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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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국민작가 '소세키'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원래는 단편으로 출간됐는데 반응이 너무도 좋아서 장편의 분량으로 연재하게 되었다는 이 책은 '열린책들' 판으로 구입했다가 안 그래도 두꺼운 책의 글자 간 간격이 너무도 피곤한 나열이라 되팔고, '현암사' 판으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두 권의 분량을 한 권으로 들고 다니려니, 북파우치에도 끼이고, 들고 읽기에도 무거웠다.

러나 내용은 참으로 재미나다.

이름도 없고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도둑고양이 출신의 고양이 한 마리가 선생 '구샤미'집에 기거하면서 주인만큼 무료한 시간을 주인과 주인의 가족, 그리고 주인의 서재에 드나드는 인간들을 관찰하며 지낸다.

주인 '구샤미'는 신경성 위염을 앓고 있는 중학교 영어 선생이다. 소극적이고, 무기력하고 무능하기도 하고 암튼 약아빠지지 못한 위인이다.

료한 시간, 서재에 틀어박혀 사생도 하고, 수채화도 그리지만 영 소질이 없는 주인의 생활 습관, 취향, 취미, 허세를 면밀하게 관찰해내는 이 고양이는 주인의 일기도 엿보고 독심술도 터득하여 그의 마음도 읽는다. 아니 아예 인간을 연구하는 것같다.

이웃집에 사는 고양이들과 교류하기도 하는데, 그 고양이들이 주인의 품위나 직업에 따라 성향이 다르기도 하다. 학자의 집에 사는 이 고양이는 일반 고양이와는 다르다고, 고양이로서의 진화 단계 중 최고의 단계에 도달했다고 스스로 자부하며 두뇌의 발달도 중3 학생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매우 유식하고 사색적인 고양이다. 자기가 면도만 잘하면 인간의 얼굴이 될 수도 있다고 착각하며 그만큼 인간에 가깝다고 느끼는 발칙하고도 당돌한 면이 있다.

미모의 고양이 '얼룩이'에게 반하지만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다.

책의 시대적 배경은 러일 전쟁에서의 이어지는 승전보에 한껏 고양된 사회로 일본인들은 스스로를 '대국민'이라 여기고 서구적인 것을 부러워하고 수용하기를 앞다투던 때이다. '구샤미'의 서재에 드나드는 공부 꾀나 한 벗들(미학자, 이학자, 철학자 등)과 평범한 소재로 말장난같이 나누는 대화가, 그 대화를 풍자하는 고양이의 관점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구문물과 가치의 수용에 무기력한 지식인, 약삭빠르게 대처하는 사업가, 허풍쟁이 추종자 등이 있지만 '구샤미'는 뭐든 까다롭게 해석하는 구식의 사람이다.

학생들에게도 놀림을 당하고 선생질도 재미없어 하지만, 사업가 따위는 천박하다고 무시하며 쓸데없는 것에 고집불통으로 아내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벗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융통성 없고, 순수하고 맹한 고집쟁이인 그는 그 시대의 요즘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구샤미'와 그의 벗들, 인간들을 맘껏 우롱하던 고양이는 맥주를 마시고, 기분 좋게 취해서는 독에 빠져 죽게 된다. 어이없는 죽음에 웃음도 날법하지만, 살려는 발버둥 없이 태평함의 경지에 이르러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는 고상한 최후를 맞이한다.

인간을 관찰하는 고양이에게 반했는데, 결국엔 고양이를 관찰한 인간 '소세키'에게 반해 버렸다. 책의 주인공 '구샤미'처럼 영어교사로 있었던 '소세키'는 고양이의 눈을 빌어 자기의 찌질하고도 나약한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구샤미'에 투영시켰다고 보여진다.

110년도 더 된 책인데, 그리고 니힐리즘과 탐미주의로 점철된 일본 문학인데, 그리하여 읽을 때 또 긴 호흡이 필요한 것인데... 그런 염려와 긴장이 전혀 필요 없는 재미있고 밝은 독서였다.

'도련님', '마음'에 이어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일본 근대문학의 정수라 일컫는 '소세키'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다.

