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는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를 통해 들었던 이름이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 내가 그 시를 외우던 시절,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가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동경을 하던 그 사람이다.
이 소설은 짧지만 난해 하다.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은 며칠, 이 책을 읽는 중, 다시 넘기기를 몇 번, 곱씹어 읽어야 했던 책. 바로 그녀가 시도한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는 전개 방식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은은 1910년대에서 1920년대 영국 문학에 있어서의 소설의 실험적 방법이라는데 본래 심리학에서 나온 용어로, 감각이나, 상념, 기억 연상 등이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인위적인 장치 없이 인간의 정신에서 나오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라 한다. 과거의 생각, 경험, 느낌 등을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가는 것으로 내적 독백의 서술적 기법이다. '버지니아 울프'외에도 다른 작가들, 우리나라에서도 몇 작가들이 이런 기법으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주인공 '댈러웨이 부인'과 그녀의 주변 인물들이 각자 의식의 흐름대로 독백을 한다. 뒤죽박죽, 불쑥 끼어드는 독백들의 경계가 모호해서 읽은 부분을 다시 들춰내기를 몇 번, 중반부 이후 이 맥락에 적응이 되기 까지는 헤매야 했음을 인정한다. 역자 후기에 '버지니아 울프'는 난해한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하니, 그녀의 '자기만의 방'에도 들였던 눈독에 서서히 힘을 풀고 있다.
'댈러웨이 부인', '클러리 서'라는 52세의 여자로 삶을 사랑하는 여자이다. 관리가 잘 된 외모의 소유자이고, 부유한 집안 출신이며 정치가로 성공한 남편 '리처드'와 10대의 딸 '엘리자베스'가 있다. 장갑과 꽃과 런던의 거리 걷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이웃의 표현으로는 새 같은 여자이고, 완두 콩처럼 호리호리한 여인이다.
그녀는 젊은 사람들과 젊음을 좋아해서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에게는 젊은 시절 몹시도 사랑했던 '피터 윌쉬'와의 추억이 있다. 개성 있는 '피터 윌쉬'와 열정적인 사랑을 했지만, 결혼은 안정적인 '리처드'와 하였으며,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의 남편을 사랑하고 지금의 삶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
그 아쉬움이라는 것,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연민이라는 것도 어쩌면 지금의 삶이 주는 윤택함의 일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종의 사치 같은ᆢ치열한 생을 사는 사람은 그런 낭만에 절대 빠질 수 없음을 안다. 그리고 그 아쉬움이란 것도 실은 지금쯤 나이에 돌이켜 보니 거의 잊혀 가는(하지만 잊지는 않을..) 그 사람보다도 그녀의 그 나이, 그 젊음에 대한 회한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된다.
파티를 좋아하는 그녀가 자신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꽂을 꽃을 사러 가면서 파티를 여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이다. 끊임없이 파티를 열고 무의미한 말들을 나누고, 생각과 다른 말을 하며, 예리한 지성을 무디게 하고, 분별력을 잃어가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클러리 서' ..
수상도 오기로 한 그 파티를 준비하는 바쁜 하녀들을 대신해 자신의 드레스를 바느질하는 사이, 옛 애인 '피터윌쉬'가 인도에서 돌아와 그녀 집에 들른다. 그는 인도의 여인과 결혼했다가 헤어지고 인도 육군 소령의 부인인 유부녀 '데이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그녀에게 고백을 한다.
결혼을 해서도 약간의 자유와 독립적인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클러리서' 는 '피터'와의 결혼은 모든 것을 공유할 수밖에 없음을, 그는 그녀를 안주인으로 만들려 할 것임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지금 '리처드'는 정치가로서, 일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라 그녀에게 그런 자유가 허락되는 그와의 삶을 만족해한다. 감수성이 풍부한 '피터 윌쉬'는 그녀 '클러리서'의 감정이 모두 표면적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그녀는 매우 날카롭지만, 지극히 여성스럽고, 어디에 있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파티가 시작되고, 수상이 도착하고, 인도에서 돌아온 '피터 윌쉬'와 친구 '샐리', 그리고 동양적인 눈을 가진 '클러리서'의 딸 '엘리자베스'는 이제 막 사교계에 입문하는 어엿한 숙녀로 자리한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어느 젊은이의 자살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 젊은이 '샙티머스'는 전쟁에서 살아 돌아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셉티 머스 워렌 스미스'는 워털루 거리에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강의를 하는 '이사벨 폴'양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 영국을 구하기 위해서 프랑스 전장으로 향한다. 여러 전투를 치르고 종전을 앞둔 동료 '에번스'의 죽음도 개의치 않고 기쁨에 차있던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하숙집에서 막내딸 '루크 레지아'와 약혼을 하는데 이미 신경증세를 보여왔다. 스스로 세상 끝을 방황하는 사람, 버림받은 자라고 여겨지는 그에게 의사들은 균형감각을 잃은 것뿐이라며 치료를 하겠다고 들락거리지만,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지는 못한다. 아내와 자식을 생산하지도 않으려 들고,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다가 목숨을 끊는다.
'클러리 서'라는 윤택한 삶을 살고, 그 삶을 최대한 즐기고 있지만 끊임없는 자의식에 시달린다. 병을 호되게 앓은 이후에도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않았지만 나이 듦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고 외롭기도 하다. 그녀가 보게 되는 이웃집의 고독한 노인과 못생긴 육체의 소유자 '킬먼'양, 불안한 '셉티 머스', 무모한 사랑에 도전하는 '피터 윌쉬' ..
'버지니아 울프'는 그 시절 여자에게는 학교 교육이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정식적인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문학평론가인 아버지 덕에 책을 가까이하며 지적인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어머니는 바쁘고, 또 일찍 사망한다. 어려서 정신 질환 증세를 보일 정도로 예민했던 그녀는 의붓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기억이 평생 그녀의 여성성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한다.
그녀는 전쟁에 대한 충격과, 정신질환의 증세를 비관해 59세의 나이에 강물에 투신한다. 이 책의 등장인물 '클러리서'를 비롯한 '리처드', '피터윌쉬등'이 50대 초,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것과 버지니아의 오십 대 생의 마감을 정리하면서, 그녀의 여성관, 결혼관, 죽음에 대한, 그리고 그런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표지 그림... 새 같고, 완두콩 같다는 그녀를, 여전히 우아하다는 그녀를 묘사했으면서 표지는 이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