 이 작가의 작품들 속 인물들의 방황은 나를 자극하고 반추하게 하고 깨어나게 한다. 이런 책을 읽은 후 리뷰를 잠시 보류하면서 이런저런 감흥을 내면에서 감당하기란, 벅차고, 그 벅차오름을 즐기는 일은 독서의 기쁨이다.

인생이란 굴레에서 인생의 무늬를 어떻게 짜야 하는지에 대해 묵직한 물음을 던져 본다. 그리고 필립이 사무쳤던, 미만했던 사랑이란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사랑 참 어렵다. 어렵다. 이승철의 노래이던가? 하물며 인생이란ᆢ ㅎㅎ

 

필립은 제 불구의 발이 불러일으키는 조롱을 통해 순진한 유년을 거쳐 쓰라린 자의식을 가진 청년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의 상황은 퍽 특이하여 일반적인 경우에는 잘 들어맞는 기성의 규준도 그의 상황에는 잘 들어맞지 않았다. 따라서 혼자 힘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책을 많이 읽어 마음속에는 갖가지 생각이 가득 차 있었는데, 반쯤밖에 이해하고 있지 못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상상력을 더 많이 발동시켰다. 고통스럽게만 느껴지는 수줍은 성격 밑 저 안에서 무엇인가 자라고 있었다. 어렴풋이나마 필립은 그것이 자신의 개성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놀랄 때도 많았다. 어떤 일을 이유도 모르고 하고 나서 나중에 생각하게 될 때에야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었다. 82-83

친구여, 부럽네. 자네의 첫사랑이 한 편의 시였다니 기쁘기 짝없네. 그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게. 불멸의 신들이 최고의 선물을 주신 것이니. 자네가 죽는 날까지 달콤하고도 슬픈 추억이 될 것이네. 자넨 이제 그 분별없는 황홀감을 다시는 맛볼 수 없겠지. 첫사랑처럼 아름다운 사랑은 없다네. 260





사람은 자신의 의지가 자유롭다는 환상을 너무 철석같이 믿고 있어, 그래서 나도 그걸 쉽게 받아들이고 마네. 나는 내가 자유로운 행위자인 것처럼 행동하지. 하지만 어떤 행위가 이루어질 때는 우주의 모든 힘들이 저 영겁에서 함께 작용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 분명해.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지. 그건 필연이니까. 선한 행위였다 해도 난 공적을 주장할 수 없고, 나쁜 행위였다 해도 난 비난을 받을 수 없네. 351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비극도 아니고 희극도 아니었다.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 힘들었다. 다원적이고 다양하다고 할까. 눈물과 웃음이 있었다. 행복과 슬픔이 있었다. 지루하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고, 무정하기도 했다. 보이는 그대로였다. 소란스럽고 격정적인가 하면 엄숙하기도 했다. 슬프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하찮기도 했다. 단순하면서 복잡했다. 기쁨이 있었고 절망이 있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 여자에 대한 남자의 사랑이 있었다. 욕망이 무거운 발을 끌면서 병원의 방들을 지나갔다. 죄 있는 자와 죄 없는 자, 홀로된 아내들과 비참한 아이들에게 벌주면서. 술이 사람들을 포로로 잡아 벗어날 길 없는 대가를 치르게 했다. 병원의 진찰실에서는 죽음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곳에서는 불쌍한 소녀를 공포와 수치로 몰아넣으며 생명의 탄생을 진단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선도 악도 없었다. 사실만이 존재했다. 그것이 인생이었다. 159

지난날의 기나긴 여정을 되돌아보며 필립은 자신의 과거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성격이 비뚤어졌음을 알고 있지만 이제는 불구 때문에 많은 기쁨을 자져다 주는 내면 성찰의 힘을 기를 수 있었음도 아울러 알고 있었다. 그것이 없었더라면, 아름다움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이며, 예술과 문학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삶의 다양한 모습들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가지 그는 조롱과 멸시를 엄청나게 받아왔지만 그 조롱과 멸시는 그의 정신을 안으로 향하게 했고, 영원히 그 향기를 잃지 않을 정신의 꽃들을 피워냈다고 할 수 있다. 그 순간 그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세상에 오히려 드문 일임을 깨달았다 모든 사람이 몸에든 마음에는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다.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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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8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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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야기는 81세의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라는, 한때 훌륭한 의사였지만, 수술과 특허 약품을 불신하는 까다롭고 비싼 고급 의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약물을 먹으며 노령이라는 어둠에 있는 사람이 '제레미아 생타무르'라는 부상당한 참전 용사 출신의 아동 사진작가인, 자신의 체스 상대인 사람의 죽음을 확인하며 시작된다.

그 사람의 죽음은 사진 현상 때 쓰이는 시안화 증기로 인한 자살이었다. 양면을 꽉 채운 11장에 달하는 유서의 내용을 통해 그에게 40세 정도의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으며, 절대로 노인이 되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대로 60세가 된 마지막 날짜에 그 여인의 묵인하에 사랑하던 개와 함께 죽음을 선택했다.

그의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서인도 제도에서 망명한 그와의 인연과, 자신의 도움으로 그가 이 도시에 정착하기까지를 추억해본다.

도시는 18세기 가장 번성했던 무역도시로, 아프리카 노예시장이기도 했던 곳이다. 그리고 '우르비노'에게는 72세의 꽃과 가축을 숭배하는 아내 '페르미나 다사'가 있다.