* 일본의 문호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중산층 사람들의 인생을 가장 면밀하게 검증한다고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세상 이치를 알게 된다. 세상 이치를 알게 된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나날이 위험이 많아져 방심할 수 없게 된다. 교활해지는 것도 비열해지는 것도, 표리 두 겹으로 된 호신용 옷을 걸치는 것도 모두 세상 이치를 아는 결과이며, 세상 이치를 안다는 것은 결국 나이를 먹는 죗값이다. 노인 중에 변변한 자가 없다는 것도 같은 이치다. 250-251

휴식은 만물이 하늘에 마땅히 요구해야 할 권리다. 이 세상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움직이는 자는 그의 무를 다하기 우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가령 신이 있어 너희는 일하기 위해 태어났지 잠자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는 그 말씀대로 일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므로 일하기 위해 휴식을 원하는 거라고. 257

그 이유를 물어도 아무 대답도 못한다. 단지 서양인이 입으니까 입는다고 할 뿐이다. 서양인은 강하니까 무리해서라도, 바보 같긴 행도 흉내 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것일게다. 긴 것에는 감겨라, 감한 것에는 굽혀라, 무거운 것에는 눌려라, 이런 명령을 다 따라 하는 것은 촌스러운 일이 아닌가. 촌스럽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제발 부탁이니 일본인을 훌륭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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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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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원제목은 '살아간다는 것은' .. 한국 출판본은 '인생' ..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두 제목 다 위대한 제목... 현실에서의 '살아간다는 것'과 '인생' 자체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

가볍게 접근했다가 삶의 위대함에 쓸쓸하기도, 숭고해지기도, 거룩해지기도 한 그러한 상태..

화자인 '나'가 촌에서 민요를 수집하는 직업을 갖고 농촌을 떠돌다 만난 '푸구이'란 노인에게 들은 그의 인생 이야기..

격정의 중국 현대사 속에 던져진 한 인간을 통한 종단연구 같기도 한..

씨 집안 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도련님 '푸구이'가 젊은 시절 기생과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를 잃고, 아름답고 현명한 아내도 장인이 데려가고, 병든 어머니와 딸을 데리고 농부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아들을 낳고 돌아온 아내 '자전'과 함께 살림을 꾸리려 하다가는 어이없는 상황에 떠밀려 군대에 끌려간다.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딸 '펑샤'는 열병에 귀가 멀고, 벙어리가 되어있다. 고된 노동과 가난으로 버티는 삶 중 아들 '유칭'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딸 '펑샤'를 남의 집 더부살이로 보냈다가는 견딜 수 없어 데려오고, 아들 '유칭'은 양을 키우며 학교생활을 한다.

에게 줄 먹이를 뜯어 나르느라 단련이 돼서 달리기 능력이 탁월하지만 운동선수로 키우기를 원하지 않는 아버지 '푸구이'로 인해 평범한 삶을 살던 '유칭'은 어느 날 헌혈을 하다가 어이없이 죽게 되고, 아내 '자전'은 구루병이 걸리고 몸 져 눕는다.

벙어리 딸 '펑샤'는 처녀가 되면서 자전을 닮아 예쁘고 똑똑하지만 마땅한 혼처가 없어 고민하던 중 고개가 비뚤어진, 성 안에서 운수업에 종사하는 '얼시'와 결혼을 하게 된다. 말은 없지만 아내 '펑샤'를 사랑하고 성실한 '얼시'를 사위로 맞아서 두 부부는 잠시 행복하지만, '펑샤'가 아들 '쿠건'을 낳다가 죽고, 아내 '자전'도 곧 죽는다. '쿠건'을 등에 업고 일을 하던 '얼시'와 '푸구이'는 자주 왕래를 하지만, '얼시' 역시 어이없이 죽고 손자 '쿠건'도 죽어버린다.

이없는 역사의 전개 만큼이나, 어이없는 인생 속, 어이없는 죽음의 연속이다.

가족 모두를 잃고 늙은 소와 함께 벗이 되어서 일하며 지내는 '푸구이'는 가족 모두를 먼저 보냈지만 자신이 묻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여기며 황혼의 인생을 바라본다. 그가 말하는 삶, 그리고 죽음, 그래서 인생..

음엔 그저 노인의 신세타령인 줄 알았고, 젊은 '푸구이'의 방황 이야기 중에는 밑도 끝도 없는 망나니질에 어이가 없었으나 이야기 속, 대부분 삶이 참 어이없이 흘러간다.

