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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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삼십 대의 이야기이다. 80년대 초반에 태어나서 지금을 살고 있는 그 세대와 그의 부모 세대, 그리고 조부모 세대까지의 이야기.

바로 지금에 걸쳐 있는 청년과 중년과 노년의 이야기.. 한국 사회의 공간 속, 한국의 시간을 사는 이야기. 그래서 이 작가가 궁금해졌다.

린 시절의 상처들, 상실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정서가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내하고 성실하면 다 이룰 것 같기도 했던 학창시절을 남들처럼 보내고 난후, 서른이 되었지만 그때까지도 아직 무엇인가 되어보지 못한 청춘들..

그들은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아니기에 어른스럽지 못하기도 한데, 실은 속이 꽉 차있기도 하다. 그들의 방식대로..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잘 표현하지 못하고, 각자의 상실과 슬픔에 대해서 애써 표현하지 않는 것만이 어른스러운 것인 줄로 알았던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

슬퍼도 울 줄을 모르고, 아픈데도 아프다고 말할 줄을 모르는 그녀의 엄마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내는 삼십의 청춘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만 서로에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 그래도 위안이기는 했다.

런 그녀들의 부대낌의 이야기이다. 그런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미래에는 있을까? 직업이, 결혼이, 그리하여 우리가 말하는 정착이라는 것, 안정이라는 것 말이다. 그런 그들이 모여서 궁여지책으로 노량진 공시생 무리를 이룬다. ㅜㅜ

작가의 심플하고 담백한 문장들과 관찰의 힘이 풋풋하게 다가온다. 리뷰보다, 문장의 발췌에 온갖 힘을 쏟았나 보다.

 

창작이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고, 나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것이고, 내가 머무는 세계의 한계를 부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늘 돈에 쫓겼고, 학원 일과 과외 자리를 잡기 위해서 애를 썼으며 돈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해졌다. 32-33

헤어지고 나서도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끝이 어떠했든 추억만으로도 웃음 지을 수 있는 사이가 있는 한편, 어떤 헤어짐은 긴 시간이 지나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심으로 남는다고. 90





이십 대 초반에 엄마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인연들처럼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할 수 있는 얼굴들이 아직도 엄마의 인생에 많이 남아 있으리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 인연도 잃어버린 인연을 대체해 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생의 한 시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었다. 그리고 그 빗장 바깥에서 서로에게 절대로 상처를 입히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 같이 계를 하고 부부 동반 여행을 가고 등산을 했다. 스무 살 때로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그때는 뭘 모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면서. 115-116

여자는 옆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노인을 바라봤다. 이 노인은 얼마나 여러 번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을까. 여자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그런 존경심을 느꼈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23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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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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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를 리뷰할 때는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놓고, 이번 책 리뷰에는 영국이라고 표기한다.

전작과는 다르게, 지극히 영미문학스러운 소설이며, 소설의 배경이나, 인물 어디에도 일본스러움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작가의 출신이 어딘가는, 많은 부침을 겪는 나라의 작가들이 망명을 하고, 이국의 언어와 배경으로 글을 쓰지만, 작가의 부모나, 성장 배경의 정체성은 출신국에 있다고 강하게 믿는 편이라, 특히 유럽의 작가와 작품들을 대할 때, 어느 언어로 쓰였느냐 못지않게, 어디 출신인가를 밝혀두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일본계 영국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의 이 책은, 마술에 가까운 솜씨라는 찬사를 받고, 영어판으로만 100만 부 이상이 팔렸다는 기록이 있다.

승전결이나, 뚜렷한 클라이맥스 없이, 차분하고 잔잔한 글이 친근하게 다가와 울림을 주는 이런 글을 쓴다는 내공에 경의를 표한다.

현대 영미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가즈오 이시구로'..일본은, 영국은,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또 하나의 걸쭉한 현대문학 작가를 키웠다.

이 소설은 크게 품위, 명예, 인생의 황혼(저녁), 그리고 농담에 대해 집중해서 읽게 된다.

영국의 달링턴 홀이라는 영국 귀족 '달링턴 경'의 저택에 살고 있는 집사 '스티븐스'

황혼기에 접어든 그는 35년간, '달링턴 경'과, 이 저택을 모셔 온 사람이다.