그녀에 비해 그는 동물들을 사랑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기르던 모든 동물들이 광견병 걸린 개에게 물려 죽인 이후로 들인, 똑똑한 앵무새만큼은 예외였다. 앵무새를 길들이며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던 그는 망고나무에 올라앉은 앵무새를 잡으려고 소방관도 불러봤지만 소용없었으므로 직접 사다리를 놓고 잡으려다 사고로 죽게 된다.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오직 하느님만이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는지 아실 거요"

그리고 성대한 장례식이 경황없이 치러지는 중, 갓 미망인이 된 '페르미나 다사'에게 '플로렌티노 아리사'라는 76세의 카리브 하천 회사의 대표가 난데없는 고백을 한다.

" 반세기가 넘도록 이런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소, 나는 영원히 당신에게 충실할 것이며 당신은 영원한 나의 사랑이라는 맹세를 다시 한번 말하기 위해서 말이오"

이런 기회가 올 때까지 51년 9개월하고도 4일을 기다렸다고..

리고 그들의 젊은 시절이 전개된다.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사생아로 어머니 '트란시토 아리사'의 성을 취했다. 조용하고 고독을 좋아하던 17세의 그는 우체국 수습사원으로, 전신기사의 조수로, 바이올린 연주도 할 줄 아는 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청년이었지만 13세의 '페르미나 다사'를 처음 보고는 점차 그녀를 이상화 시켰고, 검증할 수 없는 미덕과 상상의 감정을 부여하다가 콜레라 증상으로 의심되는 병세를 보였는데, 그것은 바로 상사병이었다.

'페르미나 다사'에게는 노새 장사꾼인 아버지 '로렌소 다사'와 40대의 노처녀 고모가 있었다. 수녀원 학교에 다니던 그녀와 둘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중, 고모의 도움으로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무려 2년간, 그러나 '페르미나 다사'가 수녀원에서 편지를 쓰던 행위가 들켜 퇴학을 당하게 되자 거칠고 촌스러운 그녀의 아버지는 '플로렌티노 아리사'를 만나, 자신의 아내가 죽은 뒤 자기 딸을 훌륭한 숙녀로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며 물러나 줄 것을 협박한다.

리고는 고모를 내쫓고 딸과 단둘이 망각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녀 표현대로 미친 여행이기도 했던 고생을 겪은 후 외삼촌의 집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사촌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연인과 뜨거운 교신을 계속 주고받을 수 있었다.

마을로 돌아온 조금 성장한 그녀가 아버지에게서 가정의 주도권을 건네받고는 장 보기에 나선 길에, '다사'는 그녀를 몰래 지켜보던 '아리사'가 건넨 짓궂은 말에 사랑의 감정이 아닌 환멸의 심연으로 엉겁결에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내뱉는다. 그는 그림자 같다고..

그리고 28세의 '후베날 우르비노'가 프랑스에서 의학 분야 최고의 외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세련된 모습으로 이 도시에 나타난다. 그는 명문가의 자제로 그의 아버지 역시 의사였으나 콜레라로 희생되었다. 그는 '페르미나 다사'의 서민적인 매력에 반하게 된다. 아직도 콜레라의 치료법으로 대포를 쏘던 그 마을에서 콜레라 퇴치를 위한 위생사업 등을 벌이는 등 의사로서의 능력도 인정된 그는 그녀 아버지와 먼저 친해지려고 집으로 찾아가 체스를 배우기도 한다.

많은 의사가 마음에 든 아버지와의 실랑이 끝, 21세의 생일이 다가오는 것에 압박을 느꼈던 '다사'는 충동적으로 아버지와의 싸움에 항복을 하게 되는데, 그녀 스스로 운명에 복종하겠다고 스스로 마음먹은 시간의 한계가 21세였다. '우르비노' 박사와 결혼을 한 '다사'는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한편 실연을 떨치려고 몸부림치던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배에서 이름 모를 여인에게 강간을 당한다. '다사'를 위해 동정을 간직하고자 했었지만, 그녀에 대한 가공의 사랑이 속세의 열정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 '아리사'는 상사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엄마가 들여보낸 '나사렛' 과부와의 6개월간의 사랑 끝, 총 622개의 사랑 사건을 만들며 지낸다. 나름 원칙은 결혼하지 않고, 대가성 돈이 오가지 않는 조건의 사랑으로 그는 밤 사냥꾼이 된다.

리고 자신의 작은아버지를 찾아가 하천 회사에 취직을 한다. 한때는 상업용 글쓰기를 서정적인 필체로 쓰는 등으로 해서 작은아버지의 걱정을 사지만 그는 계속 끊임없이 승진을 하며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그리고 필경사 거리에서 연인들의 연애편지를 대필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밤 사냥꾼의 면모로 여러 여인들과 여러 사연들을 엮게 된다.

꿈같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다사'의 뱃속에는 아들이 있었고, 거만하고 진지하지만 강인한 그녀는 시어머니와 시누들의 잔소리와 트집 속에서 6년을 전쟁같이 보낸다. 피아노를 못 친다고 구박하면서 그녀에게 하프를 배우게 하고,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가지 요리가 수시로 식탁에 오르는 것을 참으며 지내는 동안에도 대외적인 행사에 나타난 그들 부부의 모습은 더없이 행복하고 잘 어울려 보인다.

마을의 유지가 된 '후베날 우르비노' 부부를 각종 행사장에서 마주하며 가끔 보게 되는 '아리사'는 그녀 '다사'의 원숙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수많은 과부들과 밤을 나누면서 그녀도 과부가 되는 날을 고대하면서 연애 시집을 즐겨 읽기도 한다.