~~ 가~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이런 '푸구이'의 표현이 딱 맞는..

산당이 득세 시에는 지주들이 죽임을 당하고, 그래서 도박으로 모두 날린 '푸구이'는 지주가 아닌 빈농이기에 밥도 얻어먹고 토지개혁으로 땅도 분배를 받으나 다시 가난이 닥치고 국공 내전에서 인연을 쌓았던 '춘성'이 간부가 되지만 그 가족에게 헌혈을 하던 아들 '유칭'이 죽고, 문화대혁명 시기에 '춘성'도 주자파로 몰려 결국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모두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다. 알 수 없는 인생..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가까운 사람들을 잃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혼자 남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주변의 어르신들이 새삼 다르게 보여진다.

고통의 파고를 몇 개쯤 넘고 나야, 건방도 위선도 독단의 힘도 모두 빼고, 푸구이처럼 황혼을 위트 가득, 자조 가득, 자족 가득 바라볼 수 있을는지..

아~ 인생은 어쩜 고통으로 이루어진 속 작게 빛나는 위안들을 착각으로 버티고 있는건 아닌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충분하게 숙고하는 한 해가 될듯하다. 재밌는 책이지만 마음은 ..

내 한평생을 돌이켜 보면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지. 아버지는 내가 가문을 빛내기를 바라셨지만, 당신은 사람을 잘못 보신 게야. 나는 말일세,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라네. 젊었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살았고, 그 뒤로는 점점 볼품 없어졌지.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하네, 내 주변 사람들을 보게나, 룽얼과 춘성, 그들은 한바탕 위세를 떨치기는 했지만 제 명에 못 죽었지 않은가.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아옹다옹해봐야 자기 목숨이나 내놓게 될 뿐이라네. 나를 보게나, 말로 하자면 점점 꼴이 우스워졌지만 명줄은 또 얼마나 질기냔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가 죽으면 또 하나가 죽고 그렇게 다 떠나갔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278-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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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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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과 그가 예측하거나 혹은 희망하는 후보자 및 작품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블로거 이웃님의 소개로 읽게 된 작품이다. '뭇 산들의 꼭대기' 이후 관심을 갖게 된 중국 소설 중 세 번째 작품, 세 번째 작가이다. 모옌, 위화, 옌레커, 류전, 츠쯔젠 등이 우리나라에 좀 알려진 작가들이라고하는데. '모옌의 개구리'와 '위화의 인생'도 책장에 대기중이다.

'옌레커'는 중국 문단의 이단아로서 시대와 불화하는 작가라고 불린다 한다. 나름 반역의 글쓰기를 통해 중국 문단의 실천적 목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이 책은 신처럼 여겨지는 '마오쩌뚱'에 대한 모욕으로 2005년 발간 당시 많은 부분을 삭제하고 출판되었음에도 긴급명령으로 인해 책 전부를 회수하는 금서 조치도 있었다고 한다.

28세의 '우다왕'은 중졸, 농촌 출신으로 사단장 집에서 취사를 담당하는 고참 공무 분대장이다. 그는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를 도와 생계를 이어가다가 병든 어머니가 자신이 죽으면 상복 입은 며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자신에게 호감을 가졌던 인민공사 회계담당자였던 '자오'씨의 딸과 결혼을 결심한다.

'자오'씨는 그를 군에 입대시키고 당에 입당하여 공을 세우고 간부로 발탁되어야 딸을 내주겠다고 한다. 어머니가 위독해지자 다시 '자오'를 찾은 '우다왕'은 그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각서를 쓰고 결혼을 한다. 뜻한 바가 이루어지자 미소를 머금고 죽은 어머니와 아내를 뒤로하고 부대로 돌아온 '우다왕'은 특유의 성실함과 충직함으로 열심히 공을 세우려 하지만 입당도 하지 못한 채 절망한다. 그러나 지도원의 눈에 띄도록 노력한 덕분에 취사 분대 부분대장으로 임명됐다가 사단장의 사택으로 전출된다. 사단장은 혁명정부의 위대한 군인으로서 부지런하고 혁신적인 일꾼이다. 오십이 넘은 그에게는 17-8세 연하의 꽃다운 부인 '류렌'이있는데 그녀는 사단 군 병원의 간호사 출신으로, 결혼 이후 출근하지 않고 5년 동안 사택의 안주인으로 지내고 있다.