3년 전 '달링턴 경'이 죽자, 미국의 신사 '패러데이'가 그 저택을 인수했고, 집안 관리에 필요한 하인들의 수를 대폭 감축한 채로, '스티븐스'까지 인수하였다.

한때 28명까지 하인들을 거느렸었지만, 최소한의 인원인 자신을 포함한 네 명이 관리하기엔 그 규모가 너무 큰 저택인지라 구석구석은 먼지 가리개를 덮어 놓는 지혜를 냈지만, '스티븐스'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면서, 예전의 빈틈없이 주인을 섬기던 것에 못 미치는 자신의 능력에 회의적이다.

각종 난제들의 중심이 인력 부족임을 깨달아 갈 즈음, 예전에 자신의 밑에서 총무로 일했던 '켄턴' 양의 편지를 받는다. 그간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아온 세월도 한참 되었지만, 이번처럼 긴 편지는 처음이라 읽고 또 읽고 외우다시피 하는데

5주 정도 미국에서 지내기로 한, 새 주인 '패러데이'가 그에게 자신의 포드 자동차를 내어주며, 여행을 하라고 권한다.

'당신에겐 휴식이 필요하다'고~

 

국 영국의 서부지역으로 여행을 결심한 '스티븐스'는 '켄턴' 양의 편지에서 받은 인상, 명확하진 않지만, 향수나 그리움을 넘어선 무엇, 달링턴 홀에 대한 무한 애정과 프로정신을 장착했던 그녀가 이곳을 그리워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말 다시 돌아오고 싶은 건지 본심을 탐색해보기로 하고, 겸사겸사 여행을 떠난다.

스티븐스가 새로 모시게 된 미국 신사 '패러데이'는 영국 신사와는 많이 다르지만, 자상하고 좋은 사람이긴 하다. 그러나 그는 새 주인의 미국식 유머, 아니 그냥 유머의 코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새 주인이 던지는 농담에 긴장하고 어리둥절한 채로 대처해서 서로 곤란해지는 일이 종종 있다.

'달링턴 경'이나, 그의 손님들, 그리고 하인들과의 대화에서도 공감대 형성이 충분히 가능했으나, '페러데이'의 사교생활은 그 시절과 너무도 딴판이고, 방문객들도 드물지만, 베테랑에 완벽주의인 '스티븐스'는 뭔가 삐걱임을 느낀다.

생 집안일을 책임져야 했던 그는 여행 한번 못해보고 거의 갇혀지내듯이 살았지만, 자신이 일하는 가문에 대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옷도 가벼이 입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옛 손님들에게 물려받은 값나가는 신사복 차림으로, 주인이 경비를 모두 댄다고 빌려준 포드 자동차에 올라 여행을 떠났다.

첫째 날, 솔즈베리에 도착해 일렁이는 영국의 전원을 품은 경치에 놀라면서, 위대함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하는데,

위대한, 그레이트브리튼, 이렇듯이 풍경 하나만으로 그 숭고한 형용사(위대함)의 사용이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여행 내내 지나온 날들을 추억한다.

위대함.. 그리고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동료들과 나눴던 대화도 회상한다.

- 중간생략-

루의 일을 끝내고 가장 좋은 시간, 저녁,..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는, 품위와 명예를 위해 살았던 집사, '스티븐스'

나이가 들어서, 지치고 느슨해진 건데 새 주인을 모시는 일의 소홀함이 왜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인력 부족만을 원인으로 아는 남자

자신이 가장 고귀하다고 여겼던 전 주인이, 잘못된 판단으로 시달리고 결국엔 실수였음을 스스로도 인정하자

그를 위해 봉사했던 자신의 평생이 무너짐을 품위와 명예로 붙잡고 있던 남자

모든 전쟁이 끝나고, 그런 대저택을 지닐 여력은 더 이상 영국인이 아니라, 미국인들에게나 가능한 일이 되었고

영국 신사와는 다른 미국의 신사도 역시 점잖고 친절한 분이지만,

그의 농담과 그의 사교와 그의 즐거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극히 영국스러운 영국식 집사,

의 저녁은 농담을 무장한 좀 더 가볍고 유쾌한 저녁이 되기를...