약했던 '아리사'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건강해졌는데, 어머니는 그의 상사병을 콜레라 증상으로 보고 있다. 그가 과거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은 '페르미나 다사'와의 덧없는 사랑이었고, 오직 그녀와 관계된 것만이 그의 인생을 평가할 수 있었다. '아리사'는 '다사'의 옛집 근처에서 고독한 산책을 즐기면서 늙어간다.

그리고 '다사'는 '아리사'의 성장해 가는 소식에 기뻐하면서 마을의 여러 행사에서 마주치지만 결혼으로 돈 많고 권력 있는 여인이 된 그녀는 그에게 여전히 자존심 강하고 고집이 세고, 변덕스러운 성격과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간직한 20대의 모습 그대로로 비춰진다.

모든 빨래를 냄새로 구별하는 '다사'의 버릇은 어느 날 50대 후반의 나이에 들어선 남편의 옷에서 알 수 없는 냄새를 맡게 되고 그녀의 직감대로 남편이 28세의 이혼녀 신학박사와 부적절한 관계였음을 밝히게 되자, 사촌들을 만나러 가서 2년을 보낸다. 남편이 자신을 데리러 오기까지..

편 하천 회사의 대표가 된 '아리사'는 자신의 성공은 그저 '다사'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완성할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아있겠다는 단호하고 지독한 결심이 있을 뿐이었음을 안다. 그리고 한 여자가 없었던 까닭에 모든 여자들과 동시에 함께 있기를 원했기에 계속해서 사랑의 사건을 만들어 간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그녀를 위해 자유로운 몸이고자 하는 선을 지키는 한에서만의 사랑이다. 그리고 14세의 먼 친척 소녀와의 사랑이 진행 중이었다.

종소리와 함께 마을의 유력인사가 죽었음을 예견하는데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만다. 도시에서 가장 나이 많고, 가장 훌륭한 평가를 받던 의사가 81세의 나이에 앵무새를 잡으려다 망고나무 가지에서 떨어져 척추가 부러져 죽게 되었다는 소식..

장례식 날 그녀에게 고백을 해놓고 그녀에게 신랄한 욕이 들어있는 편지를 받은 후 14세 소녀와의 관계도 정리를 해가면서, 날마다 편지를 하게 된다. 이후론 답장이 없었지만, 어느덧 그녀는 미망인 생활의 고독을 그 편지를 통해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기다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기 인생의 그림자에 불과했다고 여겼던 남자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아리사'는 그녀의 집에 드나들면서 그녀의 아들 부부와 놀이를 통해 친분을 쌓는다. '다사'의 딸은 노인의 사랑은 추잡한 일이라고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지만, '다사'는 그 딸을 쫓아내고, 누구의 아내, 미망인의 자리를 벗어나고픈 '다사'에게 '아리사'는 강을 따라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을 제안한다.

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서로의 어설펐던 옛사랑을 돌이키고, 다시 확인하면서 관계가 깊어지자 선장에게 더 이상 여행객도 화물도 싣지 않기 위해 콜레라 환자가 탔다는 표시로 노란 깃발을 꽂게 한 이 두 노인의 사랑은, 갓 시작되었지만 충분한 사랑의 시간을 보낸, 인생을 달관한 늙은 부부같이 보여진다. 다시 마을이 가까워지자, 배를 다시 돌려 왕복 여행길에 나선 이들에게 선장은 묻는다 "언제까지 이 빌어먹을 왕복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아리사'는 대답한다. "우리 목숨 다할 때까지."

인생과 사랑, 늙음과 죽음에 관한 명상의 독서였다. '마르케스'는 소소한 일상도 놓치지 않고 상세한 묘사를 한다. 그리고 위트가 있다. 자유로운 사랑을 나누고 숨겨둔 연인들이 등장하고, 우리의 정서에서 벅찬, 성에 관한 분방함이 있지만,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동안 사랑과 죽음은 가장 큰 인생의 과제이고 결혼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한다.

'우르비노' 박사가 아내에게 했던 말, "훌륭한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안정이오." 이 말에는 절대 공감할 수 없다.

지극히 남자의 이기적인 욕구만 충족시킨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는 완벽한 남자였지만, 그리고 아내를 많이 사랑했지만, 어느덧 아내를 길들이고 종속되게 했다. 부와 명예와 권력을 그녀에게 주었지만 안정에 길들어진 그녀가 지루해서 배신했던 것이 아니던지?

리고 칠십 대의 이 커플,

이러한 첫사랑이 완성이라는 해피엔딩이 참 어색하지만, 고무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한 건, 우리들 대부분이 첫사랑을 덧없이 흘려보내야 했기 때문은 아닐지? ㅎㅎ

 

"모든 사람은 자기 죽음의 주인이며, 죽을 시간이 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무런 걱정이나 고통 없이 죽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21

그는 시간의 잔혹성을 자신의 몸으로 겪은 것이 아니라, 페르미나 다사를 볼 때마다 그녀에게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120

선장은 페르미나 다시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속눈썹에서 겨울의 서리가 처음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런 다음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그의 꺾을 수 없는 힘, 그리고 용감무쌍한 사랑을 보면서 한계가 없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일지도 모른다는 때늦은 의구심에 압도되었다.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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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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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의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난 '얀 마텔'은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여러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철학을 공부하고, 여러 직업을 거친 그는 신문, TV, 쇼핑을 멀리하고 창작과 요가, 병원에서의 자원봉사를 하며 소박하게 산다고 한다. 캐나다인이지만 프랑스어를 쓰는 퀘벡 출신이라 영어와 프랑스어를 이중으로 구사해서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탁월하다는 역자의 해설이 있다.