그런 그녀가 식사시간이나 마당에서 채소를 뜯는 '우다왕'에게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내는 사실을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식탁에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나무팻말이 놓여있는데 사단장이 중요한 회의 참석차 두달간 베이징으로 간 이후 '우다왕'과 식사를 마친 '류렌'이 그에게 "이 나무 팻말이 원래 있던 자리에 없으면 자기가 볼일이 있어 우다왕을 찾는다는 뜻으로 알고 그녀가 기거하는 2층으로 올라오라"고 명령을 한다.

녀의 대담하고도 노골적인 유혹 앞에서 실랑이 끝, 두려움을 느낀 '우다왕'은 부대로 피신을 했는데 지도원이 '류렌'에게 전화가 왔었다며 '충실하게 근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사관 교체를 요구한다며 '사단장의 가정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명령에 충실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사택으로 돌아온 '우다왕'은 아름다운 얼굴, 세련되고 고혹적인 몸매의 '류렌'을 보며 기회를 얻고자 그녀의 유혹을 받아들인다.

'류렌'의 남편 사단장은 남자로서의 삶을 살수 없는 사람으로 전처와도 그 이유로 이혼한 이후, '류렌'이 마음에 들어 결혼하지만, 자신의 그러함을 눈물로 고백하고 보통사람과 다른 부부의 삶을 산다. '우다왕'은 장인에게 서약하고 결혼을 해서 아들도 낳았지만 사랑이 빠진 결혼생활에 신혼 초부터 혼인의 무의미함을 느꼈던 터라, 시도 때도 없이 팻말을 치워버리는 '류렌'에게 향하면서 두 달 동안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그들의 사랑행각은 점점더 대담해 지면서 비로소 성애에 눈뜬다.

그녀는 '우다왕'에게 진급도 시켜주고 그의 아내와 아들이 도시로 나와 살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한다.

야만적이고 원초적인 사랑의 행각에 지치고 피로를 느끼던 '우다왕'은 격정의 사랑 끝, '류렌'을 향한 알 수 없는 분노를 느끼기도 하는 데 '마오 주석'의 전신 석고상을 실수(류렌의 고의이기도 한)로 산산조각 낸 후 그녀와 누구의 사랑이 더 큰지를 내기하면서 '마오 주석'과 관련된 물품들을 파괴해 간다. 액자를 깨뜨리고, 쟁반을 깨고 초상화를 앞다투어 망가뜨리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하고, 지속될 수 없는 사랑 앞에 불안해하고,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괴로워 하던 끝, 사단장이 돌아오기로 한 전날, '류렌'은 임신한 것 같다는 고백을 하고는 '우다왕'에게 고향으로 내려가서 연락이 갈 때까지는 돌아오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다.

 

-중간 생략​-

레커의 남성다움이 느껴졌다. 남성작가다운 소설, 그리고 짓궂은 작가의 개입, 풍자와 해학, 특히나 해학이 넘친다는게 이런거구나 했던 ..그리구 매우 야하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색계'같은 반향을 일으킬수도 있겠다. 중국도 벌써 두명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옌레커 또한 후보로 주목된다는데 가까운 일본은 말할것도 없고, 우리나라의 소설가들을 생각해 본다. 일본은 패전국 딜레마, 중국은 문화혁명과 공산주의 딜레마, 우리도 만만찮은 일본식민지와 6.25전쟁, 그리고 휘황찬란한 근대민주화의 딜레마가 있는데 충분히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될 명확한 테마가 있는데도, 왜 주목받지를 못하는지 ....배가아프다.

