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회상은 프랑스 유학 출신으로 자기 집안의 친구이기도 했던 '마마지'라는 아저씨에게 수영을 배우는 일부터 시작된다. 수영 이야기만 끊임없이 하는 수영 챔피언이었던 '마마지'는 파리에서 가장 뛰어난 수영장의 이름을 따서 '피신 몰리토 파텔'이라는 소년의 이름이 탄생한다.
인도 '폰디 체리'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이 소년에게 동물원은 지상낙원이자, 예외도 있지만 온갖 동물들의 환대와 친근함으로 왕자 같은 삶을 산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소변을 본다'는 뜻으로 잘못 발음 될 수 있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그래서 어느 날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π(3.14)라고 말한다. '파이 파텔'은 자신에게 노랫가락처럼 들릴 만큼 자신이 지은 별명이자 이름에 만족한다.
바로 위에 '라비' 형이 있는데, 맨날 자신을 놀려 대지만, 운동선수로서 학교에서 인기도 많다. '폰디 체리'의 유지인 아버지는 동물원 사업을 하기 전엔 호텔도 경영했었다. '파이 파텔'은 활동적인 공산주의자이자 생물 선생인 '쿠마르'와 이슬람 신비주의자 수피인 '쿠마르'씨를 좋아하게 되는데 이름이 같은 이 두 사람은 그가 인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선지가 같은 존재이다. 훗날 그가 종교학과 동물학을 전공하게 되는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학교 가는 길마다 동물들의 배웅을 받고, 귀가 시마다 환대를 받는 그는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모두 좋아하게 되고 세 종교의 예배 모두를 본다. 그 지역에서 각각 그 종교의 대표적인 현자들을 찾아가고 질문하고, 어울려 지내는데, 어느 날 부모님과 산책 중 공교롭게도 그와 영적 교감을 나누던 세 인물들과 맞닥뜨린다. 당황해하는 현자들과 부모님께 그는 "간디께서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단지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라며 말한다.
그리고 점점 종교적인 열의에 사로잡힌다. 부모께 고백하기를 '나는 세례도 받고 싶고, 기도 카펫도 갖고 싶다'고..
1970년대 중반의 인도는 혼란기였다. 자유가 통제당하자 아버지는 가족의 캐나다 이주를 결심한다. 1977년 많은 동물들을 정리하고, 일부만 함께 일본 화물선 '침충'호에 오른다. 7.2일 침충호는 빠르게 침몰하였고, '파이 파텔'만이 선원들에 의해 구명보트에 던져진다.
태평양 한가운데, 고아가 되어, 얼룩말과 점박이 하이에나, 오랑우탄(이름이 '오렌지 주스'), 벵골호랑이(이름이 '리처드 파커', .아버지가 동물원에서 가장 조심하라고 경고를 주었던).
구명보트 아래는 상어들이 날뛰고, 쥐, 파리. 바퀴들과 공생하게 되는데, 얼룩말과 '오렌지주스'는 배고픈 하이에나에게 처참한 최후를 맞고, 하이에나는 포효하는 거구 '리처드 파커'에게 처참하게 뜯긴다.
배고프고 아프고 지치고 공포에 떨던 '파이 파텔'은 '리처드 파커'가 배가 고파서 자신에게 덤벼들리라는 공포 때문에, 눈물을 거두고 버티려는 의지가 강해진다. 그리고 생존 지침서를 만 번 이 넘게 보면서 증류수를 만들고, 바다거북이를 비롯한 물고기들을 사냥해서 '리처드 파커'에게 바친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지내던 어느날 '리처드 파커'에게서 '프루스텐'을 발견한다. '프루스텐'은 호랑이가 내는 가장 조용한 소리로 다정함과 해를 끼칠 의도가 없음을 나타내는 콧바람 같은 소리이다.