초로의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다 해내고, 퇴직에 즈음한,

아니면 자신이 가지지 못해서 살 수 없었던 삶에 대해, 그 선택에 대해, 아쉬움과 후회가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로드 무비 같은 로드 소설이라고 해둘까나.. 여행 엿새동안,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회상하면서, 자신과 비껴간 여인의 본심도 미처 모르고, 마냥 불편하기만 했던 그녀를 만나고, 남은 나날을, 그녀도, 그도, 공허함 만은 아닌, 다른 것들로 채우려는.. 하루중 가장 좋은 시간, 저녁, 인생의 저녁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 내게도 저녁이 오겠지, 종달새처럼 즐거워하며 다리뻗고 쉼을 즐기는 것이, 공허함보다 우선해야 할텐데 ..

 

- 따라서 이제 나는 다음과 같이 단정하고 싶다. 즉 ‘품위‘는 자신이 몸담은 전문가적 실존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집사의 능력과 결정적인 관계가 있다. 모자라는 집사들은 약간만 화나는 일이 있어도 사적인 실존을 위해 전문가로서의 실존을 포기하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집사로 산다는 것은 무슨 판토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슬쩍 밀거나 약간만 비틀거리게 만들어도 가면이 떨어져 내려가면 뒤의 배우가 제모습을 드러내고 만다는 점에서 말이다. 위대한 집사들의 위대함은 자신의 전문 역할 속에서 살되 최선을 다해 사는 능력 때문이다. 그들은 제아무리 놀랍고 무섭고 성가신 외부 사건들 앞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점잖은 신사가 정장을 갖춰 입듯 자신의 프로정신을 입고 다니며, 악한들이나 환경이 대중의 시선 앞에서 그 옷을 찢어발기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그가 그 옷을 벗을 때는 오직 본인의 의사가 그러할 때뿐이며, 그것은 어김없이 그가 완전히 혼자일 때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품위‘의 요체이다. 57-58



-하지만 한 번씩 그럴 때마다 곧 깨닫게 되지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남편 곁이라는 사실을. 하긴, 이제 와서 시간을 거꾸로 돌릴 방법도 없으니까요. 사람이 과거의 가능성에만 매달려 살 수는 없는 겁니다. 지금 가진 것도 그 못지않게 좋다, 아니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감사해야 하는 거죠."그때 내가 곧바로 무슨 대꾸를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켄턴 양의 말을 제대로 소화하는데 1-2분 정도 걸렸으니까. 게다가 그녀의 말에는 여러분도 짐작하겠지만 내 마음에 적지 않은 슬픔을 불러일으킬 만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이제 와서 뭘 숨기겠는가? 실제로 그 순간, 내 가슴은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옳은 말씀이에요, 벤 부인. 말씀하신 대로 시간을 돌리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그래요, 그런 이유들 때문에 당신과 부군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나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겁니다. 당신도 지적했듯 우리는 ‘지금 현재‘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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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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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듣거나, 읽다가보면 '무라카미 류'를 자꾸만 '무라카미 하루키'로 오해하게 된다. 1949년생 '하루키'보다 3년 뒤에 태어난 그의 작품은 [69]가 처음이다.

자전적 성장소설인, 이 소설은 1969년에 17세,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나, '야자키 겐스케'의 이야기이다.

규슈 서쪽 끝자락 미군 기지촌의 명문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야자키'는, 미술교사인 아버지와 수학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터울이 좀 나는 여동생과 살고 있다. 미국의 록과 팝을 좋아하고, 예쁜 여학생과 여배우를 동경하고, 동성의 친구도 외모로 평가하는 그는, 예술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성적은 계속 하강하고 있다. 그냥 공부가 하기 싫었던, 그에게 변명이라면 그 당시, 시험공부를 하는 놈은 '자본가의 앞잡이'라는 편리한 사고방식이 만연한 틈을 타서, 그냥 안이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드의 드럼 주자이기도 한 '야자키'는 여학생을 꼬시려고 '랭보'의 시를 읽는다.

16세에 타고난 폐활량으로 로드 레이스 선수로 발탁되었지만, 뛰기 싫어서, 잔꾀를 부리다가 체육 선생한테 욕도 먹는데, 어느 날 대회를 앞두고 가출을 한다.