 

 

- 소설은 삶의 많은 진실을 유일하게 대변한다. 그렇다면 소설의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기로 하자. 어떤 진실한 삶의 모습은 허구라는 교량을 통해서만 비로소 확실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15



- 그렇게 시간은 동쪽으로 흐르는 물처럼, 세월은 서쪽으로 지는 해처럼 조용히 흘러갔다. 23



사건의 결말은 이미 엄숙함에서 황당함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그 황당함의 정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고 우다왕의 상상도 넘어섰지만 여전히 질탕한 이야기 한가운데 있었다. 그때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위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어쩌면 특수한 정경속에서 바로 그 황당함 때문에 한 가지 진실을 실증해낼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황당하지 않고서는 오히려 허위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의 감정세계에서 황당함은 모든 일의 귀착점인지도 모른다. 황당한 결말이 있어야만 과정의 가치를 경험적으로 실증해낼 수 있다. 결말이 황당하지 않으면 그 핍진한 과정들은 아무리 그럴듯하다고 해도 결국에는 유희 같은 허상과 무의미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1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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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정전 - 루쉰의 소설 마리 아카데미 2
루쉰 지음, 조관희 옮김 / 마리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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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루쉰, 그는 1881년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중국의 혼란스러운 물결과 함께 집안의 몰락을 겪고 성장한다.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의학을 배우지만 영사기를 통해 중국인이 총살당하는 모습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던 중국인들을 보고 국민성 개조를 위해 문학이 필요하다고 느끼고는 학교를 그만둔다. 이후 문학잡지를 창간하는 등 신해혁명 이후에는 교육부 관리로 일하는 중에도 문예 운동 등을 통해 중국인의 정신을 뜯어고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여러 문학적인 시도를 한다.
  
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광인일기(중국 최초의 현대 소설)’나 아큐정전은 중국 현대 소설의 장을 여는 역사적 의의가 있는 짧은 소설이라 하겠다.
 
이 작품집에는 광인일기(1918)’, 쿵이지’,고향’, ‘아큐정전(1921)’, ‘복을 비는 제사’, ‘술집에서’, ‘하늘을 땜질하다’, ‘주검총 8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광인일기 - 저자와 친구인 모씨 형제 중 하나가 병을 앓았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했는데, 병을 앓았던 이는 형제 중 동생이고, 지금은 나아서 다른 지방의 관리를 하고 있으며, 병을 앓던 중에 썼던 일기를 전해 받고는 그가 앓았던 병명이 피해 망상증이라, 의학 연구의 자료로 제공한다면서 일기의 내용을 공개하는 형식이다.
형을 비롯한 다른 이들이 모두, 이웃이 기르는 개와, 어미 품에 안긴 어린애조차도 한 통속이 되어서 자신을 잡아먹을 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자의 일기 내용이 너무 터무니없어 우습기도 하지만 뭔가 울림을 준다.
 
쿵이지 - 술과 게으름을 일삼는 사람이 책을 훔치다가 걸려서 맨날 흠씬 두들겨 맞아 새로운 상처를 늘 달고 사는데 술집에서 사환으로 일하는 나의 눈에 비치는 그의 알 수 없는 행동들을 추측하고 소문으로 듣게 되는 내용이다.
 
고향 - 가족들을 데리고 아주 떠날 생각으로 20년 만에 귀향해서는 가사 정리 중에 만난 어릴 적 동무였던 머슴의 아들 룬투가, 도련님인 나와 함께 놀면서 새 사냥 등을 멋지게 하던 늠름한 그가 어느덧 다섯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나타나지만, 세파에 찌든 모습으로, 겨우겨우 삶을 살아가는 망가진 몰골을 보면서, 마냥 낭만적이던 유년시절의 영웅이었던 그, 그리고 고향, 옛집을 떠나오는 이야기이다.
 
아큐정전 이름도, 본적도, 살아온 내력도 분명치 않은 날품을 팔이 아큐는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거나 놀려 먹는 대상이다. 집도 없이 사당에 기거하면서 건달들의 놀림감이 되지만 나름 식견을 가지고 자존심 하나로 버티며 정신 승리법이라는 내공으로 당하되 당하지 않았다고 위로하며 살아간다. 나름 반사!~ 요법 같은.. 아큐는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애먼 화풀이를 했다가도 호되게 당하는 인간이다. 서로 변발을 부여잡고 싸우는 묘사가 웃음이 나온다. 젊은 비구니에게 분풀이를 하다가 마음이 '하늘하늘'해 짐을 느끼면서 비로소 늦은 나이에 이성이란 것에 눈을 뜨고, 나으리 댁 하녀를 희롱하다가 된통 당하지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혁명당원이 되고자 도모해 보다 엉뚱하게 몰려서 사형을 당한다. 한마디로 웃기는 사형수가 된다.
 