이 이야기는 고통을 많이 겪은 사람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브라질 밀림에서 나무늘보를 연구하는 그의 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에서 종교학과 동물학을 전공한 그가 열거하는 나무늘보에 관한 이야기는 엄마 미소를 짓게 한다.

 

의 회상은 프랑스 유학 출신으로 자기 집안의 친구이기도 했던 '마마지'라는 아저씨에게 수영을 배우는 일부터 시작된다. 수영 이야기만 끊임없이 하는 수영 챔피언이었던 '마마지'는 파리에서 가장 뛰어난 수영장의 이름을 따서 '피신 몰리토 파텔'이라는 소년의 이름이 탄생한다.

인도 '폰디 체리'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이 소년에게 동물원은 지상낙원이자, 예외도 있지만 온갖 동물들의 환대와 친근함으로 왕자 같은 삶을 산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소변을 본다'는 뜻으로 잘못 발음 될 수 있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그래서 어느 날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π(3.14)라고 말한다. '파이 파텔'은 자신에게 노랫가락처럼 들릴 만큼 자신이 지은 별명이자 이름에 만족한다.

바로 위에 '라비' 형이 있는데, 맨날 자신을 놀려 대지만, 운동선수로서 학교에서 인기도 많다. '폰디 체리'의 유지인 아버지는 동물원 사업을 하기 전엔 호텔도 경영했었다. '파이 파텔'은 활동적인 공산주의자이자 생물 선생인 '쿠마르'와 이슬람 신비주의자 수피인 '쿠마르'씨를 좋아하게 되는데 이름이 같은 이 두 사람은 그가 인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선지가 같은 존재이다. 훗날 그가 종교학과 동물학을 전공하게 되는 영향을 주기도 한다.

교 가는 길마다 동물들의 배웅을 받고, 귀가 시마다 환대를 받는 그는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모두 좋아하게 되고 세 종교의 예배 모두를 본다. 그 지역에서 각각 그 종교의 대표적인 현자들을 찾아가고 질문하고, 어울려 지내는데, 어느 날 부모님과 산책 중 공교롭게도 그와 영적 교감을 나누던 세 인물들과 맞닥뜨린다. 당황해하는 현자들과 부모님께 그는 "간디께서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단지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라며 말한다.

그리고 점점 종교적인 열의에 사로잡힌다. 부모께 고백하기를 '나는 세례도 받고 싶고, 기도 카펫도 갖고 싶다'고..

1970년대 중반의 인도는 혼란기였다. 자유가 통제당하자 아버지는 가족의 캐나다 이주를 결심한다. 1977년 많은 동물들을 정리하고, 일부만 함께 일본 화물선 '침충'호에 오른다. 7.2일 침충호는 빠르게 침몰하였고, '파이 파텔'만이 선원들에 의해 구명보트에 던져진다.

평양 한가운데, 고아가 되어, 얼룩말과 점박이 하이에나, 오랑우탄(이름이 '오렌지 주스'), 벵골호랑이(이름이 '리처드 파커', .아버지가 동물원에서 가장 조심하라고 경고를 주었던).

구명보트 아래는 상어들이 날뛰고, 쥐, 파리. 바퀴들과 공생하게 되는데, 얼룩말과 '오렌지주스'는 배고픈 하이에나에게 처참한 최후를 맞고, 하이에나는 포효하는 거구 '리처드 파커'에게 처참하게 뜯긴다.

배고프고 아프고 지치고 공포에 떨던 '파이 파텔'은 '리처드 파커'가 배가 고파서 자신에게 덤벼들리라는 공포 때문에, 눈물을 거두고 버티려는 의지가 강해진다. 그리고 생존 지침서를 만 번 이 넘게 보면서 증류수를 만들고, 바다거북이를 비롯한 물고기들을 사냥해서 '리처드 파커'에게 바친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지내던 어느날 '리처드 파커'에게서 '프루스텐'을 발견한다. '프루스텐'은 호랑이가 내는 가장 조용한 소리로 다정함과 해를 끼칠 의도가 없음을 나타내는 콧바람 같은 소리이다.

라고 감동한 '파이 파텔'은 절망을 껴안은 채 혼자 남겨지기 보다 삶의 의지를 갖게 해주는 호랑이를 조련해보려는 마음이 들게 된다. 추위, 배고픔, 갈증, 폭풍우, 천둥 번개를 만나면서도 고래와 친구가 되고, 낚시도 늘고, 물고기 사냥 솜씨와 함께 그것의 부위를 생으로 요긴하게 먹을 수 있도록 칼질도 는다.

멀리서 커다란 유조선이 다가와 희망을 품어보지만, 덩치 작은 구명보트가 그 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비껴가고, 지치고 병들어 절망한 '파이 파텔'은 '리처드 파커'와 자신이 죽어갈 수밖에 없노라는 희망의 끈을 놓아버릴 즈음, 꿈속에서 '리처드 파커'와 대화를 하고, 자신의 눈이 멀게 된 사이, 그들의 보트에 접근해 온 프랑스인 맹인을 자신의 배로 끌어들여 '리처드 파커'에게 먹이로 주고, 자신도 인육을 먹는다. 그런 처지에 눈물을 쏟게 되고 파이 파텔의 눈은 차츰 시력을 회복한다.

