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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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의 '다자키 쓰쿠루'가 자신의 대학 2학년 시절의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의 반년 가량,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던 시절을 회상한다.

그가 죽음에 이끌렸던 계기는 네 명의 친구들로부터 전달된 절교선언, 설명도 없었고, 그는 묻지도 않은 채..

그와 네 명의 친구들은 고1 때 나고야의 교외 공립학교 같은 반 출신으로 학력 부진과 학교 부적응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외의 성격을 띤 성당의 여름캠프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들 다섯은 대도시 교외의 중상류 가정의 자녀들로 부모가 베이비붐 세대들이며 아버지의 직업이 전문직이거나 대기업 사원으로 가정 환경이 비슷한 공통점을 가진 조합이었다.

그들은 성실하고 지속적으로 그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다섯 명 가운데 '쓰쿠루'를 제외한 나머지 여학생 둘과 남학생 둘의 이름에는 색깔이 들어가 있었다.

(붉은)이 들어간 이름, '아카'는 성적이 탁월하고 두뇌 명석한 인텔리지만 키가 160미만으로 나고야 대학 경제학 교수인 아버지를 두고 있고, 지기는 싫어하지만 배려심 있는 남학생,

靑(푸른)이 들어간 이름, '아오'는 럭비부 포워드로 건장한 체격을 가졌고 성격이 활달하여 호감형인 남학생,

白(흰 )이 들어간 '시로'는 모델 몸매에 단정한 얼굴을 가진 미인으로 아버지는 나고야 시내의 산부인과 의사이며 피아노를 매우 잘 치는 예술적 재능을 지니고 있는 내성적인 여학생,

그리고黑(검은)이 들어간 '구로'는 생기 있고, 애교 넘치는 글래머에, 열정적인 독서가이며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두었고, 총명하지만 시니컬한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코미디언 같은 여학생,

자신의 이름에는 컬러가 들어가지 않아서, 이들 사이에서 미묘한 소외감을 갖고 있지만, 부동산을 경영하는 부유한 사업가를 아버지로 둔 도련님 '쓰쿠루'까지 총 다섯은 그 자체로 완전체에 가까운, 다섯이란 꼭짓점의 오각형으로 균형을 이루는 우정을 쌓아간다.

름에서 보여주는 색채감이 없듯이, '쓰쿠루'는 자신이 특징이나 개성도 없고, 성적도 중상위이며 이렇다 할 취미도, 특기도 없고, 사교성도 없는, 모든 점에서 중용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색채가 풍부하듯이 개성이 강한 친구들 틈에서, 자신이 왜 이 그룹에 속했던가에 대해 의아해하고, 진정 자신이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존재일까에 대해서도 회의를 품어봤다.

하지만 나머지 친구 네 명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그 그룹에 존재하는 일체감을 사랑했고, 사춘기의 필요한 자양분을 그 그룹에서 받아들이고 그것이 성장을 위한 소중한 양식이었음을 알지만 언젠가 친밀한 공동체에서 탈락하거나 방출될까 하는 두려움도, 불안도 있었다.

릴 때부터 철도역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대학을 진학할 때, 네 명의 친구들이 그룹의 존속을 위해 자신의 성적보다 하향지원을 해서라도 나고야에 남기로 한 것과 다르게 역 건축 최고의 교수를 찾아서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래도 한동안 1시간 30분 거리의 나고야를 오가며 다섯의 관계는 지속되었지만,

그들의 흐트러짐 없이 조화로웠던 관계는 대학 2학년 7월의 어느 날 붕괴되어 버린다.

그 이후 학업과 수영을 오가며 지내는 중, 두 살 연하의 물리학과 학생 '하이다'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가 가져온 음반, [르 말 뒤 페이]..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해]라고 불리는 이 곡은 '시로'가 자주 치던 피아노곡이었다.

'하이다'는 자신의 아버지가 만났던 피아니스트 '미도리카'의 신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의 방에 자주 머물렀으며 함께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요리를 먹고 수영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또 사라져 버린다.

- 중간 생략-

 

녀관계에서 친구는 없다 와

질투라고 하는 오묘한 감정의 힘..

옛날 친구들과 생각 없이 몰려다니던 중딩 시절도 떠오름.. 다시는 오지 않을..

우리 그룹은 남자애 한 명과 여자애들 네 명이었지.. 우리는 그렇게 완벽한 오각형은 아니었고, 성적을 둘러싸고 다섯이서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겉으로는 공동 학습을 하고, 속으로는 은근 라이벌이던.. 서로 좋아하고, 내게는 없는 능력을 흠모했지만, 결국은 질투 속에서 성장했는지도 모를..

- " 그렇게 멋진 시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온갖 아름다운 가능성이 시간의 흐름 속에 잠겨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385-386

분하게 읽은 '하루키' 소설, 여전히 그의 메타포와 꿈과 성과 음악.. 그의 다른 소설보다 읽기는 수월했음.. 제목도 멋지고 그의 메타포치고는 별로 헤매지도 않았고.. '하루키'도 나이 들며 자리를 잡아가고, 그의 작품을 읽는 나 역시 자리를 잡아가는 탓일지도..

[1Q84]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에서도 의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은 없다. 하지만 많은 대답은 또 있다할 수 있다.

 서스 홍보와 태그호이어 홍보 같은 글이 조금 무안했지만, 그만큼 사실적인 묘사를 하려 했다고봐주기로.. ㅎ

그리고 '다자키 쓰쿠루' 같은 유형, 자신감과 용기가 부족하고, 남들과의 조화에서 이탈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일본인의 전형인가 하는 오해같은 이해도 불러일으킨다.

-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어, 나도 너도.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 수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 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설령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 378



- 그래도 그는 시로를 용서할 수 있었다. 그녀는 깊은 상처를 간직한 채 오로지 자신을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것이다. 그녀는 나약한 인간이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하고 견고한 껍질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급박한 위기를 눈앞에 두고 조금이라도 안전한 장소를 찾는 것이 고작이라 수단을 가릴 여유는 없었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러나 아무리 멀리 달아나도 결국 도망칠 수 없었다. 폭력을 감춘 어두운 그림자가 집요하게 그녀의 뒤를 쫓았다. 43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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