대회도 피하고, 이참에 동정도 떼어보겠다는 야심찬 플랜을 세워보지만, 뜻하지 않게 늙은 창녀와 호모에 엮이게 되고, 결국은 집으로, 열나게 뛰어서 돌아온다.

지촌답게 폭격기의 소음을 듣고 자란 그에게 포크송이란, 나약하고 수준 이하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비닐봉지에 신나를 넣고 수시로 들이마시는, 록을 좋아하는 여학생이 다가오기도 하지만, 끝내, 동정은 떼지 못한다.

외국의 록 페스티벌을 동경한 나머지, 영화, 음악, 연극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페스티벌을 도모하는데, 그 계획에 국립대학의 의학부 지망생이던 탄광촌 출신의 수재이며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는,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야마다 타다시'를 끌어들인다. '랭보'의 시로..

나는 보았다.

무엇을?

영원을.

그것은 태양이 녹아드는 바다.

 

리고 8mm 영화에 출연 시킬 여주인공으로 '마츠이 카즈코'라는 미소녀를 섭외하는데, 아기 사슴 밤비 같은 그녀의 눈이, 남자에게 전의를 갖게 한다고 여기며 다가간다.

1960년대 말 일본은 반체제 학생운동인 '전공투'가 있었다.

'야자키'의 주변 어른들, 그의 부모나, 선생님들은 전쟁과 패전을 경험한 세대들이다.

그 들과 맞선 십대들은 미국의 문화를 동경하고, 자기 나라 체제를 부정하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행동은 교칙 위반으로 엄하게 다스려진다.

 

- 중간 생략-

 

15년 후 소설가가 된 '야자키'는 그 시절의 친구들이 무엇이 되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열거한다.

그리고 그때 무대에 풀어놓았던 노이로제 걸린 닭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게 끝인가 하다가, 무심코 허를 찌르는 닭들의 최후에 헉~ 비명 같은 웃음을 낸다.

작가의 말에서 자신은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세 살 때도, 1969년 열일곱 살에도, 서른두 살의 소설가가 된 지금에도 내내 축제만 추구하며 살아온 인생이라고 한다. 이 책은 즐거운 이야기이고, 이처럼 즐거운 이야기는 다시 쓸 수 없을 거라고 밝히며 자신을 비롯, 등장인물 거의가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라고 말하는 그는, 고교시절 자신에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면서 그들에 대한 복수가 즐겁게 사는 것이고, 그 에너지는 싸움인데, 그토록 지겨웠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겠노라고 한다.

작가는 소설속 주인공 처럼, 예술적 재능이 넘쳐서 영화와 문학,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활동한다고 하는데 이 소설 역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식스티 나인, 무라카미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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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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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를 만나는 두 번째 소설이다. 그의 '인생'을 읽은 후로, '형제'와 이 작품을 찜해 놓았다.

몇 년 전, 시험공부로 피폐해 있던 나에게 어느 후배가 권했던 책이다. '엄청 재미나고 웃겨요'~~ 하던..

그러나 시험을 끝낸 나는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란 책과, 평생교육사 자격 따는 일에 매진하던 때이라 시기를 놓치고, 이제사 읽게 되었다.

몇 년 전 '하정우'가 주연과 감독을 했던 '허삼관'이란 영화의 원작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두 배우, '하정우'와 '하지원'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다. 두 배우 모두 좋아해서 굳이 보아준 영화..

'허삼관', 허 씨 집안의 서열 3위라 붙여진 이름, '매혈', 그의 피를 파는 이야기이다.

'위화'는 세계가 사랑하는 중국 최고의 작가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작가를 비롯, 문화계 인사들이 그를 후원한다고 한다. 작가는 서문에 그들 이름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평등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다. 아프리카 시의 구절이 많이 와닿긴 하지만, 서문과 엔딩의 낯 뜨거운 대구(對句)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리고 전체 스토리로도 내게는 이 이야기가 왜 평등을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더라, ㅎㅎ 평등의 정의를 다시 들여다보더라도 ..

 

- 가능할까? 나 야곱 알만스의 일개 백성도 장미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죽어갈 수 있을까? p8

 

무리 들여다보아도 내겐, 평등보다는 사람답게 살 권리, 인권에 관한 이야기로 보일뿐이다.

'허삼관'은 성 안에 살고 있고, 생사 공장에서 누에고치를 대주는 노동자이다.