복을 비는 제사 -음력 세모를 앞두고 복을 비는 제사를 준비하는 친척 댁에 들른 나에게 죽어서도 영혼이 있느냐?, 지옥이 있느냐? 고 질문한 거지가 된 과부 하녀 샹린댁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기구한 삶과 중국의 결혼, 과부, 고된 삶, 여자의 일생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가슴 아픈 이야기
 
술집에서- 1년간 교사를 하던 옛 지방에 들른 내가 술집에서 우연히 동창이자 동료 교사였던 뤼웨이푸를 만나 그의 사연을 듣게 되는 이야기, 어릴 때 죽은 여동생의 무덤이 물에 잠겨서 이장해야 하는 일, 이미 시신의 흔적도 없어 흙을 퍼서 옮긴 일과 벨벳 리본을 갖고 싶어 했으나 마음의 병을 얻어 죽은 아순의 이야기, 중국의 대 혼란기 속 두 지성인의 주변 이야기 속 멀기만 한 개혁과 몽매한 사람들의 에피소드..
 
하늘을 땜질하다-
주검- 쥐도 못 잡는 나약한 소년이 검을 만들어 왕에게 바치고는 더 위대한 검을 만들까 두려운 왕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를 위해 복수 차 떠나서는 끓는 가마솥에서의 신비한 머리싸움이 잔인함에 앞서 흥미롭게 펼쳐진다.
  
가 개혁하고자 했던 중국인스러움.. 하나같이 무지몽매하고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다. 열심히 살아도 고생 끝의 낙이 없는 가여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술과 게으름, 도박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다.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의 믿음과 행실을 들여다보면서 당대 중국의 현실을 알게 된다. 루쉰의 고민이 공감되고 짠했던 내용들..
 
그리고 끝에 두 작품은 중국의 과거 신화를 모티브로 만든 소설이다. 중국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과장과 신비스러움.

* 애정하는 고전문학의 대부분이 유럽소설이고, 일본문학 역시 많이 기웃거리는 즈음에,, 중국의 소설들은 흔하지 않으나 일부러 찾아읽으려는 다짐을 해본다.
 

나는 저들이 더 이상 나 같지 않고, 모두에게 단절이 있지 않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또 저들이 하나가 된답시고 나처럼 고생하며 이곳저곳을 떠도는 생활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저들이 룬투처럼 고생하면서도 아무것도 못 느끼며 살아가지 않기를, 또 다른 사람들처럼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되는대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저들은 마땅이 새로운 삶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61

- 희망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룬투가 향로와 촛대를 달라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그는 여전히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데, 어느 세월에나 거기서 벗어나게 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는 희망이라는 것도 내 스스로 만들어낸 우상이 아닐까? 다만 그의 소망은 가까운 것이고, 내 소망은 아득히 먼 것일 뿐.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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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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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 연쇄성... 블로그 이웃의 리뷰를 보고, 그 책을 읽으며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기웃거리고, 내 리뷰를 본 이웃 블로거가 또 비슷한 소재나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추천해주고.. 그렇게 나의 독서에 대한 연쇄 반응은 점점 깊어지고 넓어져 간다.
 
그러다 만난 '온다 리쿠'
고전문학에 대한 취향이 생겨나면서 또 일본 문학에도 기웃거리게 되었는데 딱히 일본 문학이 좋다거나 일본 작가가 좋다거나~는 확실히 아니었음에도 꽤 많은 작가와 작품들을 접하게 되었다. 가끔은 일본 문학스런 것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올봄 '꿀벌과 천둥'에 흠뻑 빠져서 행복한 독서였음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 탓에 또 이웃님이 추천해 주신...'밤의 피크닉'
  
녀 '온다 리쿠'는 미스터리, 추리 분야에서 인정받는 작가로 공교롭게도 내가 읽은 이 두 권은 전혀 다른 장르이다. 그래서 아직 나는 그녀의 진면목은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인물 묘사, 심리묘사에 대해선 그리고 그 긴장감과 텐션에 대해선 늘 감동해 마지않는다.
 
