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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정전 - 루쉰의 소설 ㅣ 마리 아카데미 2
루쉰 지음, 조관희 옮김 / 마리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루쉰, 그는 1881년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중국의 혼란스러운 물결과 함께 집안의 몰락을 겪고 성장한다.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의학을 배우지만 영사기를 통해 중국인이 총살당하는 모습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던 중국인들을 보고 국민성 개조를 위해 문학이 필요하다고 느끼고는 학교를 그만둔다. 이후 문학잡지를 창간하는 등 신해혁명 이후에는 교육부 관리로 일하는 중에도 문예 운동 등을 통해 중국인의 정신을 뜯어고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여러 문학적인 시도를 한다.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광인일기(중국 최초의 현대 소설)’나 ‘아큐정전’은 중국 현대 소설의 장을 여는 역사적 의의가 있는 짧은 소설이라 하겠다.
이 작품집에는 ‘광인일기(1918)’, ‘쿵이지’, ‘고향’, ‘아큐정전(1921)’, ‘복을 비는 제사’, ‘술집에서’, ‘하늘을 땜질하다’, ‘주검’등 총 8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광인일기 - 저자와 친구인 모씨 형제 중 하나가 병을 앓았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했는데, 병을 앓았던 이는 형제 중 동생이고, 지금은 나아서 다른 지방의 관리를 하고 있으며, 병을 앓던 중에 썼던 일기를 전해 받고는 그가 앓았던 병명이 피해 망상증이라, 의학 연구의 자료로 제공한다면서 일기의 내용을 공개하는 형식이다.
형을 비롯한 다른 이들이 모두, 이웃이 기르는 개와, 어미 품에 안긴 어린애조차도 한 통속이 되어서 자신을 잡아먹을 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자의 일기 내용이 너무 터무니없어 우습기도 하지만 뭔가 울림을 준다.
쿵이지 - 술과 게으름을 일삼는 사람이 책을 훔치다가 걸려서 맨날 흠씬 두들겨 맞아 새로운 상처를 늘 달고 사는데 술집에서 사환으로 일하는 나의 눈에 비치는 그의 알 수 없는 행동들을 추측하고 소문으로 듣게 되는 내용이다.
고향 - 가족들을 데리고 아주 떠날 생각으로 20년 만에 귀향해서는 가사 정리 중에 만난 어릴 적 동무였던 머슴의 아들 룬투가, 도련님인 나와 함께 놀면서 새 사냥 등을 멋지게 하던 늠름한 그가 어느덧 다섯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나타나지만, 세파에 찌든 모습으로, 겨우겨우 삶을 살아가는 망가진 몰골을 보면서, 마냥 낭만적이던 유년시절의 영웅이었던 그, 그리고 고향, 옛집을 떠나오는 이야기이다.
아큐정전 – 이름도, 본적도, 살아온 내력도 분명치 않은 날품을 팔이 아큐는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거나 놀려 먹는 대상이다. 집도 없이 사당에 기거하면서 건달들의 놀림감이 되지만 나름 식견을 가지고 자존심 하나로 버티며 정신 승리법이라는 내공으로 당하되 당하지 않았다고 위로하며 살아간다. 나름 반사!~ 요법 같은.. 아큐는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애먼 화풀이를 했다가도 호되게 당하는 인간이다. 서로 변발을 부여잡고 싸우는 묘사가 웃음이 나온다. 젊은 비구니에게 분풀이를 하다가 마음이 '하늘하늘'해 짐을 느끼면서 비로소 늦은 나이에 이성이란 것에 눈을 뜨고, 나으리 댁 하녀를 희롱하다가 된통 당하지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혁명당원이 되고자 도모해 보다 엉뚱하게 몰려서 사형을 당한다. 한마디로 웃기는 사형수가 된다.
복을 비는 제사 -음력 세모를 앞두고 복을 비는 제사를 준비하는 친척 댁에 들른 나에게 죽어서도 영혼이 있느냐?, 지옥이 있느냐? 고 질문한 거지가 된 과부 하녀 샹린댁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기구한 삶과 중국의 결혼, 과부, 고된 삶, 여자의 일생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가슴 아픈 이야기
술집에서- 1년간 교사를 하던 옛 지방에 들른 내가 술집에서 우연히 동창이자 동료 교사였던 뤼웨이푸를 만나 그의 사연을 듣게 되는 이야기, 어릴 때 죽은 여동생의 무덤이 물에 잠겨서 이장해야 하는 일, 이미 시신의 흔적도 없어 흙을 퍼서 옮긴 일과 벨벳 리본을 갖고 싶어 했으나 마음의 병을 얻어 죽은 아순의 이야기, 중국의 대 혼란기 속 두 지성인의 주변 이야기 속 멀기만 한 개혁과 몽매한 사람들의 에피소드..
하늘을 땜질하다-
주검- 쥐도 못 잡는 나약한 소년이 검을 만들어 왕에게 바치고는 더 위대한 검을 만들까 두려운 왕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를 위해 복수 차 떠나서는 끓는 가마솥에서의 신비한 머리싸움이 잔인함에 앞서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가 개혁하고자 했던 중국인스러움.. 하나같이 무지몽매하고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다. 열심히 살아도 고생 끝의 낙이 없는 가여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술과 게으름, 도박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다.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의 믿음과 행실을 들여다보면서 당대 중국의 현실을 알게 된다. 루쉰의 고민이 공감되고 짠했던 내용들..
그리고 끝에 두 작품은 중국의 과거 신화를 모티브로 만든 소설이다. 중국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과장과 신비스러움.
* 애정하는 고전문학의 대부분이 유럽소설이고, 일본문학 역시 많이 기웃거리는 즈음에,, 중국의 소설들은 흔하지 않으나 일부러 찾아읽으려는 다짐을 해본다.
나는 저들이 더 이상 나 같지 않고, 모두에게 단절이 있지 않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또 저들이 하나가 된답시고 나처럼 고생하며 이곳저곳을 떠도는 생활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저들이 룬투처럼 고생하면서도 아무것도 못 느끼며 살아가지 않기를, 또 다른 사람들처럼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되는대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저들은 마땅이 새로운 삶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61
- 희망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룬투가 향로와 촛대를 달라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그는 여전히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데, 어느 세월에나 거기서 벗어나게 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는 희망이라는 것도 내 스스로 만들어낸 우상이 아닐까? 다만 그의 소망은 가까운 것이고, 내 소망은 아득히 먼 것일 뿐.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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