부모를 일찍 잃고, 할아버지와 삼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성 밖에 살던 할아버지와 삼촌을 만나러 나가기도 하다가 어느 날 병원으로 피를 팔러 가는 '방' 씨와 '근룡'이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성 밖에서는 피를 팔아본 남자, 밥을 많이 먹는 남자가 건강한 기준이라고 한다. 피를 팔아봐야 여자를 얻을 수 있고, 피는 우물과 같아서 퍼낼수록 많아진다고.. 피는 돈줄이며 힘이라고 한다.

'방' 씨와 '근룡'은 땅을 파서 버는 돈보다 피를 팔아서 버는 돈이 훨씬 크다면서 어린 '허삼관'에게, 피를 팔아 여자를 얻고 집을 지을 수 있다고도 한다.

그들의 괴이한 행동과 괴이한 논리에 설득당해 호기심으로 따라나선다.

우선 빈속에 물을 몇 사발씩 마신다. 방광이 터지기 직전까지 참으면서, 그래야 피의 양이 많아진다는 황당한 논리로.. 현기증을 느끼도록, 오금도 못 펴도록 요의를 견디면서 피를 뽑고는 시원하게 볼일을 본다. 그리고 35원을 받아 쥐고, 승리 반점에 가서, 돼지 간 볶음 한 접시와 데운 황주를 마시는 것이 루틴이다. 그 메뉴를 시키는 특유의 제스처와 어투도 그대로 따라 해 본다.

두는 병원에서 피 파는 것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이 자에게 뇌물도 받쳐 가면서 피를 뽑을 자격 심사도 받는다.

'허삼관'은 처음으로 피를 팔아 번 돈을 의미 있게 쓰고자 장가를 들려고 다짐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 '임분방'과 간이식당에서 꽈배기를 튀기는 여자 '허옥란'을 저울질한다.

'허옥란' 그녀는 꽈배기 서시( 춘추시대의 월나라 미인, 중국 미녀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만큼 뛰어난 미색이다. 그녀에게는 이미 '하소용'이라는 애인이 있고, 그 자는 '허옥란' 아버지의 마음에 들어, 처가에서 예비 장인과 술도 자주 마시는데,

'허옥란'을 찜 한 '허삼관'은 그녀에게 맛난 음식을 몽땅 사주고, 그것을 미끼로 청혼을 한다.

그리고 예비 장인을 찾아가 능청을 떨면서, 자신과 '옥란'의 결혼 당위성을 내세워 설득한다.

'허옥란'은 그녀 특유의 교성이 있다. "아이야~"

그녀가 결혼 조건으로 이것저것 요구한 것들을 다 들어주고, 그녀가 자신의 명절(?)을 어떻게 보내야 하니, 남편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모두 수용한 후 결혼 5년간 세 아들을 낳는다. 이름이 차례로 '일락', '이락', '삼락'이이다.

'이락'과 '삼락'은 커갈수록 아버지 '허삼관'을 닮아 가는데 '일락'이는'하소용'을 닮아간다고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그리고 '허삼관' 귀에도 그 말이 들어가고 아무리 거울을 들여다보고 비교해봐도 '일락'이가 자신과는 닮지 않았고, 소문대로 '하소용'을 닮아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라 대가리', .. 중국에서 남자에게 하는 최대의 욕으로 무능하고 바보 같은 자를 일컫는 말인데, '일락'이 남의 씨인 줄 모르고 먹이고 입히고 키웠던 '허삼관'을 동네 사람들도, 그 스스로도 그렇게 욕한다.

더 이상 '자라 대가리'일 수 없다면서 아내 '허옥란'에게 따져도 보지만, ''옥란'은 오히려 문간에 걸터앉아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동네방네 사람들을 모으고, 큰 소리로 넋두리를 한다. 이보다 더 좋은 구경거리가 없다.

- 중간 생략-

당한 사람들의 황당한 대화

황당한 사랑

황당한 가족애

독자의 몫은, 그들에 대한 연민이다.

이 가족의 대화 수위에 놀란다.

아이들 앞에서도, 남들 앞에서도 부끄러움이, 치부란 것이 없다.

모든 일들이 다 드러나고 까발려진 채로 놔두는데, 오히려 상처는 더 잘 아무는 듯도 하다.

