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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성급히 듣거나, 읽다가보면 '무라카미 류'를 자꾸만 '무라카미 하루키'로 오해하게 된다. 1949년생 '하루키'보다 3년 뒤에 태어난 그의 작품은 [69]가 처음이다.
자전적 성장소설인, 이 소설은 1969년에 17세,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나, '야자키 겐스케'의 이야기이다.
규슈 서쪽 끝자락 미군 기지촌의 명문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야자키'는, 미술교사인 아버지와 수학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터울이 좀 나는 여동생과 살고 있다. 미국의 록과 팝을 좋아하고, 예쁜 여학생과 여배우를 동경하고, 동성의 친구도 외모로 평가하는 그는, 예술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성적은 계속 하강하고 있다. 그냥 공부가 하기 싫었던, 그에게 변명이라면 그 당시, 시험공부를 하는 놈은 '자본가의 앞잡이'라는 편리한 사고방식이 만연한 틈을 타서, 그냥 안이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밴드의 드럼 주자이기도 한 '야자키'는 여학생을 꼬시려고 '랭보'의 시를 읽는다.
16세에 타고난 폐활량으로 로드 레이스 선수로 발탁되었지만, 뛰기 싫어서, 잔꾀를 부리다가 체육 선생한테 욕도 먹는데, 어느 날 대회를 앞두고 가출을 한다.
대회도 피하고, 이참에 동정도 떼어보겠다는 야심찬 플랜을 세워보지만, 뜻하지 않게 늙은 창녀와 호모에 엮이게 되고, 결국은 집으로, 열나게 뛰어서 돌아온다.
기지촌답게 폭격기의 소음을 듣고 자란 그에게 포크송이란, 나약하고 수준 이하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비닐봉지에 신나를 넣고 수시로 들이마시는, 록을 좋아하는 여학생이 다가오기도 하지만, 끝내, 동정은 떼지 못한다.
외국의 록 페스티벌을 동경한 나머지, 영화, 음악, 연극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페스티벌을 도모하는데, 그 계획에 국립대학의 의학부 지망생이던 탄광촌 출신의 수재이며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는,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야마다 타다시'를 끌어들인다. '랭보'의 시로..
나는 보았다.
무엇을?
영원을.
그것은 태양이 녹아드는 바다.
그리고 8mm 영화에 출연 시킬 여주인공으로 '마츠이 카즈코'라는 미소녀를 섭외하는데, 아기 사슴 밤비 같은 그녀의 눈이, 남자에게 전의를 갖게 한다고 여기며 다가간다.
1960년대 말 일본은 반체제 학생운동인 '전공투'가 있었다.
'야자키'의 주변 어른들, 그의 부모나, 선생님들은 전쟁과 패전을 경험한 세대들이다.
그 들과 맞선 십대들은 미국의 문화를 동경하고, 자기 나라 체제를 부정하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행동은 교칙 위반으로 엄하게 다스려진다.
- 중간 생략-
15년 후 소설가가 된 '야자키'는 그 시절의 친구들이 무엇이 되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열거한다.
그리고 그때 무대에 풀어놓았던 노이로제 걸린 닭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게 끝인가 하다가, 무심코 허를 찌르는 닭들의 최후에 헉~ 비명 같은 웃음을 낸다.
작가의 말에서 자신은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세 살 때도, 1969년 열일곱 살에도, 서른두 살의 소설가가 된 지금에도 내내 축제만 추구하며 살아온 인생이라고 한다. 이 책은 즐거운 이야기이고, 이처럼 즐거운 이야기는 다시 쓸 수 없을 거라고 밝히며 자신을 비롯, 등장인물 거의가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라고 말하는 그는, 고교시절 자신에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면서 그들에 대한 복수가 즐겁게 사는 것이고, 그 에너지는 싸움인데, 그토록 지겨웠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겠노라고 한다.
이 작가는 소설속 주인공 처럼, 예술적 재능이 넘쳐서 영화와 문학,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활동한다고 하는데 이 소설 역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