이 책은 또 하나의 로드 소설이다.
일본의 한 고등학교 전교생 1200명 정도가 하얀 체육복을 입고 24시간 동안 걷게 되는 전통 있는 행사로 수학여행 대신 치러지는 보행제이다
  
른도 아이도 아닌 그 세대, 대입을 앞두고 수험 모드에 들기 전 세 번째로 참가하는 고3의 '도오루'와 '시노부', '미와코'와 '다카코'.. 그리고 각각의 경험이 다르고 컬러가 다른 청춘들이 등장한다. 누가 누구를 좋아했고, 헤어지고, 좋아하고, 낙태한 이웃 학교의 여학생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불완전한 그들의 청춘만큼 복잡하고 심각한 듯하지만 싱겁다. 그 나이를 지나와 보니 싱거운 거다. 물론 그때 우리들에게도 청춘 남녀상열지사는 심각했겠지만 ..
 
'도오루'와 '다카코'는 이복 남매이다.
'도오루'의 아버지가 바람피워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다카코'인 것이다.
그것도 동갑에다가 같은 학교를 진학해 3학년이 돼서는 같은 반이 되었다.
친구에게 조차도 이야기하지 않고 ..
특히나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그리고 그를 암으로 잃었던 '도오루'는 그녀가 몹시 불편하지만 자꾸 의식하게 되고 자기 아버지의 장례식에 나타난 세련된 그 모녀의 당당한 모습에 열등감도 느끼고 자신은 가정형편 생각해서 국립대학만 진학하려는데 비해 그녀는 사립도 개의치 않음에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리고 그는 그녀를 적의의 눈빛으로 응징하고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짓지 않은 죄에 대한 죄의식이 있어 서로 다가가지 못한다.
 
이혼하고 바람을 피우고, 사생아를 낳고 그런 부모의 스토리는 다뤄지지 않는다. 어른들이 벌여 놓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인 그들이 공교롭게도 같은 학교, 같은 반이 되어서 반년을 보내고 난 후, 그 불편함과 죄의식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여러 생각들과, 보행제에 참가하면서 체력 등의 걱정과 완주의 기대, 곧 들어서게 되는 진학에로의 부담감과 함께 한다.
 
그 둘은 서로 닮은 듯, 다르다. 다른 듯 닮아 있다.
주변 친구들의 스토리와 함께 우정을 축으로 그 둘은 서로의 존재를 비로소 인정하게 된다. 서로는 싫어한다기보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몰랐노라는 고백과 함께... 어른이 된다는 것은 부조리한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나는 왜, 어쩌다 어른이 되었는가? 아무런 노력없이, 생각도 없이...그래서 나도 격하게 공감한다. '어른이 되는 것은 부조리하다'는 것을..

여자아이에게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 그 시기가 아닐뿐, 오히려 어쩌면 앞으로 자신이 플레이보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 자아도취도 들어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여자아이들이 많이 따른다는 확신이라는 것이 있다. 내게는 어딘지 몹시 냉정한 데가 있어, 하는 걸 도오루는 느낀다. 아버지처럼 되는 것일까. 시침 뗀 얼굴로 바람을 피워 다른 여자에게 애를 낳게 하고. 양쪽의 자식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느끼게 하고. 그런 생각을 하자 마음 어딘가가 서늘해진다. 아버지에 대한 경멸은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며, 자신의 속에 아버지와 닮은 부분이 있는 탓이란 걸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184-185

- 도오루는 미완성의 소녀들이 질색이었다. 붕붕 들떠 있으며 금세 표정이 바뀌거나 덤벼들 것 같은 눈을 하기도 하고 원망스런 몸짓을 보이기도 하고, 그 유치함이 매력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런 물컹물컹한 것에 손을 대면 엄청난 변을 당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사귈 거라면 나도 성인이 된 후에, 상대도 제대로 윤곽 있는 성인인 여자가 좋다. 부정형(不定型)의 인간에게 휘둘리는 것은 싫다. 185

- 하지만 옳은 것은 그들이었다.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누구보다도 빨리 달려 어른이 되려고 했던 자신이, 제일 어렸다. 그리고 그들은 도오루보다 훨씬 관대했다. 혼자서 강한 척하는 도오루를 그들은 사랑해 주었다.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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