착하고 순박한 '허삼관'과 '허옥란',

무식하고 나이브 한 그들의 화해, 가족애, 진솔함에 전율한다.

국에서 살고 있다는, 옮긴이는

중국의 기형적 특성을 말한다.

이런 상황을 시치미 딱 떼고 버티는 사람들이 놀랍다고.

그런 부조화를 견딜 수가 없다고.

'허삼관'은 그에게 있어 기형적인 중국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었다고 ..

끔 중국인들의 불편함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 혹은 중국 여행지에서 만나는 그들의 무례함

무질서, 뻔뻔함, 시끄러움..

무지막지한 땅덩어리와 말도 안 되는 역사를 견뎌온 사람들

정말 그들이 '허삼관'처럼 시치미를 딱 떼고 버텨왔다는 생각..

지금 창궐하고 있는 우한의 코로나 바이러스도,

말도 안 되지만 또 그럴 법도 한 설마설마의 이야기들이 난무하는데

그들은 그런 기형을, 그런 부조화를 그들답게 버텨내고 있는 걸까?..

나저나 정말 이런 일도 있었을까? 피를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일, 중국의 불법 장기매매 이야기 같은, 전설 같기도 한 그런 이야기의 하나인가?

 

 

- 문학이 주는 즐거움이란 아마도 이런 게 아닐까? 우리에게는 문학의 자극이 필요하다. 또 우리는 문학을 통해 삶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수정해간다. 흥미롭게도 수많은 위대한 작품이 작가에게 영향을 미치듯, 작가는 자기가 쓴 소설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들 역시 자신에게 꼭 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12, 서문



- 이 책은 사실 한 자락의 긴 민요라 할 수 있다. 그 장단은 회상의 속도를 따르고, 선율은 부드럽게 도약하며, 숨표는 운율 뒤로 모습을 감춘다. 나는 이 작품에서 단지 두 사람의 역사를 꾸며냈을 뿐이지만,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의 기억을 불러내고 싶었다. 13, 서문



- 고대 로마의 시인 마티에르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간 삶을 추억하는 것은 그 삶을 다시 한 번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글쓰기와 독서는 기억의 문을 두드리는 일 혹은 이미 지나가버린 삶을 다시 한번 살아보려는 뜨거운 욕망과도 같은 것이다. 13,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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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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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의 '다자키 쓰쿠루'가 자신의 대학 2학년 시절의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의 반년 가량,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던 시절을 회상한다.

그가 죽음에 이끌렸던 계기는 네 명의 친구들로부터 전달된 절교선언, 설명도 없었고, 그는 묻지도 않은 채..

그와 네 명의 친구들은 고1 때 나고야의 교외 공립학교 같은 반 출신으로 학력 부진과 학교 부적응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외의 성격을 띤 성당의 여름캠프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들 다섯은 대도시 교외의 중상류 가정의 자녀들로 부모가 베이비붐 세대들이며 아버지의 직업이 전문직이거나 대기업 사원으로 가정 환경이 비슷한 공통점을 가진 조합이었다.

그들은 성실하고 지속적으로 그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다섯 명 가운데 '쓰쿠루'를 제외한 나머지 여학생 둘과 남학생 둘의 이름에는 색깔이 들어가 있었다.

(붉은)이 들어간 이름, '아카'는 성적이 탁월하고 두뇌 명석한 인텔리지만 키가 160미만으로 나고야 대학 경제학 교수인 아버지를 두고 있고, 지기는 싫어하지만 배려심 있는 남학생,

靑(푸른)이 들어간 이름, '아오'는 럭비부 포워드로 건장한 체격을 가졌고 성격이 활달하여 호감형인 남학생,

白(흰 )이 들어간 '시로'는 모델 몸매에 단정한 얼굴을 가진 미인으로 아버지는 나고야 시내의 산부인과 의사이며 피아노를 매우 잘 치는 예술적 재능을 지니고 있는 내성적인 여학생,

그리고黑(검은)이 들어간 '구로'는 생기 있고, 애교 넘치는 글래머에, 열정적인 독서가이며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두었고, 총명하지만 시니컬한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코미디언 같은 여학생,

자신의 이름에는 컬러가 들어가지 않아서, 이들 사이에서 미묘한 소외감을 갖고 있지만, 부동산을 경영하는 부유한 사업가를 아버지로 둔 도련님 '쓰쿠루'까지 총 다섯은 그 자체로 완전체에 가까운, 다섯이란 꼭짓점의 오각형으로 균형을 이루는 우정을 쌓아간다.