비로소 원기를 회복한 두 친구는 어느 날

섬에 닿게 되는데, 물도 해초도 풍부했던 그곳이, 오랜만에 육지에 발을 디뎌 제대로 걷게 되기까지도 연습이 필요했던 '리처드 파커'와 '파이 파텔'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 섬에 사는 수많은 미어캣들이 '파이'에겐 친구가 되고, '리처드 파커'에겐 먹이가되었는데 섬에 있는 어떤 나무의 이상한 열매들의 소름 끼치는 정체를 보고, 밤이면 해초가 산성으로 변해서 모두 죽어버리는 식충 섬이었음을 알게 된다.

원한 휴식이 되길 원했으나 잠시의 휴식밖에 될 수 없던 그 섬을 떠나 다시 표류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마침내 멕시코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되는데 '리처드 파커'는 눈짓 한번 던지지 않고 바로 밀림으로 사라져버리고 '파이 파텔'은 병원 치료와 양자 입양이 되도록 후원도 받고, 보험금도 받게 된다.

일본 해양부 직원이 병실로 찾아와 '파이 파텔'로부터 그간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믿을 수 없다고만 하자, 동물이 없는 더 잔인한 생존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준다.

선택을 하라고.. 근데 읽기도 상상하기 조차 불편한 이야기 이긴하다.

16세의 책벌레이자, 신앙심 깊은 이 소년은 7개월 (223일)을 태평양 한가운데서 구명보트와 뗏목이란 공간 안에서, 맹수 벵골호랑이와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생존을 위해 버텨서 살아냈다. 고독하고 절망스런 시간을 보내며 두 존재에게는 우정 같은 것도 싹이 트고 그런 삶 속에서도 신을 원망하지 않고 여전히 사랑한다. 그 소년은 매일 바쁘게 지낸 것이 생존의 열쇠였다면서 일기 쓰고, 혼자만의 미사를 올리고, 힌두교식 제사를 지내고, 알라신에게 예배를 하면서 물고기를 잡고, 맹수 호랑이와 머리싸움을 벌이면서, 때로는 조련을 하면서..그리고 그가 버틴 또하나가 바로 공포의 존재, 고독, 배고픔, 바다, 조난 보다도 눈앞의 맹수였다는 것.

치고 지친 '파이'가 모든 희망들을 포기하게 되자, 권태와 공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구조보다도 책 한 권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고 한다. 절대 끝이 나지 않는 책, 읽고 또 읽어도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모르던 것을 얻을 수 있는 책.

책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얼마나 큰것들을 견디고 버틸수 있게 해주는 지는 아는 사람만 알터..

소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고,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일단 재미있다. 무인도 등에서 표류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책 중 가장 잘 읽히고, 단연 으뜸이 아닌가 싶도록..

 

신을 믿는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고, 마음을 풀어놓는 것이고, 깊은 신뢰를 갖는 것이고, 자유로운 사랑의 행위다. 하지만 때로는 사랑하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때로는 내 마음이 분노와 절망과 약함으로 급속히 가라앉아서, 태평양 바닥에 처박힐 것 같았다. 거기서 다시 올라오지 못할까 두려웠다. 260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 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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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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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20년대의 미국은 세계 1차 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보이는 시기이다. 반면 도덕적인 타락과 부패의 이면도 함께 자리한다. 미 중서부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캐러웨이'는 채권업계에 종사하고자 동부로 이주한다. 뉴욕 근처의 롱아일랜드 해협에 있는 달걀모양의 도시에 정착을 하는데, 이 도시의 모양이 달걀 같은 모양으로 서편은 '웨스트 에그', 동편은 '이스트 에그'이다.

'이스트 에그'는 재산을 세습 받은 부유한 귀족들이 살고, '캐러웨이'가 사는 '웨스트 에그'에는 신흥 부자들이 막 자리를 잡게 되는데, '캐러웨이'의 집은 '개츠비'라는 부자의 저택과 또 다른 부유한 저택 사이에 끼어 있다.

'이스트 에그'에는 '캐러웨이'의 먼 친척인 '데이지'와, 그의 대학시절 친구였던 '톰 뷰캐넌' 부부가 살고 있다. 시카고의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톰'은 한때 풋볼 선수였고, 폴로 경기를 즐기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유명 인사로 '캐러웨이'는 그들의 호화로운 저택에 초대를 받고, 그곳에서 '데이지'의 친구 '조던 베이커'라는 골프선수를 알게 된다.

리고 '톰'에게 정부가 있고, 그녀는 뉴욕에 살고 있으며 이미 '데이지'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조던'으로부터 듣게 된다.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하며 사랑스럽게 말을 하는 '데이지'에게는 남편과의 사이에 2살 된 딸아이가 있다. '데이지'는 남편의 부정을 경멸하지만, 그로 인해 누리는 부의 안락함을 포기할 수 없다.

'톰'과 함께 뉴욕으로 가던 중, 정비소의 '윌슨' 씨를 보게 되는데, 그의 부인 '머틀 윌슨'이 바로 '톰'의 정부이며, 함께 그들의 아지트인 뉴욕의 아파트를 가게 된 '캘러웨이'는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머틀'의 동생 '캐서린'까지 합세한 시간을 보내며 '톰'과 그녀 '머틀'의 행각에 어색해 한다.

신의 옆집인, '개츠비'의 집에서는 눈부시고 화려한 파티가 종종 열리는데 어느날 캐러웨이도 초대를 받는다. 그곳에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은 '개츠비'의 정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수군대면서 파티를 즐긴다. 뭔가 윤곽이 모호한 '개츠비'는 살인자였느니, 밀주업자였느니 하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사람들을 위한 파티를 열면서도 정작 자신은 파티를 즐기지 않는다.

