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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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삼십 대의 이야기이다. 80년대 초반에 태어나서 지금을 살고 있는 그 세대와 그의 부모 세대, 그리고 조부모 세대까지의 이야기.

바로 지금에 걸쳐 있는 청년과 중년과 노년의 이야기.. 한국 사회의 공간 속, 한국의 시간을 사는 이야기. 그래서 이 작가가 궁금해졌다.

린 시절의 상처들, 상실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정서가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내하고 성실하면 다 이룰 것 같기도 했던 학창시절을 남들처럼 보내고 난후, 서른이 되었지만 그때까지도 아직 무엇인가 되어보지 못한 청춘들..

그들은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아니기에 어른스럽지 못하기도 한데, 실은 속이 꽉 차있기도 하다. 그들의 방식대로..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잘 표현하지 못하고, 각자의 상실과 슬픔에 대해서 애써 표현하지 않는 것만이 어른스러운 것인 줄로 알았던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

슬퍼도 울 줄을 모르고, 아픈데도 아프다고 말할 줄을 모르는 그녀의 엄마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내는 삼십의 청춘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만 서로에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 그래도 위안이기는 했다.

런 그녀들의 부대낌의 이야기이다. 그런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미래에는 있을까? 직업이, 결혼이, 그리하여 우리가 말하는 정착이라는 것, 안정이라는 것 말이다. 그런 그들이 모여서 궁여지책으로 노량진 공시생 무리를 이룬다. ㅜㅜ

작가의 심플하고 담백한 문장들과 관찰의 힘이 풋풋하게 다가온다. 리뷰보다, 문장의 발췌에 온갖 힘을 쏟았나 보다.

 

창작이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고, 나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것이고, 내가 머무는 세계의 한계를 부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늘 돈에 쫓겼고, 학원 일과 과외 자리를 잡기 위해서 애를 썼으며 돈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해졌다. 32-33

헤어지고 나서도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끝이 어떠했든 추억만으로도 웃음 지을 수 있는 사이가 있는 한편, 어떤 헤어짐은 긴 시간이 지나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심으로 남는다고. 90





이십 대 초반에 엄마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인연들처럼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할 수 있는 얼굴들이 아직도 엄마의 인생에 많이 남아 있으리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 인연도 잃어버린 인연을 대체해 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생의 한 시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었다. 그리고 그 빗장 바깥에서 서로에게 절대로 상처를 입히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 같이 계를 하고 부부 동반 여행을 가고 등산을 했다. 스무 살 때로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그때는 뭘 모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면서. 115-116

여자는 옆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노인을 바라봤다. 이 노인은 얼마나 여러 번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을까. 여자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그런 존경심을 느꼈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23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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