놀라고 감동한 '파이 파텔'은 절망을 껴안은 채 혼자 남겨지기 보다 삶의 의지를 갖게 해주는 호랑이를 조련해보려는 마음이 들게 된다. 추위, 배고픔, 갈증, 폭풍우, 천둥 번개를 만나면서도 고래와 친구가 되고, 낚시도 늘고, 물고기 사냥 솜씨와 함께 그것의 부위를 생으로 요긴하게 먹을 수 있도록 칼질도 는다.
멀리서 커다란 유조선이 다가와 희망을 품어보지만, 덩치 작은 구명보트가 그 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비껴가고, 지치고 병들어 절망한 '파이 파텔'은 '리처드 파커'와 자신이 죽어갈 수밖에 없노라는 희망의 끈을 놓아버릴 즈음, 꿈속에서 '리처드 파커'와 대화를 하고, 자신의 눈이 멀게 된 사이, 그들의 보트에 접근해 온 프랑스인 맹인을 자신의 배로 끌어들여 '리처드 파커'에게 먹이로 주고, 자신도 인육을 먹는다. 그런 처지에 눈물을 쏟게 되고 파이 파텔의 눈은 차츰 시력을 회복한다.
비로소 원기를 회복한 두 친구는 어느 날
섬에 닿게 되는데, 물도 해초도 풍부했던 그곳이, 오랜만에 육지에 발을 디뎌 제대로 걷게 되기까지도 연습이 필요했던 '리처드 파커'와 '파이 파텔'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 섬에 사는 수많은 미어캣들이 '파이'에겐 친구가 되고, '리처드 파커'에겐 먹이가되었는데 섬에 있는 어떤 나무의 이상한 열매들의 소름 끼치는 정체를 보고, 밤이면 해초가 산성으로 변해서 모두 죽어버리는 식충 섬이었음을 알게 된다.
영원한 휴식이 되길 원했으나 잠시의 휴식밖에 될 수 없던 그 섬을 떠나 다시 표류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마침내 멕시코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되는데 '리처드 파커'는 눈짓 한번 던지지 않고 바로 밀림으로 사라져버리고 '파이 파텔'은 병원 치료와 양자 입양이 되도록 후원도 받고, 보험금도 받게 된다.
일본 해양부 직원이 병실로 찾아와 '파이 파텔'로부터 그간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믿을 수 없다고만 하자, 동물이 없는 더 잔인한 생존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준다.
선택을 하라고.. 근데 읽기도 상상하기 조차 불편한 이야기 이긴하다.
16세의 책벌레이자, 신앙심 깊은 이 소년은 7개월 (223일)을 태평양 한가운데서 구명보트와 뗏목이란 공간 안에서, 맹수 벵골호랑이와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생존을 위해 버텨서 살아냈다. 고독하고 절망스런 시간을 보내며 두 존재에게는 우정 같은 것도 싹이 트고 그런 삶 속에서도 신을 원망하지 않고 여전히 사랑한다. 그 소년은 매일 바쁘게 지낸 것이 생존의 열쇠였다면서 일기 쓰고, 혼자만의 미사를 올리고, 힌두교식 제사를 지내고, 알라신에게 예배를 하면서 물고기를 잡고, 맹수 호랑이와 머리싸움을 벌이면서, 때로는 조련을 하면서..그리고 그가 버틴 또하나가 바로 공포의 존재, 고독, 배고픔, 바다, 조난 보다도 눈앞의 맹수였다는 것.
지치고 지친 '파이'가 모든 희망들을 포기하게 되자, 권태와 공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구조보다도 책 한 권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고 한다. 절대 끝이 나지 않는 책, 읽고 또 읽어도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모르던 것을 얻을 수 있는 책.
책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얼마나 큰것들을 견디고 버틸수 있게 해주는 지는 아는 사람만 알터..
소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고,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일단 재미있다. 무인도 등에서 표류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책 중 가장 잘 읽히고, 단연 으뜸이 아닌가 싶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