그는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유럽의 도시에서 루비 수집을 하고, 사파리 사냥을 즐기고, 그림 등을 그리면서 자신에게 일어났던 슬픈 일을 잊기 위해 전쟁에 참가를 했고, 공을 세워서 훈장을 수여하고 소령으로 특진을 하였노라고 '캐러웨이'에게 말하며 부탁을 들어달라고 한다. 그는 전쟁에 참가하기 전,' 데이지'와 사귀었고, 그녀의 부유한 집과 자동차,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장교들 틈바구니에서 그녀를 차지했던 '개츠비'는 아직 그녀를 잊지 못했다. 그러나 '데이지'는 그를 기다리는 동안 그에게 편지를 보내다가 다른 남자들과 수없는 데이트를 해대고, 삶이 어떤 현실적인 형태를 갖추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자 '톰 뷰캐넌'과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개츠비'의 부탁대로 '캐러웨이'는 자신의 집에 차를 마시러 오라고 '데이지'를 초대하고, 비 내리는 날 그들, 옛 연인들의 해후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데이지' 부부가 '개츠비'의 파티에 오게 되는데, 이미 '톰'은 '개츠비'가 '데이지'와 만나고 있음을, 자신의 연적임을 알게 된다.

느 무더운 날 그들 부부의 집에 초대받은 '캐러웨이'와 '개츠비'는 이미 와있는 '조던'과 함께 차를 바꿔타고 시내로 나가자는 제안을 받는다. '개츠비'의 노란 차에는 '톰'과 '조던'과 '캐러웨이'가 타고, '톰'의 차 쿠페에는 '개츠비'와 '데이지'가 탄다. '개츠비'의 차에 기름이 없어 정비소에 들르게 된 '톰'은 '윌슨'에게 그 차가 자신이 새로 뽑은 차라고 한다. 그리고 2층에서 내려다보는 '윌슨'의 부인이자 '톰'의 정부인 '머틀'은 적의 가득한 시선으로 '톰이' 운전하던 차량 속 '조던'을 주시한다. 그녀가 '톰'의 아내인 줄로 착각한 듯이..

뉴욕의 호텔에 모여 술을 마시던 그들의 대화중, '개츠비'와 '데이지'의 관계를 알면서, '개츠비'의 뒤를 캐던 '톰'의 무자비한 악의 앞에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진 '개츠비'의 깊고 은밀했던 광상곡이 모두 끝나버린다. 말다툼 끝에 흥분한 '데이지'는 다시 '개츠비'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자신의 차 쿠페를 몰고 '톰'과 '캐러웨이', '조던'이 뒤따라 간다.

한편 아내에게 붙잡혀 살던 정비소 '윌슨'은 아내 '머틀'의 부정을 알게 되자 그녀의 거짓에 분노하다 못해 심하게 앓는다. 치열한 부부 싸움 끝, 길가로 달려든'머틀'은 뺑소니차에 치여 즉사를 한다. 그 시각 현장 근처에 있던 '톰'은 사고 차량이 '개츠비'의 차였음을 알게 된다.

'캐러웨이'는 '톰'의 집 근처에서 남편과 '데이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며 배회하는 '개츠비'를 보게 되고, 사망 사고를 낸 '개츠비'의 차량을 운전한 것이 그가 아닌, 흥분해서 신경증 증세를 보였던 '데이지'였음을 알게 된다.

'개츠비'는 난생처음 알게 된 우아한 여자인 '데이지'를 몹시도 탐냈노라고 '캐러웨이'에게 고백을 한다. 그는 과거를 반복하겠다고, 그녀를 돌려놓겠다고, 그녀가 사랑한 것은 한순간도 '톰'이 아니라, 자신이었다고..

초가을로 접어드는 날, 풀장의 물을 빼겠다는 관리인이 제안을 듣고, '개츠비'는 놔두라고 한다. 아직 즐기지 못했노라고, 마지막 수영을.. 그리고 총소리가 들린다. 수영 장안에 '개츠비'는 죽어있고, 얼마 떨어진 곳에서 '윌슨' 역시 주검으로 발견이 된다.

그의 장례를 치러줄 장본인이 '캐러웨이'밖에 없다. '개츠비'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그 많던 파티의 참가자들도, 그와 동업을 하던 '울프심'도, 정작 '데이지' 부부는 연락도 안 되고, 조문 전보나 조화 한 바구니 보내오지 않는다. 그리고 늙고 초라한 '개츠비'의 아버지가 나타난다. '개츠비'의 성공과 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머리가 좋았던, 남다른 계획표를 만들어 자신의 삶을 꾸려갔던 어린 시절 '개츠비'를 추억하며 비가 내리는 날 초라한 장례식을 치른다.

끔찍한 살인사건의 결말은 '머틀'의 동생 '캐서린'이 자신의 언니가 평소 남편 '윌슨'과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는, 그리고 '윌슨'의 이웃이 평소 그가 아내를 의심했었다는 증언으로 '윌슨'이 비탄에 빠진 나머지 정신 착란을 일으킨 것으로 매듭지어진다.

날, '캐러웨이'는 몹시 흥분한 '윌슨'에게 '개츠비'의 이름과 그의 집을 알려준 이가, '톰'이었다는 고백을 그로부터 듣게 되는데, '윌슨'은 자기 아내의 정부가 '개츠비'였다고 알고 그에게 총을 쏘게 된 것이었고, '톰' 자신은 자신의 연적을 손쉽게 제거하게 된 것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그 차량의 운전자가 '데이지' 였음은 말하지 않는다.