름에서 보여주는 색채감이 없듯이, '쓰쿠루'는 자신이 특징이나 개성도 없고, 성적도 중상위이며 이렇다 할 취미도, 특기도 없고, 사교성도 없는, 모든 점에서 중용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색채가 풍부하듯이 개성이 강한 친구들 틈에서, 자신이 왜 이 그룹에 속했던가에 대해 의아해하고, 진정 자신이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존재일까에 대해서도 회의를 품어봤다.

하지만 나머지 친구 네 명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그 그룹에 존재하는 일체감을 사랑했고, 사춘기의 필요한 자양분을 그 그룹에서 받아들이고 그것이 성장을 위한 소중한 양식이었음을 알지만 언젠가 친밀한 공동체에서 탈락하거나 방출될까 하는 두려움도, 불안도 있었다.

릴 때부터 철도역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대학을 진학할 때, 네 명의 친구들이 그룹의 존속을 위해 자신의 성적보다 하향지원을 해서라도 나고야에 남기로 한 것과 다르게 역 건축 최고의 교수를 찾아서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래도 한동안 1시간 30분 거리의 나고야를 오가며 다섯의 관계는 지속되었지만,

그들의 흐트러짐 없이 조화로웠던 관계는 대학 2학년 7월의 어느 날 붕괴되어 버린다.

그 이후 학업과 수영을 오가며 지내는 중, 두 살 연하의 물리학과 학생 '하이다'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가 가져온 음반, [르 말 뒤 페이]..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해]라고 불리는 이 곡은 '시로'가 자주 치던 피아노곡이었다.

'하이다'는 자신의 아버지가 만났던 피아니스트 '미도리카'의 신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의 방에 자주 머물렀으며 함께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요리를 먹고 수영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또 사라져 버린다.

- 중간 생략-

 

녀관계에서 친구는 없다 와

질투라고 하는 오묘한 감정의 힘..

옛날 친구들과 생각 없이 몰려다니던 중딩 시절도 떠오름.. 다시는 오지 않을..

우리 그룹은 남자애 한 명과 여자애들 네 명이었지.. 우리는 그렇게 완벽한 오각형은 아니었고, 성적을 둘러싸고 다섯이서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겉으로는 공동 학습을 하고, 속으로는 은근 라이벌이던.. 서로 좋아하고, 내게는 없는 능력을 흠모했지만, 결국은 질투 속에서 성장했는지도 모를..

- " 그렇게 멋진 시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온갖 아름다운 가능성이 시간의 흐름 속에 잠겨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385-386

분하게 읽은 '하루키' 소설, 여전히 그의 메타포와 꿈과 성과 음악.. 그의 다른 소설보다 읽기는 수월했음.. 제목도 멋지고 그의 메타포치고는 별로 헤매지도 않았고.. '하루키'도 나이 들며 자리를 잡아가고, 그의 작품을 읽는 나 역시 자리를 잡아가는 탓일지도..

[1Q84]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에서도 의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은 없다. 하지만 많은 대답은 또 있다할 수 있다.

 서스 홍보와 태그호이어 홍보 같은 글이 조금 무안했지만, 그만큼 사실적인 묘사를 하려 했다고봐주기로.. ㅎ

그리고 '다자키 쓰쿠루' 같은 유형, 자신감과 용기가 부족하고, 남들과의 조화에서 이탈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일본인의 전형인가 하는 오해같은 이해도 불러일으킨다.

-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어, 나도 너도.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 수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 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설령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 378



- 그래도 그는 시로를 용서할 수 있었다. 그녀는 깊은 상처를 간직한 채 오로지 자신을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것이다. 그녀는 나약한 인간이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하고 견고한 껍질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급박한 위기를 눈앞에 두고 조금이라도 안전한 장소를 찾는 것이 고작이라 수단을 가릴 여유는 없었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러나 아무리 멀리 달아나도 결국 도망칠 수 없었다. 폭력을 감춘 어두운 그림자가 집요하게 그녀의 뒤를 쫓았다. 43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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