'개츠비'가 자기 상상 속의 인물을 만들어내고 그 이미지에 끝까지 충실했던 것처럼, 그가 되돌리고 싶은 것이 사실은 '데이지'를 사랑하는 데 들어간 그 자신에 대한 어떤 관념이었을지도 모를, 과연 어리석은 건지 위대한 건지.. '캐리 웨이'의 시선은 모호한 '개츠비'를 경멸하다가 동정하다가 유대감을 갖게 되는 정서의 변화를 일으킨다. 그날 '데이지' 집 근처에서 서성이던 그를 향해, 나머지 사람 모두를 합친 것보다 '개츠비' 당신이 낫다는 외침을 했었다.

작품은 미국 문학의 영원한 기념비, 국보급의 작품이라는 평가도 있다. 1920년대의 미국의 상황을 가장 잘 묘사한 작품으로 그 이후 1930년대의 가장 미국적인 작품 '분노의 포도'도 떠오른다.

'피츠제럴드'는 실제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파혼당한 전력이 있다. 그 후 [낙원의 이쪽]이라는 작품을 통해 부와 명성을 얻자 당시 파혼 당했던 여인 '젤더'와 결혼에 성공을 하지만, 술에 탐닉하여 알코올중독자가 되고 40대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데이지' 속에 '젤더'와 '개츠비' 속에 '피츠제럴드'의 이미지가 있는 것이다.

'피츠 제럴드'는 돈을 벌기 위해 상업적인 단편을 많이 쓰게 되는 등, '개츠비'처럼 물질적 성공에 집착을 하는 삶을 살았다 한다. 작품의 주제가 남녀의 애정과 물질적 성공에 극한 된다는 비판을 들은 그는 젊음, 사랑, 재산.. 그것이 나의 소재이고, 내가 다루어야 할 전부라고 했다고...

스트 에그에 사는 '개츠비'가 밤마다 바다 건너 이스트 에그에 사는 '데이지'의 집 포구 쪽을 응시하는데,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캐러웨이'는 '개츠비'가 후춧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본다고 서술한다. 별들이 후춧가루같이 빛나는 밤에 그녀를 추억하는 그의 서정이, '개츠비'의 감성이 애틋하고 아름답기까지 해서 '위대한 개츠비'였음을,, '숭고한 개츠비'였음을 인정하고 싶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폭풍우가 거칠게 몰아치고 있었다. 밤에 잠을 잘 때면 너무나 기괴하고 환상적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시계가 세면대 위에서 째깍거리고 촉촉한 달빛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옷을 적시는 동안,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우주가 그의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피어났다. 매일 밤 그는 졸음이 몰려와 생생한 장면을 망각의 포옹으로 감쌀 때까지 새로운 환상을 계속 늘려 나갔다. 얼마 동안 이런 환상은 그의 상상력에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현실이 꿈처럼 비현실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충분한 암시요, 이 세상의 주춧돌이 요정의 날개 위에도 안전하게 세워질 수 있다는 약속이었던 것이다. 167-168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는 맑게 갠 날 아침에...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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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78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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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아 울프'는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를 통해 들었던 이름이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 내가 그 시를 외우던 시절,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가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동경을 하던 그 사람이다.

이 소설은 짧지만 난해 하다.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은 며칠, 이 책을 읽는 중, 다시 넘기기를 몇 번, 곱씹어 읽어야 했던 책. 바로 그녀가 시도한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는 전개 방식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은은 1910년대에서 1920년대 영국 문학에 있어서의 소설의 실험적 방법이라는데 본래 심리학에서 나온 용어로, 감각이나, 상념, 기억 연상 등이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인위적인 장치 없이 인간의 정신에서 나오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라 한다. 과거의 생각, 경험, 느낌 등을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가는 것으로 내적 독백의 서술적 기법이다. '버지니아 울프'외에도 다른 작가들, 우리나라에서도 몇 작가들이 이런 기법으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인공 '댈러웨이 부인'과 그녀의 주변 인물들이 각자 의식의 흐름대로 독백을 한다. 뒤죽박죽, 불쑥 끼어드는 독백들의 경계가 모호해서 읽은 부분을 다시 들춰내기를 몇 번, 중반부 이후 이 맥락에 적응이 되기 까지는 헤매야 했음을 인정한다. 역자 후기에 '버지니아 울프'는 난해한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하니, 그녀의 '자기만의 방'에도 들였던 눈독에 서서히 힘을 풀고 있다.

'댈러웨이 부인', '클러리 서'라는 52세의 여자로 삶을 사랑하는 여자이다. 관리가 잘 된 외모의 소유자이고, 부유한 집안 출신이며 정치가로 성공한 남편 '리처드'와 10대의 딸 '엘리자베스'가 있다. 장갑과 꽃과 런던의 거리 걷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이웃의 표현으로는 새 같은 여자이고, 완두 콩처럼 호리호리한 여인이다.

그녀는 젊은 사람들과 젊음을 좋아해서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에게는 젊은 시절 몹시도 사랑했던 '피터 윌쉬'와의 추억이 있다. 개성 있는 '피터 윌쉬'와 열정적인 사랑을 했지만, 결혼은 안정적인 '리처드'와 하였으며,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의 남편을 사랑하고 지금의 삶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

아쉬움이라는 것,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연민이라는 것도 어쩌면 지금의 삶이 주는 윤택함의 일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종의 사치 같은ᆢ치열한 생을 사는 사람은 그런 낭만에 절대 빠질 수 없음을 안다. 그리고 그 아쉬움이란 것도 실은 지금쯤 나이에 돌이켜 보니 거의 잊혀 가는(하지만 잊지는 않을..) 그 사람보다도 그녀의 그 나이, 그 젊음에 대한 회한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된다.

파티를 좋아하는 그녀가 자신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꽂을 꽃을 사러 가면서 파티를 여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이다. 끊임없이 파티를 열고 무의미한 말들을 나누고, 생각과 다른 말을 하며, 예리한 지성을 무디게 하고, 분별력을 잃어가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클러리 서' ..

수상도 오기로 한 그 파티를 준비하는 바쁜 하녀들을 대신해 자신의 드레스를 바느질하는 사이, 옛 애인 '피터윌쉬'가 인도에서 돌아와 그녀 집에 들른다. 그는 인도의 여인과 결혼했다가 헤어지고 인도 육군 소령의 부인인 유부녀 '데이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그녀에게 고백을 한다.

혼을 해서도 약간의 자유와 독립적인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클러리서' 는 '피터'와의 결혼은 모든 것을 공유할 수밖에 없음을, 그는 그녀를 안주인으로 만들려 할 것임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지금 '리처드'는 정치가로서, 일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라 그녀에게 그런 자유가 허락되는 그와의 삶을 만족해한다. 감수성이 풍부한 '피터 윌쉬'는 그녀 '클러리서'의 감정이 모두 표면적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그녀는 매우 날카롭지만, 지극히 여성스럽고, 어디에 있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파티가 시작되고, 수상이 도착하고, 인도에서 돌아온 '피터 윌쉬'와 친구 '샐리', 그리고 동양적인 눈을 가진 '클러리서'의 딸 '엘리자베스'는 이제 막 사교계에 입문하는 어엿한 숙녀로 자리한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어느 젊은이의 자살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 젊은이 '샙티머스'는 전쟁에서 살아 돌아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셉티 머스 워렌 스미스'는 워털루 거리에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강의를 하는 '이사벨 폴'양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 영국을 구하기 위해서 프랑스 전장으로 향한다. 여러 전투를 치르고 종전을 앞둔 동료 '에번스'의 죽음도 개의치 않고 기쁨에 차있던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하숙집에서 막내딸 '루크 레지아'와 약혼을 하는데 이미 신경증세를 보여왔다. 스스로 세상 끝을 방황하는 사람, 버림받은 자라고 여겨지는 그에게 의사들은 균형감각을 잃은 것뿐이라며 치료를 하겠다고 들락거리지만,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지는 못한다. 아내와 자식을 생산하지도 않으려 들고,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다가 목숨을 끊는다.

'클러리 서'라는 윤택한 삶을 살고, 그 삶을 최대한 즐기고 있지만 끊임없는 자의식에 시달린다. 병을 호되게 앓은 이후에도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않았지만 나이 듦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고 외롭기도 하다. 그녀가 보게 되는 이웃집의 고독한 노인과 못생긴 육체의 소유자 '킬먼'양, 불안한 '셉티 머스', 무모한 사랑에 도전하는 '피터 윌쉬' ..

'버지니아 울프'는 그 시절 여자에게는 학교 교육이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정식적인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문학평론가인 아버지 덕에 책을 가까이하며 지적인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어머니는 바쁘고, 또 일찍 사망한다. 어려서 정신 질환 증세를 보일 정도로 예민했던 그녀는 의붓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기억이 평생 그녀의 여성성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한다.

그녀는 전쟁에 대한 충격과, 정신질환의 증세를 비관해 59세의 나이에 강물에 투신한다. 이 책의 등장인물 '클러리서'를 비롯한 '리처드', '피터윌쉬등'이 50대 초,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것과 버지니아의 오십 대 생의 마감을 정리하면서, 그녀의 여성관, 결혼관, 죽음에 대한, 그리고 그런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표지 그림... 새 같고, 완두콩 같다는 그녀를, 여전히 우아하다는 그녀를 묘사했으면서 표지는 이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의 몫이 어떻게 베어져 나가는지를, 젊은 시절처럼 존재의 색채와 짠맛과 생기를 처지게 하고 흡수함으로써, 그녀가 방에 들어서면 가득 차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남은 여유가 얼마나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지를 읽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실의 문지방을 넘는 순간, 잠시 머뭇거리면서 그녀는 자주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절묘한 느낌에 휩싸였다. 잠수부가 발밑의 바다가 시커멓게 변했다가 다시 밝아지는 것을 보며 뛰어들지 못하고 망설이게 하는 그런 느낌말이다. 부술 듯 위협하는 파도는 바다 표면을 부드럽게 가르고, 굽이쳐 올랐다가 진주를 품고 있는 잡초를 휩쓸고 지나간다. 52

늙는다는 것이 가져다주는 보상은 바로 이거야. 열정은 변함없이 뜨겁지만, 존재에 최고의 맛을 더하는 힘을 얻었다는 것----마침내. 경험을 간직하고 있다가, 천천히 겉으로 꺼내 빛을 발하게 하는 힘 말이다. 129

- 사람들에겐 존엄성이 있다. 고독이 있다. 심지어 남편과 아내 사이에도 깊은 강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190



- 이제 오십이 지나서 약간의 온화한 분위기가, 수년간의 자기희생으로 정화되어 고귀한 무언가가 내면에서부터 빛나기 시작했다.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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